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15화
경험을 쌓을수록, 경험치를 쌓아갈수록 파티 플레이는 더욱 안정적으로 변했다.
바리스를 전방으로 내세운 만큼, 바리스는 양손검을 횡으로 크게 휘두르는 [휠 크래쉬]를 익혔다.
나 역시 [관리 대상 인지] 3레벨을 익혔다. 동시에 인지할 수 있는 수가 늘어나고 인지 거리가 넓어졌다.
"잠깐."
나의 경고에 일행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설치해 두었던 덫이 해체되었다."
일행은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일행은 내가 한 곳에서 사냥하고 떠나기 전에 덫을 설치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적 클래스의 보정을 받지 않는 최하급의 함정, 도적에게는 연습용으로 보일 정도의 함정이었다.
하지만, [관리 대상 인지]와 함께 쓰니 유용했다.
떨어진 곳에 있는 덫의 상태를 인지할 수 있었다. 거리가 멀면 얻는 정보가 줄어들었지만,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는지 발동되었는지 부서졌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덫은 해체되었다.
고블린이 밟았다면 발동했을 것이고, 고블린이 돌멩이로 함정을 내리쳤다면 부서졌을 것이다.
고블린은 덫을 보면 부수는 종족이지, 해체하는 종족이 아니었다. 즉, 고블린이 아닌 것이 이 층에 있다.
"신속하게."
나는 일행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덫을 설치한 곳과 현재 위치를 머릿속에 그렸다.
현재 위치와 멀지 않는 곳에서 3갈래로 갈라지는 갈림길로 일행을 이끌었다.
"추적자인지 확인해보자."
나는 갈림길 중에서 일행이 이동했던 통로에, 이미 있던 흔적에 흔적을 더하고 함정을 설치했다.
우연히 같은 층으로 도달한 모험가라면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다. 계단을 원하든 몬스터를 원하든 우리를 뒤따라서는 얻을 수 없으니까.
이 함정까지 해체된다면 우리를 쫓는 자다.
*
함정을 설치하고 일행을 으슥한 곳으로 이끌었다. 역으로 습격하기 좋은곳에 숨었다.
"카이바린 교단일까요?"
"아니, 그들이라기에는 너무 일러. 카이바린 교단은 다른 교단의 견제를 받아. 급하게 움직여 이목을 끌지 않을 거야."
나는 걱정스레 묻는 헤스티에게 웃어줬다.
"강도일 거야. 우리처럼 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 죽이는 강도."
"훗, 그 사람들···. 재수가 없군요."
헤스티가 나를 따라 웃었다. 자신감이 담긴 웃음.
바리스마저 웃었다. 용사는 비폭력의 평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세계를 구한다는 마음 아래 피를 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투쟁을 거듭한다.
용사인 바리스는 강도의 처치를 선량한 이를 위한 행위로 인식한다.
*
밴티드. 미궁의 강도. 모험가를 약탈하고 죽이는 무법자.
미궁 밖 여느 범죄자처럼 이들도 무리를 이루고, 익숙한 장소에서 작업 치는 것을 좋아했다. 또한, 나름의 보급 라인과 연락책을 유지했다.
즉, 단체를 이루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지.'
밴티드는 같이 강도짓 하던 동료가 죽는다고 해서 모험가에게 보복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불특정 모험가를 습격하고 자기들끼리 이권 싸움은 하지만, 굳이 교단을 등에 업은 모험가들을 찾아가 싸우지 않았다.
가혹한 미궁인 만큼, 체계화되지 않은 단체는 신성을 등에 입은 교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밴티드인 척하는 악마 계열 교단도 있지만, 저층에는 드물었다.
*
미리 습격방법을 브리핑했지만, 다시 한번 손끝으로 가리키고 수신호를 보내 지시를 인지시켰다.
심리적인 면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었다. 내 말뿐인 것이 아니라 일행도 강도 중 하나가 바닥을 훑으며 흔적을 찾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숨은 채로 보면서, 역시 내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시작은 나의 은밀한 단검 투척, 코볼트 던전에서 카이바린 마법사에게 썼던 스킬이다.
바리스, 헤스티, 에리는 내가 내린 지시를 기억하며 집중했다.
상대의 수준에 따라 공격의 과감성을 조절해야 했다. 습격에 당황한다면 미리 지시 내렸던 대로 싸우면 된다.
하지만, 단검을 막아낼 뿐만 아니라 단검을 던진 방향을 바로 알아차린다면 방어적으로 나가야 한다.
"크악."
맞은 강도가 비명을 터트렸다.
'한 명이다.'
적 중에 한 명만이 던진 내가 있는 방향을 제대로 보았다. 세 명은 경계했지만, 우리가 있는 방향을 특정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당황했다. 강도떼인 만큼 각각의 수준 차이가 컸다.
[파이어 볼트]
헤스티가 에리의 보호를 받으며 마법을 썼다. 제대로 된 타겟팅. 헤스티도 상대의 반응을 기억했다.
강자와 약자가 섞인 그룹일 경우, 기습을 받으면 약자는 강자에게 접근해 그를 보조하려 한다.
그래서 내가 미리 주문했다. 불덩어리가 날아가는 시간이 있는 만큼 맞추지 못해도 좋으니, 강자와 약자 사이에 마법을 먹여 흩어지게 하라고.
"이야합."
바리스가 기합을 외치며 달려나갔다. 과감한 돌격이지만 걱정되지 않았다.
이때까지 얻은 경험치가 적지 않았다. 일행은 이제 나를 빼도 지하 4층의 평균 전력을 넘었다.
큰 동작의 빈틈은 헤스티의 [사이킥 쇼크]가 채워줄 것이다. 헤스티를 먼저 처리하려고 해도 에리가 있다.
나는 나의 은밀한 단검 투척을 감지했던 강도를 전담했다.
이놈들은 강도가 맞았다. 4층에서 강도짓을 할 정도로 경험을 쌓았다면 강자를 도와야 전체가 산다는 것을 아는데도, 팀워크가 없었다. 자신의 부상을 각오하고 강자를 돕지 않았다.
바리스의 재생력으로 극복할 정도의 피해만 입고 승리했다.
*
바리스, 헤스티, 에리가 전리품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강도들을 고문하고 처리했다.
꽤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회귀를 통해서 '상인의 요새'의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무법자의 뒷골목'은 알지 못했다.
가본 적 없는 것이 아니라, 무법자들의 알력 관계에 따라 그 위치가 자주 바꿨다.
하지만, 범죄 세력들의 세력도를 확인하면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 * *
* * *
탐색을 이어나갔다.
지하 5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서 고블린 챔피언을 조우하고 처치했다.
"에리, 이리로."
나는 길잡이 스킬이 발동되길 바라며, 에리를 끌어당겨 안았다.
'굳은 땅의 은둔자'는 지하 5층에 살았다. 키벨레 종족과 혼혈인 에리는 '은둔자'와 연관이 있다.
그냥 계단을 내려가면 은둔자가 없는 지하 5층으로 갈 가능성이 크지만, 에리와 접촉은 다른 결과를 부를 것이다.
에리의 뼈에도 반응하는 곳인 만큼, 은둔자가 있는 층으로 연결해줄 것이다.
*
계단 끝까지 내려가자 흙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드러났다.
제대로 도착한 거다.
"이곳, 특이하군요."
헤스티가 발끝으로 땅을 톡톡 쳤다. 주저앉아서 손을 살짝 뻗었다.
손이 바닥에 닿기 전에 내 눈치를 봤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갑을 벗고 흙을 만졌다.
"인간에게는 약한 독이야. 독저항을 가진 자에게는 일반적인 흙으로 느껴질 정도지."
바리스도 에리도 흙을 만져보았다. 이어 발로 바닥을 밀어 마찰 정도를 확인했다.
움직일 때 어느 정도 미끄러질지, 적의 공격을 막을 때, 얼마나 밀려날지 추측했다.
"에리, 느낌이 어때?"
"나쁘지 않아요, 근데, 특별한 느낌은 없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리는 몸 내부의 키벨레 특성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외부와의 감응은 아직 일렀다.
"여기선 '리크'라는 점액질 몬스터가 나온다. 슬라임과 비슷하면서 달라. 오크와 슬라임의 중간형에 가깝다.
점액에 독성이 있지만, 대처하기 쉬워. 흙과 상극이니 흙을 비비면 돼."
나는 귀를 기울이는 일행에게 계속 설명했다.
"원래는 더 아래층에서 나오는 끔찍한 몬스터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흙으로 된 땅 덕분에 제힘을 발휘하지 못해."
그래서, 경험치가 좋았다. 아래층에서 만날 때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5층과 비교할 수 없었다.
독성이 가장 무서운 몬스터인데, 독이 약화되는 지형. 이것뿐이라면 코볼트 던전처럼 다른 교단에서 장악해 자신의 사냥터로 삼을만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네임드 엔피씨가 나왔다.
'카니마타르 에드샤'라는 이름을 가진 키벨레 종족의 엔피씨. 접근전이 강한 데다가 종족 특성인 흙을 다루는 능력도 뛰어났다.
강한 공격력뿐이라면 더 아래층까지 내려가는 교단들이 많은 만큼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에드샤는 땅속으로 파고들어 이동하는 특기를 부렸다.
감당할 수 없는 강자가 나타나면 땅속으로 이동하며 치고 빠졌다. 무엇보다도 죽을 때 땅속 깊은 곳으로 도망간 후 죽었다.
싸우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죽여도 땅 전체를 뒤엎지 않는 한 보상을 얻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미궁의 불가사의에 얽매여버린 엔피씨인 만큼, 죽여도 어느새 리스폰하곤 했다.
그래서, 교단들은 '굳은 땅의 은둔자'를 사유 던전화하길 포기했다.
나는 '카니마타르 에드샤'를 쉽게 죽이고 보상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 최소한 한번은 통하는 방법이다.
코볼트 던전에서 키벨레 종족과 혼혈인 아이의 뼈를 구한 다음, 에드샤 앞에서 뼈를 모욕하면 된다.
에드샤 앞에서 뼈에 오줌을 싸거나, 뼈를 핥으면 에드샤는 폭주했다. 절대 도망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발악했다.
시스템으로 알아낸 에리의 풀네임은 '카니마타르 에리'였다. 모계의 성을 이어받는 키벨레의 종족 특성상 에드샤의 자손이다.
*
원래부터 에드샤는 '득달같이 달려드는' 엔피씨가 아니었다. 특히 만만한 파티가 깊숙이 들어오지 않고 '리크'를 사냥하는 정도는 용납하는 것을 넘어 장려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에드샤는 리크를 적대했다. 어느 정도냐면 리크를사냥하는 인간에게 보상할 정도였다.
리크를 사냥하고 리크의 핵을 모아, 둥근 구덩이를 파서 그 안에 넣어두면, 어느새 리크의 핵이 은 광석으로 바뀌곤 했다.
물론, 깊숙이 들어오는 인간은 공격했다.
''에드샤'는 살아있는 에리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최소한 적대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인간들보다 약간더 깊게 들어오는 것 또한 용납할 것이다.
'하지만, 카이바린 교단이 가까이 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테지.'
에드샤는 원래 깊게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가 강자는 더더욱 싫어했다.
카이바린 교단은 마법사가 죽은 만큼 마법사보다 강한 파티를 보낼 것이다.
다른 교단의견제가 있는 만큼 턱도 없이 강한 자는 보내지 못하겠지만, 에드샤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길 충분할 것이다.
*
나는 에리를 받아들이면서 두 가지 경우를 가정했다.
에리가 죽을 경우와 죽지 않을 경우. 에리가 죽을 경우를 대비해 어버스나이트 교단에게 나를 만나고 싶으면 '굳은 땅의 은둔자'가 있는 5층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의 등에 새겨 전했다.
에드샤는 지금 파티 수준으로 잡을 수 없다. 폭주한 에드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버스나이트에게 탱킹을 시키면 가능했다. 카이바린 교단 마법사의 지팡이를 주면서 탱킹 해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카이바린 교단에서도 우리를 추적하고 있을 것이다. 보복도 보복이지만, 마법사의 시체에서 신성이 집중된 흔적을 찾았을 것이고, 신성이 집중된 지팡이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지팡이를 대상으로 추적 신성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다.
어버스나이트에게 지팡이를 건네주는 것은 추적할 방법을 줄이는 동시에, 어버스나이트에게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되고, 카이바린 교단과 어버스 나이트와의 충돌을 심화시킬기폭제가 된다.
*
'에리가 살아있는 지금···.'
키벨레 종족, 에드샤를 급하게 잡을 필요 없다. 그런 만큼, 어버스나이트와 급하게 만날 필요도 없다.
에리 덕분에 '굳은 땅의 은둔자'는 우리에게 유리한 전장이 되었다.
'엔피씨 에드샤와 카이바린 교단을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