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홀딱 벗은거나 다름없는 옷차림으로 착 달라붙어서 내 몸에 비벼대는 주제에 이건 승부라서 상관없다고 말하는 시건방진 여동생 ( 1 )
* * *
알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의문이 묵은 체증마냥 가슴에 턱하니 걸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이 묵은 체증을 해소하려면 과거를 되짚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허나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남들에게는 절대 말 못한 행동들을 저지른 기억들뿐이기에 루샤는 자괴감에 빠져든다.
" 내가 미쳤지!! "
쿵!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화가 나서 발을 뻗었다지만, 하필이면 그곳이 침대모서리였다.
발가락을 타고 머리끝까지 타고 오르는 끔찍한 고통에 절로 비명을 내지를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하여 꾹 참아낸다.
" 후우..! 후우...! 하아. "
한참 동안 자리를 뒹굴다가 드디어 진정됐는지 루샤는 침대 위에 벌러덩 누운채로 하염없이 천장을 올려다본다.
별이 하나, 둘, 셋….
어릴 적 천장에 붙여둔 야광별들이었다.
해양생물인 야광불가사리들을 곱게 갈아서 원료로 만든다고 그랬던 거 같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이만큼 생각하면 됐지.
지금은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으니말이다.
바로 내가 왜 그렇게까지 흐트러졌을까 라는 의문.
숨겨져 있었던 변태적인 본성이 우연찮게 발현된 것일까?
내가 사실 그런 변태였던 것일수도....
' 아니, 그럴 리 없어.오빠놈이 무슨 수작을 부렸으면 부렸지. 내가 그런 변태일리 없잖아! '
‘ 겨드랑이를 간지럽혀져서 가 버리는 여자라니…. 그건 너무 변태같잖아. ‘
깊어져가는 밤에 자기 추태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끙끙 앓았기 때문인지, 루샤는 눈을 감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
벽에 달린 두 개의 기다란 창.
밝은 달빛이 커튼을 투과하여서 불빛 하나조차 존재하지 않아서 어둡기그지없는 방 안을 비추고 있었고, 둥근 달의 모양이 커튼에 어슴푸레 모양을 남기고 있었다.
째깍 째깍
무겁게 느껴지는 짙은색의 괘종시계에서는 나는 규칙적인 초침소리.
방 전체를 짓누르듯 짙게 깔린 침묵 속에서 시계는 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 이곳은…, 그때의 기억이네. ‘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는 것을 루샤는 매번 꾸던 꿈을 보고는 자각했다.
위대하신 여신님이 된 것처럼, 루샤는 이 모든 광경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수 있었다.
툭!
원목 책상 위에 올려진 종이서류로 내던져진 만년필은 주사위처럼 데구르르 구르다가 멈춰 섰다.
“ 맹세해라, 그대에겐 그럴 만한 자격과 소질이 있으니. “
어둠 속에 가려진 바이올렛색의 흐린 두 눈동자.
흙탕물보다도 탁한 눈으로 의자에 앉은 채로 날 눈여겨보고 있었다.
“ 늘 이런 식인가요? “
” 무엇이? “
“ 인재채용말이에요! 투박하고 구시대적이잖아요!! 이렇게 강압적으로 끌고 와서 서명하라는 게!! 어딜 봐서 종용이라는 거야?! “
‘ 말하다보니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것이 떠올라서 순간 욱하는 바람에, 체면이고 예의고 전부 내던지고 반말로 모든것을 쏟아냈었지…. ’
드르륵!
서류에 서명을 한다면 상급자가 될 여인이 의자를 거칠게 밀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꿈속에서의 루샤 앞으로 한 발자국씩 천천히 발을 내디뎌서 다가선다.
구두 앞굽에 단단한 철판이 들어간 무거운 군화는, 발걸음을 내디딜때마다 결코 가벼운 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윽고 루샤 앞에 섰을 때, 거뭇한 그림자가 루샤의 눈앞을 뒤덮었다.
여인의 키가 건장한 사내와 맞먹을 정도로 컸으니까.
기다란 흑발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곰의 귀가 달려 있었고,
깊게 입은 상처, 얕은 상처들까지 흉터로 몸이 드러난곳에 가득히 차 있었다.
“ 뭐,뭐야? 내가 그런다고 겁이나 먹을 거 같아?? “
그 말대로 꿈속에서의 루샤는 주눅이 들기는커녕 마력을 전개하여 마력흔을 흩뿌렸다.
이제 와서 보니,지금이라면 꿈도 못꿀 짓이었다.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행동이었으니깐.
“ 푸흐흐, 역시 듣던 대로 참 당돌한 기개를 지녔네. 그 엄마에 그 딸인가? “
허탈하게 짓는 미소, 자의가 담겼거늘 묘하게 기분 나쁜 미소였다.
이때 당시에 대장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얼굴에 기묘함을 느꼈었다.
“ 좋아! 너 합격이다. “
끔속에사의 루샤가 적의가 사그라들자 마력흔을 태워날려보낸다.
이미 종결된 싸움을 더 끌고나갈 이유도 없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듯했다.
꿈속에서 보는 과거의 대장님은 카리스마가 넘쳤고, 강단있어 보였다. 현재의 대장님처럼말이다.
지금의 내 롤모델이 된 대장님을 만난 것은 강렬한 사건이었는지, 나는 가끔 이때의 기억을 꿈으로 꾸고는 했다.
그러나, 꿈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 그럼 이후의 일은 내 조수가 이어서 맡아줄 테니 그리 알도록. 조수! 들어오도록 해! “
‘ 조수??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
철커덕하고 문이 열리고 지금까지 본적없던 이방인이 방안에 들어선다.
또각또각 구두굽소리를 내며 들어온 조수의 정체는…
’ 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나의 또 다른 쌍둥이 남매, 오빠인 라크였다.
라크는 깍듯이 대장님에게 허리를 숙여가며 예법대로 인사를 하고있었다.
” 부르셨습니까? “
“ 그래, 헌데 매번 그리 예법은 안지켜도 된다고 말하지않았는가? 이거 계속 말하다간 내 입만 아프겠군. “
“ 죄송합니다. 되려 불편하실거라고 생각못한 제가 잘못이지요.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
” 됐네, 자네는 이 신입을 데려가서 안내 좀 해주게나. 숙소까지꼼꼼히 봐두도록. 질문은 없나? “
” 여부가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오빠놈은 여우처럼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얼굴로 꿈속의 내게 다가와서는 날 어딘가로 이끌기 시작했다.
’ 이,이게 대체…?? 뭐야?! ‘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전개가 꿈에서 펼쳐지고있었다.
그때문에 두뇌회전이 잘되지않아서 그런지 생각조차 제대로 하기 버거웠다.
혼란이 가중되는 루샤를 내버려두고 꿈속의 세상은 스스로 변화한다.
무대는 달빛만이 광원이 되었던 어두운 방에서, 밝게 빛나는 전등이 있는 침대가 놓여진 방으로.
나의 숙소였다.
그것을 본 순간 시야가 검게 암전되면서 감각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다가, 다시 온전하게 모든것이 되살아났을때는 꿈속의 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 어,어째서 못움직이는거야?? 움직여!! 흐으으으읏…!! ‘
전신 근육에 온힘을 가해봐도 본드를 붙였는지 하나도 움직일 기세를 보이지않고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서있을뿐.
더군다나 눈을 뜨자마자 들어오는것은 대형거울이었다.
’ 이런건 내 숙소에 없었는데…!! 어?! 오,옷옷!! 은 또 왜이래에!!! ‘
붉은색의 머릿결은 여전했지만 짧게 윗쪽이서 양쪽으로 묶어내린 머리.
그러나 머리끈이 어린애들이나 할법한 체리모양의 머리끈이었다.
머리만 그런가하면 아니었다.
허벅지까지 닿는 고무스타킹과 어깻죽지 바로 아래까지 오는 장갑.
그것들은 형광색으로 빛나고 불투명도가 낮아 속살이 전부 드러나있었다.
게다가 가린것인지 드러낸것인지 알 수없는 노출면적이 넓은 마이크로 비키니.
상당히 큰 가슴을 그 얇은 천쪼가리로 가리려하니 큰 유두조차 삐져나올정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것을 오빠는 여전히 능글맞은 여우웃음으로 품평하듯이 날 살펴보더니 한마디를 내뱉었다.
” 팔 들어봐, 쪼그려앉아서 침대를 잡고 버티면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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