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3화 〉 몬스터 웨이브 (133/139)

〈 133화 〉 몬스터 웨이브

* * *

콰앙­.

대포의 폭음이 울리는 가운데, 기사단이 속도를 올렸다.

기사단은 한번 돌진을 하면 보병을 꿰뚫어야 했다. 보병들의 진형 안에서 저지당하면 그대로 잡아먹혔다.

몬스터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고블린과 오크, 사타로스에 코볼트에 임프까지 뒤섞인 진형을 마주하며 기사단은 긴장을 끌어올렸다.

기사단장 클라인은 포효를 내질렀다.

"모욕의 시간은 끝났다. 인간의 시대가 돌아왔다. 승리로 이를 증명할 것이다.

더이상 몬스터의 눈치를 보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곳에 길을 만들고 곡식을 심을 것이다. 용맹한 왕국의 기사들이여, 승리로 증명을!"

"인간에게 영광을."

클라인의 말이 땅을 박찼다.

번개처럼 뻗어져 나가자, 그 뒤를 기사단이 따랐다. 기사단 뒤로 기마대가 진격을 시작했다.

[피어스]

왕국의 기사단장 자리를 거저 얻은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이 강력한 찌르기가 스킬의 형태로 뿜어져 나왔다.

오크의 가슴을 관통한 랜스가 그대로 오크를 분쇄했다.

거두는 동작이 작은 랜스 챠지인데도 당겨지고 새로운 오크를 노렸고 꿰뚫었다.

꿰뚫으면서도 속도는 오히려 올랐다.

사타로스가 뒤를 노리고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클라인을 뒤따르는 기사의 랜스가 사타로스를 꿰뚫었다.

창끝의 역할을 하는 클라인의 뒤를 따르는 기사들은 충실하게 창날이 되어 몬스터 무리의 상처를 벌렸다.

기마대가 기사단 뒤를 따르며 상처 입은 몬스터의 숨을 끊었다.

*

"제길, 외각 쪽을 노렸는데도."

놀라운 무용을 보이며, 몬스터의 진형을 꿰뚫은 클라인이 이를 악물었다.

전장 전체를 보면 평원의 지형에 몬스터가 진입해 들어오는 형태. 밀집해 들어오는 몬스터 웨이브는 해일처럼 무시무시했다.

대포와 지원마법사의 한계치까지 사격을 이어내면서, 셀 수도 없는 몬스터를 학살했는데도 몬스터는 미궁 방향으로부터 끝없이 밀려들어 왔다.

클라인과 왕국 기사단이라고 해도 몬스터가 보충되는 중앙으로의 돌격은 자살행위였다.

그래서, 커다란 직사각형의 모서리를 베어내듯이 몬스터 웨이브의 사선 방향으로 돌격하고 꿰뚫었다.

그럼에도 위태로웠다. 기사단까지는 관통하고 선회까지 해낼 수 있지만, 기마대의 관통력보다 몬스터 진영이 회복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죽여도 보충되는 몬스터는 기마대의 속도를 떨어트리고 돌파를 방해했다.

이대로 저지되고 접전이 심화되어 전선이 형성되어버리면 기마대의 돌격은 실패였다.

실패하면 몬스터에 휩싸여 전멸할 것이다.

"부단장."

"네, 클라인님."

"너는 여기 남아서 돌파해 오는 기마대를 수습해라. 수습한 기마대는 다시 돌진하지 말고 우회해서 본진으로 돌아가라."

"네, 알겠습니다. 수습 후 본진으로 귀환. 지시를 따릅니다."

기사단과 이를 보조하는 기마대는 공격적으로 운용할 때 최대한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기사단은 몬스터 진형을 관통해냈지만, 뒤따르는 기마대는 관통하지 못하고 위태로워졌다.

모두 관통한 다음 선회해 혼란에 빠진 적진영을 다시 꿰뚫는, 정형화된 전술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기사단을 방어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니, 어려운 싸움이군.'

그래도, 클라인은 사기를 올리기 위해 랜스를 하늘 높이 치켜올렸다.

"인간에게 영광을."

마법으로 강화된 말을 몰고 돌진을 시작했다.

원래라면 첫 돌격에 적진형을 1/4과 3/4으로 가르고, 다시 3/4을 1/4과 3/4으로 갈라 적 진형을 혼란에 빠트리고 무력화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사선으로 몬스터 진형 1/8을 노려 돌진했는데도 뒤따르던 기마대는 돌파하지 못했다.

결국, 클라인과 기사단이 왔던 길을 다시 돌파해, 기마대의 돌파를 도와야 했다.

기사단은 본진 방향으로 재돌진하기에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갈 수 있지만, 기마대는 다시 돌파할 여력이 없어 몬스터 진형의 외곽을 돌아 본진으로 귀환해야 했다.

클라인이 포효를 내지르고 랜스로 돌격했다.

우수한 선회를 이용해 기마대의 옆을 노리던 사타로스를 꿰뚫었다. 하지만, 클라인은 주둔지를 멀게만 느꼈다.

*

왕국군 본진.

"휴식은 끝났다. 다시 충전해라."

포병 지휘관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독촉했다.

무력 수준이 높아 목소리가 포병 모두에게 전달되었지만, 포병과 지원마법사들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지 못했다.

"준비된 포수부터 사격 개시."

"지원마법사의 마력 소모가 극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준비된 포수부터 사격 개시."

비틀거리며 일어난 포수와 지원마법사가 다시 포격을 준비했다.

포격으로 적진을 흔들고 기사단이 돌격해 혼란에 빠트리고 보병이 접전을 벌여 마무리.

왕국군이 준비한 전술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몬스터의 수에 흔들렸다.

대포와 지원마법사의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며 퍼부은 포격은 적진을 흔들었지만, 뒤에서 밀려드는 몬스터 덩어리는 진형을 다시 만들었다.

기사단은 제대로 된 각으로 돌진하지 못했다. 그대로 파묻히면 전멸을 피할 수 없기에 사선을 노려 포격 부대에 휴식 시간을 벌어준 것이 전부이게 되었다.

그리고 본진 보병들은 질려버렸다.

엄중한 군기와 보병의 선두에 선 강자들이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믿음만으로 사기가 붕괴되지 않을 뿐이었다.

파깡­.

포병 진지에서 광음이 터졌다. 대포 조각이 하늘을 나르고 매연이 피어올랐다.

정상적인 포격음과 다른 거대한 소음에 포병 부대 부관은 절망했다.

대포의 불안정성을 지원마법사의 마력으로 잡아 왔다. 하지만, 지원마법사의 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일으켰다.

포병은 물론, 지원마법사까지 날려버린 폭발 사고는 다른 대포마저 정지시켰다.

그래도 용기를 내는 포병이 있었다.

해일이 되어 밀려드는 몬스터를 막지 못하면 확실하게 죽으니까,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걸었다.

파아앙­.

그리고 그 도박은 실패해버렸다.

아무리 세뇌당한 지원마법사라고 해도 마모된 마력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제대로 식히지 못해 위태롭던 대포는 그 자리에서 터져, 포병과 지원마법사을 파편으로 만들어버렸다.

지형의 이점.

장애물이 없이 넓어 몬스터가 몰려드는 시간 동안, 확실하게 포격할 수 있다는 이점은 사라져버렸다.

무력에 자신하던 기사단은 승리를 약속하지 못했다.

"인간은."

보병대장이 기운을 일으켰다. 포효를 내질렀다.

""인간은.""

그동안의 실전과 훈련 덕분에 병사들이 보병대장의 포효를 받아 외쳤다.

"승리한다."

""승리한다.""

왕국군의 정신 교육이 힘을 발휘했다.

패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왕국군이 징집과 비인간적인 수단을 동원해 전력을 증가시키면서 써먹었던 프로파간다가 제대로 발동되었다.

왕국민과 귀족들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프로파간다였다.

미궁 탐색자는 미궁을 두려워하지만, 어렴풋이나마 경험해 미궁에 대해 알았다.

하지만, 귀족들과 왕국민들에게는 아니었다. 언제 모두의 목숨을 가지고 가버릴지 모르는 재해와 같았다.

귀족에게는 미궁 주변에 자리 잡은 교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병사 스물이 암살자 하나를 막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권력을 가진 자조차 광신자를 꺼리는 법이었다.

그런데, 교단은 단순한 광신자 집단이 아니었다. 교인은 광신이 강할수록 힘을 얻고 인간의 한계마저 벗어나곤 했다.

왕국민에게 미궁과 미궁과 연관된 모든 것이 우리를 위협하고 미궁이 사라지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선전할 만한 이유가 귀족들에게 있었다.

"인간에게 영광을."

몬스터가 왕국군 주둔지 본진에 몰아쳤다.

선두의 충돌에 이어 전면 전체의 격돌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몬스터의 압도적인 수는 전면 끝까지 감싸고 옆면을 둘러쌌다.

보병대장이 무용을 발휘했다.

양손검을 휘두를 때마다 오크가 허수아비처럼 잘려나가고 쓰러졌다.

그러나 몬스터 웨이브는 황금 밀밭에서 낫을 휘두르는 추수가 아니었다. 오크가 쓰러진 만큼 오크가 밀려들었다.

오크를 밀어내면 트롤이 달려들었다.

트롤의 재생력에 보병대장은 더욱 힘을 가해 완전히 절단해야 했다.

보병대장에게는 가능한 일이었지만, 보병에게는 아니었다.

경험이 많은 선임 보병마저도 트롤의 몸속 깊숙이 창을 찔러넣는 것이 전부였다.

몬스터 토벌에서는 선임 보병이 창으로 트롤의 움직임을 방해하면, 말을 탄 기마병이 말의 무게와 속도를 충격량으로 바꿔 트롤의 머리를 박살 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트롤의 몸 아래로 기듯이 접근한 고블린의 단검이 선임 보병의 목을 꿰뚫었다.

"인간에게 영광을."

분노를 터트리며 후임이 해머로 고블린의 머리를 찍어냈지만 그뿐이었다.

창을 뽑아낸 트롤이 커다란 손을 움직여 후임의 머리를 잡았다. 머리를 잡고 휘둘렀다.

절명한 후임의 시체는 온전하지 못했다.

트롤의 공격을 막아내는 다른 보병의 방패에 부딪혀 으깨졌다.

막아낸 방패병도 무사하지 못했다. 충격에 밀렸고 밀린 방패병의 방패를 고블린이 잡았다.

빡센 훈련의 성과인지 방패병은 방패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방패 위로 타고 넘어온 고블린의 단검에 목숨을 잃었다.

왕국군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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