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고혜의 비밀(1)
고관이 최근에 경찰로부터 입수하여 닥터 조와 공유한 정보는 <세 딸을 상습적으로 근친 성폭행하여 구속된 30대 아버지>에 대한 사건으로 그 내역으로 다음과 같았다.
김씨(36)로 알려진 이 남자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로 경찰에 구속되었는데, 김씨는 지난 ×4년 4월 초부터 국민 학생인 자신의 큰 딸(13)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것을 비롯하여, 지난달 26일까지 2년여가 지나는 동안 둘째 딸(11)과 셋째 딸(10)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추행을 일삼아 오다가 딸들의 어머니(34)와 이모(30)에게 들켜 이들이 경찰에 고소함으로 범행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와 가족들을 상대로 김씨의 추행 행각을 확인하여 그를 구속하였는데, 김씨의 부인과 처제 등은 지난 ×4년부터 김씨의 행동을 의심해 왔으나 딸들을 예뻐하는 줄로만 알고 지내 오다가 최근 딸들의 행동이 매우 의심쩍어 그들을 추궁한 결과 김씨의 성폭행 사실을 알아냈다고 전하고 있다.
김씨는 버스 운전 근무가 끝나면 집에 와서 음란 비디오를 보다가 학교에서 돌아온 큰 딸(당시 11세)을 대상으로 성욕을 풀었으며, 큰 딸이 늦게 돌아오는 날엔 나이 어린 둘째 딸(당시 10세)과 셋째 딸(당시 9세)까지 추행의 대상으로 삼아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김씨의 부인은 최근 큰 딸(13)의 행동이 이상해 병원에 가서 진단 결과 현재 임신 4개월로 아버지에 의해 근친 임신된 상태이기 때문에 낙태 등 향후 수술 조치가 조속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이런 정황에서 경찰은 김씨의 큰딸의 근친 임신에 대한 조처로서 닥터 조에게 중절 수술을 요청하게 되었고, 닥터 조는 이런 경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씨의 큰 딸인 김 양의 임신 중절 수술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가장 곤혹스러워진 것은 김씨의 부인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딸의 임신 중절 수술비용을 감당해야 했는데, 시내 모처에서 일하는 노래방 도우미 생활로 벌어들이는 그녀의 수입만 가지고서는 임신중절수술 비용을 충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찰에 잡혀가 유치장에 구금된 김씨는 자기를 고발한 부인이 괘씸해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뻗치고 있으니, 김씨 부인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닥터 조는 가장 먼저 노래방 도우미이며, 임신한 여자애의 엄마인 김씨 부인의 의견을 참고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보았다.
김씨 부인은 올해 34살로 10대 여자애 세 명의 엄마란 사실이 믿기지 아니할 정도도 젊은 아낙이었다.
계산해보면 그녀는 21살에 큰 딸을 낳은 셈이어서, 닥터 조는 김씨 부인을 보고 나서 입맛을 다셨다.
김씨 부인은 나이가 34세라고 하지만 만으로는 33세였다.
게다가 몸매도 괜찮고, 얼굴도 반반한 것이 그만하면 어디에 내어놔도 빠지지 않을 여자였다.
요즘 같으면 33세가 되어도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들이 수두룩하게 많은 것을 생각하면 그녀는 무척 이른 결혼을 한 셈이었다.
닥터 조는 김씨 분인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사정을 알아보니, 그녀는 벌써 중학교 때부터 두 살 위인 오빠의 친구였던 김씨를 만나 교제를 해왔는데,
이미 고등학교 3학년 때 큰 딸을 임신하여 하는 수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후 세 아이를 연년생으로 갖게 되어,
더 이상 아이를 가져서는 안 될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루프 시술을 하여 지금은 임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씨가 자기 딸들을 이렇게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것은 김씨와 김씨 부인의 근무시간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아침에 근무를 시작하면 8시간 기준으로 오후 5시경이면 퇴근하지만, 노래방 도우미는 오후가 되어서야 출근하게 된다.
또한 버스기사는 교대근무로 밤에도 운전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낮엔 집에 있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오후 서너 시 경에 부인은 집을 나서기 마련이므로, 김씨가 딸애들과 함께 음란비디오를 보든, 성추행을 하든 딸내미들이 엄마에게 알려주지 않는 한 김씨 부인은 절대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큰딸은 아주 어릴 때부터 이미 아빠와의 근친 섹스로 인해 오랫 동안 남자의 맛에 길들여져 있었고,
자기 엄마는 소녀 시절부터 자기 아빠를 꼬셔 아빠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못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딸은 자신이 아빠와 교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알릴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김씨도 큰 딸로부터 이런 사실에 대해 귀띔으로 듣고 있었기에 큰 딸에 대해서는 큰 염려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그가 커다란 실수를 한 것은 큰 딸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 모른 것이 아니라, 큰 딸 자신도 자신이 임신한 것을 몰랐었다.
김씨의 큰딸은 이제 겨우 열세 살이었으니 뭘 알았겠는가?
자신의 몸의 변화가 일어나도 “아, 왜 이러지 내 몸인 이상한가봐?”단순하게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큰 딸은 자기 몸의 변화가 사춘기에 일어나는 한 현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미 아기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김씨 부인은 큰 딸의 몸매가 이상해지는 것과 함께 갑자기 아침에 구토증세를 일으키는 것을 민감하게 알아차렸던 것이다.
닥터 조는 진료실에서 김씨 부인과 이런 상담을 하면서, 별도로 부원장실에서 다시 만나 낙태수술 이외에 비용이라든가 하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상의하자고 제의하였다.
김씨 부인도 일찌감치 닥터 조와 마찬가지로 ‘다른 문제’들에 대해 상의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그의 제의에 순순히 응하였다.
김씨 부인은 가장 먼저 어떻게 하면 딸내미 낙태 수술비용을 줄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하였다.
마침 닥터 조가 자신의 몸매에 대해 관심을 보이므로 몸으로 때울 수 있으면 그게 최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게 아니면 딸내미를 달라고 하면 그것도 못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어차피 딸내미들은 처녀도 아니고, 어린 나이에 아기까지 임신하였으니 수술비용으로 ‘모녀 덥밥’이나 만들어 주면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닥터 조는 김씨 부인보다 한 수 위의 생각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임신’과 ‘중절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은 닥터 조나 고관만이 아니었다.
미란이는 고혜의 방에서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던 고혜와 그녀의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란이는 고혜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히도록 음탕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국민 학교 시절부터 오빠랑 씹질을 한 미란이의 음탕함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 여학생이 임신에 이를 만큼 풍부한 섹스의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당연하게도 고혜의 임신 중절 수술은 닥터 조가 맡아서 처리를 한 일이었다.
특히 닥터 조는 수술 대상인 고혜가 고관의 딸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는 더 신중하고 솜씨 있게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런데 고혜가 '친구의 딸'이라 하여 ‘전신마취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전신 마취의 대상’은 임신 중절 수술 전에 ‘전신 마취’를 통해 환자가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닥터 조는 '전신마취'를 하여 수술하는 대상을 아주 엄격하게 구분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에 대한 수술은 쫄병 의사들에게 맡기고, 그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집도’하여 수술을 진행한다.
그가 '전신마취'를 하면 환자를 나체로 만들어 놓고 온몸 사진을 찍는다.
그러므로 닥터 조는 고혜의 알몸을 샅샅히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녀는 아주 ‘중요한 손님’이었으므로,
당연히 '전신마취'를 한 후 사진촬영을 해야만 했을 대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고혜는 닥터 조가 자신의 알몸 사진을 비롯하여 온몸 구석구석의, 심지어는 자궁입구와 보지 사진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닥터 좆박고’는 최고병원의 부원장이지만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왜냐하면 이 최고병원의 원장은 70이 넘은 그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명패만 걸려 있을 뿐 병원 업무에 대해 손을 뗀지 이미 오래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명성을 살아 있기 때문에 닥터 조는 ‘원장’ 명칭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병원을 그의 이름으로 명의를 바꾸면, 각종 조세라든가 원무 관리에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고혜의 침실에서 미란이와 함께 자신의 임신 중절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시시콜콜 나누던 고혜는 미란이와의 대화를 통해 미란이가 믿을만한 친구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신의 비밀을 말해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커다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자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침묵하려 했던 고혜는 어차피 미란이가 자기 집을 방문 함으로 알건 다 알았으니, 그녀의 과거에 대해 시시콜콜 더 안다고 해도 뭐가 대수겠는가 싶어 자신의 임신과 낙태가 불량배들의 강간에 의한 것이 이님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그녀가 침대에 누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슬피 운 이유는 강간과 낙태의 충격에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아기’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이었다는 것이다.
“그럼 넌? --- ”
미란이는 고혜를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래, 얘 --- 난, 정말 내 애기를 낳고 싶었어! --- ”
고혜는 자신이 정말로 자신만의 아기를 원했다고 고백한 것이었다.
“그건 좀 심하다 얘! -- 어뜨케 중일짜리가 애기를 낳아 길러?”
미란이는 자신이 만일 지금 임신했다면 아기를 키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건 정말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고혜는 전혀 다른 생각이었다.
“왜 못해? 난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난 내 아가를 키울 수 있어!”
이런 고혜의 발언에서 미란이는 그 아기의 아빠가 누구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얘, 고혜야, 그런데 그러면 그 아기 아빤 누구야?”
그런데 고혜는 미란이의 이 질문에는 쉽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
미란이는 자신의 질문이 고혜가 대답하기 아주 어려운 질문이란 것을 깨달았다.
“정, 곤란하면,-- 그게 비밀이면, ---- 말하지 않아도 돼!
이렇게 말하자 고혜는 “너, 정말 그게 궁금해?라고 되묻는다.
미란이는 이렇게까지 말하는 고혜의 질문으로 인해 정말 그 비밀이 뭔지 알고 싶었지만, 알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순간 고혜가 미란이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궁금하면 저기, --- 녹색 일기장을 봐 ---”
미란이가 눈을 돌려 다시 책상을 보자 빨간 일기장이 꽂혀 있던 그곳 바로 옆에 두툼한 녹색 장정의 일기장이 눈에 띄었다.
미란이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고혜는 자기 비밀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미란이의 호기심이 고혜의 가슴 속에 숨겨진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거기에는 손때가 묻어 오랫동안 사용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녹색의 일기장이 보였다.
그러나 아까는 미란이의 눈에 띄지 않았던 여러 가지 책들이 함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 미란이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은 것은 ‘논노’라는 일본 잡지였다.
일본 패션 월간지 ‘논노’는 미란이 또래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책이었지만, 아직 어린 중학교 1학년짜리는 그런 것을 구입해 읽기가 쉽지 않아 언니들이 보는 것을 빌려다 읽는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고혜는 아마 누가 사주었는지 그 잡지가 무려 일 년 치 이상 쌓여있었다.
그러나 미란이는 먼저 녹색의 일기장을 먼저 꺼내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주의를 소홀히 해서 그런지 녹색의 일기장을 꺼내는데 그 옆의 책갈피를 싼 소설책이 쑥 빠져나오면서 책의 앞장이 펼쳐졌다.
그 소설책은 노란 양장본 표지로서 한자로 『聖少女』라는 제목이 금색 인쇄로 박혀 있었다.
미란이는 일기장의 내용도 궁금했지만, 이 소설책의 내용에도 부쩍 호기심이 일었다.
녹색 장정의 일기장을 잠시 내려놓고 소설책을 펼쳐들었다.
그 책은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었다.
미란이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일본 작가가 쓴 『聖少女』라는 소설책의 앞장을 펼쳤다.
표지를 넘기고, 속표지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Daddy belong to me!"
아주 강렬한 문구가 미란이의 머리를 때렸다.
이제 경우 중학교 1학년짜리이지만 이정도 영어 문장의 뜻을 모를 리 없다.
미란이는 이 일본소설 옆에 있는 다른 한권의 책을 펼쳤다.
그 책 역시 겉표지를 다른 종이로 싸두어 겉으로 보기에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게 만든 것이었다.
속표지를 열어 보니 『불륜의 정사』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었다.
미란이는 책을 후루룩 넘겨보았다.
이 책은 먼저 본 『聖少女』라는 책보다 훨씬 노골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예전에 의붓오빠인 치수와 함께 누구도 몰래 한밤중에 같이 보던 『불타는 침대』란 도색소설보다 훨씬 찐하고 도발적인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는 책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얘도 -- 치수 옵바처럼 이런 책을 좋아하나봐 ---’
물론 고혜가 그런 책을 좋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그녀가 그런 책을 구입한 것은 아니었다.
그제서야 미란이는 책상 위에 꽂힌 책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그 책들은 겉표지가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다른 두꺼운 종이로 싸여 있어서 책의 제목을 볼 수 없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란이가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책들이 무엇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책은 나중에라도 천천히 빌려 보면 될 것이고, 우선 녹색의 일기장부터 펼쳐들었다.
그 일기장은 고혜가 국민 학교 5학년 시절부터 기록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2년 치의 일기였다.
대부분 또박또박 쓴 연필로 글씨였지만, 개중에는 볼펜과 만년필의 흔적도 나타났다.
미란이는 고혜의 일기장을 보면서 놀라움을 더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