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1.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3) (4/152)



〈 4화 〉1.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3)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 글을 읽으시고 계시다면 이미 제 소설 속 세상으로 들어가신 상태시겠죠.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는 간략한 인사.
그 밑으로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정보가 나타나 있었다.

 훑어보던 나는 혀를 내두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뭔 쪽지 한 장이…….”

단순한 쪽지 하나만으로도 1메가바이트는 될 법한 엄청난 문자량이었다.
거기에  수 없는 첨부파일도 있었고.

허나 읽어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어쩔 수 없이 나는 장문의 쪽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동안 손님은 거의 오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글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은 약 시간.

“후우…….”

모든 글을 읽은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수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니 절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허, 참.”

일단, 정기발이라는 이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쪽지에 적힌 설명대로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나였다.
하물며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나와의 인연을 지닌 이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원래 세계의 관계도 그대로 유지되는 모양이다.

딱 하나, 남녀간의 정조관념만이 바뀌었을 뿐.

 소설 반, 현실 반인 세상이라는 거다.

“무슨 양념 반 프라이드 반도 아니고…….”

뭐, 이런 자기 멋대로인 설정이 다 있단 말인가.
황당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처음에는 단순히주인공이 나로 대체된 것이 아닌가 했더니,  ‘김현수’의 인연도 일단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니.
그야말로 작가 편의주의적인 세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소설의 세계관에 맞춰 내 주변의 인연도 사소하게 바뀌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긴 했지만.

‘뭐, 나로서는 고맙긴 한데…….’

물론 당사자인 나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황당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길고 긴 쪽지의 마지막 단락을 다시   살펴보았다.

쪽지의 내용 중에는 작가가 이런 일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유희’였다.

즉, 쪽지대로라면 작가는 단순히 재미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물론 이 세계로 들어올 독자님의 생각과 성향 등도 고려했습니다. 최대한 강제적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요.

물론 덧붙여서 저러한 변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뭐…….
솔직히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렴 몸짱에 얼짱에, 정조관념까지 바뀌었는데.
이런 상황을 내가 싫어할 리가 없지 않은가?

-정조역전세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더군요.

작가의 말대로, 나는 현실을 변화를 원하기도 했다.

현실에 지쳐 있던 나는 뭐든 좋으니  지겨운 현실이 바뀌었으면, 하고 항상 생각했다.

알바에서 진상 손님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을 때.
로또를 살 때.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몸을 뉘울 때.
그리고 웹소설을 보면서 짧게 현실 도피를 할 때.

그 순간들만큼은 잠시나마 힘겨운 현실을 잊게 해 주었다.

‘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소설을 보다보면 항상 하는 생각들 중 하나.
단순히 망상에 불과했을 생각.

허나 작가는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는 이 소설의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강제는 무슨.”

피식 피식 웃음이 자꾸 새어나온다.

강제라니, 그럴 리가 있나.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노릇인데.

허나  자칭 ‘작가’라는 천사 같은 존재는 내가 불만을 느끼면 어떡할까싶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원하신다면 언제든 원래 세계로 돌아가실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쪽지를 지우시는 순간  세계로 진입하기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물론 쪽지는 곧바로 영구 보관함에 옮겨 두었다.
애초에 돌아갈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누구보다 만족하고 있다.
오히려  착하디착한 신과 같은 존재에게 내가 선택됐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었다.

정조가 역전된 세계.

수많은 남성들에게는 꿈으로만 꾸던 세상이, 내게는 현실이 되어 있었으니까.

‘정말 신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일이 가능한 존재라면 역시 신이겠지.
아니면  비슷한 뭐든가.

뭐, 어떻든 간에 소시민에 불과한 내가 고민해봤자 별 소용없는 일이다.

-지금은 그 세상을 독자님께서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즐겨라. 신도 그리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겠는가.

그러면 원하시는 대로.
얼마든지 즐겨 줘야겠지.

‘그래도 역시…….’

원래 세계의 주인공, 정기발은 정말 제대로 세계를 즐겼었다.
난봉꾼이라는 묘사가 떨어질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 녀석 마냥 발정난 원숭이처럼 움직이긴 좀 그렇지.’

반면 나로서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일단 내 찐따 같은 성격은 둘째 치고, 여자 막 만나며 몸 굴리다가 괜히 성병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냔 말이지.
그냥 예쁘답시고 막 들이대는 행동 자체도 나로서는 좀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물론 그렇다고 대충  생각도 없다.
기왕 정조가 바뀐 세계이니만큼, 나도 어느 정도는 음탕하게 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너무 지나치지 않게 놀자는 거고.

그런  쫄보 기질을 시험하기에 가장 좋은 상대방.
바로 소설 속 ‘히로인’들이다.

‘최소한 소설에서 검증된 등장인물들 정도니까. 성병이니 뭐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이쁘기도 이쁘고, 성격도 괜찮고.
무엇보다 성병걱정할 필요도 없고.

반면 나는 주인공 포지션이지만, 막상 스토리와는 떨어진 존재다.

그런 내가 이 세계의 ‘히로인’을 만날 접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내 머릿속으로는 이미 오늘 아침 본 소녀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이름이 주화린이라면…….’

아마도 그녀의 언니인, 이 세계관의  히로인을 만나는것.

‘주화연.’

바로 그녀를 만나는 것이 내가 세계관을 즐기기 위한 시발점이 될 듯 싶다.

***


주화연.

‘정조역전세계’의 첫 히로인이자 등장인물  최상급의 변태녀.
소설에서도 그녀의 음란함은 다른 여성들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라 묘사하고 있었다.

‘분명 초반부에 섹스를 했었지.’

기억하기로 첫 떡씬 묘사가 나왔던 시점은 작품이 시작되고 5화 정도가 됐을 즈음.
적어도 10화는 확실히 넘지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날짜로 따지면 주인공 정기발이 정조역전세계로 넘어오고  이틀.

시간상으로는 그녀와 만난  겨우 하루가 지났을 무렵이다.

아무리 정조역전 세계라 해도 하루만에 잠자리를 가지는 건 정상적인 편은 아니었다.
뭐, 심하게 밝힌다면 그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바꿔 말하면, 주화연은 이 정조역전 세계에서도 심하게 밝히는 변태라는 거다.

‘나중에는 안마방에도 자주 간다고 했었나…….’

참고로  세계관에서는 보통 남자가 성을 판다.
정조역전 세계관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아무튼 그런 그녀라면 내가 다가가는 순간 쉽게 함락될 것이다.

거기다 가슴도 꽤 크다고 했고.

“크흠.”

요동치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런, 편의점에서 이러면  되지.

“오.”

창문 너머 바깥을 보던 내가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침 내가 기다리던 이가 유리창 너머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타이밍도 좋네.”

중얼거리는 사이 여고생들이 내가 있는 편의점으로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중에는 내가 아침에 마주쳤던 이 세계의  여성, 주화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역시 동생이 맞겠지? 이름도 비슷하고.’

작품 내에서도 동생이 있다는 묘사가 있었던 만큼, 아마 주화연의 동생일 확률이 높다.
물론 아직은 확인할 필요가 있겠지만.

아무튼 만약 동생이 맞다면, 화린을 통해 히로인인 주화연과 만나는 것.
그것이 이 세계에서의   계획이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와, 씨……. 미쳤다.”

주화린을 비롯해 함께 온 여고생들이 날 보고는 입을  벌렸다.
입구에 진을 친 채 그녀들이 나를 보고는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미친! 대박! 존나 잘생겼잖아!”
“이 년 또 구라치는 줄 알았더니……. 레알이었네.”
“야, 거 봐! 내가 그랬지?”

음, 설마 친구들까지 데리고 올 줄은 몰랐는데.
이래서야 오늘 내로 언니에 대해 물어볼 수 있으려나?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다른 것부터 살펴보는 수밖에.
쪽지에 각종 설정들도 빼곡이 적혀 있었으니까.

‘일단은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확인해 볼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여고생들은 어느새 편의점 입구에서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며자기들끼리 계속해서 쑥덕대고 있었다.

“야, 아직 몰라. 그냥 뻥까치는 걸 수도 있잖아. 일단 가서 말 걸어봐.”
“음……. 갑자기 그러면 오빠도 좀 곤란하지 않을까.”
“왜? 다시 오면 전화번호도 준다면서? 그냥  좀 걸어보라는 건데 그게 싫냐?”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뭔가 좀.”
“태세변환 개 오지네.”
“누가 뭐 훔쳐오라고 시켰냐? 아니면 가슴이라도 만지고 오래?”
“미쳤냐?! 와, 변태새끼 아니랄까봐!”
“지는.”
“그리고 이 미친년들아……! 다 들린다고……!”

속닥거리며 말하는 친구들의 음담패설에 내 눈치를 살피며기겁하는 화린이 보였다.
그런 화린을 보며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역전세계 아니랄까봐 말투도 그냥 남학생이네.’

뭐, 정확히는 정조만 역전된 게 아니긴 하다.
작가가 보내준 설정에는  외의 자잘한 것들도 조금씩 바뀐 상태였으니까.

“저기요.”

참다못한 내가 그녀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투닥거리던 소녀들이 내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입구 앞에서 그러시면 곤란한데요. 물건 사실 게 아니면…….”
“아, 넵!”
“죄송합니다!”

말 한마디에 무섭게 쏘아대던 그녀들이 쏜살같이 밖으로 나섰다.
근데 유리창은 좀 닫아두고 가지 그랬냐.

“아 씨. 니 때문에 내 이미지 망했잖아.”
“큭큭, 병신. 이미지 같은 소리하고 있네.”

덕분에 밖에서도 투닥대는 목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뭐, 애초부터 조금씩 들리곤 있긴 했다만.

“이 년 구라친거 뽀록날까봐 밑밥까는 거 보소.”
“아, 진짜라니까!”
“진짜면 가서 말 좀 걸어 보라고.”
“후……. 잘 봐라.”

애쓴다, 애써.

원래 세계에서 발정난 남고생들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기분이란 이런 걸까.
뭐랄까, 귀여운데 한편으론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그런 잡생각을 하는 사이 드디어 용기를 낸 화린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오……. 오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당연힌 진심은 아니고 알바생의 서비스 미소다.

“손님, 물건 안 사실 거면 나가주실래요?”
“……혹시  못 알아보시는 건 아니죠?”
“누구신데요?”
“와씨!”

잔뜩 실망한 화린을 보며 나는 낄낄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그제서야 장난치는 걸 깨달은화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진짜 잊은 줄 알았잖아요.”
“너희 하는  귀여워서 말이야. 무심코 놀려주고 싶더라.”
“……오빠 왠지 아침이랑 분위기가 좀 달라진 거 같네요.”
“그래?”
“네. 갑자기 말도 편하게 하고.”
“니가  놓자며.”
“뭐 저야 좋긴 한데…….”

그리 말한 화린이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쭈물 거리기 시작했다.

어째 아침과 달리 어째 태도가 좀 다른데.
내 태도가 달라져서 그런 건가?

“그보다!”

한동안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던 화린이 결심했다는  나를 맹렬히 바라보았다.

“아침에  약속! 기억하시죠?”
“그래. 전화번호?”
“마, 맞아요!”
“핸드폰 줘봐.”

나는 화린이 건네준 핸드폰에 내 번호를 찍은  건네주었다.
잠시 번호를 본 그녀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울려요? 그거 제 번호에요. 울리는 거 맞죠?”
“울린다니까.”

믿지 못하는 화린에게 나는 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내 폰이 울리는 걸 확인하자 그제서야 화린이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내가 가짜 번호라도  거라 생각한 건가.

“나중에 연락해도 되는 거죠?”
“당연하지. 그러라고  건데.”
“후, 후후후후후…….”

참 기분 나쁘게도 웃는군.
뭐, 그래도 귀여우니까 봐준다.

나는 음흉하게 웃는 화린을 향해 물었다.

“그 전에 나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요? 말만 해요!”

내 말에 화린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사이 나는 곁눈질로 슬쩍 바깥을 바라보았다.
마침 화린의 친구들도 편의점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지금이 기회라 여긴 내가 재빨리 물었다.

“너 혹시 언니도 있어? 아니면 오빠라던가.”
“네? 그건 왜요?”
“어……. 그냥?”
“……언니가 있긴 한데요. 주화연이라고."

역시나.
나는 올라오는 입꼬리를 겨우 진정시키며 이어지는 다음말을 기다렸다.

"설마 소개라도 시켜달라고 하는 건……. 아니죠?”
“아니, 그런  아니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화린을 향해 나는 준비해둔 말을 꺼냈다.

"너랑 나랑 둘이서 만나면 그림이 이상하잖냐. 그래도 미성년자인데. 적어도 가족  명 정도는 같이 만나는 게 남들 보기도 좋지.”

화린의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이 중요한 부분이다.

“안 그래?”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이마를 긁는 척 능청스레 한쪽 눈을 가렸다.

34.

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불현듯 떠오르는 숫자.
그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짜로 보이네?’

어느 쪽 눈을 가리고 보느냐에 따라 인물의 호감도와 음란도를 확인할 수 있는 능력.
이건 소설 속 주인공, 정기발이 가진 능력 중 하나다.

왼쪽 눈은 음란도, 오른쪽 눈은 이성으로서의 호감도.

그리고  세계의 주인공 포지션이 내가 된 지금, 나는  능력을 그대로 계승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방금 감은 눈은 왼쪽.
즉 34는 그녀가 나에게 이성으로서 지닌 호감도를 뜻한다.

40이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 정도라 했는데 오늘 막  그녀가 34라는 수치라면…….
역시  외모가 웬만해서는 먹힌다는 거겠지.

“……생각해 볼게요.”

갑자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화린.
그런 화린의 반응에 나는 내심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갑자기 왜 이런 반응이지? 호감도는 꽤 높았는데?
역시 눈 가리고 그랬던  좀 이상해 보였나?

“그, 그래. 그럼 나중에 연락 줘.”
“네,”

내 예상과 달리 의외로 화린은 순순히 물러났다.

이야기가 길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막상 이렇게 끝나니 오히려 허무한 기분이네.

나는  쳐진 채 편의점을 나가는 화린과 그녀에게 꺅꺅거리며 다가가는 여고생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호감도가 떨어진 건가?’

멀어져가는 화린의 등 뒤로 나는 다시 한 번 호감도를 확인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35라는 수치가 떠올랐다.

“엥?”

왜 수치가 올랐지?
그런데 풀이 죽은 건 또 어째서고?

‘뭐지? 이것도 고장나나?’

나는 멀어져가는 여고생 무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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