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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14화 (14/139)



〈 14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14화

"잠깐."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바리스, 헤스티, 에리는 즉시 하던 행동을 멈췄다. 몸을 숙이고 미리 약속된 방향을 경계했다.

"함정이 있다."

도적의 역할은 내가 계속해왔다.
도적으로 전직하지 않았기에 경험치가 적게 들고 강력한, 특화된 도적 전용 스킬은 익힐  없었다.
대신에 유사한 일반 스킬을 익혀서 대체했다. 떨어지는 정확도는 경험과 감각으로 보조하고, 경험치가 많이 드는 점은 그냥 감수했다.
헤스티가 [오브젝트 디텍트], 탐지 관련 마법을 익힐 때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다만, 함정 존재 여부를 알아냈지만 정확한 위치와 파해법은 알 수 없었다. 일반 스킬의 한계였다.

나는 집중했다. 1층과 달리 지하 3층에서는 능력과 감각만 믿고 섣불리 건드릴 수 없다.
피그노가 나오는 구역에서 발동하는 함정은, 밟은 무게나 끈 등을 이용한 기계식 함정이 아닐 것이다. 피그노는 설치된 함정을 피해 덤비는 몬스터가 아니니까.
피그노의 움직임에는 발동하지 않지만, 인간에게 반응하는 함정이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 감지 장치나 마법적인 장치가 있다는 뜻이다.

'흐음···.'

그래도 미궁 탐험의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았다. 지식으로 함정 위치를 짐작하고 감각에 집중을 거듭했을 때, 느꼈다.
관리 대상으로 지정 가능한 대상은 내게 순종하는 에리뿐만이 아니었다.

[관리 대상 인지 바닥돌]

바닥돌은 무생물이었다. 콘트롤하려는 나의 의지에 저항하는 의지가 없었다.
바닥돌을 향한 집중을 완성하는 순간, 바닥돌은 나의 통제 아래에 놓였다.

나는 바닥돌을 인지했다.
바닥돌의 존재감과 바닥돌이 닿은 것들의 존재감을 느꼈다.
시각이 없는 존재이기에 에리를 대상으로 인지했을 때와는 달랐다. 촉감과 비슷하면서도 살기와 같은 기세를 느끼는 감각과도 닮았다.

인지해냈기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나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가 함정에서 발출된 창이 올라오는 순간 바로 뒤로 뺐다.
저층에서, 종류까지파악한 함정은 내게 함정이 아니었다.
나는 발동되어 위험이 사라진 함정에 다시 손을 뻗어 천천히 만졌다.
접촉을 통제로 이어냈다.

*

사냥을 거듭했다.
스킬창에 [관리 대상 인지] 2레벨과 [푸쉬 핑거]를 익힐 수 있다고 활성화되었다.
경험치를 투자해 익혔다.
인지가 2레벨이 되자,  빠르고 쉽게 인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거리도 늘어났다.
에리와 던전의 사물을 동시에 인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평상시에는 에리만 인지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돌려쓴다.'

현재 나의 접근전 능력은 동일한경험치를 먹은 전사와 도적을 웃돌았다. 인지에 무리하게 집중력을 투자해, 전투력이 낮아지면 아니함만 못했다.

* * *
* * *

지하 4층. 다시 고블린이 나오는 층이 걸렸다.
생김새와 쓰는 주무기까지 지하 1층의 고블린과 완전히 같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1층에서 통하고 반격의 위험이 없던 공격이 치명상을 당하는 공격이 되었다.
4층에서 사냥하는 탐험가는 1층에서 지겹도록 고블린을 사냥한 자였다. 조금이라도 긴장이 흩어져 1층의 습관이 나오는 순간 피를 보며 쓰러졌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지.’

일행에게는 통하지 않는 기믹이었다. 에리에게는 1층의 고블린이나 4층의 고블린이나 모두 익숙하지 않은 몬스터였다.
이는 바리스와 헤스티도 마찬가지로 대응이 습관으로 굳어질 정도로 일정 구간 반복사냥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일찌감치습관의 벽을 넘었다.
1층의 고블린을 떠올리게 하는 움직임 속에 숨은 변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투척 주의."

나의 외침에 일행이 기민하게 반응했다.
헤스티가 몸을 숨기고 에리가 방어를 준비했다. 바리스가 양손검을 들어 올렸다가 가볍게 땅을 찍었다.

[어라운드 디펜스]

빛이 부드럽게 퍼져나가 일행을 감쌌다.
바리스는 용사전용 스킬 어라운드 디펜스의 강약을 조절해냈다. 3층 마법사와 싸울 때처럼 강하게 쓰지 않았다.

고블린이던진 두 개의 단검이 보호막에 막혀 바닥에 떨어졌다.

"온다."

고블린 다섯이 흉성을 터트렸다. 투척을 막아낸 바리스에게 분노하며 달려들었다.
바리스가 바닥을 박찼다. 주저하지 않고 몰려드는 고블린에게 파고들었다.
과감한 전투. 내가 바리스에게 주문한 것이다.
나 이외의 사람들은 경험치를 선택해서 성장하지 않았다. 하는 행동에 따라 성장했다.
그런 만큼, 바리스를 공격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었다.

바리스가 다섯의 고블린을 빠르게 훑으며 양손검을 둥글게 횡으로 휘둘렀다.
고블린들을 적절하게 견제해냈다.
노력과 재능의 결과지만, 압박에서 벗어난 것도 발전 이유였다.
바리스는 일행을 즉시 도울 수 있도록 힘을 예비해야 한다는 압박, 에리와 헤스티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을 받아왔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에리의 방어력을 믿게 된 덕분이었다.
에리가 에리 자신은 물론, 헤스티까지 보호해낼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에리의 능력 뒤에는 내가 있었다.

'컨트롤러 클래스의 추가 스킬 덕분이지.'

[푸쉬 핑거], 인지하고 있는 관리 대상에게 손가락 하나의 힘을 가한다.

힘의 작용만 보면 [사이킥 푸쉬] 같은 마법사의 염력과 비슷했다. 이미 인지하고 있는 대상만 가능하다는 점은 염력보다 제한이 컸다.
하지만, 효율에서 비교할  없었다. 체력도, 마력도, 캐스팅도 필요 없었다.
마치 실제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약간의 집중력을 투자하면 되었다.

[푸쉬 핑거]가 생기면서 더이상 에리에게 말로 외치면서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었다.
미리 지휘 신호까지 정해놓았다. 등을 화폭으로 삼아, 오른쪽으로 그리면 오른쪽을, 왼쪽으로 그리면 왼쪽을, 위로 올리면 전방을, 좌우로 흔들면 방어에 치중하라는 식으로 정했다.
익숙해짐에 따라 특별한 상황에 따른 신호까지 추가하자,더욱 매끄러운 지휘로 이어졌다.

나는 [푸쉬 핑거]를 통해 에리에게 방어를 지시하면서 달려나갔다.
에리와 나,  개의 시각 정보가 바리스가 헤집어놓은 고블린 파티를 공감각적으로 파악해내게 했다.
나는 눈앞의 고블린의 옆구리에 검을 박아넣으면서도 그 뒤 고블린의 행동을 파악해냈다.
이는 반 호흡 더 빠른 공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다수를 상대하는 광역기나 연속 공격이 아님에도 그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큭, 준영씨."

바리스가 나의 움직임에 감탄함과 동시에 과감하게 다시 한번 양손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빈틈이 생기더라도 치명타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동료가 조치해줄 거라는 믿음이 바리스의 공격에 엿보였다.
고블린은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피하는 자세 그대로 단검을 들어 올려 막으려 했다.
바리스가 기교를 부렸다. 육중한 양손검으로 밀어내면서 비껴 올려 고블린 팔뚝에 상처를 만들었다.

[파이어 볼트]
[사이킥 쇼크]

파이어 볼트에 고블린 하나가 쓰러지고, 또 하나에 사이킥 쇼크가 박혀 들었다.
바리스가 아예 공격적으로 나섰기에 마법이 쉽게 들어갔다. 고블린은 바리스의 공격을 크게 회피한 다음이기에, 헤스티의 마법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바리스의 역량은 4층 고블린 다수를 계속 압도할 실력이 아니었다.
집중되는 공격에 허벅지를 긁혔다.

상처 입었지만, 위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나와 헤스티가, 바리스를 압박하는 데 정신이 팔린 고블린들을 처리했다.

"어렵네요."

바리스가 중얼거렸다. 자신의 상처 입은 허벅지를 아쉬워하며 바라보았다.

"아니, 기대 이상이야. 몰리는 상황에서 허벅지만 내준  나쁘지 않았어. 일단, 바지를 벗고 앉아."

바리스가 바지를 벗었다. 헤스티가 에리에게 고블린 확인 사살을 시키고, 응급 물품과 바지수선 용품을 들고 왔다.
상처와 함께 고운 피부가 드러났다. 단련된 근육을 숨긴 바리스의 허벅지는 마냥 매끈했다. 스킬의 도움을 받아 단련하는 여성은 강해져도 근육이 외형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살짝 조명이 밝아진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여성의 아래를 가리는 팬티가 깨끗했다.

바리스의 팬티는 여성의 압박과 자유의 신성 '프리덤', 프리덤의 가호를 받은 물건이다.
신성 프리덤은 카이바린과 같은 여느 신성과 다른 신성이었다. 몇 안 되는 평화적인 신성으로 다른 신성과 충돌하지 않았다.
활동도 사제들의 프리덤 가호가 담긴 팬티 판매가 전부였다.
프리덤의 가호품은 여성의 분비물을 흡수 소멸시키면서 여성에게 자유를 주었다. 다만, 자유와 함께 압박 역시 부여했다.
성경험이 없는 여인일수록 가호품의 성능이 뛰어났다. 사람들이 신성 '프리덤'이 처녀를 위한 신성일 거라고 추측하는 이유였다.
여성의 팬티를 보면 처녀 여부를 추측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는 자유와 상극인 압박이라, 자유와 동시에 압박의 신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헤스티도 프리덤의 가호를 받은 팬티를 입었었다. 극초반 급히 바리스를 지혈할 때 그 팬티를 썼었다. 다른 용도로 쓰는 순간 가호가 사라지지만, 이물 하나 묻지 않는 깨끗한 천이라는 특징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궁의 장비 중에 유일하게 내가 분배와 보관에 간섭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나는 헤스티에게  천을 받아 상처를 깨끗이 닦았다.

"마비 정도는?"
"상처 쪽 감각이 둔해요. 하지만, 움직이고 힘줄 수 있습니다."
"독 저항이 적용되는 거다. 저항력을 좀 더 올릴 필요가 있어."

나는 바리스의 무릎 아래에 손을 넣어 천천히 올렸다. 상처 부위에 입을 가져다 댔다.

"흡."

바리스가 아닌 헤스티가 숨을 급하게 들이켜는 소리를 냈다. 나는 상처 부위를 천천히 핥았다.
나의 독저항은 3레벨, 바리스의 저항 반응을 보면 바리스는 1레벨이었다.
헤스티는 이미 2레벨을 이루었고 에리는 종족 특성으로 낮은 수준의 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쯤에서 바리스의 저항 레벨을 올리고 가는 것이 편했다. 몬스터의 독도 독이지만, 식량 문제도 해결 가능했다.
몬스터의 고기는 독 저항과 저주 저항 모두 필요하지만, 벽 아래 자라나는 이끼나 풀은 독저항만으로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상처주위를 핥고 붕대를 제대로 맸다.

"약을 쓰면  빨리 치료되겠지만, 이번 기회에 저항력을 올리자. 대신 휴식 시간을  길게 잡고."

야한 분위기에 약한 헤스티뿐만 아니라, 바리스의 얼굴도 빨개졌다.
내가 크게 침을 뱉어낸 후, 바리스에게 머리를 가까이했기 때문이었다.

"으으-. 색골."

헤스티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헤스티의 시선 때문인지, 바리스 역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전에 마사지할 때의 담담한 분위기와는 달랐다.
나는 바리스와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혀를 움직여 타액을 교환했다.
바리스는 지하 2층에서의 헤스티와 달리 조급하게 안겨 오지 않았다. 대신 안정적인 자세를 잡으려고  팔을 잡았고, 이는 연인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타액이 엉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침묵이 감돌았다. 에리도 어느새 할 일을 끝내고 멀찍이앉아 지켜보았다.
에리의 눈은 나의 양손이 아니라 바리스의 하체를 향했다.
에리에게 특별한 성취향이 있어 바리스의 아래 여성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에리는 내가 바리스에게 '푸쉬 핑거'를 쓰지 않을까 싶어 보는 거지. 에리는 내가 나에게 '순종'하는 이에게만, '푸쉬 핑거'를  있다는 것을 모르니까.'

[푸쉬 핑거]는 인지한 대상에 손가락 하나의 힘을 가할 수 있다. 이는 애무 행위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바리스와 헤스티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괜찮아.’

둘의 휴식 사이클은 부서진 채였다. 계속해서 연속적이고 긴 긴장 상태를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성은 상당한 매력을 가졌다. 성욕은 둘째치고, 사람의 온기는 그 자체로 마음을 다독거리는 힘이 있다.

"으흐으."

입을 맞추면서도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나와 다르게, 바리스는 몰입한 것처럼 얕은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깜짝 놀란 것처럼 살짝 몸을 뒤로 뺐다.

"나아진 것 같아요."
"그래, 그래도 아직이야. 한 시간 뒤에 다시 보지."

나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붉어진 뺨을 만지는 바리스를 두고 일어섰다.
바리스, 헤스티, 에리에게 휴식을 지시하고 불침번을 섰다.

휴식의 틈에 나는 에리에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묘하게 안겨들려는 에리를 뒤에서 껴안은 채 덤덤한 손짓으로 마사지했다.
내 두 손은 에리의 손목과 발목을 오가며 키벨레 종족 특유의 흐름을 도왔고, 밖으로 보기에는 내가 바리스와 헤스티에게 설명했던 성장 촉진에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키벨레 종족의 퇴적화 현상은 손목과 발목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옆가슴 아래나 엉덩이 뒤쪽, 치골부위 역시 마사지를 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에리의 급한 상황을 넘긴 후로는, 바리스와 헤스티에게 성적인 자극으로 비칠 행동을 자제했다.
[푸쉬 핑거]를 익히기 전까지는 그랬다.

에리를 상대로 야한 짓을 하는 것과 바리스나 헤스티에게 하는 것은 달랐다. 헤스티와 애정행각을 벌이거나 바리스와 애정행각을 벌여도 나머지 한 명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헤스티와 바리스는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리는 달랐다. 바리스와 헤스티와의 인연이 얇고 내게 종속적인 만큼 소외감은 미궁의 특성과 엉켜 생존의 위험으로 변질 될  있다.

이미 에리에게서는 앙상함이 사라졌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해 소녀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외모를 충분한 식사와 경험치가 정상으로 되돌렸다.

나는 [푸쉬 핑거] 운용을 계속했다. 헤스티나 바리스가 알 수 없는 에리의 옷 아래에서 부드러운 자극을 끊임없이 가했다.
에리가 단순한 자극이 아닌 묘한 열기를 참는 듯이 표정을 흩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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