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렘만들기-18화 (18/76)

〈 18화 〉 언약 (1)

* * *

정말 안일했다.

홀로 둥지에 들어 왔다는 것조차 그새 망각해 버린 것인지 주변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으니까.

돌덩이가 굴러다니는 흙바닥위로 널브러진 단단한 키틴질 껍질들.

지면을 뚫고나온 자이언트 앤트무리는 순식간에 날 둘러싸서 포위망을 구축했다.

[ 츄르르륵­!! ]

개미들은 입에 달린 큰 턱들을 일제히 움직여서 위협의 소리를 냈다.

일반적으로 보던 작은 개미들에 비해 수십 배는 큰 개미들의 크기는 상당한 위압감을 안겨다주었지만, 그것들에 맞서는 작은덩치를 가진 수인소녀의 얼굴에는 일말의 부정한 감정조차 담겨져있지 않았다.

오히려 호적수를 만났다는 듯, 그날카로운 눈매로 포위망을 훑어 본다.

수인소녀를 둘러싼 자이언트 앤트 무리들은 견고한 성벽처럼 빈틈 하나조차 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뒤로는 둥지의 내벽인 기분 나쁜 고기벽이 꿈틀거리며 퇴로를 막아섰다.

이른바 사면초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활로는 스스로 개척해 내면 되는 것이지.

수적으로 본다면 열세.

아니 홀로 싸워나가야 했기 때문에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이리라.

하지만 수인소녀는 주눅 들지 않았다.

수인 소녀의 입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송곳니를 내보일 정도였다.

다다닷­!

메마른 흙바닥을 박차고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간 신형은 자이언트 앤트의 머리를 짓밟고선 공중으로 떠올랐다.

“ 으랴아아아앗­!!! “

사자 같은 우렁찬 포식자의 포효가 수인소녀의 작달만한 목에서 전방으로 쏘아내지자 자이언트 앤트의 움직임을 한순간이지만 멈춰 세웠다.

수인소녀의 양손에 들린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거대한 해머.

땅을 순식간에 박차고 적을 밟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기세로 온힘을 실어서 지면으로 낙하한다.

" 이거나 처먹어어!!!! "

해머의 무게에 소녀가 낸 폭발적인 속력까지 더해지자 바람을 가르는 듯한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자이언트 앤트의 머리로 내리꽂힌다.

콰아앙­!!

강철처럼 단단하여 부수기 쉽지 않다고 알려진 자이언트 앤트의 키틴질 껍질이 손쉽게 부서지고 그안에 들어 있던 말랑말랑한 뇌 피질 조각와 살점을 짓이기고도 해머에 실린 기세는 죽지 않았다.

결국 해머는 한 마리의 자이언트 앤트의 머리를 깨부수고도 지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둥지의 내벽과 땅이 울리며 주변을 뒤흔들었다.

충격파는 주변의 앤트들의 자세를 무너뜨리게 만들었고 그 기회를 낚아챈 소녀는 물 흐르듯 포위망을 부수어나가 연이어서 소음을 만들어 냈다.

" 후욱··· 후··· "

약한 불빛에도 반짝이던 백금발의 머리카락은 땀으로 흠뻑 젖은바람에 달라붙어서 흩트려져 있었고, 여력조차 남기지 않은 채로 날뛴 탓에 가빠진 숨을 내뱉었다 들이마셨다.

그런데도 황금색 눈동자는 생기를 잃지 않은 채로 열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 망할 영감들··· 이게 어딜 봐서 D랭크 판정을 받은 둥지라는 거야!!! '

라이오넬 가의 가주가 되기 위해 나선 피의 정벌은 시작부터 난관을 맞이했다.

그 쭈글쭈글한 피부를 가진 가문의 원로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이곳을 먼저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기에, 카르사는 그 말에 따른 것이었지만 지금에서야 깨닫고말았다. 그것이 오판이었다는 것을.

카르사의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분홍빛 살점과 초록색 체액들은 찝찝하게 만들어서 기분을 망쳤고, 자이언트 앤트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체력을 보존할 생각도 못 하고 그만 날뛰어 버렸다.

문득 카르사는 둥지에 들어가기 전 직원이 씨부려댔던 말들이 생각났다.

[ 혼,혼자서 들어가신다고요? 안 됩니다! 안 돼요!! 아무리 수인이라해도 이 둥지는 진화··· ]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제지하려던 직원은 곧 카르사가 내밀은 ID카드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지만말이다.

호들갑을 떨던 직원이 이름을 보고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굳어 버린것을 떠올리고는 카르사는 피식하고 웃음을 내 보였다.

진화··

그래. 진화라고 말을 하던 도중에 내가 잘라먹어 버렸다.

둥지와 진화의 연관성.

들어 본적이 있긴 하다. 둥지중에는 한단계 위의 상위 적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그리고 생태계가 변화하듯이 그에 따라서 못 보던 강적이 출현한다고···

쿠드드득­!!

갑자기 불온하고도 소름 끼치는 소리가 둥지의 안쪽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쿵쿵 하고 규칙적으로 땅에 울려 퍼지는 진동은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마물이 거대한 육신을 지녔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것이 이윽고 모습을 드러냈을 때.

카르사의 경계심은 경종을 울려댔다.

[ 캬아아악­!!!!! ]

어미는 금쪽같은 새끼들의 처참한 죽음을 보고는 울부짖었다.새끼들의 고달픈 비명 소리에 놀라서 지켜야할 자리를 벗어나 몸을 끌고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서 자식들까지 참살한 눈앞의 먹이가 너무나도 미웠다.

개미들의 어머니는 번개가 내리치듯이 보이지 않는속도로 발을 휘둘러서 먹이를 향해 내리쳤다.

" 큭····!! "

카르사가 감을 따라서 그 자리를 박차고 뒤로 빠져나가자 쿵 하고 단단한 개미의 발이 지면을 긁어 냈다.

어미가 발을 들어 올리자, 내려쳐진곳은 크레이터처럼 거대한 흔적을 남길정도로 파여져 있었다.

" 허억··· 헉·· "

조금 전의 회피는 순전히 운으로 이뤄낸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위협을 감지하고 겨우 해 낸 회피였으나, 이것이 얼마나 갈지도 카르사는 알 수없으니까.

거기다가 이대로 구조를 기다린다해도 카르사가 못 버틸 확률이 높았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체력이 없는 카르사가 먼저 나가떨어질게 자명했기에 더욱 암울해진 카르사는 눈썹을 찌푸렸다.

쉬익­!

다시 한 번 어미의 공격이 카르사를 향해 내려쳐진다.

까앙­!!

" 큭····!! "

카르사는 급하게 들어 올린 해머 손잡이 부분으로 공격을 막아 냈지만, 공격에 실린 힘을 버텨내는 데까지는 체력이 모자랐다.

그녀의 여린 육체가 그대로 쏘아져나가 둥지의 내벽에 부딪혔다.

그 충격이 상당했는지 벽에 부딪혀서 땅에 쓰러진 카르사는 좀처럼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승기를 잡아낸 어미는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수인 소녀의 명줄을 끊어 내고자 낫처럼 날카로운 발을 치켜올렸다가 다시금 내려찍어 버리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어미의 뇌에서 명령을 내렸으나 발은 하늘로 치켜세운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까드득 큰 턱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대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던 어미는 원인을 파악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단단하며 날카롭기까지 하던 발끝은 첨단에서부터 무언가로 물들여져 있었다.

새하얗기도하며 파랗게도 보이는 그것은 얼어붙어 버린 자기 발.

툭­

저편에서 자그마한 돌덩어리가 데구르르 굴러와서 어미의 발치에 멈춘다.

" 솔로잉을 하는 사람이 저말고도 있을 줄은 몰랐네요. "

차분하게 말하는 고운 음색의 목소리.

하얗게 물든 머릿결을 휘날리며 여성은 일 년내내 얼어붙어 있다는 북쪽의 냉기처럼 살을 에는 칼바람을 휘감고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크르륵···· ]

먹이사슬의 최상위에서 최하위로 내려왔다는 것을 눈치챈 어미는 현명하게도 얼어붙은 제 발을 뜯어 내고는 도망친다.

마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요한 침묵만이 내려앉은 가운데 순백색의 머릿결을 가진 여인이 카르사에게 다가갔다.

카르사는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방금 전의 광경은 쓰라린 고통마저 무시할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었기에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무영창으로 마법을 시전하다니··

상당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임에 틀림없다.

지쳐서 쓰러져 있던 카르사가 벌떡일어나 무릎을 꿇는다.

" 저,절 제자로 받아주세요! "

갑작스러운 부탁이겠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는 못볼거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카르사는 무리수를 뒀다.

' 거절하면 어쩌지··· '

" 고개를 드세요. 어린 사자여 "

고운 미성으로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카르사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제게 배움을 원하시는 겁니까? "

여인의 감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눈은 어느새 반개하고 있었으며 그 눈동자는 황금처럼 반짝이기도 하며 어쩐지 여러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카르사는 침을 꼴까닥 삼키고는.

" 네 "

*****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수업이 연일 이어진다.

기초 마력제어법?

이건 코흘리개 애들이나 배울법한 내용이 아니던가.

카르사는 지금 보다도 훨씬 어릴 적에 배운 것인데 왜 여기서 수업을 듣고 있는지 생각을 떠올리자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작달만한 체구를 지닌 빨강머리의 소년.

그의 나이는 소년이 아니었지만 어린 소년처럼 작은 덩치때문에 어딜 보아도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귀엽게 생긴 인상과는 달리하는짓은 하나 같이 맘에 안 들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자신을 남자 기숙사 정문 앞에 세워둔 채로 기다리게 만들었고, 거기다가 수업까지 빼먹었으니말이다.

대체 수업마저 땡땡이치고 어딜 간 거야?

만나면 어떻게 골려줄까 상상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뿌리처럼 계속해서 뻗어 나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아파지는 머리를 벅벅 긁어대고는 카르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탁­!

갑자기 에페이아 선생이 단상앞에 세워진 탁상을 내려친다.

" 자,잠시! 흡···! 자습!! 자습하세요!! "

강의에 진지하게 임하던 에페이아 선생이 돌연 자습을 선언하고는 자리를 비우려한다.

에페이아를 알게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매사에 진지하게 대하며 철저하게 일정을 지키려는 성격같아 보였다.

또 자신이 담당한 마법에 대해서는 특히나 그런 면을 있었다.

집요함.

그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

에페이아가 급히 강의실의 앞문으로 향해가며 앞자리에 앉은 카르사를 지나친다.

" 뭐야? 이 흰 머리카락은? "

목을 간질간질 긁어대는 듯한 가려움에 손으로 집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순백색의 머리카락.

' 내 머리카락 색은 백금색인데··· '

카르사는 머리카락 한올을 보던 눈알을 굴려서 다시 앞을 보자 강의실을 벗어나던 순간의 에페이아의 모습이 보인다.

머리끝 부분은 순백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눈동자 색은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쿵­!

" 꺄악­! "

" 으악­! 뭐,뭐야?!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인물은 다름 아닌 카르사였기 때문에 강의실안에 있던 학생들은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제 할 일에 집중했다.

카르사는 이를 꽉 물고서는 반쯤 열린 강의실의 앞문을 노려 본다.

' 따라가야 해 '

****

" 아들 여기 있니? "

언제나 정겹게 들리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지금 만큼은 살얼음판을 걸어 다니는 것처럼 무섭게 느껴진다.

' 뭐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 대체·· '

얼어 버린 문의 경첩이 파사삭 하고 쉽게 부서져나간다.

손쉽게 떨어져 나간 문.

문이 사라진 화장실 칸은 제 역할하지못하고 안에 서 있던 나를 그대로 밖에 노출시켰다.

" 어,엄마? "

학교 내에선 푸른 머리색으로 위장을 하고 있던 리타의 머리카락이 어느새 순백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양손으로는 한겨울처럼 시린 냉기마법이 캐스팅되어 있었다.

이건 그냥 화난 게 아니다.

역대급 분노 어워드에서도 못 보던 수준의 격노.

" 라크, 우리 아들? 솔직하게 얘기하면 화안낼게. "

' 엿됐다···· 이건 솔직하게 말해도 뒤지게 혼나는 유형의 분노다 '

" 뭐,뭘요? "

어제의 조교가 빛을 발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 방금 전에 입 보지오나홀에 사정했던 자지를 흔들어제껴보았지만, 싸늘한 리타의 표정을 풀지는 못했다.

이게 왜 안 먹히냐고···

또각 또각 구두굽소리를 내며 다가온 리타는 아들의 옷을 제대로 입혀주고는 귀에다가 대고 속삭여서 다시 한 번 자지가 설뻔했지만.

" 어떤 엘프랑 했는지 말하라고. "

속삭인 말에 의해 발기가 순식간에 풀린다.

위압감에 밀려 나 절로 변기에 앉게 된 나와 벽에 쿵 하고 짚은 리타의 팔.

나는 그 변기에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저 어머니의 얼굴만을 바라볼수밖에 없다.

황금색으로 빛나지만 빛이 비춰들면 가지각색의 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꿀꺼억.

" 엘,엘프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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