중독-40.
아내가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당연히 잠을 자지 않고 아내를 기다리던 난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돌아온 아내가 파카도 다 벗기 전에 질문부터 퍼붓기 시작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아내가 파카의 지퍼를 반쯤 내리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소파에 힘없이 앉고는 물부터 좀 달라고 말을 하며 한숨을 길게 내쉰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라 담던 난 파카를 벗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 혼이 나간 놈처럼 멍을 때리다 물을 넘치게 했고 대충 닦고는 안방으로 걸어가는 아내를 따라갔다. 아내는 파카 속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완전한 알몸으로 거실에 파카를 허물 벗듯 바닥에 떨군 아내는 그대로 안방으로 걸어가선 커다란 박스티에 평소에 잠옷으로 입는 오부 반바지를 입고는 힘없이 침대에 앉아 숨을 고르며 내가 건넨 물을 정말 목이 말랐는지 단번에 목 뒤로 들이켰다.
도중에 끊어진 핸드폰으론 내 망상만 머릿속에 더 가득하게 만들었었다.
“괜…. 찮아?”
“응? 응.”
“성주는?”
“집에 갔어.”
“어디 갔었어?”
“호텔. 저번에 예약해 놨는데 우리가 안 갔다고 하던데. 우리한테 선물로 줬다고..”
“아.. 워커힐?”
“응.”
“그럼 지금까지 거기에서 성주랑 섹스한 거야?”
“.....응.”
“좋았어?”
“............응.”
“....”
“근데.. 피곤하다.”
“피곤해? 몇 번이나 했는데?”
“한, 두 번.”
“두 번이나?”
“....응.”
담담하게 말을 하며 옷을 입고 있는 아내였지만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지금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해주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머릿속엔 온통 아내의 알몸과 성주의 거대한 자지가 가득 차기 시작해, 하던 질문조차 잊게 만들었고 바로 몇 시간 전에 함께 했던 클럽이라는 곳의 충격적이었던 생생한 기억들마저 다 잊게 했다. 처음으로 아내의 보지를 다른 자지와 공유했던 충격적이었던 기억들이 이렇게 쉽게 잊힐 줄은 전혀 예상 못 했었는데.. 항상 같이했던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 체 발만 동동 구르며 기다렸던 이 몇 시간의 기다림이 날 더 초조하게 만들 줄은 정말 몰랐다.
그건 내 상상력을 무한으로 끌어내며 더 망상 짓게 했고 1시간 같이 흐르는 1분이란 시간이 내 사고까지 더디게 느낄 정도로 길고 긴 혼자만의 기다림으로 날 더 몸서리치게 했다.
“어떻게?”
“뭐가?”
“아..아니.. 두 번이나 했으면.. 두 번다 똑같이 했을 리가 없잖아.”
“......”
아내가 정말 알고 싶냐는 듯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피곤함이 역력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이 왜 이렇게 날 작게 만들기 시작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합의된 내용이었고 내겐 모든 걸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의 눈빛은 오히려 변태처럼 날 쳐다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왜 이렇게 귀찮게 하냐는 듯 날 착각하게 했다.
“그냥.. 좋았어.”
“아니. 좋았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좋았냐는 게 중요하지.”
“그게 중요해?”
“......”
“후~. 그냥..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성주가 달려들어서 한 번 했고, 샤워하는데 갑자기 쳐들어와서 또 한 번 했어.”
“그러니까 어떻게 했냐고.”
“어떻게라니.. 그냥 했다니까.”
아내가 정말 피곤한 것인지 슬슬 목소리에 짜증을 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아내를 기다렸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는 아내의 모습에 나도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분명 성주를 만나기 전에 모든 걸 숨김없이 공유하기로 했고 대화하기로 약속까지 했었는데, 지금 순간 아내는 전부 귀찮다는 듯 짜증까지 부리며 연신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침대 바로 옆에 서서 아내를 노려보며 말을 잃게 된다.
“미안.. 근데 나 오늘 정말 피곤해.”
“...알았어. 그럼 자.”
“....미안.”
아내가 그런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는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조금 더 바라보던 난 소리 없이 안방에서 나와 거실이 아닌 냉장고로 향했고 아내 때문에 타들어 가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맥주부터 찾게 된다.
이런 게 불륜을 목격한 남자의 기분일까?
만약 아무것도 모른 체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다면 그 남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감정들을 견딜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 스스로 수많은 남자에게 아내를 안기게 했고 경험했었는데, 다른 놈의 자지를 받아들이며 고민과 갈등이 뒤섞인 아내의 표정에 더 흥분했던 나였고 아내의 보지 속에 그 남자들의 자지가 들어갈 때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자지를 발기시켰던 나였는데.. 이런 감정들을 느끼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기에 더 당혹스럽고 갈증까지 심하게 밀려왔다.
모든 걸 자초했고 계획했는데도 이 정도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만약 아무것도 모른 체 다른 놈과 뒹굴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상상한다면, 네토성향의 나조차도 이런 감정에 고민하게 되는데 평범한 남자라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아올라 당장이라도 불륜을 저지른 그 상대방을 찾아 칼부림까지 낼 거란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나보다 그 남자 앞에서 더 흥분하며 몸서리쳤을 아내를 머릿속에 떠올릴 게 뻔한.. 만약 내연남이란 상대방이 섹스에 능하지 않다면 지속적인 불륜이 성립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던 난 아내의 섹스 상대가 성주라는 대물의 남자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순간만은 그 남편들의 편에 서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샤워하고 있던 아내를 성주가 덮칠 때 연결된 전화가 그렇게 허무하게만 끊어지지 않았어도 이런 감정들이 이렇게 크게 날 괴롭히진 않았을 텐데, 성주가 고의로 끊은 것인지 아니면 부스럭거리던 소리처럼 아내를 침대에 눕히고 바로 시작된 펌프질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져 자연스럽게 끊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 머릿속은 왜 이렇게 더 더럽고 천박한 아내의 모습을 상상까지 하며 점점 자지를 발기시키기 시작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좋았으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와 했던 약속은 까맣게 잊고 피곤하다며 잠만 자려고 하는 건지, 그런데 이 순간에도 성주의 테크닉과 끝날 줄 모르는 체력이라면 내게 보여주고 있는 이런 아내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어처구니없었다.
아직도 머릿속엔 통화가 끊어지기 바로 전까지 내 귀에 들리던 아내의 신음소리가 생생한데 말이다...
[흑.. 으응.. 아잉~~ 빨리 넣어주세용~.잉~~]
[아아앙~~. 아응.. 너..너무 좋아.. 아~~. 아응..아~. 성주 자..지.. 하아아아~.앙.. 아~. 아..바..박아주세요. 흐윽..아앙.. 제 보지가 너..너무 좋아요.. 하아~
핸드폰 너머에서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 아내의 목소리는 분명 녹음된 음성이 확실했다.
내 기억 속에도 아직 남아있는 미세하게 들리는 익숙한 자동차 엔진 소리와 함께 좁은 공간으로 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공간의 특이성에서 오는 소음으로 단번에 내가 운전했던 차 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오고 있는 아내의 신음이 워커힐 호텔로 내가 운전을 하던 내 차 안에서 아내가 애교까지 부리며 성주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었던 그 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이게 뭐야?]
[뭐긴 뭐에요. 누나가 제 위에서 좋다고 허리 흔드는 모습이죠.]
[내가 이랬다고? 미..미쳤어. 이거 조작이지!? 아니.. 합성 맞지?]
[크큭큭~ 합성은.. 이걸 어떻게 합성해요. 그리고 이걸 보고 아저씨가 얼마나 흥분했는데요.]
[오빠가?]
[네. 운전하다가 누나 때문에 도저히 운전을 못 하겠다고 차까지 세우셨는데요.]
[...말도 안.. 흑!.. 아..씨~!.. 그만해 아..프다고.]
[저거 봐요. 누나가 얼마나 음탕했는데.]
[흣.. 영상 꺼. 보기 싫어.]
[에이~ 왜요? 적외선 모드가 더 야하게 보이지 않아요?]
[그만 끄라고..싫어..]
[싫긴 왜 싫어요. 저 모습도 전부 누난데. 와~. 자지가 들어갈 때마다 누나 보지에서 물 나오는 거 봐요. 진짜 좋아했구나.]
[흑!..그..만하라...고...]
[어~!.. 지금도 물이 엄청 나오네요. 와~. 누나 진짜 변태구나. 설마 자기가 나오는 동영상 보면서 또 흥분하는 거예요?.]
[나 진짜 화..낸다.]
조금 더 커진 둔탁한 타격음이 핸드폰 스피커에서 내 귀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몰카로 찍은 차 안에서의 그때 모습을 TV에 틀어놓고는 성주가 자지를 아내의 보지에 박아대며 대놓고 희롱하기 시작했고 아내는 연신 그만하라고, 동영상을 끄라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자지를 안 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자신이 본적도 없는 자신의 음란한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부정하면서도 아내는 신음을 작게 연발하며 정작 성주를 밀어내지 못하고 부스럭거리는 접촉음 만을 짧게 들려주며 이내 둔탁한 살의 마찰음으로 신음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런 아내의 행위는 오히려 날 더 자극하고 있었다.
사귄지 별로 안 된 남자와 밀당을 하듯 교태를 부리는 모습처럼 날 착각하게 했으며 더 날 흥분시키고 있었다.
[하웃~.흑..아~]
[크큭큭~. 좋죠? 그때도 이렇게 좋아했는데. 누나는 술만 마시면 완전히 뚜껑이 열리나 봐요. 봉인했던 사슬을 끊고 완전히 저한테 몸을 맡기는 거 보면.. 이젠 완전히 제 자지에 길들여진 거 같은데.“
[말도 안 돼.. 내가 무슨.. 흑.. 쪼그만게 길..들이긴 뭘 길들여.. 흑~.]
[이거 봐요. 지금도 좋다고 제 자지를 누나 보지가 꽉꽉 물어대잖아요.]
[어디서 못 된 것만 배워..서.. 아으~. 고등학생이 벌써 그런 말 하면..]
[뭐 어때요. 이게 더 흥분되잖아요. 누나도 좋으면서.]
[야! 너 진짜.. 아응! 비..비겁해. 말도 못 하게..윽~.]
[크크큭큭~.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해요. 어른이라고 자꾸 잔소리만 하려고 하지 말고요.]
[좋..긴 뭐가 좋아. 안 좋거든!]
[정말요? 이래도요?]
-푸욱~..푹푹..퍽~.
[읍..흑. 아..안 좋거든. 별로.. 이게 뭐..가 좋냐.]
[허. 그런데 왜 이렇게 물이 많이 나올까요?]
[흑... 아..니야. 읍.. 너..너야 말로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헐! 물론 저도 좋죠. 그런데 누나만큼은 아닌데!]
[웃기시네.. 씨.]
[헛..윽~.. 갑자기 세게 물면 아프잖아요. 윽~]
[어디 감히 누나한테.. 넌 아직 멀었거든.]
[윽~.. 조임이.. 누나.. 이래서 남자들이 누나 보지에 환장하는구나. 하지만 누나 몸은 내가 더 잘아요.]
[으..아~..아윽..흑...아 씨~.. 흐윽..]
[아무리 발악해도 저한테는 안 된다니까. 크큭.]
[아..아니거든.. 안..되긴 뭐가 안 돼.. 하으..으응..아~ 하..하나도 안 좋거든!]
[안 좋다고요? 아까 할 때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그럼 진짜 그만할까요?]
[아~..아니라고!]
[계속 아니라고 하시네? 그럼 증명해 봐요.]
[무..뭘 증명.. 헉!!]
말을 하던 성주가 갑자기 체위를 바꿔 소파에라도 엉덩이를 깔고 앉은 걸까?
가죽 특유의 비릿한 마찰음이 순간 크게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바로 전까진 어떤 체위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 느낌으로 아내가 성주의 위에 올라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성주가 한 말로 충분히 직감할 수 있었다.
[저는 가만히 있을테니까. 정말 별로라면 그냥 일어나서 아저씨한테 가면 되겠네요.]
금방이라도 더 세고 크게 이어질 줄 알았던 살 부딪히는 소리가 잠시 멎었고 대신에 성주가 더 소파에 깊게 기대는지 살과 가죽이 늘어지는 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작게 이어졌다.
[와~. 이 자세로 바꾸니까, 차 안에서 동영상 찍을 때가 또 기억나네요.]
[.....]
[누나가 애교 부릴 때 진짜 사랑스럽고 귀여웠는데.]
[그만..해라. 나 진짜 집에 간다.]
[크크큭큭~ 집에 간다면서 왜 엉덩이를 흔드시나?]
[아..씨....]
성주의 말대로 핸드폰 속에서 작게 흔들리는 가죽의 마찰음이 내 귀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집에 갈 듯 화를 내던 아내가 성주의 위에서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하다니, 그것도 자신의 동영상을 성주와 함께 보면서 그때처럼 다시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는 게 내 머릿속을 더 괴롭히기 시작했다. 설마 지금도 약을 먹인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지만, 그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약을 먹였다면 집에 돌아와 내게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날 더 확신 짓게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은 몸에 느껴지는 쾌감대로 아내가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는 걸 반증해주고 있었고 이미 성주의 자지에 완전히 길들여진 건 아닌지 의심하게 했다.
[하아~.으음...아~~~.]
[왜요? 감질나요? 별로라면서요. 아니면 아까처럼 움직여드려요?]
[하아..아..씨! 진짜 나 간.. 아윽!..하아아아..아~]
[으~.역시.. 누나 보지는... 어떻게 조금만 움직여도 이렇게 빨리 반응을 할 수 있지?]
[하윽~..하아..아아.. 조..조용히 해.. 나 진짜 화...아윽..하아~..아아~]
[아까부터 계속 화만 낸데. 크큭~. 근데 누나 저거 봐요. 누나가 제 자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저렇게 영상으로도 증거가 있는데!]
[하아...흑..흑흑~..아... 흐윽~..하아..아. 싫어..그.그만.. 난 동영상같은 거 진짜 싫다고...]
[아.. 맞다. 누나 이런 거 싫어하지.. 그런데 저 얼굴 좀 봐요. 찍히는 걸 싫어해도 저 얼굴은 정말 좋다고 말하잖아요.]
[아읏...힉..흑흑~..아응..아~]
[맞죠? 자지가 누나 보지에 들어갈 때마다 벌린 입으로.. 어! 혀까지 춤을 추네..하하.]
[하아..저..저게 진짜 나라고?]
[그럼요! 저 가슴하고 보지.. 누나 맞아요. 누나가 얼마나 음탕한데.. 근데 누나는 왜 흥분하면 몸이 빨개져요.]
[하으..응.. 모..몰라.. 내 몸이 빨개져?]
[이거 봐요.]
[하응..하아아..모..몰라.. 아아~]
보지 속을 연신 들락거리는 성주의 자지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가 핸드폰 속에서 날 더 괴롭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봤던, 당연히 아내의 보지를 다른 남자가 채워갈 때 항상 같이 있었던 난 시각이 차단되어 오로지 청각에만 의존하게 된 이 시간이 오히려 날 더 괴롭히고 흥분시키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른 체 평소보다 더 자지를 발기시키곤 바지를 무의식 속에서 벗기 시작했는데, 녹화된 영상의 음성이 조금 더 커지더니 아내와 성주가 잠시 그 영상을 감상하듯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그러나 가죽소파에서 들려오는 마찰음은 점점 더 길어졌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아내의 녹음 된 신음소리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아내가 자신이 찍힌 영상을 보며 성주 위에서 스스로 허리를 조금씩 빠르게 흔들기 시작한 게 분명했다. 분명 옛날의 기억 때문에 영상에 대한 거부감이 컸을텐데, 자신이 찍힌 영상에 더 흥분을 하며 엉덩이를 흔들고 있을 아내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는데.. 아내의 간헐적인 신음과 함께 나지막한 목소리가 내 손을 멈추게 한다.
[하응~.아아...빨리.. 박아줘.. 하응~]
[크큭큭~. 누나가 위에 있잖아요. 누나가 움직여야죠. 저 영상처럼 미친년처럼 움직여 봐요.]
[아..씨.. 빠..빨리.. 흑흑..하윽..]
[크크.. 와~. 이 모습을 아저씨가 봤다면.. 좋아할까요? 아니면 미쳐서 우릴 떼어놓을까요?]
[흑~..말은 하..하지 말고...]
[뭘요? 아저씨 얘기하지 말라고요? 하긴 이렇게 질질 싸면서 아저씨 얘길 하긴 좀 그런가?]
[하윽..흑흑..]
[그럼.. 저 영상처럼 부탁해봐요.]
[..뭐?]
[아까처럼 제대로 박아줄 테니까. 저 영상처럼 주인님 대하듯 애원해보라고요.]
[내가 미쳤냐? 씨!~ 차라리 오빠한테 가.. 하윽~..아앙앙..]
[퍽퍽퍽~~.퍽퍽~~.]
아내가 반항하듯 말을 할 때마다 핸드폰 스피커를 통해 마찰음이 훨씬 더 크게 들렸다.
정말 연인끼리 밀당을 하듯 아내가 반항하면 성주가 아내의 엉덩이를 꽉 잡고 감질나게 흔들던 허리를 빠르게 움직여 댔고 아내의 신음이 더 크게 핸드폰 너머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진짜 나빴어.. 하응~..아앙..앙..아아앙..]
[빨리요. 그럼 정상위로 제대로 박아줄게요. 아니면 누나가 좋아하는 뒤치기로 쑤셔줄까요?]
[하윽..하아..아아..]
[말해봐요. 어떤 게 제일 좋아요? 정상위 아니면 뒤치기?]
[아아~..뒤..뒤로..]
[네? 안 들려요.]
[하윽..뒤..로 해..줘.. 아아~]
[해줘?]
[하응..앙~..아~..해..해주세요.. 하아아..아~]
[크큭큭.. 웃차~!]
[아악~..하아..아아..아아~]
-푹~..푸욱..퍽퍽퍽..퍽...질퍽~
[아응..아이..잉..잉..하응..아응..]
성주가 힘을 줘 체위를 바꾸자 아내의 간드러진 신음소리가 이어졌다.
[그렇게 좋아요?]
[하윽..아..앙.. 조..좋아.]
[또!]
[아앙~..조..좋아요.. 아~~.아아.. 너..너무 좋아.. 아~]
[누구 자지가 좋아요? 아저씨 자지? 아니면 내 자지?]
[하응..서..성주자지가.. 하아~아아..]
[누나..주인님이라고 한 번 불러봐요.]
[무..뭐? 아흑~..흑.. 싫어!]
[싫어요?]
[아..시..싫어.. 진짜.. 싫다고..]
[왜 싫어요? 저번에는 대놓고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엉덩이까지 흔들었는데.]
[흑..시..싫다고....]
[헐.. 안 되겠네.]
또다시 체위를 바꾸는지 가죽 특유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이어졌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이내 아내의 신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왜 눈을 피해요?]
[....]
[눈 떠요.]
[자,,꾸 왜 이상한 말을 시켜.. 하지..마.. 나 그냥 갈래.]
[에이~. 이렇게 젖었는데 가긴 어딜가요.]
[...]
[누나.. 눈 떠요.]
[...씨. 창피하게.. 너 진짜 왜 이렇게 변..헉~..하윽~..성주야 너..너무 깊..게 들어와.. 아~!]
[창피해요? 하하하하.. 좋죠?]
[하윽~..흑.. 아~~]
[누나 몸은 진짜 솔직하구나. 아무리 말로는 싫다고 해도.. 몸이 이렇게 변하는데 거짓말도 소용이 없잖아요.]
[아응~..모..몰라.. 말은 그만하고.. 하아~]
[말은 그만하라고요? 하하하하.. 그럼요? 어떻게 해줘요?]
[박아줘..더 빨..리.. 하윽..]
[그게 부탁하는 자세에요?]
[아~~..씨..진짜..]
[헐.. 그만할까요?]
[하응~..빠..빨리 바..박아주세요. 더 빨리..하응~]
[이렇게요?]
[아응~!!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조..좋아요. 아아아~]
[어디가 좋은데요?]
[아~..보..보지가, 온 모..몸이 좋아요. 아아~..아아~ 하윽!!]
[와~. 누나 젖꼭지도 빨딱 섰네요. 진짜 누나 몸은 음란한 몸이구나. 너무 야하다. 헉..헉헉..헉..]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빠르게 이어진 살의 부딪히는 소리만큼 체력 좋은 성주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지며 신음 짓기 시작했고 성주를 더 세게 부둥켜안는지 계속해서 찌걱거리는 가죽의 마찰음이 말리 푸석한 소리로 바뀌어 핸드폰에서 내 핸드폰으로 전달해주고 있었다.
[헉헉..헉.. 누난 진짜 걸레구나. 남편한테는 만족도 못 하면서 다른 놈 자지에 이렇게 반응하고.. 말해봐요. 누나 걸레죠?]
[하응~..아아..아..]
[말해봐요. 그럼 더 세게 박아줄게요.]
[하응..응..싫엇..하아아아]
[사실이잖아요. 빨리 말해봐요. 제 전용 걸레라고.]
[하웃..흑~. 저..전 걸레..에요.,, 돼..됐지. 하응~. 그러니까.. 더.. 더 빨리..박아줘. 하응~..하아아아~아~]
[어허.. 존댓말로 하라니가.. 그런데 이런 모습.. 아저씨가 걸레라고 좋아하겠네요. 이렇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본능적으로 보지로 제 자지를 씹어대는 모습 보면.. 아마 지금도 우리 모습 상상하면서 딸딸이 치고 있을걸요.]
[아앙..아아아..아~..아.. 그.그만.. 닥치고.. 하~..보지에 더 깊게 박아..주세요. 하아아아..]
[주인님! 말끝에 주인님이라고 붙여야죠.]
[흑..흐윽..흑흑..주..주인님.. 더.. 빨리 아앙~..아아아!! 아!! 미..미칠 거 같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응..주.인님 빨..리. 더 빨리 보지에 박..아주세요.. 하읏~.]
[크크크큭.. 누나 진짜 예쁘다. 강아지.. 아니.. 고양이 같아요. 발정난 새끼 고양이.]
[하아앙..앙앙..하앙..앙..]
성주의 말대로 정말 아내가 후미진 골목에서 교미하며 소리 지르는 발정 난 고양이처럼 앙탈 섞인 신음소리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그런 아내의 들어본 적 없는 신음은 날 몸서리치게 만들며 잡은 자지가 끊어질지도 모를 정도로 흔들게 했고 머릿속에 엉덩이를 벌리며 흔들리는 몸으로 벌린 입술 사이로 침을 흘리고 있는 아내의 뇌쇄적이고 너무나 음란한 모습을 그리게 만들었다.
분명히 약을 먹였을 거라고, 도저히 술만으로는 이런 모습을 자아낼 아내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부정하고 또 부정해보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손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아내의 신음이 계속 이어질수록 움직이는 손은 더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아저씨 앞에서 이렇게 발정 난 누나 모습을 보여주고 싶죠? 이젠 아저씨는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아요?]
[하윽~..아아..아응...아잉~~...허윽..헉~~]
[말해봐요. 아저씨한테는 이제 더 못 느끼겠죠?]
[하아...아아... 응.. 오빠자지는 이렇... 뚜우~~. 뚜~~~~~~]
“어!?..무..뭐야? 야!! 여보!!”
통화가 어이없게 끊어졌다.
아니. 요란하게 들리던 아내의 신음소리와 흔들리던 소파 위에서 혹시나 바닥으로 떨어져서 소리만 안 들리는 건 아닌지 핸드폰을 몇 번이나 확인해보지만, 역시나 전화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였다. 서둘러 재발신을 눌러보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봐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갈 뿐 통화가 되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사정을 준비하던 내 몸은 이 황당함에 아내가 말했던 대로 미칠 것만 같았는데..
‘아니면 일부러 성주가 끊은 걸까? 날 조롱하고 환장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이유가 어쨌든 핸드폰 속에서 이어지던 아내의 신음이 끊기자 끓어오르던 흥분이 짜증으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애꿎은 핸드폰만 소파에 있는 힘껏 던져버리게 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를 아내를 떠올리며 아직 끝내지 못한 자위에도 머릿속을 휘저은 망상들과 기억들로 눈조차 붙이지 못하게 했는데... 정말 1시간 같은 1분이라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루한 기다림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온 아내를 보자마자 닦달을 하게 되는데... 아내는 귀찮다는 듯 내게 있었던 말도 제대로 해 주지 않고 파카부터 벗기 시작했다. 피곤하다는 말만 하면서..
기억을 더듬던 난 다시 한번 안방을 노려보며 맥주를 마신다.
그러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신 맥주가 오히려 날 더 갈증 짓게 했다.
하나를 더 꺼내 소리까지 내며 다 마셔버렸지만 마신 맥주가 위가 아닌 뇌로 가는 것인지 날 더 흥분시키며 망상을 구체적인 상상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했다.
어느새 밝은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던 난 아내를 더 재우고 싶었지만, 본가로 이제는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시계를 확인한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여보.. 자기야.”
“으음~.”
“일어나야지. 이제 출발해야 해. 차 막히기 시작하면 답 없을 텐데..”
“지금 몇 시야?”
“11시 15분 조금 넘었어.”
“뭐!? 아씨! 빨리 깨우지!”
아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서둘러 욕실로 뛰어갔지만, 어제의 후유증을 보여주듯 뛰어가다 비틀거리며 벽에 기댄다.
“괜찮아?”
“아.. 머리.. 아씨.. 어제 너무 많이 마셨어.. 그리고 이 놈의 시끼가.. 아후..”
“...갈 수 있겠어? 차라리 어머님한테 늦는다고 전화할까?”
“일 년에 몇 번이나 찾아뵌다고.. 아! 오빠 장롱에서 한복 좀 꺼내줘. 오빠도 빨리 준비하고 나 먼저 씻을게.”
“내가 준비할 게 뭐 있냐... 알았어.”
대충 세수만 한 아내가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는 소파에 앉아 있던 날 닦달하기 시작했다.
연신 이게 다 성주 때문이라며 짜증을 부리는 아내의 모습을 뒤로하고 우선 차에 올라 시동부터 걸었고 운전을 시작했다. 짧은 연휴라 차가 막힐 게 뻔해서 평소보다 더 일찍 출발해야 했지만, 어차피 늦은 거 느긋하게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된 나였지만 아내는 아니었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도착예정시간은 3시간 40분 후였다. 평소라면 2시간이면 떡을 칠 시간이었는데..
“고속도로 안 타고 구도로로 가면 더 빠르지 않을까?”
“다 똑같아. 그냥 느긋하게 가자.”
“씨.. 성주 이시끼.. 갔다 와서 보자.”
“왜 애꿎은 성주 탓하냐.. 자기도 좋다고 같이 놀았으면서.”
“같이 놀기는.. 참나. 샤워하고 집에 간다는 사람 갑자기 붙잡고 괴롭힌 게 누군데.. 싫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막무가내로 얼마나 괴롭히던지...”
“...”
“그리고 뭐? 참나..”
“왜?”
“한복 입은 모습 보고 싶다고 돌아올 때 한복 입고 서울로 올라와서 곧바로 자기 좀 만나주라고 말하더라.”
“한복?”
“응. 엄마가 한복을 즐겨 입으셨다나 뭐라나.. 지 엄마가 즐겨 입은 걸 왜 나한테도 입으라고 하는지 도대체 이해를 못 하겠어.”
“....”
“씨.. 아래도 아프다.”
“두 번.. 밖에 안 했다며..”
“말이 두 번이지.. 솔직히 클럽에서 오빠랑 같이했잖아. 얼마나 아팠는데. 진짜.. 오빠만 아니었으면 아구창 날아갔어!”
“크크큭큭~. 결국엔 좋다고 엉덩이까지 흔들었으면서..”
“그게!! 에휴~. 그래! 좋았다! 됐냐!? 내가 미쳤지.”
“어제는.. 다 기억나?”
“그럼! 얼마나 창피했는데.. 그곳이 그런 곳인 줄 알았으면 들어가지도 않았다! 진짜 어린놈이 그런 곳은 어떻게 알아가지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성주가 내가 알 던 성주가 아닌 거 같아. 아무리 우리한테 물들었어도 애가 처음하고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잖아.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지.. 어제도 괜히 휘둘려서 1시간 넘게.. 으~. 하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게 계속 말을 거는데 정말 순진했던 성주가 아닌 거 같더라.”
“말을 걸어? 무슨 말?”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뭐? 난 또 왜?”
“오빠하고 같이 있다 보니까 애가 이상한 것만 보고 겪었잖아! 그래서 이상한 말만 하잖아.”
“참나.. 누가 들으면 내가 성주를 키운 줄 알겠네.”
“그게 그거지. 생각해보면 우리 만나고 성주가 확 변했잖아.”
날 탓하는 아내의 말을 듣고 있자니 입이 근질거려 죽겠다.
그냥 성주의 과거와 부모에 관한 내용을 다 까발리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지만, 성주의 아버지라는 사람과 자신이 관련이 있다는 과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우선 입을 닫고 답답한 마음만 삭이기 시작했다.
“하긴.. 내가 제일 큰 문제지. 에휴.. 왜 처음부터 완강하게 못 막았을까.....”
“내 말이! 이게 다 자기가 자처한 일이라고, 솔직히 그놈한테 허점을 보였으니까…. 성주한테 처음부터 막을 쳐놓고 대했어 봐! 그놈이 이렇게 대범하게 나올 수 있었겠냐?”
“....”
“그리고..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옆에서 보면 솔직히 자기도 성주한테 다 준 거 같거든!”
“주긴 뭘 줘?”
“몸도 주고.. 마음도 주고..”
“말이라고.. 오빠가 자꾸 몰아붙이니까 그나마 성주가 편해서 몸이 반응한..거지 누가 주긴 뭘 줬다고 그러냐!?”
“또또.. 말은 바로 해야지!”
“그만해라..”
“참나~. 조금만 불리해지면 그만하래.. 그래서. 또 언제 만나기로 했어?”
“응? 아!.. 성주는 설날 저녁에 보고 싶다고 하던데..”
“뭐? 내일 저녁에?”
“당연히 안 된다고 했지. 피곤해 죽겠는데..”
“그놈이 아주 작정을 했구나.. 아무리 친정을 안 가도 그렇지.. 아~.”
성주는 우리의 일정을 이미 전부 꿰뚫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찍 돌아가신 아내의 부모님들로 처가가 없었기에 본가에 다녀온 후 조금은 쓸쓸하게 집에서 지낸 우리 부부의 패턴을 성주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아내에게 이런 부탁을 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나 보통 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아내의 표정을 몰래 살피기 시작했다. 아내가 혹시 성주에게 가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 내 눈치를 보며 억지로 참는 건 아닌지 살피는데, 그건 아닌 듯 아내는 담담함을 얼굴에 담고 있었다.
“가고 싶어?”
“응? 어딜?”
“어차피 내일 점심 먹고 올라올 거잖아. 성주한테 갈까?”
“아니. 피곤해. 차라리 집에서 잠을 자면 잤지. 뭐하러 힘 빠지게 일부러 찾아가?”
“힘이 빠진다... 저번에 자기가 그랬잖아. 수업받는 아줌마들은 영계한테 기 좀 받게 젊은 남자 강사 좀 섭외하라고 했다며.”
“풋~.. 크큭큭~. 하긴 아줌마들 때문에 강선생도 그만뒀으니.. 그러고 보니 성주가 영계네..”
“영계에 대물이지.. 그러네! 자기는 복 받은 아줌마네.. 그렇게 대단한 놈이 자기만 좋다고 쫓아다니니까.”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거지.. 지금이야 어려서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거지.. 비슷한 또래로 예쁜 애 만나봐라. 언제 그랬냐는 듯 당장 연락부터 끊을걸.”
“설마.. 성주가 당신한테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응? 공을 들이다니?”
‘아차..’
말이 헛나왔다.
담담하게 말을 하는 아내의 표정 속에서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씁쓸함이 담겨 있는 듯했기에 나도 모르게 무심코 숨겼던 말을 내뱉었다.
“아니.. 자기한테 성주가 엄청 정성을 들인 건 사실이잖아. 저번에 일식집에서 엄청 비싼 술까지 사줬다며, 그리고 호텔도 그렇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렇지 고삐리가 엄청난 거금을 쓴 것도 사실이니까.”
“그러네. 그게 다 아버지 돈인데. 다음에 만나면 한소리 해야겠다. 벌써 돈을 헤프게 쓰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쯧쯧~”
“내일 보고 성주네 갈까?”
“됐어. 피곤해.”
아내는 정말로 내키지 않는다는 듯 콧등을 찡그리며 귀찮다. 말을 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몰래 흘리며 운전에 집중했고, 아직도 제대로 풀지 못한 피곤함이 많이 남았는지 내가 입을 닫자 아내가 고개를 창가에 기대며 두 눈을 감고 잠에 다시 빠져들기 시작했다.
본가에 도착한 우리 부부는 매년 그렇듯 어머님에게 잔소리부터 듣게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손주부터 안기라는 어머님의 레퍼토리에 작년과는 달리 올해엔 준비할 거란 말로 대답을 하자 어머님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고 귀성길에 늦은 일에 대해선 잔소리조차 듣지 않을 수 있었다.
항상 준비하는 전들과 갈비, 잡채 등의 요리를 저녁 늦게까지 아내와 함께 만들었고 항상 그렇듯 좁은 본가로 인해 거실에서 잠을 잤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음식을 준비했고 세배를 드린 후 용돈을 드렸다. 그리고 또 점심을 먹고 아쉬워하는 어머님과 아버지를 뒤로하고 항상 그렇듯 매정하게 서울로 출발을 하게 된다.
“저녁까지 먹고 오자니까.”
“언제 올라가냐. 이 시간이 제일 안 막힐 때야.”
“차라리 저녁 먹고 늦게 출발하면 차도 안 막히고 좋지 않아?”
“피곤해. 운전하는 사람도 생각 좀 해주라.”
“참나.. 오빠가 뭘 했냐? 점심 먹고 자면 되지! 어머님이 얼마나 섭섭해하시는데...”
“여동생은 저녁 늦게 간다잖아. 넌 걔가 시동생이랍시고 대놓고 유세 부리는 거 보면 화도 안 나냐?”
“화가 왜 놔? 귀엽잖아. 엄마한테 기대는 게 화 날 일인가? 당연한 거지..”
“참~. 보살 났네..”
“그러니까! 계실 때 잘 하라고.. 나중에 정말 후회하지 말고. 하긴 후회하면 늦지.. 이상하게 있을 땐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니까.. 평생 같이 있을 거 같으니..”
“....”
“하여튼! 아가씨한테도 좀 잘 해! 만날 만나자마자 싸우지 좀 말고.”
“알았어. 뭔 말을 못 하게 해.. 휴~. 그나저나 벌써 차가 밀리냐..”
‘따르르릉~~따르르릉~’
타이밍 좋게 아내의 핸드폰이 어색해지기 시작한 분위기를 끊고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괜히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끼던 난 한숨을 돌리게 되는데, 이 전화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날 고민하게 만들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한 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앉아 있다.
“응. 금자야.”
“금자씨? 아직 미국으로 안 갔어?”
“응. 오늘? 뭐!?”
통화를 하던 아내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본능적으로 지금 통화하고 있는 상대방이 금자씨였지만 성주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내 예감이 적중한 듯 당황하며 나와 마주친 아내의 시선이 답을 말하고 있었다.
“네가 어떻게 성주를 알아? 뭐? 지금 어디라고? 성주네 집??”
“무슨 소리야? 금자씨가 왜 성주네 집에?”
“응.. 알았어.”
전화를 끊은 아내가 황당하다는 듯 들고 있는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다.
“지금 금자씨가 성주네 집에 있다고 한 거 맞아?”
“.....응.”
“왜?”
“말로는 마이클이.. 한국에 아는 사람 하나 없다고 쓸쓸해서 성주를 만났다고 하는데.. 나도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어.”
“마이클이 소개해줬다고?”
“그런 거 같은데..”
금자씨와의 밤을 보낸 지가 벌써 많이 지났다는 생각을 하며 금자와 성주와의 만남도 결코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주라면 충분히 의도적으로 금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놈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 의심을 ‘왜?’라는 의구심으로 바꿔 생각하게 된다.
금자라는 여자가 아내와 연관이 깊은 건 확실했지만 굳이 성주가 계획적으로 만날 필요성까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던 난 다른 쪽으로 바꿔 생각해본다.
‘만약 성주가 아내의 동영상만이 아닌 금자라는 여자에 대한 동영상까지 구해서 봤다면, 그래서 금자에 대한 호기심이나, 아니면 어떤 의미일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의도를 품고 예전부터 접근했다면 지금 이렇게 갑작스러운 만남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비록 아내에게서 자신에 어머님의 모습을 찾고 있는 성주라고 해도 아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등학생이라는 젊고 혈기 왕성한 놈이 아닌가. 그렇다면 아내와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낸 후 성주가 다른 남성들과 달리 뜸을 들일 수 있었던 게 금자라는 여자를 성욕 대상으로 가지고 놀았다고? 하긴.. 금자씨가 엄청나게 밝히긴 했는데..’
“오빠! 어떻게 하냐고?”
“으..응? 뭐라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냐!? 성주네 집으로 갈 거냐고 묻잖아.”
“아~. 미안. 잠깐 딴생각 좀 하느라. 금자씨가 지금 성주네 집에 있데?”
“...응.”
“그럼 어쩔 수 없잖아. 금자씨가 자기 오라고 하는 거 아니야?”
“에휴. 이 가시나가 왜 거기에 간 거야. 그냥 집에 가자.”
“집에 가자고?”
“응. 지가 간 거지 내가 가라고 했나? 그리고 성주를 언제 봤다고 정초부터 거길 가냐고.. 그냥 집으로 가. 거실에서 잤더니 피곤해.”
“정말 괜찮겠어?”
“그럼 괜찮지! 왜? 마이클은 무슨 생각으로 금자한테 성주 얘기를 한 건지.. 참.. 그리고 저번에 얘기하는 거 보니까. 금자도 성주를 그렇게 좋게는 안 보는 거 같던데.. 거긴 진짜 왜 갔데?”
“아.. 맞다. 마이클한테 성주 얘기를 들었다고 했지. 아!!”
“왜?”
머릿속에 금자씨가 내게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것보다.. 둘이 무슨 사이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 나도 금자씨를 겪어 봤지만... 자기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금자씨가 어떤 여잔지..”
“.....”
“그 욕정마녀가 성주를 가만히 뒀겠냐.”
“풋~.. 뭐? 욕..정마녀?”
“그래! 솔직히 그 아줌마가 좀 무섭냐.”
“설마.. 아무리 그래도 금자가 고디...딩..을....”
“내 경험상.. 금자씨라면 충분히 자빠트리고도 남을걸.”
“...설마.”
“설마가 사람 잡지.. 저번에도 봐봐. 자기 친구라면서 그렇게 덤빌 줄은 난 생각도 못 했다.”
농담처럼 말을 하던 아내의 얼굴이 다시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내도 내 말을 그냥 흘려넘기기엔 금자라는 여자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듯 말끝을 흘리기 시작했다.
“에이~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아무리 금자가 막 나가도 그럴 리가 없어.”
“그냥 가는 길에 괜찮은지만 확인하러 들렀다가 갈까?
”....“
”가자.“
”그럴..까?“
아내가 마지못해 성주의 집으로 향하자고 말을 했지만, 그 표정 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장난처럼 시작된 얘기였지만 그런 아내의 표정을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아내의 표정을 보고 잘 알지도 모를 뭔가를 확인하기 위한 본능적인 내 행동이었지만 막상 아내가 성주의 집에 들렀다 들어가자는 말을 듣게 되자 생각지도 못한 후회라는 감정이 먼저 느끼게 된다.
[띵동~~]
”누구세요?“
”나다. 알면서 뭘 물어봐!“
”하하.. 오셨어요.“
문을 열고 반갑게 날 반기는, 아내를 반기는 성주의 모습에 코웃음부터 치게 된다.
”금자씨는?“
”네? 지금 씻고 계신데요.“
”뭐? 왜?“
”네? 왜라뇨?“
”아니.. 남의 집에서 왜 씻냐고!?“
”저녁 먹기 전에 손 씻는 건데.. 왜요?“
”아.. 손을 씻는다고....“
”..?“
”아니.. 난 또.. 그..금자야!“
혼자 엉뚱한 오해를 한 아내가 멀쑥해진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거실로 들어가더니 금자부터 찾기 시작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이 오히려 나까지 당황하게 했다.
”잘 다녀오셨어요?“
”...뭐?“
”아저씨 본가에 다녀오신 거 아니에요?“
”으..응.. 그런데 금자씨는 여기 왜 온 거야?“
”금자 누나도 갈 데 없다고, 그래서 연락할 사람 없다고 찾아 왔다고 하는데.. 처음엔 저도 황당했죠. 무슨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런 여자가 다 있나 해서..“
”그럼 금자씨랑 너랑 일면식도 없었다고?“
”아니요. 통화는 몇 번 했었죠. 마이클 아저씨 때문에 전화도 했고 저번에 사건 때문에도 연락했었고. 그래도 이렇게 무작정 쳐들어올 줄은.. 왜요?“
”아니야...“
”식사하셨어요?“
”응? 아직..“
”그럴 줄 알고 4인분 준비했어요. 들어오세요.“
”...“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고기의 육즙이 내 배를 더 허기지게 했다.
점심을 본가에서 먹고 왔지만 거실까지 가득 진동하고 있는 소고기의 풍미는 충분히 감미로웠고 향기로웠다.
”스테이크 괜찮죠? 마블링이 괜찮아서 사 왔는데.“
”참나. 누가 부르주아 아니랄까 봐. 새해부터 무슨 스테이크냐!?“
”제가 떡국은 자신이 없어서요.“
거실에 들어섰을 때 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는 금자에게 작게 화를 내는 아내의 모습이 먼저 내 시선에 들어왔다. 뭔 상관이냐는 듯 아내가 하는 얘기를 가볍게 무시하며 부엌으로 자기 집처럼 걸어가는 금자를 보며 역시나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데.. 앞치마를 두른 채 스테이크를 굽고 있는 성주에게 바짝 다가가더니 엉덩이를 가볍게 터치하는 금자의 모습에 내 두 눈을 의심하게 된다.
”배고프다. 아직 멀었어?“
”벌써 배고파요? 아까 영화 보면서 팝콘 많이 먹었잖아요.“
”에이~ 그건 다 소화됐지! 그게 아직도 남아있겠냐?“
”헐.. 한 통 다 비웠으면서...“
”훗~. 그만큼 운동을 했잖아. 아직 멀었어?“
”운동이라니?“
”응? 호호호호호호호~.“
”이 추운 날에 무슨 운동을 했는데?“
”계집애.. 운동을 꼭 밖에서 하라는 법 있니?“
”뭐?“
아내가 이상하리만큼 흥분을 하고 있다.
그런 아내의 평범하지 않은 보습에 재미있다는 듯 금자가 더 노골적으로 아내를 골려 먹기 시작했다.
”어머. 너답지 않게 왜 그렇게 정색을 해?
“내..내가 뭘?”
“이상하잖아. 갑자기 정색하니까. 바로 앞에 있는 남편이 오해하겠다. 그렇죠?”
“네? 아니.. 뭐..”
“호호호호~ 성주야~. 우리 밥 빨리 먹고 아까 하던 거 다시 하자.”
“.....”
“하긴 뭘 해.. 그런데 정초부터 무슨 스테이크야. 떡국은 먹었어?”
“아뇨. 떡국은 끓일지 몰라요. 그리고 금자 누나가 스테이크 먹고 싶다고 해서...”
“스테이크는 할 줄 알면서 떡국은 못 끓여?”
“네.”
“에휴~. 내가 떡국 끓여줄게. 무슨 설날에 스테이크야.”
“스테이크가 어때서? 하~. 누가 들으면 엄마가 아들 챙기는 줄 알겠네!”
“엄마는.. 넌 남의 집에 와서 폐를 이렇게 끼치니? 주는 대로 먹어야지 무슨 스테이크야.”
“내 맘이사! 성주야~. 아직 멀었어?”
“다 됐어요. 누나 떡국은 나중에 먹고.. 우선 이것부터 먹어요. 이거 다 먹으면 배불러서 떡국은 못 먹어요.”
“...그래도 설인데.”
“자자~. 자리에 앉으세요. 아저씨도 앉으세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눈으로 보고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 상황에 나도 모르게 혀를 차며 아내를 노려보게 된다. 성주에게 바짝 의자를 끌어 앉은 금자를 보는 아내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자 그런 내 감정들도 덩달아 커지기 시작했다.
둘이서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티를 내기 시작한 금자의 노골적인 행동에 아내가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아내의 질투라는 감정이 나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듯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성주였다.
“아! 누나 한복은요?”
“...뭐?”
“누나 한복 입은 모습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
“내가 입어줄까? 나도 한복 잘 어울린다는 말 많이 들었어.”
“내 한복을 왜 니가 입냐!? 참나..”
“뭐 어때? 남편도 공유한 마당에.”
“무..무슨 소리야. 이상한 말 하지 마. 진짜 성주가 오해하잖아.”
“풋~. 이제 와서 순진한 척하기는.. 한복이나 줘봐. 남편분 은희 한복 어디 있어요?”
“차에..요.”
“됐거든! 입어도 내가 입지.. 왜 네가 입냐고.”
“....”
“아니.. 입는다는 게 아니고. 아씨.. 오빠도 밥이나 먹어.”
“내가 뭐라고 했냐? 왜 나한테 그래?”
“..........”
“아저씨 차 키 주세요. 제가 가지고 올게요. 신경 쓰지 마시고 식사하세요.”
“그래! 성주야 저 부부는 신경 끄라고 하고 우리끼리 놀자. 이 언니가 예쁘게 입어줄게. 입고~~ 우리 아까 하던 거 계속하자. 으응~~. 어쩜~~ 이렇게 실한 남자가 한국에도 있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더니!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마이클이랑 헤어지는 건데. 나쁜 지지배.. 이렇게 좋은 애를 혼자 독점하고 숨겨놨냐!? 호호호~.”
“금자야!”
“아..깜짝이야. 왜?”
“너..무 그러면 성주가 곤란해하잖아. 아직 고등학생인데..”
“곤란해 하긴.. 그리고 19살이면 미국에선 성인이거든! 자립해서 결혼해도 아무렇지 않을 나인데! 하여튼~~.”
“그걸 말이라고.. 한국에 왔으면 한국법을 따라야지. 그게 말이 되니?”
“헐~.대박! 너 언제부터 이렇게 꼰대가 됐니? 한국 법은 너무하다고 할 땐 언제고..”
“내..내가 언제..”
아내가 내 눈치를 살피면서도 매섭게 금자를 노려본다.
말로 타인에게 이렇게 밀리는 아내의 모습은 처음 본다. 논리에 맞지 않아도 억지라도 부리면서 목소리를 높이던 아내였는데..
“아 몰랑~ 성주야 우리 나가자. 나가서 맥주 한 잔 할까?”
“애한테 무슨 맥주야!”
“아~ 고딩이라서 안된다고? 지는 할 거 안 할 거 다 했으면서.. 너무 모순적이네.”
“내가 뭘 했다고..”
“아니야? 하긴.. 성주가 대단하긴 대단하지..”
아내와 금자의 대화를 들을수록 이 자리에서 점점 내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못된 지지배! 친구라면 좋은 건 나눌 줄도 알아야지. 어쩜 그러냐!? 남편도 있으면서.. 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 다 까발리고 놀자. 넌 남편하고 놀아! 난 성주하고 놀게. 오케이?”
“....”
“성주야~. 우리 방으로 들어갈까?”
“왜요? 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요.”
“에잉~.. 성주야~. 응!!~”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