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79화
다크나이트는 강했다.
우든 엘프 아이들을 비극으로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12층 네임드 몬스터 위력을 넘었다.
“다만, 우리도 약하지 않지.”
바리스와 수희가 공격을 피하고 공격을 이어갔다.
분명 둘에게 버거운 적. 둘만이라면, 둘의 공격이 유효타가 되기 어려워 둘만 지칠 뿐이겠지만.
내가 있다. 핑크빛 레리아나의 검기는 다크나이트에게 복구 불가능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제 둘은 마치 나의 오른손과 왼손인 것처럼 능숙했다.
나의공격을 보조해 자신의 공격을 더하고, 나의 공격이 파고들 공간을 만들기 위해 격돌을 이어냈다.
다크나이트의 변형이 시작되었다.
“결심했군.”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비극으로 만든 힘을 사용하도록 몰아붙였다.
이대로라면 우든 엘프 아이들을 맺혀 만든 제단을 파괴할 테니까.
*
비극을 담은 제단과 같은 다크나이트는 차단을 풀었다.외부로 빠져나가는 비명이 기파가 되어 전 방향을 휩쓸었다.
바리스는 슬픈 눈을 한 채, 예상했던 비극을 직접 대면하고 견뎌냈다.
입술을 꽉 다물었다.
의지가 약한 자라면 휩쓸려버린 악의지만, 바리스의 결의가 보호막을 되어 일행을 보호했다.
끼-리 끼-리. 끽.
장송곡이 아니었다. 제물의 혼을 긁어내는 소리.
다리의 첫마디, 인간의 허벅지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리의 첫마디의 금속 표면이 열렸다.
다크나이트의 어깨와 몸통도 금속이 갈라지며 속을 드러냈다.
금속의 골격과 금속의 힘줄. 강렬한 모습과 다르게 푸르게 엉겨 붙은 나약한 비명.
“아, 아, 제발. 제발.”
진실을 보는 감각이 가장 떨어지는 드리아데마저도 어린 혼이 내지르는 비명을 들었다.
*
바리스가 양손검을 꽉 잡았다. 아픔에 공명하여 일어난 쓰라림이 용사의 결의를 다졌다.
한 발 나아가려는 찰라, 나는 바리스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아, 준영씨.”
“너의 분노는 옳아. 슬퍼하고 아파해. 하지만, 구할 수 있으니까 나를 따라라.”
“준영씨.”
“그리고, 옆을 봐라.”
바리스 혼자가 아니다. 더 이상 동료는 함정이 되어, 바리스가 구하려고 하다가 죽게 만드는 장애물이 아니었다.
내가 뜯어고쳤다.
헤스티가 페로, 에드샤와 함께 바리스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지었다.
“합격 마법을 시작해. 헤스티, 페로, 에드샤.”
[그라비티 그레이브]
중력으로 만드는 무덤.
헤스티, 페로의 합격 마법인 중력 마법과 에드샤의 대지 마법의 조합.
중력 마법은 단점이 큰 마법이다. 하늘을 나는 조류형 몬스터에게는 유효하지만, 두 다리와 허리로 스스로 대지를 딛고 일어서는 존재에게는 한계가 있다.
중력 마법만으로 격살하지 못하고 그저 느려지게 하는 효과 등으로 이용했다.
“스스로 대지를 딛고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적에게는 약한 마법이지.”
나는 바리스, 수희와 함께 마법이 이루어질 시간을 벌었다.
“금속의 몸, 좋아. 하지만, 그 무게는 어떡할 거냐?”
왜 다크나이트의 무기, 랜스 끝에 구멍이 있어 블로우건처럼 원거리 투사 공격이 가능할까?
다크 엘프와 우든 엘프는 접전 중이지, 다크 엘프가 이미 승리해서 토벌 중이지 않았다.
약한 적을 쉽게 쓰러트리는 것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약한 적과 전투를 생각해야 할 전황이었다.
랜스 끝에서 쏘아낸 원거리 공격은 바리스가 튕겨낼 정도였다.
바리스의 집중력이 이루어낸 성과이기 하지만, 강자에게는 원거리 공격보다 랜스 끝을 강화해직접 찌르는 것이 더 위력적이다.
‘이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 굳건한 방어력을 가져다준 금속 몸이 무겁기 때문이야.
랜스로 직접 찌르기 위해 움직일 때 소모되는 영력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체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는 놈이다.
대지 아래로 당기는 중력이 느껴졌다. 지면이 흔들리고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나와 바리스, 수희는 경쾌하게 움직임을 이어갔다. 이미 요령이라는 요령은 다 익힌 상태였다.
미궁 지하 5층 우리의 거점에서 훈련했다. 모래땅 위에서 헤스티, 페로가 중력으로 누르고 에드샤가 지면을 흔드는 가운데에서 바리스와 수희는 나와 상대하는 훈련을 했다.
“경험은 격차를 따라잡지.”
무너지는 대지에 다크나이트가 흔들렸다.
얼음판 위의 무거운 것이 있다면, 조그만 균열에도 얼음판은 부서진다.
다크나이트가 네 개의 다리로 얇은 얼음판 같은 대지 위로 오르려 하지만, 이미 힘의 문제가 아니었다.
얕게 얼은 강물에 빠진 자는 힘이 있어도 빠져나올 수 없다. 딛고 몸을 위로 올려야 하는데, 얼음판이 계속 부서지기 때문이다. 무게를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크고 무거운 마차일수록 늪을 더 두려워했다. 자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니까.
나와 바리스와 수희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헤스티, 페로의 중력은 다크나이트의 무게를 치명적으로 이끌었다.
“적 마법사가 없는 것이 다행이야.”
“영역을 잠식하지 못했다면 힘들었을 테지.”
나는 미소를 짓는 에드샤의 말에 호응했다.
다크 엘프 수호자가 다크나이트와 함께 방어 중이라면 헤스티, 페로, 에드샤가 영역을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크 엘프 수호자는 가랑트런트와 함께 우든 엘프들을 공격 중이다.
“우리가 마법을 쓰기 전에 저 다크나이트가 힘을 전개했어도 어려웠을 텐데.”
하지만, 약점을파고들었다.
우리가 아니라 우든 엘프 전력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아껴야 하는 상황을 노렸다.
“이제 끌 수 없는 초에 불이 붙었어. 초가 다 녹아 없어질 테까지 무엇을 하는가 지켜봐 주지.”
나는 일행에게 후퇴 신호를 보냈다. 불붙은 초에 타죽을 생각 없다.
지면 아래에 끌려간 다크나이트에게 중력으로 압축된 무게가 부여되었다.
다크나이트가 깔때기에 둔, 아래로 빠지지 않는 작은 공이라면, 중력 마법은 그 위에 모레를 붙고 누르는 역할이다.
“끝낼 수는 없지만, 시간 벌이는 충분하지. 에리, 드리아데를 업어줘.”
뒤에 다크나이트를 달고, 우든 엘프의 숲으로 간다.
난전으로 이끌고 이득을 가져갈 것이다.
*
*
*
드리아데가 에리에게 업힌 채 고개를 들었다.
“저 나무에서 왼쪽이에요.”
겁먹고 두려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타깝게 되었어.”
나는고개를 흔들었다. 나의 반응에 드리아데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이 상황까지 떨어졌어도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건 좋아. 다만, 그만큼 관찰력도 있었다면.”
나의 시선에 따라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전투의 흔적, 우든 엘프와 다크 엘프의 흔적이 아니라, 덩치가 큰 인간 전사의 전투 흔적.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수희가 의심을 밝혔다.
드리아데에게 앙칼지게 대했던 수희의 발언에 드리아데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수희는 드리아데에게 관심을 껐다.
매몰시킨 다크나이트는 오래 걸리지 않아 빠져나와서 우리를 쫓을 것이다.
제물의 힘이 다 타버리기 전에 위험 요소를 없애려고 할 테니까.
이미 일행은 드리아데가 일행을 우든 엘프의 중심지역이 아니라, 중심지역 주변 주둔지로 유인하려 한 시도는 관심 밖으로 던졌다.
“마치 자신이 왔다는 걸 알리는 것처럼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어.”
나는 손을 뻗었다.
쓱쓱 수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스티나에리, 가끔은 바리스를 칭찬할 때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 참.”
아이 같은 취급에 살짝 불퉁했다가 헤스티와 에리의 시선을 느끼고 미소지었다.
“자신이 왔음을 알리는 거다. 지금이든 나중이든 협력하는 것이 이득이니까. 아마도 너도 아는 자일 거야. 우리의 탐색 방향을 아는 자일 테니.”
“가랑트런트가 온 건가….”
나는 다시 한번 수희의 머리를 만지며 칭찬했다.
수희가 같은 어버스나이트이긴 하지만, 그녀 위 인물의 욕망과 욕망에 따른 행동 범위를 몰랐다.
그런데도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수희의 정보 수집 노력 덕분일 것이다.
살짝 눈을 감아, 나의 손길과 질투가 살짝 섞인 헤스티의 시선을 즐기면서 나와 눈을 마주쳐왔다.
“그 가랑트런트는 강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랑트런트는 다크나이트를 유인하는 도중임에도 멈춰서 논의해야 할 정도로 큰 변수였다.
“강하지 않으면 안 되지. 이용가치가 없으니까.”
나는 손짓해 다시 출발시켰다.
드리아데의 안내는 필요 없었다.
가랑트런트가 우든 엘프와 싸운 흔적이 우든 엘프의 중심지역으로 안내하고 있다.
*
나는 신호를 보냈다.
흔적이 아닌 적.
일행은 몸을 숨기고 수희는 언제라도 드리아데를 찌를 수 있게 위치를 잡았다.
다크 엘프 후방 부대였다.
온전한 다크 엘프도 있지만,부상자가 많았다. 온전한 다크 엘프도 부상자를 보호하기 위한 인원 같았다.
바리스가 신호를 보내왔다.
‘우회할까요?’
“아니, 습격한다. 무장해제를 부탁해. 걸을 수 있으면 된다.”
일행은 나의 지시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전투 진형으로 돌입했다.
이제 일행도 변수가 발생하고 대처를 정할 때까지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물론, 내가 결정하면 믿고 따랐다.
“전투라면 저도.”
“죽이려는 전투가 아니라, 살리려는전투다.”
숲 지역으로 돌아왔기에 약간의 체력이 돌아온 드리아데가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나는 단번에 거절했다.
학살이나 보복전을 할 거라면 드리아데를 투입해 난전을 만들고 드리아데가 다치든 말든 공격하는 방법이 있지만, 의미가 없었다.
특별한 이득이 없다면 차라리 수희의 단체 은신 스킬로 전투를 회피하는 것이 나았다.
바리스가 몸을 드러내고 다크 엘프들의 시선을 끌었다.
부상자를 호위하던 다크 엘프에게 헤스티와 페로의 견제 마법이 쏟아졌다.
헤스티의 마나 스트라이크에 당해 비틀거리는 다크 엘프에게, 은밀하게 다가간 수희가 검집을 씌운 채로 휘둘렀다.
*
움직일 수 있는 다크 엘프들이 저항했지만, 애초에 최전선에서 싸울 수 없어 후방에서 대기하는 이들이었다.
지키는 자들도 약했다. 제대로 싸울 힘이 남은 자들은 호위가 아니라 최전선 공격 부대에 합류했을 것이다.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이들이지만, 이용할 수 있지.”
비틀거리며 쓰러진 다크 엘프에게 손을 뻗었다.
[강제 종속화]
후방 지원부대에 남아있던 자들은 모두 신도급 이하. 온전한 상태라도 종속화가 가능했다.
거기에 무력으로 압박하고 나니 한 명에게 소모되는 집중력도 적었다.
‘전투가 아닌 단순 통제라면, 수에 제한이 없어.’
리버밸런스 사도급을 사냥해서 얻은 것은 경험치가 전부가 아니었다.
나의 격 역시 올랐다. 격은 그릇과도 같아서 예전 회차에서 얻은 깨달음과 운용을 쉽게 재구축할 수 있게 해줬다.
팔을 다친 다크 엘프가 뻣뻣하게 일어섰다.
제약으로 통제할 뿐, 세밀한 조종을 하지 않으니 빙의된 인간이나 언데드 몬스터와 비슷한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우든 엘프들을 공격하고 있는 어버스나이트 가랑트런트와 다크 엘프 수호자는 이해가 일치하지.
하지만, 내게 종속된 다크 엘프들을 대하는 태도도 일치할까?”
우든 엘프와 다크 엘프는 서로에게 비정했다.
드리아데와 우든 엘프 아이들은 다크 엘프를 죽이면서 눈 하나 끔쩍하지 않았다. 다크 엘프는 우든 엘프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고도 일상을 누렸다.
하지만, 같은 우든 엘프, 같은 다크 엘프에게는 달랐다.
가랑트런트는 다크 엘프 무리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쓸어버리려고 할 테지만, 다크 엘프 수호자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위를 가리키는 명칭마저 수호자니까.’
걸을 수 있는 다크 엘프들을 모두 종속시키고 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