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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46화 (46/139)



〈 46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46화
모험가는 미궁을 정복해왔다. 그중에서 완벽에 가깝게 공략한 미궁층은 다르게 불렀다.
리젠되는 몬스터의 구성과 타이밍까지 파악해내고, 상시적으로 인원을 배치해 대처할 수 있는 미궁층을 던전이라고 불렀다. 미궁 지하 3층 코볼트 던전이 그러했다.
그중 정점에 도달한 것이 미궁 지하 10층 ‘상인의 요새’와 매 회귀 때마다 층이 변하는 ‘무법자의 뒷골목’이었다.

미궁 지하 10층, ‘상인의 요새’.

잔뜩 긴장한 일행이 나의 뒤를 따랐다.
햇볕마저 내리쬐는 착각을 일으키는 거친 황야, 황색의 푸석한 흙과 바위가 어지럽게 널려져 있어 바위 뒤나 흙 아래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다만, 고개 들어 멀리 보면 생경한 것이 보였다. 거리가 있는데도 성인 키의 10배는 될 듯한 높은 방벽은 인간의 땅임을 주장했다.

“여기선 몰울프가 나와.”

짐승의 이름이 아니었다. 늑대와 닮은 몬스터인데,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곤 해서 몰울프, 혹은 땅개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행에게 특별한 주의를 주지않았다.
상성 상 일행에게는 어렵지 않은 몬스터였다. 전사 중에 가장 약한 에리도 흙을 통한 진동은 예민하게 느꼈다.

*

기습의 효과를 노리는 몬스터였고, 우리는 땅속에서 올라오는 기습에 강했다.
객관적으로는 지하 10층에 맞는 몬스터지만 일행은 무난하게 처리해냈다.
체감 난이도만 보면 지하 9층이 더 어려웠다.

“정말 우리도 강해졌군요.”
“으흐, 하피떼들 다시 하라면 싫지만, 체감될 정도예요.”

특별한 측정 마도구가 없는 바리스와 헤스티가 성장을 확신했다.
그만큼, 지나왔던 지하 9층 전투가 도움이 되었다. 하피들이 떼로 나온 만큼 경험치도 좋았고 보상방의 보상도 좋았다.

*

몰울프를 사냥하며 방벽을 향해 이동했다. 방벽 위의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가까워졌다.
나는 손을 들어 일행을 정지시켰다.

“여기서 휴식한다.”
“와, 저 안도 미궁인가 봐요.”
“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헤스티가 혀를 찼다.
내가 여력이 남았는데도 휴식을 지시하자, 헤스티는 나의 지시에서 상인의 요새가 결코 경계를 풀 휴식처가 아님을 느꼈다.

*
*
*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방벽, 방벽 사이에 대형 몬스터 진입을 막는 바리케이드가 요새의 준비를  수 있게 했다.

긴장한 일행을 이끌고 터덜터덜 다가갔다.
졸음에서 깨지 않은 얼굴을 한 보초가 턱을 까딱거렸다.

“못 보던 얼굴이군.”
“이제부터 자주  거야.”

입구 보초의 말에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름이 먼데?”
“흐르는 핏자국.”
“풋.”

보초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쳤다. 우리를 약자로 판단할 만했다.
드러난 것만 보면 보초의 장비가 일행의 장비보다 좋았다.
헤스티와 페로는 아예 로브로 얼굴을 가렸으며 전력을 숨기는 것보다 시야 확보가 더 중요한 전사, 바리스, 수희와 에리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드러난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
나만 여유가 있으니, 모두가 약한데 나만 표정 관리를 잘해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여겼다.

“어때? 1골드만 꺼내 봐. 들어가도 되는 곳과 아닌 곳을 가르쳐 주지. 괜히 칼침 맞지 말고.”

나는 무시하고 걸어 들어갔다. 일행은 내 뒤를 따랐다.

“어,어, 이봐 이봐. 여관이 어디인지 알아?”

상인의 요새 내에 들어가도 되는 곳은 없다.
보초의 거래 자체가 사기였다. 천막으로 구분된 공간은 다 주인이 있으며, 초대받지 않은 자가 들어가서 일어나는 일은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다.
 보초가 여관이라고 소개해주는 천막은 보초들의 숙소일 테고 들어가는 순간 털릴 것이다.

조금  깊이 들어가자 좌판 골목이 나왔다.
골목 양쪽 끝으로 똑같이 생긴 좌판이  놓여 있고 시장과는 달리 좌판끼리의 간격이 넓었다.
간격이 넓은 이유는 좌판 뒤에 선 사람들을 보면   있었다. 전투력이 없는 상인이 아니라 10층 근처에서 탐험하는 자들이 칼을 찬  앉아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거 있으면 내게얘기해.”

휘이~.
헤스티가 휘파람을 불었다. 바리스의 팔짱을 끼고 좌판으로 다가가 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물건을 사고팔았다.
모두가 기대하는 돼지고기는 물론 미궁 밖에서 가져왔을 과일까지 샀다. 카이바린 마법사들을 털었기에 미궁 안에서 과일을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주머니는 넉넉했다.

*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바리스에게 속닥거리면서 과소비를 조장하던 헤스티도 즉시 바리스가 자신을 보호하기 쉬운 위치를 잡았다.

단단해 보이는 전사, 특이한 건 가죽 갑옷을 입지 않았다. 방어력이 아니라 그냥 벗고 있을 수 없어서 입은 것처럼 보이는 바지가 다였다.
근육질의 구릿빛 피부에는 온갖 형태 흉터가 다 있어 다양한 전투를 맨몸으로 부딪혀 왔음을  수 있었다.

‘나이 먹은 바바리안.’

나이가 많은 바바리안은 약자가 아니었다. 무식한 무력에 경험이 더해지면 끔찍한 전투력을 발휘했다.

나뿐만 아니라, 바리스와 헤스티도 거리를 두고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바바리안 전사를 관찰했다.
미궁 초입은 물론 미궁 전체에서 보기 힘든 이들이었다. 수희의 비키니 특성처럼 신성의 특성이 아니면 방어구는 여벌의 목숨과 같았다.
하지만, 바바리안은 방어구를 입지 않았다.
신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바리안들이 따르곤 하는 신성은 방어에 관심이 없었다. 신성을 얻어도 공격에 관련된 신성을 얻을 뿐이었다.

그래서 바바리안을 만나면 조심해야 했다.
10층에서 만난 바바리안은 10층의 방어력과 10층의 공격력으로 싸우는 자가 아니었다. 12층에서 통할 공격으로 방어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우겨내고, 싸워 살아남은 자였다.

로브로 얼굴을 가린 헤스티가  팔을 살짝 쳤다.
내게만 보이는 눈빛으로 가리킨 곳에는, 바바리안과 바바리안의 좌판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눈에 들어왔던 것이 있었다.

낡은 메달이었다.
단순히 낡았을 뿐만 아니라 피가 굳은 흔적이 남아있을 정도로 관리를 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팔려고 내놓은 다른 물건, 몬스터에게 빼앗았을 것 같은 단검과 보상방에서 얻은 듯한 양손검은 제대로 관리해서 아름다울 정도인데, 낡은 메달은 누군가에게 빼앗은 그대로였다.

메달에는 거꾸로 된 천칭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얼마인가?”
“비싼데 차라리, 이건 어때?”

바바리안은 근육질과 험상궂은 얼굴과는 다르게 유들유들하게 응해왔다.
내용만 보면 손님을 무시해 비싼  사게 만드는 장사치 같지만, 그가 권한 무기는 좌판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나의 체형에 어울리는 무기였다.

“이게 있어서.”

나는 사람들의 욕심을 피하기 위해 주무기인  차고 있던 보조 무기를 허리 뒤로 넘기고,  싸매어 배낭에 걸고 있던 레리아나의 검을 슬쩍 내비쳤다.
감고 있던 가죽을 흩트려 검면까지 보여줬다.
레리아나의 검이 으쓱하는 것처럼 검기를 검면에 흘렸다.

바바리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거 어디서 구했나?”
“네가 메달을 구한 곳과 비슷한 곳에서.”

 바바리안은 리버밸런스와 악연이 있다. 악연이 아니라면 리버밸런스의 성물을 좌판에, 그것도 피 흔적이 남은 그대로 올려놓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좌판을  것 자체가 내가 상인의 요새를 방문한 이유와 똑같을지도 몰랐다.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을 노출한 것이다.

“같이 고기를 구워 먹겠나? 할 이야기가 있을  같은데.”

나는 상인의 요새에서 샀던 돼지고기를 담은 주머니를 들어 보였다.

“좋군. 좋아. 그럼 술은 내가 내지.”

바바리안의 행동은 빨랐다. 좌판 옆에 있던 가죽과 가죽 줄을 꺼내 널려놓았던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일행은 상인의 요새 밖을 향해 걸었다. 도중에 바바리안은 그가 아는 자에게 술주머니를 샀다.

*

바바리안는 자신을 베르칸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일행은 그가 이끄는 대로 걸었다.

“저곳을 중심으로 주변을 정리하지.”
“자네가 좋아할 만한 곳이군.”

그가 가리킨 곳은 작은 언덕으로 주변이 내려다보였다. 접근하는 몰울프는 물론 다른 침입자도 발견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다만 최적의 요건은 아니었다.
중앙에도 장애물이 없어 접근하는 자에게 완전히 노출되었다. 적이 원거리에서 마법등으로 공격하면 불리한 곳이었다.
하지만, 일행에게는 상관없었다. 몰울프가 땅으로 파고들 수 있을 정도로 연한 땅은 에리가 벽을 세워 장애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바바리안은 원거리를 견제할 수단이 있다.’

수단 없이 만용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미궁이 아니었다.  수단이 무엇일까 추측하면서 주변을 정리했다.
주변의 몰울프를 사냥했다. 베르칸은 몰울프를 커다란 도끼로 단순하게 찍어 잡으며 특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특기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바리스, 수희와 에리가 무난하게 처리하고 헤스티와 페로는 싸우지 않았다.

불을 피웠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나와 베르칸이 근처에 앉고 반대쪽에 일행이 앉았다.

“오늘은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즐겨.”

모두에게 고기와 과일을 나누었다. 그리고 일행에게 정말로 신경 쓰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기다리던 고기였고 휴식이었다. 베르칸을 견제해서 얻는 것보다 제대로 된 고기와 과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진짜죠. 두말하기 없기예요.”

헤스티가 로브를 걷고 먹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몰울프가 다가와도 내가 처리할 테니까. 고기 식지 않게, 맛있을 때 먹어.”
“내게 맡겨. 술김에 추는 춤이 제맛이니까. 아가씨는 걱정하지 말아요.”

제대로 즐기라고 신호까지 주었기에 일행은 나와 베르칸이 아예 없는 양 즐기기 시작했다.
나 역시 고기를 굽고 먹었다. 베르칸은 가지고 왔던 술주머니을 들어올려 한 모금 하더니 내게 내밀었다.

독한 술이었다.
한 모금하고, 인상 쓰며 다시 베르칸에게 넘겼다.
처음은 귀한 정보지만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나온 층에서 만났던 몬스터에 관한 이야기. 강도짓하는 밴티드들.
다만, 그가 경험한 전투에 대한 이야기에는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전투는 일인 전투가 아니었다.
내가 눈썹을 꿈틀거리자 그도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

“원래는 혼자가 아니었네.”

그 말이면 충분했다.
죽어서 떠나간 동료는 타인이 언급할 일도 스스로 떠들 일도 아니었다. 죽은 자를 기리다가는 산 자마저 미치는 곳이 미궁이었다.

“그럼.”
“이 메달을 얻은 곳에서 잃었지. 그들을 추모하고 싶네.”

베르칸은 다시 술로 목을 적셨다.

“이딴 술이 아니라 피로.”
“적은 리버밸런스인가.”
“그래, 리버밸런스와 와이번이지.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와이번은 강하고 까다로워. 같은 비행 몬스터라고 하피를 떠올리면 안 돼.”
“경험해봤어. 일행에 경험 못 한 자도 있지만, 내가 있으니 상관없어.”
“크, 광오하군.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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