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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화 〉 침실, 시란느와 오노르 (120/139)

〈 120화 〉 침실, 시란느와 오노르

* * *

시란느가 얼굴을 붉혔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운 나의 왼팔에 자신의 머리를 올렸다.

팔 안쪽을 간지럽히는 시란느의 머리카락.

이내 입술을 입안으로 말았다가 펴기를 반복하다가, 작은 혀를 살짝 내밀어 위팔의 안쪽 살에 살며시 가져다 대고 간지럽히듯이 핥았다.

부드러운 자극은 기묘하게도 가학하고픈 욕망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곳, 백작이 양보한 침실에는 쾌락을 위한 가학을 요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가 있다.

침대의 아래쪽 나의 두 다리 사이에 있던 오노르, 나의 마음을 파악했다는 듯이 느긋한 눈웃음을 치고는 남성을 핥던 혀를 멈추었다.

그리고는 입안으로 남성을 넣었다. 입안으로 들어온 남성을 빨아당기면서 혀로 핥다가, 몸을 움직였다.

오노르의 푸른 머리카락이 나의 허벅지를 간지럽혔다.

허벅지에 머리카락이 완전히 내려앉을 정도로 오노르는 남성을 입안 깊숙이 품었다.

남성이 여성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쾌락.

일부러 통제하지 않은 토하는 듯한 울꺽거림이 남성을 물결치듯 누르는 자극이 되었다.

배에 코가 닿을 정도로 남성을 목 너머로 받아들이면서도, 뒤로 빠질 때는 살살 도망치는 듯한 움직임으로 아쉬움과 안타까움까지 오노르가 일으켜냈다.

발가락 끝에서부터 말려 올라오는 쾌감, 반사적으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약 올리듯 도망치지 못하게 잡았다.

오른 다리로 오노르의 목을 감았다. 오른 다리 종아리로 오노르의 목덜미를 눌렀다.

마치 단두대처럼 오노르의 목을 고정했다.

입으로 남성을 완전히 삽입 당한 오노르가 끊임없이 작은 과육을 삼키는 것처럼 목을 꿀꺽거렸다.

시란느를 끌어당겼다.

상체가 나의 상체에 오도록, 나의 하체에서 일어나는 짙은 성행위는 모른 채, 자신의 유두가 나의 가슴을 붓끝처럼 간지럽히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내게 쾌락이 전해지는 만큼, 자신의 유두로 전해지는 성감에 감전당하는 것처럼 흠칫흠칫 거리며 받아들였다.

시란느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성대를 울려 소리 내지 않았지만, 입술 모양만으로 전해온 시란느가 원하는 것.

입맞춤을 바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흐으으읏.”

놀란 것처럼 큰 숨을 토해냈다. 내가 확 끌어당기자, 자신의 유두가 눌러지고 가슴이 비벼지는 쾌감에 당황했다.

당황한 시란느의 입술을 입술로 덮었다.

혀로 혀를 감았다.

급한 숨결이 달달해지도록.

안 듯이 시란느를 감은 오른팔의 끝, 손바닥으로 부드러운 시란느의 엉덩이를 만졌다.

긴장해 힘을 주는 엉덩이.

다만 그 긴장은 대비가 되지 못했다.

손이 더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리와 다리 사이로 파고든 손가락은 이미 촉촉해진 아래 사이를 당연하다는 듯이 옆으로 눌러 열었다.

엉킨 혀와 입으로 전해지는 시란느의 달달한 당황.

막혀있기에 코로 흘리는 쾌감에 어찌할 줄 몰라하는 소리.

그리고 오노르가 내는, 나의 하체 아래쪽 남성을 목 안으로 자극하기에 들리는 쩌걱거리는 소리.

두 개의 손가락이 시란느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충분하게 준비된 애액에 부드럽게 삽입된 손가락은 순식간에 시란느의 몸속 성감대를 찾아내고 농락하기 시작했다.

시란느가 마구 오르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허리를 비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을 감은 팔은 시란느의 회피를 용서하지 않았다.

쾌감의 끝에서 끝으로 발가락을 말며 흐느껴도 쾌락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

“흐으, 준영님.”

시란느를 침대에 몸 뒤쪽을 위로 향하게 하고 눕혔다.

그 위를 나의 온몸으로 덮었다. 시란느의 온몸이 나의 몸으로 가려졌다.

“허으 흣.”

달달하고 깊은숨을 토해냈다.

오노르의 목 너머로 정을 토해냈던 남성이 이제는 시란느의 몸속을 가득 채우며 차지했다.

가학적인 성감도 쾌감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오노르는 자신의 다리와 다리 사이에 나의 다리를 넣고 비비며 쾌감을 더했다.

천천히 움직였다.

이미 한번 파정을 했기에 여유롭게 즐겼다.

다만, 이것이 시란느에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더 깊고 묵직하게 파고들었고, 한번 밀려든 남성은 시란느의 속이 아무리 쾌락에 꿈틀거려도 용서하지 않았다.

쾌락의 끝에서 정신을 잃고 나서야 침략자가 물러났다.

*

“시란느….”

행복한 숨을 토해내며 잠이 든 시란느를 오노르는 내려다보았다.

그 위를 내가 덮었던 것처럼 오노르가 몸으로 덮었다.

몸과 몸을 포개는 성애의 행동이었지만, 보호하려고 감싸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르지 않았다. 시란느의 몸을 덮은 오노르의 몸 위를 내가 다시 덮고, 강하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지만, 잠에 든 시란느의 숨은 평온하게 이어졌다.

“하윽 윽 하으 읏 윽.”

오노르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닿아있는 시란느에게는 그저 온화하고 부드러운 흔들림으로 전해졌다.

*

*

*

백작가 성 주변은 활기로 가득 찼다.

미궁 탐색자들에게 선전 포고 당한 사실이 알려지고, 항복했다는 소식에 가혹한 수탈을 각오했던 영주민들.

그들이 소문이 잘못 퍼진 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예상했던 상황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영주민에게 가혹한 시간이 닥치는 법이었다.

전쟁이 나면 징집병은 장애인이 되어 돌아오기 십상이었고, 사지가 멀쩡하게 돌아오더라도 징집병이 없는 동안 돌보지 못한 밭은 수확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식량 가격이 오르고 굶주린 영민들은 도적이 되고 악순환이 반복되곤 했다.

하지만, 후켄스 백작가 영지에서는 식량 가격이 싸졌다.

새로운 영지의 주인께서 구해오셨다면서 식량을 풀었기 때문이었다.

징집병이 돌아오면서 식량을 한 포대씩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광장에서 연설을 들으면 식량을 작은 주머니로 받을 수 있었다.

이종족과 함께하는 세상이 온다는 둥, 이종족이 몬스터가 아니라 친구라는 연설 내용은 영주민들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백작이 직접 나와 연설을 하기도 했지만, 그저 전 영주님도 무사하시구나 생각할 뿐이었다.

그저 나누어준 식량에 즐거워하며 돌아갔다.

젊은 사람들 몇몇만이 상비군 모집에 관심을 기울였다.

위험하지만, 미궁 같은 곳에 들어가 빠르게 강해지고 금방 출세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했다.

* * *

* * *

후작가의 영지를 약탈해 모은 식량을 바탕으로, 백작가 성을 극단적으로 전투를 우선하는 성으로 개조했다.

징집병을 돌려보내고 상비병을 모집했다.

부족한 전투 능력은 숲의 탑에 숙련자와 함께 투입해 급하게 무력을 올렸다.

상비병의 성장이 눈에 띄자, 백작가 기사들과 시란느 호위병들도 숲의 탑에 들어가곤 했다.

“헤스티, 네리미아.”

“네, 준영씨.”

“준비되었어요.”

“시란느, 오노르.”

“준비됐습니다.”

“훗, 맡겨두세요.”

백작가 성 옆의 산에 올랐다. 물의 마법과 연관된 일행을 모았다.

에드샤와 피리레와 드리아데와 몇몇 엘프들이 보조와 만일의 사태 때 개입하기 위해 함께 했다.

물이 고인 작은 못, 성의 해자와 성 앞을 지나는 천의 수원이기도 했다.

“처음은 시란느를 중심에 두고.”

시란느가 긴장한 얼굴로 못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깊지 않은 못이라 허리 약간 위까지 물에 잠긴 채, 두 눈을 감았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각성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야. 시란느의 수속성 친밀도를 올리는 가호 정도로.”

헤스티는 미궁을 통한 성장과 재능, 그리고 실마리를 얻어 물의 마법을 쓸 수 있지만, 완전히 녹아내지 못했다.

네리미아는 본능으로 물에 친숙하고 물의 마법을 쓸 수 있지만, 역으로 보편적인 마법 지식과 인간에 대해 몰랐다.

현재의 육체에 맞는 힘을 쓸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쌓아 올리지 못했다.

오노르와 시란느는 혈통으로 내려오는 물의 마법 재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오노르는 세뇌되기 전에는 목걸이에 물의 힘을 담을 정도로 개화했지만, 세뇌되면서 물의 힘이 억제되고 무너졌다.

억제된 마법력은 개조된 몸과 화염 마법을 위한 자원으로 전용되었었다.

‘이대로는 왕궁의 마법사들. 왕궁의 마법사 중에서도 지원마법사와 관련이 있는 ‘규율자’들을 상대할 수 없어.’

왕국을 기준으로 보면 후켄스 영지는 변방이었다.

안토니오 후작의 영지를 넘어야 왕국의 중심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후작가 영지는 농업과 상업과 산업에 전념해 발전한 영지가 아니라, 미궁에 대비해 군사를 허락받고 힘을 무력에 투사한 영지였다.

왕과 중심지를 가지는 귀족의 힘은 안토니오 후작보다 적을 수 없었다. 개별 귀족이 가지는 상시 병력은 적을지라도, 발전된 영지와 인구에서 나오는 힘을 제대로 투사하면 후작가와 비교할 수 없는 힘을 폭발시킬 수 있다.

‘왕은 귀족의 힘을 동원할 명분을 얻었어.’

기득권은 기득권끼리 격렬하게 싸우지만, 기득권 전체 판을 뒤집으려는 자가 나오면 다시 뭉쳤다.

자신들이 권력을 잡기 원하는 것이지, 권력이 자체가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나를 사로잡으려는 자도 나올 테지.’

지원마법사의 세뇌를 깨트리는 나를 연구하면, 방어법을 만들어내거나 더 강한 세뇌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왕국에서 오는 첫 번째 군대는 규모에 한계를 둘 것이다. 대신, 강한 자로 구성될 거야.’

아직은 미궁의 눈치를 볼 테니까.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한 다음, 내가 귀족의 지배 구조를 무너트린다면, 왕과 귀족은 나를 미궁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거랑 같은 위협으로 느낄 것이다.

그 때는 병력과 강자를 모두 갖춘 군대가 올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전투를 대비해야겠지.’

헤스티와 네리미아, 시란느와 오노르의 성장에 매달리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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