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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화 〉 승전 (106/139)

〈 106화 〉 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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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 찌꺼기야.”

두 눈을 부라리며 허튼소리를 내뱉는 부기사단장 마그레에게 에드샤가 살기를 내비췄다.

“긍지도 없는 놈.”

“괴물 주제에. 어디서 이런 것들이 나왔지? 미궁인가 숲속의 탑인가.”

“난 키벨레 종족의 에드샤. 너, 네놈의 복장을 보니 너는 지킬 이름도 없는 놈이구나.”

에드샤와 마그레가 전투의 흐름을 자신의 호흡으로 당기고, 상대의 호흡을 흩트리기 위한 도발을 교환했다.

에드샤의 진중한 자세, 도발을 교환하면서도 방심하지 않았다.

어스 계열 마법의 광범위한 공격 능력은 대량의 적에게 특화되어있다. 이는 특별하게 빠르고 강한 적에게는 선공하기 애매하다는 특징이 있다.

암살자나 돌격하는 전사처럼 먼저 강한 공격을 박아넣는 방식은 강자를 대상으로 쓰기 까다롭다.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어만큼은, 그것도 자신과 자신의 뒤쪽, 이미 확보한 영역 내의 대상을 지키는 데는 문제 없었다.

‘시란느와 시란느의 호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에드샤를 투입한 이유지.’

마냥 당황하고 있는 호위대 병사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마그레의 검이 병사를 향하는 돌벽이 솟아오를 것이다.

아무리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데 특화된 에드샤라고 해도, 다른 타겟을 노리는 순간만큼은 치명적인 피해를 강요할 수 있다.

*

“건방진.”

마그레가 두꺼운 검을 들어 올렸다. 부기사단장 자리를 거저먹은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이 강하게 휘둘렀다.

거리를 격하고 충격파가 쏘아졌다.

에드샤를 향한 공격, 에드샤는 방심하지 않았다.

빠르게 뒤로 빠지면서 그녀가 있던 자리에 암석 벽을 세웠다.

파강­.

파괴음이 잔해와 함께 흩날렸다.

에드샤가 긴장했다. 마법 계열 적을 상대하는 전사의 충격파는 충격파가 전부가 아니니까.

일방적인 방식은 충격파를 막거나 피하는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 혹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상의 경직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에드샤는 몸을 피하면서도 시란느와 호위대를 향한 감각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장악한 대지의 감각을 인지하는 에드샤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딜. [감옥].”

에드샤가 미소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적이 예상한 수로 움직인다면, 임무를 완수한 것과 같았다.

마그레 급 전사에게 순간적으로 암벽을 세워 둘러싸는 [감옥]은 통하지 않는 기술이었다.

암벽이 올라오는 것보다 빠르게 이동해버릴 테니까.

하지만, 시란느에게는 아니었다.

“칫.”

감옥은 안에서 밖으로 못 나오게 하지만,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자 역시 막아낸다.

“훗.”

무엇보다도 감각을 차단해버린다.

마그레는 일격을 감옥을 부술 수 있다. 감옥 안에 갇힌 시란느를 상처입힐 수 있다.

하지만, 밖에서는 시란느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만큼, ‘감옥’을 완파하지 않으면 치명상을 입혔다고 확신할 수 없다.

시란느가 에드샤와 마그레의 전투에 끼어들 급은 아니지만, 파편에 즉사하지 않을 육체 능력을 갖췄다.

“임무 완료.”

에드샤가 미소지었다.

나와 에리와 바리스, 그리고 숨은 수희가 에드샤가 시간을 벌 동안, 전투 반경 안으로 파고들었다.

*

“마그레 부기사단장.”

나의 접근에 마그레는 에드샤나 시란느를 공격하지 못했다.

“네놈은 또 누구냐?”

“널 죽일 사람.”

그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를 안다. 내게 종속된 여성들뿐만 아니라, 종속화한 사물을 통해서도 수집되는 정보는 전투에서 압도적인 이득을 가져다준다.

‘나는 그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고, 그는 예상할 수 없다.’

나보다 강한 자도 무너트릴 틈을 만드는 것이 정보다. 하물며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온 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

정체를 숨긴다는 것은 동원할 힘이 줄어든다는 의미니까.

‘군대와 함께하는 워메이지들과 지원 장비.’

미궁은 도전하는 수많은 탐색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뚫어낸 이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

미궁 5층만 넘어도 일반인은 감당할 수 없고, 10층 수준이 넘으면 알아차리기도 전에 살해할 수 있다.

이에 귀족들은 군대와 함께 움직이는데 특화가 된 마법사 사용자를 양산해냈다.

마법사처럼 극한을 추구하는 길이 막혀있는 대신, 재능을 요구하지 않고 지원 장비만 있다면 마법사에 대응할 수 있는 클래스.

미궁을 통해 강해진 강자가 미궁 지역 밖, 귀족의 세력권에 홀로 난동을 부리지 못하는 이유였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탐색자가 귀족가에 난입해 학살하고, 영지를 차지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였다.

열 명의 병사도 한 명의 도둑을 막기 어렵다. 그 도둑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면 막을 가능성 자체가 사라졌다.

하지만, 지원 장비를 갖춘 워메이지가 있다면 방비할 수 있다.

물론, 마법사도 방비할 수 있지만, 워메이지는 운명에 가까운 재능이 없더라도 양성할 수 있다.

지원 장비가 소모품이고 고가라는 단점이 있지만, 귀족들에게는 마냥 나쁘지 않았다.

비싼 유지비는 귀족에게 얽매이게 하는 족쇄이기 때문이다.

‘정체를 숨기고 움직이는데, 후작이 워메이지들을 빌려줄 리 없지.’

워메이지들의 최우선 임무는 귀족의 호위와 군대가 대량 살상 마법에 당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데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침투 임무에는 투입되지 않지.’

*

마그레가 나를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이미 호위대는 시란느와 함께 에드샤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염병할, 별 같잖은 것들이 건방을 떠는군.”

별다른 예비 동작 없이 충격파를 발할 수 있는 강자.

그의 임무를 방해하는 것과 그를 죽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리긋기.

이미 본 동작이지만 달랐다. 그대로 다음 동작이 이어졌다.

“바리스, 조심.”

“걱정 마세요.”

충격파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충격파에 이어진 돌진은 바리스를 향했다.

무기는 특기를 반영하는 법이다.

에리는 검과 방패, 나는 한손검인 레리아나, 바리스는 양손검을 들었다.

같은 능력일 때, 방패를 갖춘 자가 방어 후 반격으로 쉽게 이어내고, 양손검이 가장 무거운 만큼 변화에도 묵직하게 반응한다.

바리스에게 경고면 충분했다. 충격파 회피 후에 방어의 보조보다 마그레의 뒤를 노려 움직였다.

콰앙­.

마그레의 검과 바리스의 검이 격돌했다.

격돌의 충격은 마그레와 바리스 둘을 모두 밀어냈다.

마그레의 표정이 변했다. 굳어진 마그레의 옆으로 나는 파고들었다.

강검을 구사하면서도 파고드는 일격을 부드럽게 막으려 했다.

“어딜.”

마그레와 바리스. 둘의 검술은 다르지만, 같은 의도가 담길 때는 비슷한 자세가 나온다.

마그레의 자세, 바리스와 대련을 하면서 충분히 접했던 자세였다.

공격해오는 힘을 억지로 받아내지 않고 이용해 뒤로 빠지는 기술.

바리스와 한 합을 교환하자마자 우리의 힘을 예측하고 빠지려는 것이다.

레리아나의 검과의 격돌을 이용하는 기교를 부리려 했다.

나는 휘두르던 검의 궤도를 바꾸었다.

충돌을 회피하고 회피한 여력을 다음 공격으로 이어냈다.

마그레가 강격을 고수했다면 내가 손해를 봤겠지만, 기교로 대응한 이상 나의 대응에 그대 말려들었다.

팔에 상처를 냈다.

치명상을 피했지만, 다르지 않았다.

에리가 보조할 각을 잡았다. 검을 내지르지 않더라도 정확한 위치 선정은 타겟의 택할 수 있는 선택의 가짓수를 줄였다.

“네놈들.”

“하앗.”

흐름을 바꾸기 위해 터트리려는 욕설을 바리스의 기합이 차단했다.

이어 내지르는 검에 마그레는 호흡을 당겨 쳐내려 했다.

하지만, 그대로 밀렸다. 제대로 맞부딪혀도 밀릴 가능성이 큰데, 가볍더라도 내게 상처를 입고 에리에게 압박당했다.

“크하아악.”

그대로 발악을 터트렸다. 거칠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양손검을 휘둘렀다. 그가 보는 적 중에 가장 빠른 나를 견제하기 위해 검까지 집어던졌다.

날아오는 양손검을 레리아나의 검으로 받아냈다. 주력 무기를 집어 던지는 과격한 수지만, 예상 못 할 공격이 아니었고 마그레를 상대하는 이는 나만이 아니기에 집중할 여유 역시 충분했다.

끼릭 하는 긁는 소리만 내면서, 손상 없이 부드럽게 받아냈다.

“특기가 있군요.”

에리의 말처럼 마그레는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저 특기를 믿고 단독 행동을 부담 없이 펼쳐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동 속도가 빠르고 빠른 속도에 공격을 더하는 장기를 가진 이가 있다.

나와 바리스, 에리가 마그레를 추적했다.

갑자기 반격하더라도 반응할 수 있는 일상 속도로 추적했다.

나는 수희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수희가 은신을 해도 수희가 있음을 알고 전체 전장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끝이군.”

자신에게 맡기라는 신호가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그레의 두 다리에 혈선이 그어졌다.

전투는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마그레의 목을 베어냈다.

후작이 습격의 배후임을, 이를 배상해야 함을 주장하기에 충분한 명분이 될 것이다.

백작이 힘이 없다면 무시할 명분이지만, 시란느를 통해 우리의 무력이 전해질 테니 우리를 이용했을 때의 손익을 계산할 것이다.

‘우리를 이용하기 위해 교섭할 수밖에 없지.’

이런 일을 당하고도 가만있으면, 후작은 이 일을 덮기 위해 더 큰 폭력을 동원할 테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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