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6. 양손에 꽃(7)
새 것 마냥 뽀얀 자태를 자랑하는 그녀의 보짓살.
남자 경험이 적지 않을 터이건만 모양도, 색깔도 마치 첫 경험을 겪는 사람마냥 작고 앙증맞다.
심지어 털조차 거의 나지 않은 자태는 학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깔끔했다.
이러면 나도 부담이 적어서 좋지.
“하아앙!”
고간에 얼굴을 댄 채 혀를 바쁘게 움직이자 혜진의 몸이 작게 경련했다.
얼핏 바라본 혜진은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세계 여자들은 너무 쉽게 느낀단 말이야.’
별달리 테크닉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혀만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이 정도만으로도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한다.
이건 딱히 혜진만이 아닌 지금껏 안아본 여자들 모두가 그랬다.
“으읏……!”
신음 소리와 함께 그녀의 오른손이 자신의 클리토리스 쪽으로 향했다.
콩처럼 커진 클리를 아예 직접 문지르기 시작했다.
“으읏, 좋아, 더 세게 빨아도 되니까……. 하앗, 거기 좋아! 더!”
“읍!”
열심히 보빨으 하던 내 뒷통수를 꽉 누르는 혜진.
솜털만이 느껴지는 뽀송한 감촉과 함께 내 얼굴이 그녀의 고간에 파묻혔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녀를 내 커닐링구스는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싫다곤 해도 일단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지.
츄르르릅!
“안돼앳!”
길게 내지르는 신음소리와 함께 혜진의 허리가 한층 휜다.
그런 혜진을 보며 빠져나가지 못하게 허벅지를 잡고있던 양손에 좀 더 힘을 주었다.
꽈악!
그런 내 악력에 맞추기라도 하듯 내 뒷통수를 꽉 쥐는 혜진.
“흐아아아아앙!”
신음소리와 함께 혜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푸슛, 퓨슈슛!
결국 참지 못하고 절정에 다다른 혜진이 성대하게 애액을 내뿜었다.
허리를 들썩이며 절정을 하는 동안 투명한 애액이 내 얼굴을 잔뜩 더럽혔다.
으, 얼굴 다 젖었네.
“하아, 하아…….”
마침내 오르가짐이 끝난 것일까.
털썩.
숨을 몰아쉰 혜진이 하반신을 벗은 그대로 내 허벅지 쪽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의 고간에서 흐른 애액이 내 허벅지 너머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후우, 최고였어…….”
“야, 너…….”
“응?”
한창 여운을 느끼고 있던 혜진이 내 부름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못마땅한 표정의 나를 본 혜진이 그제서야 깨닫고는 입을 가렸다.
“어머.”
그래, 이거 다 네가 적신 거라고.
이 야해빠진 여자 같으니라고.
어우, 그나마 머리가 안 젖어서 다행이지.
“킥킥.”
애액에 젖은 내 꼴이 꽤나 볼만했는지 혜진이 웃음을 터뜨렷다.
이게 누구 때문에 이 모양이 됐는데.
“꼴이 물에 젖은 생쥐 꼴이네.”
“네가 할 말이야?”
“화내는 모습도 귀엽네.”
킥킥 웃으며 날보던 혜진이 내 귓가로 스윽 다가왔다.
얘가 또 뭔 짓을 하려고…….
“앙.”
그러고는 갑자기 내 귓불을 깨무는 혜진.
“히익!”
살짝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감촉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내질렀다.
아니, 할 거면 최소한 언급 정도는 해 주던가!
“후후……. 너 진짜 귀엽다.”
부르르 몸을 떠는 나를 보며 혜진이 입을 떼고는 씩 미소를 지었다.
“성격도 마음에 들고.”
성격?
얘 앞에서 딱히 내 성격을 드러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내 성격이 어디가 좋은데?”
“다른 남자들과 달리 내숭 안 떠는 점?”
내 물음에 혜진이 귀에서 입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뭐랄까, 이전의 차가운 표정과는 달리 약간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얼굴이다.
한 번 가버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순둥이 같이 생겨서 귀여운 주제에 말이지.”
거기까지 말한 혜진이 내 입술을 스윽 훑기 시작했다.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훑는 혜진의 눈에는 한층 도발적인 기색이 엿보였다.
“얼굴도 이 정도면 준수하고.”
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혜진이 설명을 이어갔다.
“몸 좋고 얼굴 좋은 녀석들일수록 지들이 잘생긴 걸 알거든. 덕분에 섹스하기까지 귀찮게 군단 말이지. 근데 넌 아닌 거 같아.”
“화장실에서 한다고 하면 누구나 싫어할 거 같은데. 아니, 야. 말하는데 계속 만질래?”
“안 지려고 한 마디 꼭 하는 그 존심도 귀엽고.”
“…….”
진짜 이 여자 앞에서는 뭔 말을 못하겠군.
당장이라도 또 장난을 칠 거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나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아무튼 한 발 뽑았으면 됐지?”
나는 그녀의 몸을 일으켜세우며 흘러내린 바지와 팬티를 입었다.
자지가 빳빳해서 좀 힘들지만 여기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쿠퍼액 때문에 영 찝찝하네.
“뭐야, 바지는 왜 다시 입는데?”
“나머지는 모텔에서 하자고.”
“여기서 안 하고?”
“미쳤냐? 나 그런 취미 없거든?”
그야 나도 지금 당장 한 발 뽑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장소에서 섹스까지 하고 싶진 않다.
세상이 바뀌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의 화장실 섹스는 아직 좀 아니다 싶었다.
화연이랑도 결국 고기집에서 끝까지 간 건 아니기도 하고.
그런 내 간절한 마음이 전해질 것일까.
“흐음…….”
예상 외로 혜진이 내 말에 고민하듯 턱을 괴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혜진의 보지에서는 애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우선 그 다 벗은 하반신부터 어떻게 하고 생각하면 안 될까.
“좋아.”
결국 한참을 고민하던 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할 거 좀 더 편하게 하자고.”
“휴우…….”
혜진의 대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계속 고집을 부리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내 사정 봐줄 정도의 배려심은 있는 모양이다.
혜진이 서로의 애액을 닦고 그녀가 옷을 입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나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럼 갈까.”
그렇게 내가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이제 나가…….”
“잠깐만.”
그리 말하며 혜진이 내 손목을 홱 붙잡았다.
또 뭔데 이래.
내가 의아해하는 사이 혜진이 옆칸을 가리켰다.
“조용해졌네.”
그녀가 가리킨 곳은 또 다른 남녀의 교접 소리가 들려왔던 변기칸.
그러고 보니 우리가 들어간 뒤로 한동안 소리가 멈췄던 거 같다.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걸 보니 둘 다 슬쩍 빠져나간 걸까?
내가 가만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벌컥,
혜진이 망설임 없이 옆 칸의 문을 열었다.
“헉!”
아니, 그걸 열면 어떡해?!
아직 사람 남아있으면 민망하게 어떡하려고?
“아, 뭐야.”
그리고 그런 내 예상대로 안에는 이전에 들었던 신음소리의 주인공 두 명이 딱 있었다.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있었더니.”
허나 문 너머의 상대는 그런 혜진의 돌발행동에도 별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물론 여자쪽만 그랬다는 얘기다.
갑자기 문이 열렸음에도 살짝 얼굴을 찌푸린 채 있는 여성과 달리, 한창 덮쳐지고 있던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아, 어으……!”
하반신을 다 드러낸 채 있던 남성이 헐레벌떡 바지를 올렸다.
그런 남자의 행동을 힐끗 바라본 여성이 품에서 담배를 한 까치 꺼내고는 입에 물었다.
“스, 승화 씨……!”
“왜? 더 하게?”
“아, 아니…….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부끄러우면 빨리 옷 입으면 되잖아.”
“네……?”
“아, 그리고 나 얘들이랑 할 얘기 있으니까 먼저 가 있을래?”
“……허.”
황당한 표정을 짓는 남성을 뒤로 한 채 그녀가 라이터를 찾는 듯 주머니를 뒤적였다.
이제 볼일 다 봤으니 빨리 가라는 듯한 뉘앙스다.
와, 그래도 방금 한 판 뜬 사인데 좀 챙겨주지 그러냐.
“이 나쁜 년……!”
짝!
부들부들 떨던 남성이 곁에 있던 여성의 볼을 때리고는 서둘러 화장실을 나갔다.
허나 제대로 뺨따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표정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에이 씨. 지가 먼저 꼬실 땐 언제고.”
그저 조금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라이터를 찾는 그녀의 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기 남자 힘은 원래 세계랑 다를 바 없을 텐데.
어떻게 뺨따구를 맞고도 저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지?
“후.”
빨개진 볼을 문대며 맛나게 담배를 빠는 그녀를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바로 ‘작다’는 것.
고등학생인 주화린을 제외하면 지금껏 만난 여성들 중에서는 가장 작은 체구의 여성이었다.
딱 봐도 160을 좀 넘겼을까 싶을 정도.
허나 비율만큼은 다른 성인 여성들 못지않게 훌륭했다.
쫙 달라붙은 원피스가 그녀의 몸매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지랄났네.”
그런 여성을 보며 사태의 주범이 혜진이 갑자기 욕설을 내뱉었다.
슬쩍 바라보니 혜진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음증이냐? 네 할 거나 하지 왜 애먼 남자한테 뺨이나 맞고 있어.”
“아니, 쟤는 그냥 맛보기로 본 거라서.”
“언제는 좋은 남자 낚아 온다더니?”
“아니 그게, 남자 관심 없다는 놈이 화장실에서 그러고 있으니까 섹스 중인데도 호기심이 자극되더란 말이지.”
허나 그런 내 예상과 달리 두사람은 태연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지? 서로 아는 사이인 거 같은데?
친구인가?
“저기, 누구…….”
“아. 안녕하세요!”
슬쩍 끼어든 내 말에 기회라는 듯 그녀가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뭐랄까, 기운이 넘치는 건 다슬과 비슷한데…….
껄렁거리는 느낌이 다슬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하긴, 아무리 다슬이라도 남자한테 방금처럼 얻어맞을 짓은 절대 안 하겠지.
“아, 예.”
악수를 청하듯 손을 뻗는 그녀를 향해 나도 순순히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을 맞잡고 흔들며 그녀가 말했다.
“지금 옆에 있는 그 싸가지 친구에요.”
“누가 싸가지야, 누가.”
그런 그녀의 말에 혜진이 태클을 걸었다.
그녀도 그런 혜진의 태도에 질 수 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혜진을 가리켰다.
“당연히 너지 누구긴 누구야.”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어째 친구인 거 치고는 사이가 묘한 거 같기도 하고.
“저기.”
언짢은 표정의 혜진을 확인한 내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 친구 분은…….”
“임승화예요.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아, 네. 승화 씨. 혹시 방금 전에 그건…….”
“아, 쟤는 남친 아니에요! 그냥 심심풀이용이라!”
쾌활하게 말하는 스스로 쓰레기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승화 씨.
음, 이럴 거라곤 예상했지만 막상 대놓고 이러니까 많이 당황스럽네.
애초 계획대로라면 임승화 얘가 더 ‘나쁜 여자’에 어울리는 거 같다.
“아, 그리고 저희도 말 놓죠?”
“네?”
”아니, 내 친구한텐 편하게 말하면서 존대하는 것도 우습지 않아요?”
“뭐, 그야 그렇긴 한데…….”
“그럼 나부터 말 놓을게! 그 쪽은 이름이 어떻게 돼?”
“……김현수.”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어째 대화로 사람 혼을 쏙 빼놓는 건 둘 다 똑같네.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순간.
“확인했지?”
내 대답과 함께 혜진이 내 손목을 탁 잡았다.
마치 내 남자를 건드리지 말라는 듯, 내 몸을 자신 곁으로 확 끌어들였다.
오우, 이거 왠지 흥분되는데.
“그럼 난 간다.”
“어딜?”
“내가 뭐 하러 너한테 얘기하는지 몰라서 이러냐?”
“모텔?”
능글맞은 표정으로 묻는 승화의 말에 혜진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진짜 빠꾸 없네 이 여자.
“좋겠다. 엄청 미남인데.”
“뭐 어쩌라고.”
“나도 한 번 대주면 안 되냐?”
“야.”
혜진이 싸늘한 표정으로 승화를 바라보았다.
물론 여전히 나를 품에 안은 채로.
“왜애?”
“뒤지기 싫으면 꺼져라.”
빙글빙글 웃고 있는 승화를 향해 혜진이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었다.
힐끗 바라본 혜진은 처음 테이블에서의 보던, 얼음여왕 마냥 차갑기 그지없는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너 나중에 건드릴까봐 일부러 얼굴 확인시켜준 거야. 괜히 집적거릴 생각하지 마라.”
“지금 내 남자라고 찜하는 거?”
“그렇다면 어쩔 건데?”
“와……. 천하의 고혜진이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남자라니.”
“아, 씨……. 지랄 말고 그냥 네 갈 길 가라?”
“흐응. 그러니까 괜히 더 궁금해지는걸.”
“두 번 말 안 한다.”
승화를 향해 혜진이 싸늘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꺼져.”
무섭게 갑자기 왜 이래.
아니, 나야 둘이서 이러는 거 보는 게 좀 재밌긴 하다만.
하지만 끼리끼리 논다고 친구인 걸까.
“싫은데?”
저 죽일 듯한 눈빛을 보면서도 그렇게 답하는 승화의 담도 보통은 아니었다.
“너 진짜……!”
결국 참지 못한 혜진이 내 손마저 뿌리치고 승화에게 다가갔다.
이거 위험한데.
“잠깐, 잠깐!”
이대로 있으면 사단이라도 낼 혜진의 기세에 나는 몸으로 그녀를 막아섰다.
둘 사이에 끼인 내가 말했다.
“진정하고, 말로 하자. 응?”
“말로 할 건데.”
그럼 그 노려보는 것 좀 어떻게 하던가.
아니, 최소한 그 꽉 쥔 주먹부터 좀 어떻게 하면 안 되나?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그냥 섹스만 하러 왔을 뿐인데 왜 내가 화장실에서 여자들 싸움을 말리고 있는 걸까.
심지어 싸우는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것이 더 묘한 기분이다.
“일단은 대화로 해결하자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