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5.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쏘냐(4)
이미 저지른 이상 망설일 틈을 줘서는 안 된다.
그리 생각한 나는 곧장 혀를 집어넣었다.
“읍! 으읍!”
촉수처럼 달라붙는 내 혀에 고개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시작하는 진아 씨.
본능적으로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이었지만, 나도 그 와중에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뒤로 빠지려는 그녀의 목덜미에 힘을 주었다.
순식간에 옴짝달싹 못하게 된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으읍……!”
곧이어 저항하는 그녀의 손길이 살짝 약해진다.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그녀의 입 안을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하읍, 츄릅, 응읏……!”
끈적한 타액과 함께 느껴지는 부드러운 진아 씨의 혀.
방금 마신 진달래 차 덕분인지 입 안에서 느껴지는 타액 맛이 다소 달짝지근하다.
“읍……!”
소극적이던 그녀의 혀가 마치 나를 거부하듯 입 아래로 딱 달라붙었다.
유린하듯 능숙하게 움직이는 내 혀 놀림에도 그녀의 저항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이러면 차분히 즐길 수가 없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저항 의지가 남은 그녀의 입을 여전히 틀어막은 채 나는 어깨를잡은 손을 슬며시 풀었다.
“으읍?”
힘이 약해진 내 손길에 눈을 뜬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보면서도 나는 내 할 일을 계속했다.
“으읏!”
한 손으로는 여전히 뒷덜미를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에이프런과 가슴 사이의 빈틈을 공략했다.
풍만하고 기분 좋은 살덩어리가 손을 스쳐 지나간다.
부드러운 살결을 느끼며 나는 그녀의 겨드랑이 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푸핫, 꺄하핫!”
참지 못하고 입을 뗀 진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뒷덜미를 받치고 있던 손에 일부러 살짝 힘을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푸흣, 자, 잠깐……!”
웃으면서도 한껏 당황한 진아는 겨드랑이에 닿은 내 손을 빼내려 안간힘을 썼다.
‘어림도 없지.’
하지만 웬만한 남자라 해도 보정을 받은 내 힘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애를 나은 여자가 진심으로 나온 내 힘에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 내 손 쪽에 주의가 간 덕에 입술 쪽이 완전히 무방비해진 상태.
나는 그녀가 방심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파고들었다.
“하읍!”
숨을 들이시기 무섭게 다시 한 번 내 혀가 그녀의 입 안을 침투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저항하는 그녀의 혀.
“아하핫……! 하읍!”
그럴 때마다 나는 겨드랑이 쪽을 쓰다듬었다.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뗄 때, 다시 키스를 이으며 그녀의 혀를 유린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한 것일까.
“하읍…….”
결국 날 이길 수 없음을 이해한 것일까.
완전히 저항의지가 사라진 그녀가 내 혀에 몸을 맡기는 것이 느껴졌다.
뭐, 정확히는 포기했다는 느낌에 가까웠지만.
“츄릅, 후아……. 하읍…….”
그제서야 그녀와의 딥 키스도 한결 편안해졌다.
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진아를 보며 그녀의 입 안을 빨았다 넣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와 나의 턱, 그리고 그 아래로 작게 떨어지는 투명한 타액.
“하아, 하아…….”
얽히고 섥히는 혀 사이로 진아의 숨소리가 한층 거칠어졌다.
이 정도면 슬슬 먹히겠지.
그렇게 십여 번 정도를 왕복한 뒤에야 나는 고개를 뗐다.
“푸하아……!”
내 힘이 약해진 것을 눈치챈 진아가 내 몸을 홱 밀쳐냈다.
떨어지는 입가로 타액이 주르륵 선을 만들며 떨어지는 게 보인다.
“혀, 현수 씨.”
겨우 정신을 차린 진아가 흐르는 침을 닦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나를 바라보는 진아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잔뜩 어려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여유롭게 대꾸했다.
“싫으세요?”
“그, 그야…….”
내 물음에 진아가 시선을 피하는 진아.
그런 그녀의 눈빛을 나는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적어도 지금 내 급작스런행동에도 불구하고 진아 씨는 별달리 화가 나지 않아 보였다.
화보다는 초조함과 당황함이 섞인 모습.
거기에 흥분했는지 얼굴도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
‘좋아.’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진아 씨는 지금 내 행동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진아 씨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 젊은 남성분이 먼저 다가오는 걸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럼 됐네요.”
“네?”
싫은 게 아니라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만들면 그만이지.
나는 망설이는 그녀의 몸을 그대로 쓰러뜨렸다.
“꺄악!”
미시 치고는 비명 소리가 귀여운데.
“자, 잠깐만요……!”
여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바닥의 부드러운 융단 감촉을 느끼며, 나는 아래에 깔린 진아 씨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 이건, 이런 건…….”
혼란에 빠진 표정으로 헐레벌떡 앞치마를 여미는 진아 씨.
큰 가슴이 심장 박동에맞춰 작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인다.
거기에 턱 쪽에 흘러내린 침 자국, 한껏 흘러내린 이마의 땀과 흐트러진 머릿결, 붉어진 얼굴, 방금 전 내 움직임으로 인해 구겨진 앞치마까지.
‘하, 진짜 개꼴리네.’
남자를 꼴리게 만드는포인트를 압축한 것만 같은 그 모습에, 참고 참았던 내 아랫도리에도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현수 씨…….”
이미 진아 씨의 얼굴은 달아오른지 오래.
허나 그 와중에도 먼저 나를 건드리는 행동은 일체 없다.
‘참을성 한 번 대단하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여자가 덮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세계의 여자들이 지닌 성욕은 원래 세계의 남성이 지닌 성욕과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진아는 오랫동안 성욕을 홀로 풀며 더욱 강해진 음란도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아 씨는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나를 먼저 건드리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마지막입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싫으면 싫다고 말씀하세요.”
“저, 저는…….”
내 단호한 말투에 진아의 눈빛이 강하게 흔들렸다.
나를 올려다보는 진아의 눈빛에는 다양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당황스러움, 망설임, 초조함.
그리고 욕망.
“왜 나 같은 아줌마를……. 현수 씨 같은 분이…….”
당장이라도 나를 덮이고 싶은 게 눈에 보일 정도다.
허나 그럼에도 그녀가 망설이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남편 때문이겠지.’
아직도 남편을 사랑한다고까지 했던 여자다.
나를 쉽사리 덮치기에는 죄책감 때문에 쉽사리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이겠지.
허나 이런 것도 무너뜨리는 재미가 있는 법.
웃고 싶은 것을 꾹 참은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아 씨가 아줌마든 아니든, 그건 저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녀를 향한 욕망을 숨기지도 않은 채 나는 솔직한 심정을 내뱉었다.
“이웃일 때부터 진아 씨를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네에?!”
내 말에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진심입니다.”
“그건……! 말도 안 돼요!”
“왜 말이 안 됩니까?”
“하,하지만저 같은 아줌마가 무슨 매력이 있다고…….”
“아줌마라고 해서 매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전 아줌마라 생각 안 합니다.”
내 말에 벙찐 표정을 짓는 진아 씨.
“그,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잠시 멍하니 날 보던 진아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 미소도 단순히 기뻐서 웃는 게 아닌, 씁쓸한 미소에가까웠다.
“하지만 전……. 남편을 배신할 수 없어요.”
“배신이라뇨.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나는 망설이는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여기서 내가 얼마나 약을 잘 파느냐에 따라 그녀와 잘 수 있는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나도 강제로 하고 싶진 않으니까.’
어지간히도 남편을 못 잊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무시하고 덮칠 정도로 내가 양심이 없지는 않았다.
뭐 사실 자박꼼이라고, 막상 박히고 나면 좋아할지도 모르지.
정조역전세계의 여자인 이상 대부분은 잘생긴 남자와의 성교를 싫어하지 않을 테니까.
즉 처음에야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강제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무슨 스톡홀롬 증후군도 아니고.’
허나 나는 그런 방식이 싫었다.
정확히는 치사하다고 해야 될까.
싫다고하는 여자를 덮치고, 결국 여자가 좋아했다는 이유를 들어 결과를 합리화?
그런 방식으로 결말을 지으려 하는 건 범죄자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계의 여자라 해도 반드시 미남과의 섹스를 즐길 것이란 법은 없다.
‘역시 섹스는 교감이란 말이지.’
단순히 속궁합 외에도, 서로간의 마음이 잘 맞는다면 더 짜릿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나는 그리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정조역전세계라 해도 강제적으로 누군가와 섹스를 할 생각은 없었다.
“배신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생각을 정리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진아 씨를 사랑한다던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 말에 진아 씨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진아 씨의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제 말은, 서로 즐기기만 하자는 겁니다.”
“네에?!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돼요!”
“왜 말이 안 됩니까? 꼭 서로 진심으로 사랑해야 섹스를 할 수 있는 겁니까?”
“그, 그거야 물론…….”
“물론 남편분이 있는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이겠죠. 하지만, 지금 진아 씨 곁에는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그럼 쌓여있는 욕구는 누가 풀어줍니까?”
“…….”
내 말에 슬슬 진아 씨의 눈빛이 슬슬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이긴 하지.’
사실 앞서진아 씨의 말을 부정하긴 했다만, 근본적으로는 나도 진아 씨의 의견과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사랑 없는 섹스 따위는 허무할 뿐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말이지.
하룻밤의 불장난이란 게 꼭 사랑이 없다는 건 아니지 않은가?
‘뭐, 진아 씨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굳이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별 거 없다.
진아 씨가 지니고 있는 쓸데없는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함이었으니까.
굳이강하게 내칠 수 있다는 내 말에도 뭐라 반박하지 못하는 걸 보면, 이미 그녀의 욕구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
이미 명확하게 나를 거부하지 않은 것만 해도 무의식중에 남자를 원한다는 것을 스스로 표현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도 강제로 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그녀가 할 생각이 들게 만들면 그만이다.
“저는 그냥 진아 씨의 그 큰 가슴에 파묻혀보고 싶을 뿐이에요.”
너무도 솔직한 내 말에 눈을 꽉 감는 진아 씨.
아마도 머릿속으로는 엄청나게 갈등하고 있을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진아 씨가 다시 눈을 뜨고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현수 씨, 정말……. 진심이세요?”
“네. 진심입니다.”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죄송하긴 한데요.”
내 말에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있던 진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현수 씨는 꽃뱀인가요?”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것 치고는 언행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건 인정.
이렇게 말하니 뭔가 할 말이 없어지는데.
“그리고 그것도 조금 이상해요.”
“뭐가 이상하단 겁니까?”
“가슴에 파묻혀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보통 가슴이 큰 여자들은 천박하다고 싫어하던데.”
“가슴 큰 여자가 좋을 수도 있죠.”
“살면서 그런 남자는 한 번도 못 봤는데요.”
“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내 사고회로가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세상에 가슴 큰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고?
아무리 정조역전세계라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아니면 설마…….
이 세계는 가슴 큰 여자가 비호감인 건가?
“가슴 큰 걸 좋아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 겁니까?”
“이상하죠, 당연히!”
내 물음에 진아가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말했다.
“보통그런 소릴 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어디 업소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가슴 큰 여자는 기피하는 게 보통이라고요!”
“그, 그게 보통이라고요?”
“잠깐. 이제 알겠어요. 꽃뱀도 아니면 혹시 술장사를 하시는…….”
“아니, 아닙니다!”
……뭔가 이야기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거 같은데.
자세는내가 덮치고 있는 상태인데 어째 내가 말려드는 느낌이다.
나는 횡설수설하며 말을 이었다.
“헤픈 건 부정 안 합니다만! 저 그래도 건전하게 몸 놀리는 사람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건전하게 몸을 놀린다니, 그 말이 더 이상한 걸요…….”
“…….”
“…….”
에이 씨.
나도 이젠 모르겠다.
이제는 묘한 표정으로 보는 진아를 향해 나는 손을 뻗었다.
“아앙!”
청바지 너머로 물이 조금씩 새며나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녀의 둔덕을 문질렀다.
그래, 역시 이맛이지.
“여, 역시 어디 나이트 같은 데서……. 흐앙!”
쾌락을 참으며 진아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내 손놀림에 참지 못하고 다시 신음이 새어나왔지만.
나는 그녀의 아랫도리를 만지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쉽지 않네, 진짜.’
이 의심 많은 미시의 입을 닫으려면 꽤 시간을 들여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