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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33화 (33/139)



〈 33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33화

'강림당한 마물.'
미궁 지하 9층 중의 한 미궁층을 일컫는 말이다.

지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명칭이라 '마물 봉인처.'로 불리곤 했다.
 층에 들어가도 강림당한 마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강림당한 마물이 보이지 않으니 봉인된 것이 아닐까라는 추론이 명칭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몬스터 구성이 봉인을 떠올리게 했다. 몬스터들이 봉인하거나 봉인을 해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다크림이라는 몬스터가 나왔다. 머리가 작고 날씬한 8등신의 여성형 몬스터.
흑갈색으로 물든 전신은 다크 엘프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다크 엘프는 심층에서 나오는 여성형 몬스터를 일컫는 이름으로 이들과 달랐다.
무엇보다 이들은 키가 작았다. 보통 키가 작은 코볼트나 고블린은 머리가 큰 편인데, 이들은 몸이 작은 만큼 머리도 작아 팔등신을 이루었다.
작은 몸에 가녀린 여성의 체형. 게다가 이들은 압축된 근육을 가지지 않았다. 작은 키에도 강한 힘을 발휘하는 고블린과 달리 힘이 약했다.
다만 모든 개체가 마법을 썼다.

"분위기만 보면 여러 교단에서 노릴 것 같아요."

나는 나의 설명에 의견을 말하는 헤스티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설명을이었다.

"여러 교단에서 노렸었지. 하지만 어느 교단도 봉인을 완성하거나 풀지 못했어.
맵 중앙에 마법진이 있는데, 그곳에 순수한 처녀를 납치해와 피를 뿌려보기도 하고, 미궁층 전체에 퍼져있는 다크림을 붙잡아와 마법진 위에 뭉쳐놓기도 했지만 실패했어."

나는 처녀를 납치했다는 말에 표정을 굳힌 에리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선 성향 교단도 이것저것 시도해보았지만, 악 성향 교단보다 다양하지 않았다. 애초에 마물과 봉인이라는 단어에 가지는 관심 자체가 악 성향 교단이 컸다.

"그려진 마법진에 대해 알려진  적어. 힘을 어디론가 보낸다 정도야.“

수희도 알고 있는 정보를 더했다.

'전송인지 소모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법진 근처는 균형이 어긋나 있어.'

직접 경험해보았다.
마법진 근처의 다크림은 더 다양하고 수준이 높은 마법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마법진 근처의 다크림의 경험치가 더 높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법진과 떨어진 곳에서 다크림과 싸워서 얻는 경험치보다 마법진 근처에 있던 다크림의 경험치가  적었다.
이는 온전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새어나간다는 뜻이었다.

'굳은 땅의 은둔자 에드샤, 에리처럼 다른 층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커.'

미궁 지하 5층 굳은 땅의 은둔자는 5층 밖의 에리와 연관되었다.

‘레리아나의 검과는 연관이 없을 테고.’

레리아나의 검이 여성형 몬스터에 대해 추가 데미지를 가하는 것은 내 손에들어온 후였다.
예전의 레리아나의 검의 특수 능력은 키메라에 대한 추가데미지였다.
다크림은 여성형 몬스터지 키메라가 아니었다.

"다른 교단에서는 관심을 잃었지만, 카이바린 교단에서는 관심을 끊지 않았습니다."

불퉁한 수희를 두고 일행은 페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페로는 나의 주장 아래 임시로 합류했다.

"마법사 몬스터만 나오니까?"

페로는 내 말에 감탄의 눈빛을 내비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바린 교단의 문제는 전사 계파와 마법사 계파의 대립이었다. 이는 나처럼 균형으로 편파된 구성을 감당해낼 수 있는 적을 만나면 불리했다.
하지만, 마법만 쓰는 몬스터인 다크림만 상대라면 달랐다. 마법을 감당할 수 있는 단일 전사 구성이나, 단일 마법사 구성으로도 무난하게 압도할  있었다.

"다른 교단에서는 '강림당한 마물' 층을 털어봤자 별 이득이 없습니다. 그 난이도에 비해 얻는 성장이 적고, 심지어 보상방도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약한 자를 키우는 성장 공간으로 쓰기도 나빴다. 마법사 몬스터는 확연하게  강한 자가 아니면 안전하게 처리할  없다.

"이젠 다들 아시겠지만, 저희 교단은  상황에서도 이득을 얻을  있습니다."

카이바린 교단은 '연속 사망'이 신성한 어구이기에 한 층의 마물을 전멸시키는 것으로도 신성을 얻을  있다. 덤으로 멋모르는 신도까지 데리고 와서 죽이면 신성은 더욱 커졌다.

* * *
** *

출발 전에 훈련을 하고, 진형을 짰다.

4-2 진형을 선택했다.
전열 맨 왼쪽에 페로를 세우고 그 옆에 내가, 나의 옆에 수희와 바리스가 섰다. 후열은 에리와 헤스티가 섰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마법사 페로를 후열에 두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수희와 바리스가 뒤쪽의 페로를 경계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내가 페로와 수희 사이에 들어가야 했다. 수희가 실수를 가장해 페로를 상하게 할 위험이 분명 존재했다.

적이 마법형 몬스터뿐인 이상, 전진 딜러 배치가 나쁘지 않았다. 탱커를 마법사 앞에 두는 이유는 적 근접을 막아주기 위함이었다.
마법사도 전열에서 서면 시야 확보에서 유리했다.

일부러 헤스티와 에리는 예비로 돌렸다.
페로와의 파티는 헤스티의 기회였다.
헤스티는 나에게 마법 지식을 배우고 있지만, 내가 마법사가 아니기에 시범을 보여줄 수 없었다.
페로의 뒤에서 페로가 마법을 쓰는 것을 자세히 보고, 다시 나와 토론하면 헤스티의 성장이 더욱 빨라지고 튼튼해질 것이다.

*
*
*

"다크림 셋."

휘리아- 라-
다크림이 휘파람과 비슷한 외침을 흘리며모습을 드러냈다.

[그라비티 디스럽트]
페로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다크림이 나타난 지역에 중력을 변화시켰다.
등장과 함께 마법을준비하던 다크림들이 비틀거렸다.

"칫."

수희가 혀를 찼다. 일행에 페로가 없다고 해서 다크림에게 질  없었다.
다만, 수희는 돌진과 동시에 투척으로 자신을 노리는 다크림의 마법시전을 방해해야 했다.
마법 시전을 방해하는 데에도 한 호흡이 소모되었다. 한 호흡 후의 돌진은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바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리스 역시 돌진 도중에 보호막을 전개하다 보면 돌진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페로가 아닌 헤스티가 사이킥 쇼크로  스펠을 방해해 줄 수도 있지만, 헤스티는 페로에 비해 생존 능력이 확연히떨어졌다.
헤스티의 마법력과 사이킥 쇼크의 낮은 마법 저항 관통 성능도 변수였다.

구조상 페로의 존재감이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라비티 디스럽트],
배신에 이용되기 힘든 마법이었다. 일행이 포함되도록 써도 배신의 기회로 삼을  없었다.
나와 바리스, 수희의 능력 감소보다 페로의 마법 사용 후 마력 호흡 조절을 위한 전력 공백이 더 컸다.
또한, 이미 접근한 상태에서 마법사는 전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법사가 탁월하지 않으면 벗어나지 않는 법칙이었고, 수희와 바리스의 기량은 다크림에 떨어지지 않았다.

"꽤 쓸만하지요."

일행에게서 반박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법사 적뿐만 아니라 비행몬스터에게도 통할 수준이었다. 전사가 쉽게 극복해낼 만한 위력은 단점이지만, 장점으로도 작용했다.

‘적과 아군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는 전투의 영원한 논제였다. 마법뿐만 아니라 원거리 공격과 전사가 펼치는 범위 공격도  논제에서 벗어날  없었다.

중력 마법은 이 논제를 우회했다.
적이 비행 몬스터뿐이라면 아군과 함께 중력 마법을 가하면 되었다.
땅을 버티고 선 인간은 허공에 뜬 몬스터보다 수월하고 빠르게 극복했다. 극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전사의 저하된 능력보다 비행 몬스터의 장점이  많이 깎여, 쉬운 전투를 치를 수 있게 했다.

*

헤스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뭔가 다짐을 하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결심으로 어둠을 밀어낸 것처럼 보이다가도 다시 눈빛이 흔들렸다.
헤스티는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적과 적에 대처하는 페로의 행동,  행동의 이유를 추론하느라고 자신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헤스티의 마음이 심란한 것과는 반대로 전투는 물 흐르듯이 흘렀다.
 몬스터와 우리 일행, 서로의 공격을 피할 때마다 부서지는 나무와 파헤쳐지는 바닥은 그 속에 인간이 끼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게 했다.
일행의 전투 속도가 1.5배는 올라간 듯했다. 빠르고 신속하게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헤스티가 그동안 자신이 일행의 짐이 아니었나 자책할 정도였다.
하지만,  생각은 달랐다.

'과열 진행이야. 훈련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 단기전이라면 장점이 단점을 무마하지만, 지금 치루는 건 끝날 때까지 흐름을 유지해야 하는 전투야.'

일행의 계획은 뒤치기였다. 기습이었다.
일행의 체력과 심력을 기준으로 휴식 시간을 잡을  없었다. 전투와 휴식의 타이밍은 아군이 아니라 적과 언제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페로가 추적할  있는 성물을 가진 카이바린 사제는 일행의 존재를 몰랐다.
일행은 적의 위치를 추적할  있기에 싸울 곳을 정할 수 있지만, 시간은 아니었다.
쉬어가며 접근할 상황이 아니었다. 시간을 지체하면 할수록 적도 일행을 눈치챌 가능성이 커지고 난이도는 올라갈 것이다.

'일단은 지켜볼까.'

헤스티가 발전을 위한 온전한 자극을 받을 기회는 흔하지 않았다.
헤스티의 수동적인 자세에 가려져 있을 뿐, 그녀의 자질은 나쁘지 않았다. 저번 회차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는 사실이 자질을 증명했다.

'그래도 전술적인 요소는 나중에 따로 설명해줘야겠지.'

페로가 헤스티보다 활약하는 건, 페로가 상황을 주도하면서 바리스와 수희에게 상황을 맞추도록 강제하기 때문이었다.
페로는 바리스와 수희의 상황이 아니라, 적 몬스터의 상황에 따라 광역 방해 중력 마법을 썼다.
[그라비티 디스럽트]는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마법이 아니었다. 극복 가능한 마법이었다.
바리스와 수희가 접근해 추가타를 가해야 효과가 확정되었다.
결과는 좋지만, 그 도중에 바리스와 수희의 호흡과 전투 흐름은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헤스티는 바리스와 수희에 극단적으로 맞췄다.
전사들의 빈틈을 보조하는 사이킥 쇼크는 물론, 파이어 볼트나 파이어 볼도 전사가 적을 예쁘게 모은 상황에서 썼다.
전사들이나 헤스티 본인이나 전사들이  하는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헤스티의 활약을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막상, 바리스와 수희는 헤스티를 다시 평가하고 있을걸.'

전투 흐름은 중요했다. 이는 신체의 기운 흐름을 직감하기 시작하는 현재 바리스나, 기운을 전혀 운용할  모르는 미궁 1층에 갓 입장한 초입자나 마찬가지였다.

'수희···. 수희는.'

타인의 흐름으로 싸우는 전투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돌발적인 행동을 야기시킨다.

나는 전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도 생각을 깊게 이어갔다. 이전 회귀부터 시작해서 수십 회차 너머까지 기억을 되새겼다.
변수 발생의 가능성과 나와 일행에게 미칠 영향을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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