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렘만들기-34화 (34/76)

〈 34화 〉 의심

* * *

저콧대높은 여자에게 괜한걸 물은 내가 잘못이었다.

이상한 낌새가 보였을 때 바로 제지했어야 하는 건데...

다행히도 1학년이나 3학년이나 카르사의 급발진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될 정도로 익숙해진 탓에 별일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 좋아, 측정은 전부 끝났군. 그럼 다들 기록지를 제출하도록. 추가 측정이 필요한 자들은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 “

안경선생이 재빠르게 말을 쏟아 내면서 손목에 달린 시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꽤 촉박해 보였다.

수업으로 배정된 시간의 대부분을 측정작업에 소요되었기 때문인지 아까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간다.

" 다들 측정하면서 봤겠지만. 사각뿔의 형태, 그리고 색깔 그 모든 것이 자신을 나타내는 증거다. 사각뿔의 표면밖으로 마력을 내뿜고, 본연의 모습을 일그러뜨리고, 불이 나 전기를 뿜어내기도 하지. "

선생의 말대로 앞서 측정했던 동급생들의 사각뿔에서는 가시처럼 솟아내기도하고, 빛을 내기도 하며,검은 연기를 뿜어내기도 했다.

측정에 실패한 나와 다른 몇 사람들을 제외하고선 말이다.

기록지를 전부 걷은 안경선생은 신입생의 마력측정 기록지들을 들춰 보면서 침음을 냈다.

" 흠.. 이번 신입생들은 방출계열과 육체 강화계열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군. "

띵!

수업의 끝을 알리는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오자 학생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 아쉽지만 수업은 이만 마치도록 하겠다. 재측정이 필요한 자들만 이곳에 남도록 하고 각자 반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

그 말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자 안 그래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넓어보이던 체육관이 한층 더 텅 빈것처럼 느껴졌다.

남아 있는 자들은 나와 카르사 그리고 다른 다섯 사람뿐.

측정을 하려면 보조하는 사람이 기록을 해줘야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꼭 필요했다.

다르게 말한다면 못난 후배때문에 선배가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

짜증을 얼굴에 드러내는 선배가 있는가하면 반대로 그런 후배도 있었다.

약간 붉은 기가 감도는 금색의 머리카락과 얼핏 죽은 듯 보이지만 총명해 보이는 자수정의 눈동자.

마녀처럼 고깔 모자를 쓴 키가 작은 여성은 세상만사 귀찮고 짜증 난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피네!! 힘내!! 뭐 하면 내가 알려 준대로만 하면 돼!!! "

그런 그녀의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에이미.

" 자네는 왜 여기 있는 것이지? "

측정한 기록지를 전부 정리한 것인지 어느새 우리 앞에 다가온 안경선생이 의문을 표했다.

" 아! 그게!! 피네를 도와주려고요!! "

" 자네가 그럴 필요는 없어. 피네양은 측정기가 잘못된거 같으니 재측정한다면 곧바로 결과가 나올 거다. "

" 앗! 정말이예요? 잘됐다!! 피네!!!! 낙제생이 아니어서!!!! "

" 이 측정은 입학하기 전에 본 시험과도 동일한 부분이 있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 "

잘됐다고 노래를 부르는 에이미와는 다르게당사자인 피네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아주 죽일 듯이 쌍심지를 켜고 에이미를 째려보는 자수정 눈동자이거늘, 에이미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싱글벙글 만개한 미소를 얼굴에 짓고 있었으니까.

허나, 밝아 보이기만 한 그들과는 다르게 지금 내게는 문제가 있었다.

측정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마력을 끌어낼 필요가 있었는데, 나란 놈은 그럴 수준도 안 되는 놈이었으니.

습격을 당하기 이전에는 쥐꼬리만 한 마력조차 없었으나, 이제는 그에 비견되지 않을 정도의 마력량을 갖게 되었다.

아카데미의 재학생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을 마력정도.

그치만 내게는 그 마력조차 다룰 능력이 없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의 수준이나 다름없는 형편없는 실력.

이대로 측정하게된다면 편법으로 입학한 게 들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원래 이런 문제는 에리스가 나서서 처리해주기로 약속되어 있었지만, 에리스는 무얼하는지 내 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었다.

중요한 때에 잠수를 타버리다니...

일의 경중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못난 엘프는 나중에 혼내기로 하고.

나는다시 한번 사각뿔에 집중하기로 했다.

은은하게 사각뿔로 스며드는 빛.

" 거,거기서 힘을 빡 줘 봐. 빡! "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야 했건만 오히려 정신을 해이하게 만드는 말소리.

말에 담긴 의중따윈 상관없다.

말없이 내가 눈을 옆으로 흘기자 다시 입을 다물고선 앞을 보는 카르사.

내가 더 이상 입을 열지말라고 엄포를 늘어 놨으나, 바로 몇 분도 안 되어서 입을 여는 바람에 흐지부지됐지만,그래도 눈치는 있는 것인지 내가 눈을 흘기자 입을 다물어 주긴했다.

에리스가 무슨 말을 했기에 그 카르사의 태도가 저리 변한 것인지 내심 궁금한 것도 사실이지만.

사각뿔에 은은하게 스며들던 빛무리마저 사라지고 만다.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내게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여신 벨미아님께서 내려주신 힘의 완전개방으로 해금된 항목들.

그중에서는 분명 마력에도 영향을 끼칠 그런 것들이 존재했다.

늘 그렇듯 마음속으로 그것을 되뇌이자, 예의 그 창이 내 눈앞에 떠오른다.

////

[ 라크 아트리에 ]

근력 : F ( )

기민함 : F ( )

마력 : D­ ( )

지혜 : F ( )

[ 보유스킬 ]

끝없는 성욕 ( Lv.Max )

페로몬 (Lv.1)

유전자조작 (Lv.1)

여신콜센터(???)

[ 목표 ]

4대 명가의 여식을 발아래에 두십시오.

[ 보조 목표 : 영물을 찾으세요. ]

/////

저 마력 스탯옆에 있는 모양의 버튼.

저것은 필시 강화시킨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리라.

지체 없이 손가락을 가져다대어서 꾹 누르니 또 다른 창이 떠오른다.

[ 스탯 강화 : (소모 포인트 50) 수락 하시겠습니까? Y/N ]

어차피 그동안 모아온 포인트들이 있겠다.

나는 방해하는 창이 질색이었기에 무시하고 Y를 연타했다.

그러자 체내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쿵쿵대는 심장을 타고 뻗어가는 혈관이 느껴진다.

감각이 확장되는 느낌.

그 기이한 경험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났지만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 다음! "

안경선생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든다.

전 순서인 동급생들의 차례는 이미 끝났고 내 차례가 됐으니, 나는 사각뿔을 든채로 카르사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

" 라크 아트리에. 니 차례다. 어서 마력을 불어넣어봐라. "

선생은 그것을 똑똑히 눈에 새기겠다는듯 안경너머의 눈에서 확고한 의지가 스쳐지나간다.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나는 시작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마력제어술이 부족하다면 그보다 더 많은 마력을 그대로 때려박으면 되는거 아닌가?

*****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낑낑대면서 노력을 해도 안될 수준이었다.

아카데미에는 겨우 턱걸이 수준으로 들어왔나 싶을정도의 별볼일 없는 재능을 가진 자.

라크 아트리에는 더도말고 딱 그정도 수준의 인물이었다.

허나.

" 뭐? "

그 자리에서는 은은하게 빛을 내기만 하던 사각뿔의 모습따윈 찾아볼수없었다.

대양처럼 푸른 짙은 색의 사각뿔.

그것은 라크의 손안에서 피어난 마력의 결과물이었다.

' 이, 이게 말이 돼? 방금전까지만 해도 턱걸이 수준이었던게 이렇게 된다고?? 어떻게????? '

사각뿔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얼음처럼 차디찬 냉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는 라크는 방출계열에 냉기쪽으로 친화력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 머,멈춰!!!!!!! 그거 치워! 치우라고오!! "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 "

사각뿔을 든채로 무엇이 잘못된건지 물어보는 라크와 질색팔색하는 제러미 선생의 모습.

그 광경을 보고나서야 어느정도 진정이 된 나는 말을 꺼냈다.

" 라크, 사각뿔을 내려놔. 제러미 선생님이 말하시잖아. "

나와 같은 상급생들은 아카데미에서 오래 지냈기에 선생들의 사정까지 좀 파악하고있었다.

제러미 선생은 얼음, 눈을 극도로 싫어한다.

즉 냉기에 관련된 모든 것을 가까이하면 지랄발광을 떨어댔다.

저리도 난리를 치는데 못알아보는게 바보인건가?

" 선생님. 기록 다끝났어요. 저희 이제 그만 가도 될까요? "

눈앞에 사각뿔이 사라지자 좀 진정이 되었지만 제러미의 모습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제러미의 기품있는 올백머리는 헝클어진 머리가 되었고, 단정한 옷매무새는 흐트러져있다.

그리고 헐떡이는 숨.

발작의 기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없지만 참 불쌍한 사람이다.

" 어, 어어. 기록지만 제출한다면 가도 된다네. 자네들이 마지막 차례니까말이지. "

걸음을 옮겨서 서둘러서 체육관을 빠져나가자 뒤이어서 라크가 따라온다.

나는 그날부터 생각했었다.

에페이아 선생이 스승님이 위장한 인물이라는것을 알아냈을때.

라크가 스승님과 연관된 인물이라는것을 알게되었을때.

스승님과 연관된 인물이라는것을 알고나선 라크에게 잘대해주기로 했다.

어쩌면 스승님과 다시 만나서 얘기할수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불쑥 라크가 말도 안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릇 생명이란 그 한계가 정해져있는 법이다.

그래서 그 한계라는 벽을 넘는다는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

라크는 그것을 내 눈앞에서 케이크 한조각을 집어삼키듯 매우 가볍게 해내고야 말았다.

너,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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