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3화 〉 시란느와 마을, 에리와 수희 (103/139)

〈 103화 〉 시란느와 마을, 에리와 수희

* * *

“시란느님, 목욕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시란느는 하녀에게 치하하고 욕실로 들어섰다. 몸을 완전히 담을만한 욕조에는 체온에 맞춘 따듯한 물이 가득했고, 별도의 양동이에는 뜨거운 물이 가득했다.

시란느의 배다른 자매, 세니안이라면 하녀에게 둘러싸인 채 목욕을 했겠지만, 시란느는 그런 사치에 관심 없었다.

사실, 검소해 보이려고, 하녀의 일을 덜어주기 위해서 하녀들을 물리친 것이 아니었다.

따듯한 물에 몸을 녹이는 순간만큼은 경계심을 내리고 편안하게 즐기고픈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시란느의 약점 하나라도 하녀에게 보이는 순간, 세니안에게 알려질 테니까.

시란느는 옷을 하나씩 벗었다.

매끄러운 나신이 조금씩 드러났다.

옷을 벗는 손길이 멈췄다.

윗속옷 아래에 감춰졌던 목걸이를 아무 생각 없이 벗으려다가 잡았다.

보석이 아니라 돌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투박한 보석이 목걸이의 중앙을 차지했다.

‘어머니는 창녀가 맞아.’

후켄스 백작이 아무리 정실인 세니안 어머니의 눈치를 봤다고 해도, 원해서 받아들인 첩에게 이렇게 허접한 목걸이를 선물했을 리 없다.

시란느의 어머니 쪽에서 평범하게 내려오는 물건이라면, 꼭꼭 몸에 지니고 다니라고 당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휴우.”

시란느는 한숨을 내쉬고 목걸이를 벗어 벗어둔 옷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욕조 안으로 몸을 담갔다.

‘좋으신 분이셨는데.’

그렇지 않다면, 그녀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목걸이는 일찌감치 없앴을 것이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라는 당부에 시란느의 향한 사랑이 없었다면 가차 없이 버렸을 것이다.

“뭐,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만.”

시란느는 백작가의 상속분을 기대하지 않았다. 단순한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내비쳤다.

백작가에서 정략결혼으로 이용할 딸이라면, 시란느 어머니의 외도가 치명적이지만, 그저 백작가에 소속된 부려먹을만한 권속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란느의 아버지, 후켄스 백작의 지원이 조금씩 느는 것도 딸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후켄스 백작님께서도 세니안의 가문, 후작가의 힘을 탐탁잖게 여기시니까.’

성격이 거칠어 사교로 진출하지 못하고, 기사들과 어울리는 딸이 걱정되어 호위 병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후작가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다.

밖으로 겉돈다는 단점이 있지만, 백작가의 힘으로 충원하고 유지하는 기사와 병력이 세니안의 가문에 포섭되어 백작가가 아니라 외가인 후작가를 위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세니안 언니, 크으 그년이 나를 괄시하는 것을 백작님께서 내버려 두는 것도 그러한 이유지.’

후켄스 백작의 비공식적인 지원은 시란느를 통해서 시란느 호위 병력에게 베풀어진다.

호위 병력에게 시란느는 임시로 임명된 지휘관 이상이었다.

세니안이 시란느를 괄시할수록, 호위 병력은 자신의 유지기반을 흔드는 세니안을 나쁘게 보고 나아가 후작가에 저항하는 백작가의 힘이 될 것이다.

* * *

* * *

에리가 나의 집무실로 찾아왔다.

정리해온 서류를 늘어놓고 나와 회의를 했다.

“의외로 건실해요. 마을에서도 평가가 좋구요.”

에리는 시란느 호위대와 거래한 마을의 장부를 가리켰다. 더불어 그들의 태도까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해왔다.

“흐음.”

마을 사람들, 그것도 오지로 도망쳐온 부랑자 출신으로 이루어진 마을 사람들은 귀족가의 군대에 질색했다.

단순 약탈을 넘어 마을 자체를 학살하고 불태워도 범죄자 집단이었다고 선언하면 정치적으로 타격받지 않았다.

이런 사정인만큼 숲속의 저택 아랫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절망했다.

머메이드 네리미아를 위해 만든 물길이 수리시설이 되어 농작물을 풍성하게 하지 않았다면, 다시 떠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란느 호위대는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지 않았다.

물론, 주먹을 내보이며 가격을 깍긴 했지만, 마냥 풀어주면 역으로 마을 사람들이 병사들에게 사기를 치기 때문에 이해할만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탐색자들이 통제가 되고 있어요.”

시란느 호위대는 나와 직접 대화하고 주둔을 허락받았다.

그 외의 다른 탐색자들은 숲속의 저택과 거리가 있는 곳에서 야영지를 잡고 탐색을 준비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탐색자란 언제든 강도로 돌변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살해하거나 한다면, 엘프들을 통해 개입할 수 있어도 마을 사람들이 거래하다가 당하는 폭력 하나하나에 직접 간섭하기에는 애매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거래하는 시란느 호위대가 주둔하자 폭력이 줄어들었다.

거친 탐색자라고 하더라도 마을 사람 비명이 호위대가 머문 주둔지에 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시란느 호위대에게 마을 사람들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해도, 비명이 들리면 몬스터일 수 있으니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

호위대도 푼돈으로 빨래와 옷 수선 등을 맡길 수 있는 마을이 있으면 확실히 편하니 나쁘지 않았다.

“정식 마을로 승격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예요.”

“흠, 마을 자체를 보면 정식 마을이 될 수 없지만.”

“네, 제대로 된 강이 없으니까요. 캘 수 있는 광석도 특별하지 않고요.”

이 세계에는 물이 제대로 공급되면 잘 자라는 작물이 있지만, 그만큼 저수량에 영향을 받았다.

네리미아를 위해 만든 물길도 우든 엘프와 다크 엘프가 있어서 쉽게 만들었지, 마을 사람들로서는 불가능한 공사였다.

“숲속의 탑이 제대로 성장한다면 나쁜 투자가 아니지.”

직접 마을을 키우려면 폼이 많이 들 테지만, 시란느를 통제해 이득을 얻는 건 나쁘지 않았다.

*

“수희한테는 내가 따로 이야기하지.”

“…. 수희님께 따로요?”

진지한 이야기는 끝났다 싶은지 에리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집무실 책상으로 다가왔다.

다가와 책상을 똑똑 두드렸다.

“듣고 계시잖아요.”

“…. 흑.”

나는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책상 아래에서 나의 남성을 입안에 넣고 있던 수희가 이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내뱉은 짧은 신음에 에리가 더욱 눈초리를 세웠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서 에리의 시선을 회피했다.

“수희가 가져온 야한 서적이 문제야.”

변명처럼 내뱉는 나의 말에 에리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나름, 귀족들의 정보를 모으는 수단으로 유용하지만.”

외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수희가 있지만, 귀족에 대한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귀족들의 행동 패턴이라던가 사고방식은 회귀를 반복하면서 미궁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파악했다.

하지만, 주변 세력도를 포함한 현재 상황은 알 수 없었다.

수희의 인맥 기반도 미궁 주변과 교단에 한정되었다. 숲속의 탑에 영향을 끼칠만한 귀족에 대한 현재 상황은 새롭게 파악해야 했다.

서적은 고급품이었다. 묘하게도 실용적인 서적보다 쾌락을 위한 서적이 더 비쌌다.

즉, 재력이 있는 자만이 야한 서적을 살 수 있고, 야한 서적을 취급하는 상인은 귀족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미궁 탐색 보상뿐만 아니라, 미궁 안에서 충돌한 집단의 소지품도 독식했기에 자금은 충분했다.

‘어울리는 것도 더 즐거워졌고.’

한참을 고민하던 에리가 결심한 듯이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곤, 여미고 있던 옷깃에 손을 가져가 단추를 하나씩 풀고 속살이 보이도록 옆으로 벌렸다.

집무실 책상에 있던 서류를 옆으로 밀었다.

나는 살짝 웃었다. 딴에는 과감하게 옆으로 밀었지만, 기술을 부려 서류가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표가 났다.

어색해하면서도 고양이가 네 발로 책상 위에 오르는 것처럼 올라왔다.

‘미녀 부관이 책상 아래에서 남성을 빨고, 요염한 정부가 책상 위에 올라가는 장면인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음욕에 타락한 여인 흉내를 내려는 에리가 마냥 야릇하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졌다.

에리가 수줍어하면서도 입술을 내밀었다. 웃으면서 맞이하자 혀가 쑥 파고들었다.

짙게 엉겨들었다.

손으로는 책상 아래 수희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수희가 몸을 크게 열었다. 긴 시간 펠라치오를 했음에도 질리지 않고 더욱 깊숙이 받아들였다.

‘가장 몰입하는 건, 수희일까?’

삼키듯이 남성을 목 안쪽까지 받아들이고, 신체 반응으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도 혀와 입안, 목까지 이용해 내게 쾌락을 몰아붙였다.

나는 거칠게 허리를 움직여 수희의 입을 즐겼다.

수희가 그저 봉사하고 당하고 있음에도 완전히 눈이 풀려 쾌락에 허우적거리는 이상, 거리낌 없이 욕구를 풀어냈다.

헤스티와 에리는 야한 책을 보고 부끄러워하면서 나를 위해 흉내 내는 마음이 즐겁다면, 수희는 자극 자체의 쾌감에 충실했다.

“흐읏­. 흐으 아아­.”

에리가 어느새 뜨거운 숨을 내뿜었다.

책상 위에서 도발하는 요부 역할은 나의 혀와 아래로 파고드는 손가락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저 밀려드는 쾌락에 벌벌 떨면서 아래를 파고드는 손가락을 막으려고 허우적거렸다.

나의 팔을 잡았으나, 멈추지 못했다.

이미 에리는 정상에 올라 파르르 떨었지만, 계속 애무를 이었다.

여왕처럼 군림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아래 취급받으며 성욕에 사용되는 것 역시 성감으로 받아들이는 수희의 입에 정을 풀 때까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