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4. 두 번째 히로인(8) (35/152)



〈 35화 〉4. 두 번째 히로인(8)

소진과의 즐거운 섹스 타임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츄릅……. 푸하아! 혀, 현수야!“
”네? 왜요?“
”너, 너무 잘 빨잖아!  걸  빨겠어!“
”그래요?“
”자, 잠깐! 그렇게 만지면! 흐아앙!“

이후로도나는 소진과 지금껏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다.
간단한 SM 플레이에 이어서 식스나인, 심지어 화연과 다슬 두 사람에게는 해본 적 없는 커닐링구스, 소위 말하는 보빨까지.

“하으아앙…….”

얼마나 좋은지 식스나인 자세로 내 걸 빨기는커녕 엉덩이를 내민 채 완전히 즐기는 소진.
 와중에도 아직 자존심이 남아있는지 간간히 내 위에 올라서려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만, 신체능력이나 정력으로나 나를 이길 리가 만무했다.
더불어 앞서 마음껏 즐기라고   말 때문인지 전과는 다르게 기세가 한층 약해져 있기도 했고.

“그럼 이번엔 내가 해줄게.”

물론 항상 내 위주로만 섹스를 한 것은 아니었다.
소진과 잠자리를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세계에서의 섹스 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으니까.

”흐읏……. 하아…….“

그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바로 (역)정상위.
마치 여자가 삽입을 하는 듯한 자세로 남자의 양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올리고, 그렇게 허리를 움직이는 것이다.
굴욕적인 자세로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는 소진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하아……. 후후, 이번에는 너도 좀 즐겨……. 알았지?“
”즐긴다고 하기에는 제가 좀……. 민망한데요.“
”무슨 소리야? 연인들도 처음 섹스할 때는 보통 이렇게 섹스하잖아.“
”……이 자세가요?“

정말 충격적인 부분이 있다면, 실제로 이 세계에서는 이것이 정상위로 취급된다는 거다.
즉 내가 알고 있는 정상위가 그 정상위가 아닌 셈이다.

”…….“
”흣! 하앗! 여, 역시 이거지! 하앙!“
”………….“

자신이 박듯이 즐겁게 허리를 흔드는 소진을 보며나는 할 말을 잃었다.
물론 기분이야 좋긴 했지만.

사실 원래 세계에서도 있을 법한 자세이긴 하다.
허나 내가 충격 받은 사실은 이런 자세가 정상위라 불린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녀의 요구에 따라 나는 이런 저런 다양한 방식의 체위들을 배웠다.

앞서 말한 (역)정상위에 이어 위에서 여자가 삽입한 채 몸을 회전시키는 풍차 돌리기라던가, 내 가슴에 소진이 자신의 성기를 대고 문지른다던가(원래 세계로 따지면 파이즈리가 거꾸로 적용된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외에도 이 세계의 여성들의 성적 취향 일부를 엿볼  있었다.

표현은 안 했지만 조금, 아니 꽤 충격적이었다.

‘이게 역지사지의 마음인가…….’

원래 세계의 여자들이 봤다면 꽤나 꼴불견인  많이도  왔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세계의 남자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꽤나 부끄러워해야 될 거다.

왜냐고?

일단 나는 존나게 부끄러웠거든.

”하아아, 좋아…….“
”…….“
”괜찮아, 현수야? 안색이  안 좋은데.“
”아, 아니……. 조금 피곤해서. 하하. 말했듯이 누나는 그냥 즐기면 돼.“
”……괜찮은 거 맞지?“
”다, 당연하지.“
”음……. 알았어. 피곤해지면 언제라도 말해.“
”으, 응.“
”그럼 움직일께……. 흐읏, 하앙!“
”…….“

나를 깔아뭉갠 채 풍차돌리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소진을 보며 나는 차마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래…….
누나가 좋아하면 됐지 뭐…….

***

다양한 행위를 하고 간단한 배달음식을 시켜먹은 뒤 우리는 밍기적거리며 모텔을 나왔다.

”흐아아암…….“

입구를 나서기 무섭게 절로 입이 쩍 벌어진다.

이 정도로 하니까 나도 좀 피곤하네.
뭐, 그래도 그 주화연이랑 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사실 만족도로 치면 조금 거북한 걸 제외하고는 소진과의 밤일이 훨씬 강렬한 느낌이긴 했다.
기술면에서는 소진이  사람보다 훨씬 좋았으니까.

”밤  됐네.“

쩝쩝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바깥은 이미 어둠 그 자체.
처음 모텔에 들어올 때와는 달리 인공적인 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주변 모습에 쩍쩍 하품을 하며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시각은 12시 5분.
이미 다음 날짜로 넘어가있었다.

6시부터 시작했으니 진짜  그대로 반나절을 모텔에서 뒹군 셈이었다.

”이렇게 늦었는데.“

이번에는 들으라는 듯이 크게 중얼거린다.
이미 앞서 나와 있던 소진을 의식하여 한,  나름의 불만 표출인 셈이었다.

”…….“

허나 그런 내 중얼거림에도 반응이 없는 소진.
퀭한 나와는 다르게 앞서 입은 정장 차림을 깔끔하게 갈아입은 소진은, 이미 다른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그런 소진을 향해 나는 다시  번 물었다.

”진짜 갈 거야, 누나?“
”가야지.“

미련 섞인 내 말에도 불구하고 소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니, 이렇게까지 몸 섞었으면 끌어안은 채로 다음날 아침 햇살을 맞는 게 국룰 아닌가?
진짜 너무하네.

“아, 진짜 서운하네.”

그리 생각하니 절로 입에서 볼멘소리가 툭 튀어나온다.

내가 오늘 하루는 여기서 밤을 보내려고 생각했던 반면, 소진은 처음부터 섹스 끝나면 바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결국 나는 집으로 간다는 그녀를 따라 배웅도 할  잠시 모텔을 나온 것이다.
그것도 속옷에 적당히 가운만 걸치고.

“이 연악한 동생을 두고 그냥 간다고?”

이미 질펀한 밤을 보냈기 때문일까, 이미 소진을 대하는 내 말투는 한결 편안해져 있었다.
심지어 평소라면 하지 않을 애교까지 살짝 섞었다.

여기 세계에서는 여성들이 남자가 이렇게말하는 걸 좋아하기에 선택한 행동이었다.

‘섹스  아침에 여자 가슴 만지면서 일어나는 게 얼마나 행복한데.’

웬만해서는 내가 안 이러는 사람인데…….
진짜 너무 아쉽단 말이지.

 불만 섞인 목소리에 그제서야 소진이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미안해.“

표정을 보아하니 소진도 미련이 뚝뚝 묻어 있었다.
다행히 나만 아쉬운  아니었군.

”이렇게까지 한 것도 나한테는 엄청 이례적인 거라서. 나 집에 가서 남은 일 마무리 지어야 돼. 오늘 너랑 이렇게 해서 잠도 거의 못 자게 생겼다고.“
”안 피곤해?“
”피곤해도 어쩔 수 없지.“
”무슨 일인데 그렇게 빡세?“
”그건……. 비밀.“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소진이 빙긋 웃었다.
찰랑거리는 그녀의 붉은색 머릿결에서 모텔에 배치된 샴푸의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그런 소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캬.'

정장 스타일의 옷차림을 보며 나는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이쁘긴 존나 이쁘네.’

혼혈임을 알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붉은 머릿결과 대조되는, 검푸른 색의 상하의와흰 셔츠.
거기에 자연스러운 살색 레깅스와 검은 하이힐은 매끈한 그녀의 하반신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유별나게 가슴이나 엉덩이가 큰 것도 아니고, 키도 애매하다.

허나 저 이국적인 얼굴과 몸매 비율.

그 두 가지만으로도 그녀의 매력은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입은  주화연이랑 비슷한데 느낌은 정반대네.’

주화연이 전형적인 동양풍의 미녀라고 한다면 박소진의 경우에는 뭐랄까, 동서양의 조화가 아름답게 이루어진 혼혈 미녀 그 자체였다.
거기다 정장까지 쫙 차려입으니 거의 모델 저리 가라 할 수준.
다소 소심한 성격의 주화연과 성격도 정반대인데 차림은 비슷한 정장 차림이니, 절로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둘 다 외모는 세계관 탑 클래스의 히로인 출신이기도 하고.

”뭐야,  하고 싶어졌어?“

말없이  모습을 감상하는 날 향해 소진이 눈웃음을 쳤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난 지금 나름 삐진 상태라는 걸 표현할 필요가 있다.

”뭘 또 해. 이미 어지간히 했구만.“
”하긴.“

일부러 뚱하게 대꾸하자 소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진짜 뒹굴긴 엄청 뒹굴었지. 설마 반나절 동안 섹스만  줄은 몰랐어. 중간에 조금씩 쉬긴 했지만.“
”난 더 할 수 있는데.“

 중얼거림에 소진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미쳤니? 발정난 원숭이도 6시간 내내 섹스는 할 걸?“
”6시간은 아니지만  쉬고 4시간 내내 해본 적은 있어.“
”……그게 돼?“
”되더라고, 그게.“
”나도 그렇게까지 한 적은 없는데. 거짓말하는  아니야?“
”나도 가끔 내가 헛소리 하는 거 아닌가 싶다니까.“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소진의 모습에도 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하긴, 직접 겪은 나조차도 기가 막힐 따름인데 얘기만 듣는 소진으로서는 쉽사리 믿기 힘든 얘기겠지.

참고로 진짜 4시간 내내,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섹스를 한 대상은바로 주화연을 말한다.

‘걔는 집돌이처럼 생겨가지고는.’

화연의 미친 정력에는 솔직히 나도 두 손 두   들 정도였다.
섹스할 때는 스포츠 선수 저리 가라할 정도니까.

지금껏 내가 은근히 화연을 피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주화연과 시간을 보내는 그 날은 아예 하루종일 섹스만 하는 날로 하루가 날아가 버리니까.

‘밝혀도 너무 밝힌단 말이지…….’

그렇게 머릿속으로 주화연의 미친 성욕에 혀를 내두르는 사이.

”너……. 남자가 그렇게 몸 막 굴리는 거 아니다.“

지긋이 나를 보던 소진이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그러다 한 번 큰 코 다쳐.“
”……누나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 않나?“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나가 그렇게 말하면  되지.
지하철에서 남자 엉덩이 주물럭거리다가 원큐에 원나잇까지 한 주제에.

뭐, 나야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는 걸 아니까 기꺼이 응해준 거긴 하지만.

“최소한 공공장소에서 성희롱하는 건 그만두고 그런 소릴 해.”
“크흠…….”

내 반박에 소진이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머쓱한 표정으로 뒷목을 긁적이던 소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보다 누구랑 그렇게 한……. 아니, 아니다.”

그 중얼거림을 놓칠 내가 아니다.

고개를 돌린 소진을 향해 내가 한 걸음 다가갔다.

"뭐, 뭐야."

갑작스레 다가간  모습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소진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신경 쓰여?”
“…….”

싱글벙글 웃으며 들이대는 내 모습에 불편한 듯 소진이 시선을 피했다.
그런 소진을 향해 나는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아예 팔짱까지 끼고 들이대는 내 태도에 소진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누나 지금 신경 쓰는  맞지?”
“야, 놔라…….”
“싫은데?”
“아오, 진짜……!”

샤워로 윤기가 흐르는 머릿결을 마구 흐트러트리는 소진.
허나 짜증스럽게 행동하는 그 모습조차도 나로서는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미 이런 모습들이 모두 일종의 허세라는 것을 꿰뚫고 있었으니까.

“……야.”

한참을 괴로워하던 소진이 결국 재킷 안주머니로 손을 집어넣더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액정을 키고는 내게 건네주었다.

“뭐야?”
“번호.”
“응?”
“번호 찍어 달라고.”

시치미 떼는 나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내 양손을  붙잡는 소진.
그러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억지로 내게 쥐어주었다.

“왜 자꾸 모른 척이야?”

입으로는 분명 툴툴거리고 있는데 태도는 완전히 그 반대.
평소 드센 소진의 성격을 생각하면 나름 최고의 애프터 신청인 셈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픈 것을 참았다.

‘여기서 너무 기쁜 티내면 안 돼. 워낙 조심스러운 사람이니까.’

사실 소진은 지금의 나와 비슷한 느낌에 가깝다.
섹파는 얼마든지 만들지만 연인은 극도로 피하는 성격이니까.

여기서 괜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락을 끊어버리고 말 테지.

지금이야 아쉬워서 폰을 먼저 꺼냈다지만, 막상 조금이라도 집착하는 순간 미련 없이 등 돌리고 떠날 사람임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섹스가 마음에 들었다 해도 말이야.’

내가 아는 소진이 맞다면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수 있다.
소설 속 성격과 작가가 보내준 그녀의 설정이 정확하다면 말이지.

“나 진짜 원나잇 한 상대랑은 웬만해선 두  안 보거든?”

말이 없어진 내 모습에 뭔가 오해를  것일까.

소진이 변명이라도 하듯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렇게 오늘 이렇게 누구랑 잘 예정도 없었다고. 그냥 작업만 치고 천천히 들이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대놓고 말해도 돼?”
“뭐 어때. 이미 너도  거  알면서. 아무튼 너도 내 심정 이해해줘야 돼.”
“뭔 소리래?”
“모르겠어? 네가 오늘 처음으로 내가 정한 그 철칙을 깨게  남자란 말이야.”
“나 때문에?”

일부러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자 소진이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한참을 나를 노려보던 소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기  여자를 굴복시키는 기분이 이런 건가.’

등장인물인 소진의 성격을 독자였던 내가 모를 수는 없는 노릇.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지 못해 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짜릿한 감각이 연신내 가슴을 후려쳤다.

‘진짜 미치겠네.’

섹스할 때는 그렇게 좋아 좋아를 연발하더니, 결국 끝나고 나서는 자존심이 우선이라니.
웃음 참는 것도 이만하면 고역이다.

뭐, 그래도 이연주 같은 애들 생각하면 이 정도는 양반이긴 하지.

“그럼…….”

통화가 연결되고 번호를 교환한 소진이 핸드폰을 가져갔다.
건네받은핸드폰을 꾹 쥔 채 소진이 입을 열었다.

“나중에 연락해.”

마치 목사에게 신앙 고백이라도 하듯 진중한 표정.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또 한  가학심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 자꾸 이렇게 태연한 척 굴면 또 놀리고 싶어지는데.

“흠, 글쎄. 어떡할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소진을 향해 나는 모른  툭 던졌다.
애매하게 대답하는 반응에 소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허나 그것도 잠시.

“……별로였나 봐?”

마치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마냥, 순식간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돌아오는소진.
허나 이미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역력하게 묻어나 있다.

“크흠……. 그런 건 아닌데.”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대답했다.

하,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네.

“최근에  명 만나는 애들이 있거든.”
“설마……. 섹파 말하는 거야?”
“응. 그래서 누나까지 더 추가하면 힘들지 않을까 해서.”
“어, 그래……?”

 말에 소진의 얼굴이 기괴하게 비틀렸다.
뭔가 웃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웃는 게 아닌, 그런 표정이라고 해야 될까.

왠지 더 놀리면 안될  같은데 이거.

그보다 지금이라면 오래된 19금 영화에서 괜히 다리를 꼬는 여배우들의 심리를 알  있을 것 같다.

걸레라는 거.
생각보다 꽤 즐겁구나.

“뭐,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지만…….”

괜히 할 필요가 없는 말까지 던지며 계속 내 감성을 자극하는 소진 누나의 모습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진짜 귀여워 죽겠네.’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연신 참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 농담이야, 농담.”
“어?”
“누나처럼 이쁜 사람을 내가  마다하겠어. 누나가 귀여워서 장난 좀 쳐본 거야.”
“아니, 야……! 너, 너는…….”

내 말에 얼굴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항의를 이어가려는 소진.
 틈을 놓칠 내가 아니었다.

“읍!”

방심한 틈을 타 나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이전처럼 혀를 마구 뒤섞는 농후한 딥키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입술만을 부딪히는 가벼운 키스도 아니다.
적당히 끈적하면서도 너무 과하지는 않은, 딱 그 정도의 키스.

“츄읍…….”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딱 한 번 혀를 낼름.

“읏……!”

순간적으로 입 안을 훑는  혀놀림에 소진의 얼굴이 움찔 떨렸다.
허나 그것도 찰나일 뿐.

소진의 혀가 마주 들어오기 전에 나는 미련 없이 고개를 뗐다.

“아……!”
“후우. 누나 바쁘다고 했으니 너무 길게는  하겠네.”
“아니, 으, 아으윽…….”

아쉬움이 가득해 보이는 소진의 표정.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능청스레 웃었다.

“누나 바쁘다면서? 빨리  봐.”
“야, 너……!”
“그럼.”

멍하니 있는 소진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 발짝 떨어졌다.
그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연락할게.”
“…….”
“누나?”
“……그래.”

미련 가득한 모습으로 손을 들어올렸던 소진의 팔이 힘없이 스르륵 내려간다.
그런 소진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일 열심히 해.”
“하아……. 그래, 나중에 보자.”
“그럼 나도 들어가 볼게.”
“어…….”

멍하니 나를 보던 것도 잠시.
입가로 흐르는 내 타액을 거칠게 닦은 소진이 몸을 홱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미련 없이 발을 뗐다.

“야, 김현수!”

모텔 입구에 들어서는 찰나, 다시 한 번 나를 부르는 소진의 목소리.

등을 돌리니 거기에는 묘한 표정을 짓는 소진의 모습이 보였다.

“……또 보자.”

망설이다가도 그리 대답하는 소진의 모습에 나는 결국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시 손을 흔들자 날 보던 소진이 다시 몸을 홱 돌린다.

뭐, 이 정도 홀렸으면 아무리 그래도 연락 한  정도는 해 주겠지.

떠나가는 소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도 곧이어 모텔로 돌아갔다.

‘이 늦은 시간에까지 가서 일해야 되는 직업이라…….’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나는 소진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자기 입으로 비밀이라고 했지만, 이미 소설과 작가의 설정집까지 본 내가 그녀의 직업을 내가 모를 리가 없다.

굳이 원나잇 대상을 상대로 애프터 신청을  하지 않는지도, 그리고 그러면서도 왜 그렇게 조심성이 많은지에 대해서도, 모른 척 했지만 잠자리 상대에 대해서는 짐승적인 감각을 지닌 이유에 대해서까지도.

이미 그녀에 대해서는 나는 상당수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하긴, 변호사면 바쁠 만도 해.’

그녀의 직업은 변호사.
그것도 꽤 잘 나가는 대형 로펌의 소속.

경찰서에 끌려가고도  문제 없이 나온 이유도  거 없다.
애초에 그녀의 직업이 그러한 쪽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보여준 성교동의서(?)도 그냥 스스로 만들 걸 테고.

내가 굳이 소진과의 인연을 단순한 섹파 정도로 끝내지 않으려고  것도 그런 부분에 있었다.
어쨌든 법 쪽에 있는 사람이랑 친해져서 나쁠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아마 스토리 상 도움 받을 일이 생길 거 같으니까…….”

나는 창문 너머로 비틀거리며 떠나가는 소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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