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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56화 (56/139)



〈 56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56화

침입한 적.
지하 5층에 영향을 끼친 리버밸런스 사제는, 나의 클래스를 모른다.
내게 [인과 감지]와 [인과 장악]이 있음을 모른다.

이전에 원래의 리크에게 인과 감지를 썼을 때, 그냥 돌멩이에 쓰는 것과 별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변성된 리크에게는 달랐다.
내가 리크의 인과를 장악할 가능성이 미세하게 생겼다.
이는 리버밸런스 교단 힘의 근원이 인과와 연관 있다는 의미였다.
또한, 리버밸런스가 흔들어놓은 인과를 내가 이용할  있다는 뜻이었다.

[인과 감지]

‘내가 매개체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아니, 리버밸런스 사제는 내가 매개체를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기 이전에, 휘몰아치는 리크의 파도에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농도는 방향을 만들지.’

[인과 감지] 스킬을 반복했다.
우리에게 처치되어 파편이 된  리크들의 인과가 얼마나 흔들렸는지 조사했다.
각각 농도가 달랐다.

머릿속에 높이가 존재하는 맵을 그렸다. 각 개체에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는 기울기를 만들었다.
여러 스킬로 올린 공감각적인 전투 감각의 상승은 이런 입체적인 연산을 구체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만들어진 기울기가 한 방향을 향했다.

“에리 이리로.”
“네.”
“저쪽으로 대지력을 투사해봐.”

나는 에리를 부르고 뒤에서 껴안았다.
에리의 감각에 동조했다.
키벨레 종족은 땅에 대지력을 투사해 그 반향으로 적의 접근을 알아차릴수 있다. 이제 에리 혼자서도 탐색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다만, 이번에 찾는 것은 신성과 관련된 것. 같은 반향을 받아들이더라도 ‘신성 이해’를 익힌 내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비생물, 움직이지 않는 것.
찾았다.
담긴 힘이 광오하고 심오했다. 다만 의지가 균일했다.
생명체나 살아 움직이는 것이 들고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묻어놓은 자가 발동을 시키고 사라졌다.

나는 바리스에게 손짓하고 둘이서 달려나갔다.
이제는 수희도 안정되었다. 사제급 적이 골렘에 집중하고 있는 에리와 골렘 위에서 저격에 집중하는 헤스티와 페로를 노리더라도, 내가 올 때까지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

도착했다.
보조용 단검을 꺼내 들었다.
리버밸런스의 물건을 파괴할 생각이라면 몰라도, 흙을 파내는데 레리아나의 검을 쓰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점점 검에 익숙해지는 레리아나가 자신은 삽이 아니라고 칭얼거리는 것은 둘째치고 말이다.

‘역천칭 메달.’

리버밸런스의 성물.
사제의 힘을 받아들여 지하 5층 리크 전체에게, ‘표면을 안으로, 안을 표면으로’ 상태를 역전시킨 매개체.

천천히 손으로 잡았다.
내게 일어난 변화를 알아차렸다. 사제의 이적과는 격이 다른, 사도급의 스킬이 사용가능해졌다.
[인과 장악]이 사용 가능해졌다.

‘리버밸런스 사제 녀석, 이 광경을 보고 있지 않을 테지만.’

피를 토하듯 화내며 분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메달은 와이번 둥지에서 바바리안 베르칸과 처음 만났을 때, 일행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보였던 리버밸런스의 메달과는 아예 다른 물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 메달에 비하면, 베르칸이 들고 있던 메달은 모양은 같더라도 그저 리버밸런스의 악취를 묻힌 것에 불과했다.

이를 신성들이 증명했다.

[신성 이해]가 상승한 나의 격과 능력과 어울려 당연한 예감을 부여했다.
당장이라도 ‘어버스나이트 신성’, ‘바르하르 신성’,‘카이바린 신성’에게 이를 공양하면 즐거이 받아들이고 보상을 내릴 것이다.
지금까지 나와의 관계가 어떠하든지 말이다. 연결에 소모되는 비용 역시 신성이 부담할 것이다.

나는 미소지었다.
내가 경계하고 대비한 이곳에서 수작을 시도한 리버밸런스 사제를 비웃었다.

‘협잡꾼의 한계지. 숨어서 공작을 펼칠 때는 좋았겠지만, 역으로 공작 초반에 비틀면 반응이 늦어진다.’

무엇보다 협잡짓은 상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전제였다. 그릇된 추측은 전체를 어긋나게 한다.
지금처럼.

나는 메달을 쥔 채로 일행을 향해 걸었다.
남겨두었던 일행은 빠르게 변성된 리크를 처리해냈다. 내가 매개체를 가져버렸기에 리크는 더 이상 변성되지 못했다.

*
*
*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모두 긴장해.”

일행을 모두 모았다. 페로의 탈출 스킬을 쓸 때처럼 서로의 옷깃을 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함께 한다는 느낌이  정도로 가까이 붙었다.

[인과 장악 에드샤]

메달에 담겨있던 변화의 힘을 유도해 가졌다. 에드샤를 향해 적용시켰다.

빛이 잘려나갔다.
잘려나간 곳은 보이지 않았다. 미궁의 층과 층을 잇는 계단을 걸을 때, 이와 비슷한 감각을 느낀  있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 순간의 순간, 옮기던 발걸음 덕분에바로 얕아지는 감각. 잠에 들어 꿈을 꾸고, 깨어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런 ‘없음’이 에드샤를 시작으로 그녀, 주변, 전체를 향해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어, 같지만 다른 빛이 덮었다.

나를 제외한 일행은 그냥 빛이 연속된 것으로 느꼈을 것이다.
이는 전투 감각의 차이가 아니었다. 내가 수많은 회귀와 수많은 죽음을 반복하다 보니 얻어진 직관이엇다.

가슴속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여느 회차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자신의 감정은 여전히 통제가 어렵다. 긁히고 긁혀 영혼에 얽매일 정도로 사무친 원망 위에서는 거친 바다 위의 뗏목과 다르지 않다.

이를 깨물었다.
분노를 터트리기보다 분노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인과 징악]이 일어날 때 엿본 ‘없음’은, 내가 몬스터가 살해당하거나, 함정에 걸려 죽거나, 바리스를잃어 침식의 물결에 질식에 죽었을 때, 회귀하기 전까지 고통받은 공간과 닮았다.

나는 나를 다독거렸다. 분노를 터트리면 안 된다. 미쳐버리면  된다.
이제야 회귀 현상과 연관한 지푸라기 하나 잡아냈다. 지푸라기 일지라도 나는 이 모든 걸, 극복하는 계기로 만들어낼것이다.

차가운 손, 하지만 온기를 머금고 있는 손.
한때 나의 안식이 되었던, 연인이었던 그녀의 손.

“준영씨.”

헤스티가 조그맣게 나를 불렀다. 나의 얼굴에 장갑을 벗은 손을 가져다 대고 체온을 확인한다.
이마에 맺힌 땀이 눈가로 흘러내리지 않게 살짝 닦아낸다.
분노와는 또 다른 도피 욕구가 가슴 속에 피어올랐다. 그냥 헤스티와 바리스를 납치해 구석에 처박혀서 침식의 물결이 올라올 때까지 욕망에 빠져 나를 잃어버릴까.

나는 헤스티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다른 이는.”

나는 냉정을 되찾았다. 분석했다. [인과 장악]에 일어난 현상은 ‘시간’과 연관이 있다.
나를 짓눌러 터트릴 뻔한 압박이 그 근거다.

“에드샤가 없어요. 다른 이들은 괜찮아요. 각자 맡은 방향을 경계하고 있어요.”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헤스티의 대화를 듣고 안심한 기색이 역력했다.

“에리이리로.”
“네.”

헤스티가 에리가 경계하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헤스티가 경계를 대신하는 것을 보며 나는 다가온 에리를 껴안았다.
에리는 내게 종속되었기에 평상시와 다르지 않음을 인지했지만, 직접 에리의 몸을 만져 상태를 확인했다.

바리스, 헤스티, 수희, 페로는 이번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특히, 바리스는 그녀 몸은 빼고 주변이 빛났던 것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로 굳건했다.

‘용사 특성에 시간 저항이 있었던가?’

나는 지식으로 이어질 작은 의문을 기억해두었다. 용사에 대한 지식은 내게 직접적인 도움이  것이다.
지금은 에드샤에 집중해야 한다.

*

주변을 살폈다.
전혀 다른 곳으로 온 것만 같았다. 미궁 지하 5층 흙과 모레로 이루어졌던 대지는 풀과 나무로 뒤덮였다.
수희가 귀찮은 듯이 손을 흔들어 작은 벌레들을 쫓는 것이 보였다.
작은 벌레는 미궁 안에서 흔하지 않았다.
미궁 안에는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몬스터가 침입자를 먹고, 몬스터가 몬스터를 먹는 경우가 있지만, 생태계가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현상일 뿐이었다.

그리고하늘, 일행이 경계하는 범위에 들어가는 하늘이 높았다.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있어 해는 보이지 않았다.  뒤에 미궁 천장보다 청명한 하늘이 숨어있을 같은 하늘이었다.
모두에게 가짜 해가 있는 미궁도 있다고 가르쳤기에 다들 담담하게 여겼지만, 나는  구름 뒤에는 하늘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

“준영님, 에드샤님은 어떻게···.”

품속에 안긴 에리가 물어왔다. 나의 전략에 따를 거면서도 에드샤를 걱정하는 마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찾아야지. 반드시 찾아야지.”
“네~.”

확연하게 표정이 밝아졌다. 피의 연결은 둘째치고,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주고 보호하려는 이를 염려하는 것은 당연했다.
바리스는 물론, 헤스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를 주목. 평상시와 다르다는  모두가 느끼고 있을 거야. 빠른 전투보다 경계와 안전에 치중해.
계단을 찾는 탐험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을 거야. 먼저 주변을 확보하고, 방어에 유리한 지형을 찾는다.
방어 거점을 확보 후에 탐색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

탐색을 시작하기 전에 페로에게 탈출 스킬을 쓸 수 있는지 물었다. 페로는 늙은 목소리로 느리게 대답했다.

"억지로 쓴다면 쓸 수 있겠지만,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곳에는 계단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
“음···. 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나는 일행에게 신호를 보냈다.
기척을 감지했다.

*

생물의 흔적을 발견했다.

생물을 발견했다.
생물 역시 우리를 발견했다.

에리가 당당하게 헤스티의 몸을 가렸다. 수희의 뒤에 페로가 몸을 숨겼다. 우리와 조우한 생물, 서로가 무기를 들고 노려보았다.

인간보다 큰 키에 온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몸.
일부는 도끼를 들고 투창을 등에 멨고, 나머지는 도끼를 등에 메고 투창을 들었다.
장비를 볼 때 모든 개체가 원거리와 근접 공격에 익숙하고, 전환이 자유로울 것이다.

‘오크가 아니야.’

근육질 몸과 도끼와 투창은 오크를 떠올리게 했지만, 얼굴이 달랐다. 인간에 더 가까웠다.

“인간들, 역시  믿을 종족이군. 약속한 지 몇 년이 지났다고 들어온 거지? 너희의 왕이 보낸 거냐?”

일행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나 역시 놀랐지만, 평정을 가정했다.
몬스터는 인간들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예외가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았다.
나는 팔을 옆으로 뻗었다. 아래로 내리는 신호를 보냈다. 일행은 나의 신호에 따라 들어 올렸던 무기를 늘어트렸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는 무슨, 너희들은 리크의 영역을 침입했다. 2년 전의 너희 왕이 했던 약속 말이야.
어허, 너희들, 깃발이 없는  보니 왕의 군사가 아닌 거냐? 인간들은 깃발을 꼭 세우던데.”
“우리는 깃발을 세우는 무리가 아니야.”
“클클, 인간아. 너희들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아는가? 인간들은 깃발을 감추곤하지. 도둑질할 때 말이야.”

리크들이 클클거리며 살기를 올렸다.
일행 역시 살기에 반응해 무기를 다시 잡고 긴장을 올렸다.

‘리크라니···.'

리크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다. 썩어가는 몸이 점액으로 뒤덮인 몬스터가 리크였다.
리버밸런스가 이적을 부려 안과 밖을 바꾼 변성된 리크 역시, 썩어가는 피륙이 밖으로 드러나고 점액이  안으로 들어갔을 뿐, 오크와 닮은 저런 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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