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모녀의 치킨레이스?! (3)
* * *
이제는 하루의 일과가 된 일상이나 다름없는 합동수업.
뎅뎅뎅
시간이 다되었음을 울리는 종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순간, 카르사는 라크에게 다가갔다.
기대감이 서렸지만 살짝 초조해보이기도 하는 얼굴을 지은채로.
“ 그 준비라는건 다 됐어?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는거야? “
“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요. 아마 며칠은 더 지나야 할 것 같으니 기다려보세요. “
“ 며칠이나 더 기다려야 된다고?? “
책상앞에서 손가락을 톡톡 두들기면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카르사는 바로 옆 의자를 끌어내고는 그 자리에 앉았다.
“ 대체 뭘 준비하길래 그렇게 오래걸리는거야? “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서 고개를 든 라크는 그 황금색 눈동자 한쌍을 바라볼수있었다.
의구심.
카르사의 눈동자에 서려있는 감정이란 그것이었으니.
누군가 빤히 쳐다보고있다면 자연스레 긴장이 돼서 어깨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목은 타들어가는게 정상이련만.
라크는 한치의 망설임을 내보이지 않고 바로 대답을 했다.
“ 말씀드렸잖아요. 그냥 수련하는게 전부가 아니라고요. “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어서 맘에 들지 않았던 카르사는, 은백색 빛나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가 이내 풀더니 엉덩이를 들어서 귀에 속삭일 수 있을정도로 라크에게 더 가까이 다가앉았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그의 귀에 속삭였다.
“ 그냥 지금 조금이라도 알려주면 안돼? “
“안돼요, 계속 그러시면 에페이아 선생님께 전부 말할거예요. “
선을 그어버리듯 딱잘라서 안된다고 말하는데다가 되려 협박을 하는 라크.
이전에 성장의 비결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카르사가 말해왔을때 그녀는 한가지 부탁을 더 해왔다.
에페이아 선생에게 자신에 대해서 말하지 말아달라는 부탁.
카르사는 에페이아 선생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있는 눈치였지만 굳이 그걸 내게 언급해오지는 않았다.
그저 말하지말아달라는 말만 할뿐.
“ 야, 내가 말하지말라고 했잖아. 알았다! 알았어!! 안캐물으면 되는거지? “
질려버렸다는듯 손을 휙휙 저어대는 카르사는 나중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선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카르사 라이오넬.
저절로 굴러들어온 꿀같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향기롭지만 가시가 달린 장미꽃처럼 동시에 위험한 기회였다.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심혈을 기울여서 걸어가야하는 절벽에 난 좁은 길처럼 위태로운 상황이 작금의 상황이였으니말이다.
성감대를 알아낼수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만지기만 하면 퓻퓻하고 하반신으로 조수를 뿜어내는 천박하기짝이없는 변태같은 몸뚱어리를 가진 여자는 흔치 않았으니까.
무턱대고 성감대부분을 조물조물 만져대는것으로 자빠뜨릴수없다는 얘기다.
이런저런 생각속에 잠겨있던중에 문득 옆으로 기척이 느껴져서 라크는 그쪽을 바라봤다.
“ 어? 루샤. 여긴 뭐하러 왔어? “
어느새 자신의 옆에 앉은 여동생에 화들짝 놀란 라크는 몇마디 말을 내뱉었지만, 루샤는 거기에 개의치않는듯 주변을 스윽 살펴보더니.
“ 일어나. “
“ 뭐? 왜 일어나라는거… 우왓! “
평소의 싱글싱글 비웃는 미소는 아예 사라진 채로 루샤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라크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그때문에 교실안의 시선들이 그들에게 쏟아졌지만 루샤는 눈하나 꿈쩍않고 강의실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강의실이 있는 본관을 지나서, 체육관, 그리고 구교사로.
항상 사람의 왕래가 적은 이 오래된 건물은 아카데미내에 연인들이 밀회를 즐기기로 알음알음 알려진 명소였다.
그런 은밀한 장소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으로 두 사람은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안으로 라크를 밀어버리고 곧바로 문을 닫는 루샤.
딸깍!
또,또야?
기시감이 느껴지는 광경.
“ 우리 여긴 뭐하러 온거야…? “
얼핏 눈치챘지만 일단 아니기를 바라면서 부질없는 말을 꺼내본다.
그러나, 루샤는 말없이 열차에서 보였던 차가운 눈빛을 발하고있었다.
그 기세에 밀려서 뒤로 밀려나던 라크가 벽에 부딪치는것까지도 열차에서 있었던 그 기억과 닮았고.
“ 내가 말했었지 않았나? “
“ 아,아니 말안했어. “
그러자 루샤는 언제나 보여왔던 그 특유의 얄미운 미소를 지어대면서 손가락을 들어서 라크의 가슴에 찔렀다.
“ 윽! “
길고 매끄러운 손가락은 가슴에서 부터 천천히 배를 향해 전진했다가 멈추고 전진하기를 몇번.
이윽고 손가락이 완전히 멈춰선 곳은 살짝 부풀어오른 바지의
앞섬부분.
“ 절조없이 굴면 어떻게 해주겠다고 말했던거같은데? “
“ 무슨 절조가 없다는거야! 내가 뭘했다고! “
“ 내가 들어가기전에 같이 얘기하던 사람하고 얼마나 친해? “
“ 응? 누,누구? “
“ 카르사 라이오넬말이야. “
“ 그,그냥 합동수업하면서 친분을 조금 쌓은 파트너사이일뿐인데? “
스윽
나와 같은 장미같은 붉은색의 머릿결이 목을 스치고 지나가며 간지럽힌다.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가져다댄 루샤의 얼굴.
‘ 이렇게 응시하면서 얼굴을 가져다댄적이 있던가? ‘ 하고 자신에게 물어보지만 한번도 그러한적이 없었다.
훅하고 풍겨오는 상큼하고 달콤한 냄새가 뇌를 마비시켜서 생각을 둔하게 만들었고, 코끝을 비벼대어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술렁인다.
루샤의 폐부의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나온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아올때마다 심장의 펌프를 세차게 뛰게 만들기도 했다.
엄마를 똑 닮아서 절세미인의 미모를 가진 루샤의 얼굴은 내 심장을 뛰게만드는데 충분했지만.
하늘색의 옅은 연기무리들이 아래에서 피어오르는것을 보는순간 가출해버린 정신이 급히 돌아왔다.
“ 마,마법?! 루샤 너어! 한번만이라며!! 으읍!! “
항의의 메세지를 담은 말을 계속해서 내뱉으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입이 떨어지지않았다.
뭐,뭐야?!
손을 들어서 입가를 매만지자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 만져진다.
그리고 얼음이 이상하게도 차갑지는 않아서 동상을 입을 우려는 안해도 될거같았다.
결국.
내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할수없게 되자 나는 남은 손을 들어서 루샤에게 이런저런 손짓을 하면서 항의를 했지만….
“ 아, 손을 깜빡했네. 가만있어 금방 끝나니깐. “
철컥
순식간에 얼음으로 빚어낸 족쇄가 두 손을 꽉하고 물어든다.
동시에 귀기서린 루샤의 눈동자에 빛이 발한다.
“ 그동안 내게서 뺏어간만큼 돌려받을거야. 각오해. “
***
“ 이 대륙에는 무수히 많은 마나가 존재하고있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이 강의실에는 저희가 보지못할뿐인 마나가 떠다니고있지요. “
간드러지는 음성으로 강의를 이어나가는 교사..
강의실의 긴의자에 빼곡히 들어서 앉은 학생들은 오래 지속된 수업에 질릴만도 했지만.
그들은 눈하나 깜빡이지않을정도로 수업에 집중하고있었다.
“ 그런데, 이리도 마나는 충만한데 왜 우리는 한정적으로 마법을 사용할수있는걸까요? “
탁상위에 있던 길다란 나무막대기를 집은 에페이아 교사는 그것을 들어서 칠판의 한 곳을 가리키자 강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로 향한다.
설명하기위해서 든 가이드 봉의 끝부분에 닿은 칠판에 쓰여있던것은 ‘ 그릇의 총량 ‘
그 움직임에 따라서 뒤쪽으로 묶어내린 푸른색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H컵을 오버한 거대한 가슴이 한차례 흔들린다.
“ 그것은 생명이 태어날때부터 가진다는 그릇의 크기때문이지요. 마나를 받아들여서 마법을 쓰는과정에서 먼저 마나를 받아들여야 마법을 발하여 세상에 영향을 끼칠수있는거랍니다. “
막대기를 반대로 들어서 자신의 몸으로 향하게 한 에페이아선생은 그것을 들어올려서 머리, 가슴, 배. 순서대로 가르키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마나는 단순히 한곳을 통하는게 아니예요. 방금 보셨다시피 제가 가르켰던 머리와 가슴 그리고 배를 통해서 일시적으로 저장됐다가 소모되는 과정을 가지지요. 이 마나의 그릇이란건 노력을 통해서 늘릴수도 있고 귀한 영약을 통해서도 비약적으로 성장시킬수있답니다. “
에페이아 교수는 강의실 뒷편에 있는 큰 시계를 올려다보고는 한차례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 시간관계상 여기까지만 해야겠네요. 그럼 다음시간까지 마나의 받아들임에 대해서 조사해오세요. 딱 종이 두장분량으로. “
뎅뎅뎅!
귀딱지앉을정도로 지겹게 들은 종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메우자, 학생들은 인사를 하고 일제히 우르르 빠져나간다.
학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 아까와 비교해 텅 비어보이는 강의실.
강의가 끝나서 뒷정리를 해야했지만 에페이아, 아니 리타 아트리에는 오늘 내내 자기를 괴롭히던 그 찌릿한 느낌의 파도를 다시 한번 느끼고는 다른 학생들에게 보이지않게 조금씩 다리를 파르르 떨어댔다.
그 감각에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르는것만같아서 리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 흑! “
욱씬욱씬 아려오는 입술의 고통.
좋아, 이정도면 딱 정신을 차리기에 좋은 고통이다.
정신을 부여잡은 리타는 단상에서 내려와서 어느곳을 향해 걸어가더니 이윽고 걸음을 멈췄다.
“ 라크 아트리에. 뒷정리좀 도와주시겠어요? “
달콤한 잠을 좇아서 강의 내내 엎드려있던 라크는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잠이 덜깬채로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내고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 예. 그리할게요. “
귀엽기만한 아들의 반응을 보며 흡족해하던 리타.
당장 맘같아선 성녀의 사명을 다하기위해서 아들의 아기씨를 받아내고싶었지만.
라크가 아카데미 내에서는 자제하자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기때문에, 리타는 아까전의 욕망의 파도를 입술을 깨물어서 고통을 가하는것으로 참아냈다.
그런데…
저게? 저게 대체 무엇이란말인가?
불현듯 리타의 부드러운 손이 아들의 어깨에 툭하고 올려진다.
“ 어,엄마? “
라크가 얼빠진 목소리로 그만 엄마라고 불렀지만 다행히도 강의실안에는 이미 모든 학생들이 빠져나간뒤였으니.
그러나 지금은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엄마라고 느껴지지않을만큼 우악스러운 손길이 라크에게 덮쳐들었다.
“ 윽! “
아침에 골라입힌 멋진 아들의 옷이었는데…
그런것보다 저 눈에 띄는 붉은 자국이 중요했다.
목덜미부분을 감싸는 상의를 재껴서 보자 그 자국이 여실히 드러나서 리타도 한눈에 알아볼수있었다.
“ 이건… “
고르게 난 이빨로 물어서 난 자국.
여우수인들에게도 아주 오래된 마킹행위였지만.
이것은 도발이었다.
자기 소유물에 손대지말라는 뜻.
아들과 무엇을 해도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씨를 받아서 여신교의 성세에 기여하는 방법을 생각해낼정도로 신실한 성녀였으니까.
그 목적에 맞게 딸과 아들을 맺게하려했던 리타였다.
그러나 이건 분명하게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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