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썅년
* * *
커다란 에메랄드색 눈동자 한 쌍이 스르륵 움직여서 날 포착한다.
나를 똑닮은 얼굴.
그렇지만 그 얼굴에는 유약해 보이는 나와는 다르게 거칠고 드센 눈매가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머릿결.
양옆에는 리본으로 묶어 내린 작은 양 갈래머리가 솟아나 있었으며.
앙증맞지만 두툼하고 새빨간 입술은 소름 끼치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 뭐야···? 땅딸보가 여긴 웬일이래?? 입학했다는 소식은 엄마한테 들었는데. "
" 땅딸보?! 그게 오빠보고 해도 될 소리라고 생각하냐?? "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내가 묻자, 망할 여동생이 내게 비웃음을 머금은 조소를 날리더니 무게를 푹 실은 고급스러운 소파에서 일어나서 내게 다가왔다.
" 그럼 여기에 또 누가 있겠어? 저기 있는 엘프 메이드마저 너보다 키가 큰데?? 쿡쿡···. "
그리고 싸가지없는 여동생은 내 인내심을 시험해 보고 싶은 게 분명했다.
여동생의 길고 새하얀 검지 손가락이 내 머리를 연신 콕콕 찔러대고 있었으니까.
푹푹! 푹,푹푹!!
시,시발럼아! 그만하라고!
철썩!
사람 괴롭히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여동생의 횡포를 참다못 한 내가 손으로 쳐 내자, 여동생의 호선을 그리고 있던 입이 순식간에 일자로 내려오며 얼굴을 굳혔다.
" 어? 지금 날 쳤어····?? "
" 적당히 해라. 루샤. 하늘 같은 오빠를 놀려 먹는 것도 이제 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니?. "
" 하! 참나 진짜 웃기는 새끼 네… 야, 넌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사니··? "
" 뭐?! 너 지금 뭐라··· "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루샤의 팔이 내 쪽으로 튀어나와서 그저 가볍게 내 가슴팍을 툭하고 밀어 냈다.
그뿐인 행동이었는데도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손쉽게 넘어가서 바닥으로 쓰러졌다.
" 쿠엑! "
쿠당탕!
개폼은 다잡아 놓고선 반사될 정도로 빛나는 대리석바닥에 꼴사납게 넘어진 내게 쪽팔림과 강한 고통이 몰려들었다.
시발! 개년이 날 밀쳐?
바닥에서 구르듯이 누워 있는 중에 그 개년이 내 앞에 서서 차디찬 눈처럼 차가운 경멸의 시선으로 날 내려다본다.
" 분수파악도 못하는 쓰레기 새끼. 왜 내가 어릴 적에 니 말을 들어줬다고 생각해? 오빠라서? 아니! 전부다 엄마를 위해서 그랬던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의문투성이야.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새끼인데, 뭐가 그리도 예쁘다고 아끼는 건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되거든~?? "
" 이게 보자 보자하니깐!! 악!! "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베이지색의 구두가 내 손을 짓밟았다.
찌릿하고 손에서부터 내달리는 격통에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루샤의 일자를 유지하고 있던 입꼬리는 다시 올라가 호선을 그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변태같은 사디스트년같으니라고.
" 잠깐 멈춰주시길. "
아름다운 청아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와 우리는 흠칫하고 놀랐다.
깜짝이야.
대체 언제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거지?
대저택의 정문에서 날 맞이한 무표정의 엘프 메이드.
어느새 그녀가 싸움을 벌이고 있던 우리남매에게 접근해서 말한 것이었다
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다.
못 느낀것은 루샤도 마찬가지였는지 흠칫 떨며 놀라고 있었다.
" 라크님. 에리스 주인님께서 준비가 다되었다고 말씀하셨으니 바로 올라가시면 되겠습니다. "
“ 뭐야! 제니아!! 내가 먼저왔잖아!! “
이사장 에리스가 날 먼저 불렀다는 사실에 루샤는 격분하여 치마를 입었다는 것조차 잊었는지, 발을 바닥에 연신 내려치며 항의했다.
그런데도 메이드 제니아는 당황스러운 기색한순간도 내 보이지 않는다.
마치 감정없는 인형 같은 모습.
“ 루샤님. 에리스님께서 말씀하신겁니다. “
“ …제니아. 귀가 막힌 거야? 이쪽이 더 급한 사안을 가지고 온데다가… 먼저 왔다니깐? “
분명 웃고 있는 얼굴하고있었지만, 냉기가 철철 흘러나오는 루샤의 어조에 대화하고 있는 둘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메이드 제니아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루샤에게 다가가서는 파란 눈동자 속에 잠긴 무심한 시선을 내비추며 눈을 마주쳤다.
” 이는 이사장님의 명령입니다. 루샤. “
찌릿하고 이어진 눈싸움의 공방이었지만, 얼마 안가서 패자가 나왔다.
한층 화났다는 듯 눈을 부라리며 제니아와 눈싸움을 이어가던 루샤가 질려 버렸는지, 고개를 휙 돌리고선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자기가 앉았던 소파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런 모습이 루샤다운 모습이었긴했다.
쉽게 불붙고 쉽게 질리는 성격.
어릴 적부터 이런 성격으로 루샤는 엄마에게 곧잘 혼나곤했다.
그렇다 해도 오라비한테 대든 건 용서못 한다.쌍년아.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진 못 참는다.
그래서 제니아의 부축을 받고 일어난 내가루샤가 앉은 소파를 지나칠 때쯤에 한마디를 꺼냈다.
” 야, 그래서 고양이팬티는 언제 졸업할 거냐? “
바닥이 반사될 정도로 깨끗한 대리석바닥.
방금 전에 두 사람이 치열한 눈싸움 공방을 벌이고 있을 때도 난 그것을 요긴 하게 써먹고 있었다.
대리석바닥으로 비춰 보이는 검은색 g스트링 팬티와 분홍색의 고양이 모양 팬티.
루샤 년은 어릴 적부터 입던 브랜드의 팬티를 아직도 입어오고 있었고, 무표정의 엘프 메이드 제니아는 놀랍게도 천 면적이 적은 T팬티 같은 걸 입고 있었다.
짧은 회상을 마친 내가 비웃듯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자, 멍하니 있던 루샤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부끄러움이 아니라 분노라는 감정에 의해서.
속사포처럼 들려오는 욕설을 뒤로한 채 제니아의 안내를 받아서 최상층으로 올라가자, 커다란 목제 문이 눈에 들어선다.
제니아가 문을 똑똑하고 두드리니, 목제 문이 조금의 틈을 두고열렸다.
그러고선 에리스의 두 눈이 그 틈 사이로 밖을 살핀다.
” 드,들어오거라!! 아! 제니아!! 너는 내려 가서 루샤좀 보고 있거라. 내가 시,시급하게 해야 할일이 있어서 라크를 먼저 부른 것이니! 절대 올라오게 해선 안 된다! 알겠지? “
” 예. 알겠습니다 에리스님. “
제니아가 복도에서 사라지자마자, 에리스가 문을 벌컥하고 열더니 빛과 같은 속도로 날 방안으로 밀어 넣었다.
방안은 전처럼 암막커튼으로 쳐 놓았기 때문에 어두워야했지만 그나마 침대옆 탁상에 놓인 램프때문에 어느 정도 앞을 볼수 있었다.
쿵!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헐레벌떡 문을 닫고서는, 잠금장치를 걸어 잠그고 나서야 안심이 됐는지 그제야 숨을 푹 내쉬는 이사장 에리스.
그러고는 빙글 뒤돌아서 나와 시선을 맞췄다.
에리스는 입학식 때와 똑같은 모습에 펑퍼짐한 로브로 제 몸을 가리고 있었지만눈여겨볼점이 하나 있었다.
나처럼 작은 키.
“ 어라? 에리스님 다시 작아지셨네요? “
” 무,무어냐! 자네가 모르면 이걸 어떻게 하겠단말인가!! 자네가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닌가??!! 그날 저주가 풀렸다고 공표하기까지 했는데 이를 어찌한단말이야!! 제발 도와주게 라크!! 내게는 하이 엘프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 있어!! “
의문을 표하는 내게 패닉에 빠진 에리스가 빠르게 달려와서 바짓가랑이를 잡더니 책임을 추궁하기 시작한다.
사실대로 얘기하자면 나도 짐작 가는 게 하나도 없었다.
입학식날 나는 그녀의 위협아닌 위협을 넘기고자 매료스킬을 써서, 그녀의 뒷구멍을 탐했으며 유전자조작 스킬을 사용해서 에리스의 육체나이를 더 성장시킨게 다였으니까…
근데 조금 생각해 보니 에리스가 왜 이렇게 다시 작아 졌는지 알거 같은데…?
엄마에게 걸렸던 스킬의 지속시간.
그것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며칠동안의 지속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에리스에게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걸었던 성장관련 버프 또한 그와 같은 맥락이리라.
상념에 잠겨 있던 순간에 바짓가랑이가 땡겨져서 아래를 바라보자, 눈물을 글썽이는 하이 엘프
“ 에리스님 제가 도와 드릴테니 걱정 마세요. 그날 제가 여신님이 하사해주신 힘을 쓴건 알고 계시죠? “
” 크흥…! 아,알다마다 살아생전 그런 힘은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알고 있느니라…. “
“ 걱정 마세요 에리스님. 오늘도 그날처럼 똑같이 하면 돼요 “
” 뭐,뭘 말인가? “
” 뭐긴요. 섹스죠 섹스. “
” 여,역시 그 힘을 쓰려면 꼭 해야 하는겐가??? “
사실 그럴필요는 없었다.
저번의 실험으로 손가락을 입에만 넣어도 유전자 조작스킬 창이 뜨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마침 내 성욕이 들끓어올랐기 때문에 해야 했다.
남자는 꼬추에 조종받아 살 때가 있는 법이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프는 얼굴을 붉히고는 로브위에 달린 끈을 당겨 스르륵 벗어제꼈다.
“ 저번처럼 어,엉덩이로 하면 되는 거겠지? “
“ 아뇨. 이번에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할 거예요. “
“ 무어라고? 더 효과적?? “
에리스는 내 말에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는지 인상을 찌푸리고는 나한번 봤다
“ 그게… 입으로 하면 하루가는 걸 확인했어요 “
” 그,그게 정말이더냐?? 자,잠깐 누굴 상대로 써본 거냐?! “
” 그건 말못해드려요. 제가 이 방에서 나가는 걸 원하시는 거예요? “
내가 문근처로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에리스는 후다닥 내 옷을 잡았다.
” 아,아닐세!! 그건 아니라네! 안 알려 줘도 된다네!! 자네 말을 믿어!! “
이사장 에리스와 아카데미 재학생인 나였지만 이미 갑과 을의 관계는 뒤바뀌어 있었다.
나는 이걸 노린 거였지만 생각보다 더 잘 먹힌 듯싶다.
그래서 제자리에 멈춰 서고는 목을 큼큼 가다듬은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래서… 에리스님도 효과가 오래가셨으면 좋겠죠? “
” 당연한 소리아니겠는가?! 이건 하이엘프의 명예에 직결된 문제라네!! “
“ 그럼 결정됐네요. “
” 으,응? 대체 뭐가 결정됐단말인가?? “
” 보지로 하는 섹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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