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6. 양손에 꽃(11)
현수와 혜진이 이미 거사를 치르고 있는 사이.
아무것도 모른 채 승화는 화장실에서 30분 가까이 샤워를 즐기고 있었다.
“으흥흥~.”
클럽 무대를 뛰어다니며 땀으로 끈적하게 된 전신이 온수로 깨끗하게 씻겨나간다.
기분 좋은 감각에 승화의 입에서 절로 콧노래가 새어나왔다.
물론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은 이유가 단순히 샤워를 좋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대박이야, 대박.’
평소라면 하지 않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김현수라는 이름의 사내 덕분이었다.
‘잘 생겼었지.’
오늘 처음 본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는 승화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물이 좋다고 정평이 난 그 클럽에서도 그의 모습은 1급 청정수 수준이었다.
훤칠하게 생긴 외모에 평균 이상의 키, 거기에 비율마저 훌륭.
몸매? 말할 것도 없다. 이미 클럽에서 팔뚝을 슬쩍 만지면서 확인했으니까.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없지도 않은 훌륭한 삼두근이었다.
모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사내다.
순수 한국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직 거기 크기는 제대로 확인 못 한 게 불안하지만…….’
그래도 직접 3p까지 제안한 보아하니 말할 것도 없다.
먼저 제안까지 한 만큼 사이즈도 최소 평균 이상이겠지.
“흠…….”
머릿속으로 사내의 사이즈와 그것을 삽입하는 자신을 상상한다.
난폭하게 피스톤질을 하는 자신과 밑에 깔린 채 앙앙대는 현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생각만으로도 아래쪽에서 열기가 후끈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후우…….”
온수와는 또 다른 물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만져달라는 듯 승화의 고간은 어느새 완전히 흥분해 있었다.
‘안 되지, 안 돼.’
상상을 그만두고 자위를 하려는 자신의손을 겨우 억제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기운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이후의 즐거움을 위해서 지금은 조금 참자.
그렇게 사내를 배제한 승화가 다시 지금까지의 일을 복기(復棋)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악우의 얼굴.
‘혜진이 저 년…….’
뚱한 표정의 혜진을 떠올리는 순간 승화의 입가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관심 없는 척 하더니 대박을 물어왔네.’
화장실에서 얼빵한 남자 하나를 낚았을 때, 승화는 오히려 혜진에 대해 동정심 비슷한 기분을 가지고있었다.
막상 혜진이 어떤 남자를 물었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언제는 기분이 별로라느니 뭐니 하며 빼더니……. 나보다 훨씬 더 월척을 낚았잖아.’
심지어 그 월척이 알아서 먼저 난교를 하자고 제안까지 한 상황.
승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땡 잡았다 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승화의 입가로 절로 실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큭큭.”
허나 그리 웃던 잠시.
“…….”
문득 승화의 머릿속으로 사내의 손목을 꽉 쥐고 있던 혜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내 남자라는 듯이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던 혜진.
그 얼굴을 떠올린 순간 절로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동시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열한 감정.
“하아…….”
여기까지 온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 질투를 하고 있구나.
하물며 그렇게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사실 자신이 깨끗한 사람이라고는 거짓말로도 못 한다.
그래도 나름대로 선을 지키며 남자를 만나는 혜진과 달리, 자신은 조금 반반하다 싶으면 거의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삶을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그런 승화라 해도, 지금까지 친구가 먼저 침을 바른 상대를 건드리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수도 없이 남자를 갈아치우는 승화에게 있어 그것은 최후의 양심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껏 혜진과는 서로 찜한 남자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을 암묵적인 룰로 정하고 있기도 했고.
사실 혜진이 화를 내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자신이라도 화를 냈을 것이라고, 승화는 생각했다.
“후우.”
마침내 샤워를 끝마친 승화가 문을 나섰다.
거실로 나가기 전 배치된 화장대 앞에서 머리를 말리며, 승화는 오늘 화장실에서 함께 한 남자를 떠올렸다.
‘그 녀석은 뭐……. 별 볼일 없었지. 자지 크기도 그냥그랬고.’
할 때야 좋다고 받아들였지만 막상 시원찮아서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오히려 옆 칸에서 혜진과 현수 두 사람이 했던 대화를 들은 덕분에 더 흥분할 수 있었던 것 뿐.
-왜 그래?여기서는 못 하겠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
-그래?
자신이 삽입을하는사이 밀당이라도 하듯 간을 보는 두 사람의 대화.
그런 대화를 들으며 호기심이 들었던 것이다.
‘꽤 즐거워 보였지.’
다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혜진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현수라는 사내는 질 수 없다는 듯 재밌는 반응으로 대화를 진행해 나갔다.
심지어 애무마저 스스로 하는 듯한 대화들이었다.
눈앞에 별다른 말도 없이 자신의 움직임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남자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나는 그냥 그랬는데.’
반면 혜진의 경우에는 남자의 반응에 즐거워하며 그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혜진의 성격을 알고 있는 승화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남자기에 저 까다로운 혜진이 저토록 즐거워하는 것일까, 하고.
그리고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도 한 번 대주면 안 되냐?
결국 방정맞은 입이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대경실색한 소리를 꺼내면서도 놀라우리만치 침착한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 눈앞의 남자가 탐스럽게 느껴졌다.
이 남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내 밤기술을 이용해 어떻게든 내 남자로 만들고야 말겠다.
당시의 승화에게는 오로지 그 생각만 가득했던 것이다.
‘설마 진짜로 하자고 할 줄은 몰랐지만.’
그 콧대 높은 혜진과 껄렁거리는 자신의 앞에서도당당한 모습의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난 둘 다 마음에 드는데.
충격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런 현수의 모습을 떠올린 순간 다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풋.”
도대체 어디서 저런 남자가 튀어나온 것일까.
그야 내가 먼저 제안을 하긴 했지만……. 남자 입장에서 별다른 거부감도 없이 받아들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수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어온 승화라 해도 말이다.
머리를 말리는 와중에도 이미 승화의 머릿속에는 현수라는 사내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일까……?”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머릿속에서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오늘 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떤 광란의 밤이 펼쳐질 것인가.
그리고…….
그 기고만장한 얼굴의 사내가 우는 표정은 얼마나 환상적일 것인가.
“후후.”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막 씻고 나온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더 이상은 못 참아.
쾌락에 젖어 울부짖는 꼴을 꼭 보고야 말리라.
가운을 입으면서 승화는 서둘러 거실로 발을 옮겼다.
“야, 혜진아. 너도 빨리 씻…….”
그리고 거실로 나오면서 혜진을 들여 보내려는 말을 내뱉는 순간.
생각치도 못한 광경에 승화는 입을 헤 벌리고야 말았다.
“흐아앙!”
후배위 자세로 신나게 박히고 있는 혜진의 모습.
“어때? 좋아?”
그리고 그런 혜진의 반응을 즐기듯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움직이는 현수의 모습.
“……어?”
예상과 달리 완전히 공수가 역전된 두 사람의 모습에 절로 황당한 표정을 짓는 승화였다.
그 콧대 높은 혜진이 남자한테 박혀서 앙앙거리는 모습이라고?
이게 말이 되나?
“크, 슬슬 나온다……!”
“아, 안 돼……. 으아아앙!”
절정에 다다르기 시작한 두 사람의 교접을 보면서.
그녀, 임승화는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
“후우.”
또 다시 사정을 하며 나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세 번이나 쌌네.
‘근데 이놈은 아직도 팔팔하고.’
아래쪽으로 시선을 던지자 세 번째 사정임에도 여전히 힘이 넘쳐나는 내 자식이 보였다.
이거 정력이 너무 강해도 문제네.
꿀꺽.
미리 사온 생수를 들이키며 나는 침대에 엎드린 혜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침대에 푹 엎드린채 거칠게 숨을 내뱉는 혜진의 모습이 보였다.
“하악, 학…….”
세 번째의 사정을 한 나와는 달리 혜진은 이미 열 번 이상 절정을 맞이한 상태.
처음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진이 빠진 모습이다.
주르륵.
아랫도리로 질내사정을 허락한 내 정액이 그녀의 비부를 타고 허벅지로 흘러내렸다.
당연히 피임약을 먹고 있다는 걸 확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설정상 피임약은 원래 세계와는 비교가 안 되게 발달한 세상이니까.
그보다 저거 보니까 또 꼴리네.
“더, 더 이상은 안 돼…….”
“흐음.”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리는 혜진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흠, 벌써부터 지치면 곤란한데?
나는 아직 만족 못했다고.
그렇게 아쉬운 마음에 화장실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오.”
나는 가운을 입은 채 멍하니 있는 승화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거 참 오래도 씻는다.”
“어? 아, 으응…….”
멍하니 우리를 보고 있던 승화가 내 부름에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어쨰 클럽 안에서 남자를 막 다루던 모습과는 달라 보이는데.
자기 친구가 엎어져있는 걸 보고 겁이라도 먹은 건가?
“저기……. 벌써 시작한 거야?“
”벌써라니.“
무사태평한 승화의 태도에 나는 피식 웃었다.
”너 안에 들어간 지 30분은 다됐어.“
”아니, 그렇긴 한데……. 넌 안 씻어도 돼?“
”얘가 어차피 더러워진다고 그냥 하자고 하더라.“
”그, 그렇구나.“
클럽 안에서 보여주었던 기세등등한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
한껏 당황한 승화의 모습을 보며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았다.
”그보다 뭐해?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어……?“
”안 할 거야?“
”……해, 해야지.“
일부러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손을 까닥이자, 그제야 승화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이미 자신은 뒷전으로 하고 뒹굴고 있는 혜진과 내 모습에 뭔가 느낀 것일까.
소심해 보이는 몸짓과 달리, 그녀의 표정은 무언가 결심한 듯 사뭇 비장한 느낌이 감돌고 있었다.
”설마 혜진이 재가 먼저 쓰러질 줄은 몰랐는데……. 넌 괜찮은 거야?“
”괜찮냐니 뭐가?“
”그야……. 이미 한 번 쌌다는 거잖아.“
”세 번짼데?“
”어?“
비장했던 표정이 다시 한 번 풀리면서 당황한 모습을 드러내는 승화.
그런 승화의 모습을 보며 내가 재차 대답했다.
”세 번째라고.“
”그, 어, 그렇, 어어…….“
”푸훗!“
아,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네.
말을 더듬는 승화를 보며 나는 참고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뭘 그렇게 당황해?“
”아, 아니……. 어떻게 세 번이나 쌀 수가 있는지…….“
”내가 정력이 좀 쌔서.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나 보네?“
”그야 두 번만 싸도 보통이 아닌 건데……. 설마 이렇게 했는데 아직도 가능한 거야?“
”왜? 내가 너는 만족 못 시켜줄까봐?“
나는 웃음기를 싹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건재한 내 것을 과시하듯 붙잡았다.
”봐, 아직도 이렇게 팔팔하잖아.“
꿀꺽…….
쇼맨쉽으로 일부러 힘을 주어 벌떡거리게 하자, 작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한동안 가만히 내 성기를 본 승화가 홀린 듯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
어느새 내 앞에 선 승화가 말없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고등학생인 화린과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작은 체구였다.
이런 몸으로 남자는 그렇게 쉽게 다루더니, 막상 내 자지 앞에서는 멍해지네.
”자.“
나는 그런 승화를 보며 만져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 내 신호에 승화가 내 것을 툭툭 건드렸다.
”……어, 엄청 크네.“
”그래?“
”살면서 그렇게 큰 건 처음 봤어…….“
앞서 혜진과의 정사로 끈적해진 내 것을 만지작거리며 신기해하는 승화.
나는 그런 승화를 향해 일부러 낄낄 웃었다.
”큭큭. 그렇게 남자 경험 많은 척은 다 하더니.“
앞서 내게 적극적으로 들이댈 때는 언제고, 막상 혜진과 내 정사를 구경한 승화는 상당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정도로 나와 혜진의 정사가 충격적으로 보였던 걸까.
하긴, 이 세계에서 기센 여자를 후배위로 덮치는 남자의 모습이 흔한 건 아니겠지.
”이거 완전 내숭이었네.“
그런 승화를 보며 나는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막상 자지 앞에서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니 이전과 달리 꽤 매력적으로 보였다.
사실 이런 갭이 또 꼴리는 법이란 말이지.
”뭐, 뭐여?!“
속이 뻔히 보이는 도발임에도 불구하고 승화가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뭐야, 갑자기 왠 사투리?
”아니, 무슨첫날밤 맞이하는 처녀도 아니고 말이야.“
살짝 화가 난 듯한 승화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렇게 쫄고 그래.“
”뭐, 뭐라는겨?! 아닌디? 누가 쫄았다고 그려?“
스스로도 사투리를 쓰는 걸 눈치 채지 못했는지 승화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어째 흥분하면 사투리 쓰는 경향이 있나 보다.
이거 가면 갈수록 매력 덩어리였구만.
나는 그런 승화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우왓!“
당황한 승화를 향해 나는 거침없이 걸쳤던 가운을 벗겨냈다.
금세 나체가 된 승화가 당황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보였다.
흠, 나도 한 번 혜진이 흉내 한 번 내 볼까.
”뭐해? 빨아.“
”어, 어어?“
”빨라고, 순둥이.“
”갑자기 뭐라는겨……! 으읍!“
입을 벌린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입 안으로 내 것을 쑥 집어넣었다.
괴로운 표정의 승화를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