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렘만들기-11화 (11/76)

〈 11화 〉 성장의 여지 (1)

* * *

녹음으로 가득찬 숲.

그 숲 가운데에 넓은 호수를 등진 고풍스러운 외관의 대저택.

대저택은 고요하기 그지없었으나 최상층에 위치한 방에서는 한창 노랫소리가 들려오고있었다.

침대위에서 부르르 진동하며 큰 노랫소리를 내는것은 다름아닌 마력통신구.

그리고 애벌레처럼 말려진 이불 속에서 작은 손이 나와서 침대위를 더듬거리며 여기저기를 옮겨짚으며 무언가를 찾는다.

동그란 마력통신구가 손에 잡히자 그 구체를 꾹눌러서 소리를 죽이고는, 원하는 바를 이룬 손이 다시 애벌레처럼 말린 이불로 들어갔다.

" 하아···· "

불만스러운 한숨을 내뱉고는 이불을 걷어낸다.

그런 다음에는 전날에 있었던 입학식을 준비하느라 연이은 격무때문에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정말 일어나기 싫다.

하지만 본격적인 학기 첫날부터 게으름을 피울수없는법.

준비하기위해 퀸사이즈의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야했다.

격하게 움직이지도 않았음에도 출렁거리는 큰 가슴을 손으로 붙잡고선 화장실에 들어서서 문을 닫는다.

그리고 수 초후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던 문이 거세게 열렸다.

다다닥 거리는듯한 의성어가 어울리는 발소리를 내며 방 한켠에 있는 전신거울까지 뛰어가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으로 만지고 볼을 잡아땡겨보기까지 한다.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되었다는것을 알아볼수있는 부스스한밝은 녹색의 머리.

길다란 귀와 새하얀 피부.

자신의 몸집보다 두배는 커보이는 전신거울앞에선 엘프여성은

바로 에콜 아카데미의 이사장 에리스 드라우니였다.

하지만 무슨이유에선지 이사장 에리스는 전신거울앞에서 당혹스러움에 경악한 표정을 지은채 안절부절해하고있었다.

” 어째서 몸이 돌아간것이느냐?!!! 이미 다말하고 다녔는데… 하아… “

과거에 에리스는 자신을 희생해가며 마수의 침공을 막았지만 그로인해 얻게된 부작용이 있었으니.

150cm라는 작은키의 20살 시절무렵 육체으로 어려지게된후 다시 자라나지못하는 저주에 걸리게된것이다.

사실 그녀도 처음에는 개의치않아했었다.

어찌됐건 목숨이라는 큰 대가도 치루지않았고 사지가 멀쩡하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기저에 깔린 무의식적 감정들이 실린 사람들의 시선들이 에리스를 미쳐버릴지경으로 몰아갔다.

긍지높은 고결한 하이엘프의 후예인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며

얕보는듯한 눈빛들.

그렇기때문에 그녀는 나이가 들어보이도록 스스로를 무장했다.

늙은 노인들이나 쓸법한 말투를 쓰게 됐으며.

머리를 땋아내려 어떻게든 나이가 들어보이게했으며.

좀 더 나이가 들어보이도록 화장을 했다.

그렇게 갖은 노력들을 해오며 자신의 종족의 명예를 되살렸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리스는 치욕스러운 사건을 겪게됐지만 그로인해 자신의 컴플렉스를 이겨낼 탈출구를 발견했다.

여신님의 힘.

여신 벨미아님께 힘을 부여받은게 틀림없는 인물.

라크 아트리에.

그 자는 현대의학으로도 해결못했던 자신의 육체를 간단히 성장시켰다.

그것도 한순간에 말이다.

성장의 저주가 완전히 사라진줄로만 알았던 에리스는 유력가들과 기자들이 모인 자리인 입학식에서 저주가 풀렸다고 공언하기까지했다.

떵떵거리듯이 얘기한게 문제이지만말이다.

그러나 하룻밤의 꿈처럼 끝낼순없었다.

자신의 치욕적인 부분은 드러내는것은 긍지높은 하이엘프의 명예에 흠을 내는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차분하게 생각을 곱씹던 에리스 드라우니의 시야에 들어온것은 침대위에 올려져 햇빛에 반사되는 마력통신구였다.

***

이른 아침부터 이사장에게 호출을 받아서 아카데미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은 나는 짜증이 나있었다.

내 예상을 뛰어넘는 스킬의 효과때문인지 리타에게 밤새 시달린탓에 잠을 제대로 자지못했기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흥분하고서도 여전히 그곳에는 넣지못하게하다니 대체 무슨 이유때문일까?

여신교의 성녀를 그만둔지도 십여년이 지났는데도 그리도 여신교의 규율을 고집하실줄이야…

성녀라는 타이틀만 아니였어도 넣게 해줄 기세였으니까 궁금했다.

역시 여신님께 도움을 요청해야하나?

아무튼 밤새 일을 치루느라 퀭하니 다크서클이 진 얼굴로 등교길에 나서니 사람들이 기겁해가며 놀라기까지했었다.

열차 좌석에 앉아서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며 멍하니 어제 일을 되짚던 내게 정신을 일깨우는 진동음이 들려왔다.

부웅­ 부웅­

내 손목에 달린 마력통신구가 거세게 제 몸을 떨어대며 알리려했다.

살포시 통신구를 터치하니 마력통신구가 반투명한창을 띄워서그것을 들여다보니.

[ 야. 굼벵이. 너 어디냐? 당장 기숙사 정문으로 나와라. ]

아 이런 까먹고있었다.

어제 그녀에게 벗어나기 위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는 거짓말을 했다는것을…

[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가겠습니다. ]

[ ? 날 지금 남자기숙사 정문앞에 계속 세우겠다는거야?? ]

[ 나와. ]

[ 나와 나와 나와 나와 ]

그 뒤로도 계속해서 부웅 부웅 거리며 메세지가 계속해서 온다.

행동하는건 선머슴같으면서 뭘 저런걸 다 신경쓰는걸까?

자기도 여자라는건가.

확실히 그 큰 가슴과 잘빠진 복부로 이어진 넓은 골반은 암컷답긴했다만…

진동이 부웅 부웅 여러차례 울리자 앞자리에 앉은 여성이 꿈틀거렸다.

이런­!

창을 조작해서 메세지음을 차단하자 내가 앉은 자리가 있는 객실안이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열차는 특이하게도 각 객실이 따로 있으며 작은 의자가 서로를 마주보게끔 배치되어있었고, 4명이 앉을만한 공간이 양옆으로 여러개 있는 구조여서 아카데미를 가는동안 객실내에서 만난 사람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기에 좋았다.

내 앞에 앉은 여자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피하고싶었는지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는 끈까지 쭈욱 당겨 어두운 안쪽때문에 입술과 턱만이 보였다.

그리고 음침한 분위기의 그녀는 마력통신구를 든채로 홀로 낄낄 소리를 내며 간헐적으로 웃어대곤했다.

소름끼치게 웃는 모습은 어렸을적에 읽었던 동화에나 나올법한 마녀가 생각이 났다.

메세지 폭탄으로 그 난리를 쳤는데도 별로 연연해하지도 않는것같아서 나는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위해서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내 이어진 음침한 목소리에 그럴 생각이 없어지고말았다.

” 아…아가야. 일어나봐. 흐흐… “

내 작은 키를 보고 놀리는건가??

감았던 눈을 떠보이자 내 앞에 있던 음침한 여성이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쪽을 응시하고있었다.

아까의 소란으로 그녀는 내게 관심을 가지게 된것이 틀림없다.

“ 무슨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저는 당신이랑 같은 아카데미 재학생인데요. “

음침한 여성이 큭큭큭 웃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 나,나는 아카데미 3학년생이란다. 여기 명찰의 색깔이 다른것이 보이지? 그,그러니 너는 후배이니 아,아가가 맞지 크흐흡…!“

아무리 선배여도 후배를 이리 놀려먹을순 없는법.

따라서 나는 음침선배를 응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객실 안은 나와 그녀 둘뿐이었으니깐 맘놓고 난리쳐도 쉽사리 도움을 요청할수없을것이다.

덕분에 맘놓고 지랄 한판을 벌인다­!

" 응애­! 나 아가후배­!! "

내가 크게 소리치자 음침녀가 멍한표정을 지어보이며 일순간 정지한것처럼 멈추더니 배를 잡고선 웃기시작했다.

" 푸하하하…!!! 그,그게 뭐야…!!! 아하하…!! 우리 후배. 선배가 놀려먹어서 정신을 놓은거니? "

" 마망­!! 맘마줘 맘마!!! "

" 아하하…!! 이번에는 또 뭘하려고… "

손가락이 일사불란하게 꼼지락꼼지락대며 그녀의 가슴으로 향해 나아갔다.

뒤늦게서야 그녀가 알아차렸지만 이미 나의 손은 그녀의 지척에 있었기에 아무런 방해없이 노리던것을 움켜쥘수있었으니.

말랑 말랑­

뽀송뽀송하니 말랑하게 느껴진다…

아니 이건 원단이 부드러운건가??

" 맘마! "

" 힉…! "

그녀가 놀란 나머지 허우적대다 후드가 벗겨지고 꽁꽁 싸매놨던 얼굴이 드러난다.

자수정처럼 몽환적인 보라색의 머리카락은 정돈되어있지않아 여기저기 뻗쳤으며.

무심하고 우울해보이는 눈매는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그녀다웠다.

내게 시선을 고정한채로 공포심에 젖어 덜덜 떨어대는 연분홍색 눈동자.

그리고 뿅하고 감춘 후드에서 튀어나온것은 토끼귀였다.

순간 나도 놀라고 말았다.

그냥 못되먹은 선배인줄로만 알고 골려먹으려했더니 대어가 스스로 낚인셈이었으니.

제약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블렌더 가문의 여식.

데이지 블렌더.

그녀가 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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