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렘만들기-50화 (50/76)

〈 50화 〉 활로

* * *

더 이상 준비를 핑계로 미뤄두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나날이 갈수록 더 이상 기다려주긴 힘들어지는건지,

카르사의 얼굴은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땅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서 골이 아픈 라크였다.

‘ 마사지 핑계로 알아낸 성감대를 살살 만질수도 없고..

손을 대려는 순간 불같이 화내려들텐데.. ‘

“ 앞서 말했듯이 실습은 3인 1조로 이뤄진다. 상대해야 할 몬스터는 홉아이라는 F등급의 약한 몬스터다. 이들의 공격은 솜방망이처럼 약한 수준이지만… “

넓은 강의실에서 사무적이다 못해 딱딱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어서 제러미 선생은 안경을 들어올렸다.

“ 가장 위험하기도 한 몬스터이지. “

그리고 나직이 한마디를 내뱉으니 강의실에 완전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강의실의 뒷편에서 손 하나가 들리니,

제러미 선생은 말해보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 공격도 무해한 몬스터인데 뭐가 위험하다는건가요? “

홉아이.

눈동자 하나에 뿔이 한개 달렸고, 공중을 부유하는 비행형 몬스터.

흉악하지 않은 외형인데 어디가 위험하다는거지?

내가 보기에도 그러했다.

아마 다른 학생들도 전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겠지.

제러미 선생은 그 물음에 답했다.

“ 유인. “

짧은 한마디를 말한 그는 이어서 홉아이의 피막같은 부분을 가리켰다.

“ 이 피부같은 피막에서는 위기상황을 감지했을때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끌어모으는 페로몬을 분비하는 기관이 달려있지. 그러니 함부로 얕봐선 안될 몬스터라는거다. “

“ 뭐, 이렇게 얘기하긴 했어도 너희들이 상대해야하는건 오직 홉아이뿐이니 위험할일은 없다. 거기다가 마수사냥에 잔뼈가 굵은 선배들도 함께 하지. “

어둡기만 했던 강의실이 순간 환해진다.

전등을 킨 제러미 선생은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을 스윽 둘러봤다.

“ 이상으로 현장실습에 대한 설명을 마치도록 하겠다. 실습은 내일 오전 3교시으로 예정되어있으니 다들 준비하고오도록. “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우르르 빠져나가는 학생들.

그 무리속에 섞여서 빠져나가려던 나는 뒷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 케엑! 또야? “

“ 너 이새끼!! 또 도망치려고 했지?! “

날 금방이라도 잡아먹을듯이 으르렁거리는 카르사의 목소리.

“ 아닙니다! 아니에요! “

질질 끌려서 인파속에서 나온 내가 처박히게 된 곳은 옆에 있는 빈 강의실이었다.

문을 쾅 소리나게 닫은 카르사는 곧 이어서 날 벽에 밀어붙이고 입을 열었다.

“ 기다리라는 말만 몇번째 하는건줄 알기는 해? “

설원의 하얀 눈처럼 반짝이는 은색의 긴 속눈썹.

찌푸리지 않아도 거칠게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

파르르 떨어대는 입술

무력으로 뛰어난 라이오넬 가의 정당한 차기 가주 후보.

카르사 라이오넬.

그녀의 모습으로 보아 유추해봤을때 꽤나 화가 났다는걸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카르사는 머리꼭대기까지 화난게 아니니까.

어찌됐든 카르사에게 미끼를 던진 이상 내가 나서야하는것도 맞았다.

‘ 끝없는 성욕이 내 발목을 잡아서 그렇지… ‘

처음 확인했을때는 끝없는 성욕이라는 패시브 스킬이 무한한 정력같은 그런 능력이라고 생각했었다.

허나 여동생과 엄마의 장소를 가리지않고 해오는 유혹에,

내가 매번 저항하지 못하고 넘어갈때마다 나는 항상 주체할수없는 성욕에 빠져들곤했다.

이 스킬이 내 예상대로 그냥 정력을 무한하게만 만들어주는 그런 편리한 능력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아예 유혹을 배제시켜야하나?

모녀의 치킨 레이스 승자를 내 손으로 만든다면…

누구를 승자로 만들어야할까?

“ 야! 또 정신 어따 팔아먹고선 멍때리는거냐..!“

버럭하고 내지른 카르사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쒸익쒸익 콧김을 내뿜으면서 미간을 한껏 찌푸린 고양이 상의 얼굴.

터지기 일보 직전의 분노다.

이 이상 그녀를 방치했다가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입을 열었다.

“ 죄송합니다. 깊이 생각해야할게 좀 있어서요… “

내가 최대한 고심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니 카르사의 성난 얼굴이 움찔거렸다.

“ 힘,힘든 일이라도 있어…? “

다행히도 그게 잘먹혀들었는지 카르사는 바싹 세웠던 사자귀를 추욱 늘어뜨리며, 힘주던 미간마저도 느슨해졌다.

“ 그렇게까지 심각한건 아니에요. “

“ 그럼 됐고… 그럼 내일까지만 기다려줄테니까 그리 알아둬라! “

오갈데 없는 분노를 걷는것으로 풀어내려한것일까?

카르사는 뚜벅거리는 발걸음 소리를 내면서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카르사, 그녀는 백성을 이끄는 왕과 같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아직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처럼 모난 부분이 많을 뿐.

‘ 무턱대고 스킬을 써봐야하나..? ‘

그때였다.

텅 비어있던 강의실에 불청객이 찾아든것은.

드르륵.

강의실 문이 천천히 열리는 그 소리에 나는 앞을 바라봤다.

불청객이 누구인지 알아내고자 하는 이유에서 비롯된 행동.

“ 흐,흐 아,안녕? 후배님. 오,오랜만이네. “

한껏 붉어진 얼굴과 눈밑으로 살짝 뜬 다크서클.

흰 자위가 많은 눈사이로 바삐 움직이는 눈동자는 흥분에 빠져있는것같았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짙은 녹색의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뻗쳐있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저 음침한 웃음소리.

내게 손을 흔들면서 강의실에 나타난 불청객의 정체는.

제약,의료업계의 선두주자.

그리고 4대 명가에 속하기도 하는 블렌더 가문.

그 블렌더 가문의 차녀, 데이지 블렌더였다.

*****

“ 이,이쪽으로 들,들어와.. “

데이지는 내가 뒤에 서있다는건 신경조차 쓰지않는건지,

큰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면서 나를 방안에 들였다.

“ 여긴… 뭐하는 곳이죠? “

“ 여,여기? 내 공방이야!! “

구교사 바로 윗층에 자리한 데이지의 공방은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데이지의 공방안에는 정체를 알 수없는 액체가 들은 갖가지 시약들로 가득했다.

‘ 냄새가 좋다고는 말 못하겠네. ‘

그리 좋은 편은 아니였기때문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

인상을 찌푸리면서 서있다가 떠오른 생각에 나는 입을 열었다.

“ 그래서 데이지 선배? “

“ 으,으,응? 왜,왜에? “

“ 여기까지 왔으니 저와 약속하신대로 삭제해주시죠. 설마… 이제와서 발뺌하시려는건 아니죠? “

데이지 선배는 절대 아니라는것처럼 고개를 도리질치고 자신의 수정구 팔찌를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수정구 팔찌가 투영하는 화면안에서는 연속으로 재생되고 있는것은,

한 남녀가 세상에 둘뿐만이 남은것처럼 서로를 갈구하는 육체적 관계를 맺는 장면들.

도서관에서, 구교사의 뒷편에서, 인적이 드문 화장실에서, 모두 하나같이 아카데미의 장소들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뭔가 달라진다.

키가 작은 남성은 그대로였지만 그를 상대하는 여성은 달라져있었다.

아까전에 나왔던 여성보다 키가 작지만 농염한 여체만큼은 부족하지 않을 정도.

그 여성은 키 큰 여성에게 지지않겠다는듯 마구잡이로 해대고 있었다.

남녀의 적나라한 정사가 그대로 찍힌 영상들.

이 영상들은 나와 루샤 그리고 어머니인 리타가 아카데미 부지내에서 성관계를 맺는 영상들이다.

데이지는 그 음침한 웃음을 흘리면서 이 영상들을 내게 보여주고는 자신을 따라온다면 영상을 지워주겠다는 약속을 했기때문에,

그리하여 나는 데이지의 공방까지 따라온것이었다.

눈앞에서 그 영상들이 하나 둘씩 삭제되어가기 시작한다.

‘ 뭘 노리는거지...? ‘

데이지는 모든 것을 삭제한뒤에 자신의 하얀 가운에 달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열쇠.

“ 라,라크 후배님. 내가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드,들어줄수 있겠어..? “

그녀는 작은 열쇠를 들고서 공방의 한 구석에 자리한 나무문으로 다가가며 말문을 틀었다.

“ 부탁이요? 무슨 부탁인데요...? “

끼이익­

음산한 소리를 내면서 열리는 나무문.

자신감없어보이는 걸음걸이로 안에 들어서는 데이지선배를 뒤따라서 나는 의문의 방으로 들어섰다.

의문의 방안은 공방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고, 함부로 손댈수없도록 단단한 유리 상자들에는 약물로 가득차있었다.

순간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는 불안감.

“ 내,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 영상들을 완전히 지워줄게! “

“ 뭐라고요? 아까 다 지우셨잖아요! “

“ 다,당연히 클라우드에 백업해놨지. 히히... “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바닥을 쳐다보고 있던 선배는 극도로 자신감이 없어보이는 자세였지만.

음침하게 웃으면서 할말은 다하고있었다.

‘ 여기서 또 약점을 잡히다니.. 안그래도 카르사 문제도 있는데... ‘

“ 라,라크 후배님. 카르사 라이오넬이랑 파트너 매,맺었지? “

응? 카르사?

“ 네, 카르사 선배님이랑 저는 파트너 관계가 맞아요, 내일 있을 현장실습에서도 같은 조인걸요. “

데이지 선배는 방 안쪽에 있는 금고에 다가섰다.

키패드에 번호를 입력하니 삐리릭하고 열리자, 선배는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무언가를 꺼냈다.

“ 내,내가 실험을 진행하려던게 하나있는데... 그,그걸 좀 도와줬으면 해... 이,이 약을 가지고 카르사에게 써봐 “

연분홍색의 액체가 가득차있는 약병.

이 방에 달린 전등에 비춰보이니 그 액체는 투명해보이기도 했다.

“ 이게 무슨 약인데요...? 선배. “

“ 그,그 약은 말이지! 서,성적 감도와 더불어서 상대방에게.. 호,호감을 느낄수 있게 하는..! “

요컨대 미약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 어떤식으로 호감을 느끼게 해주는데요? “

내가 약에 관심을 보이는것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는지 데이지선배는 자신감없어보였던 굽혔던 등과 어깨를 활짝폈다.

그때문에 숨겨져있던 데이지 선배의 박력있는 큰 가슴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한눈에 봐도 하얀 가운의 단추를 잠그지도 못할 정도의 크기의 가슴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절로 고인 침을 삼켜넘겼다.

“ 야,약을 투여된 사람은... 이,이상형? 그에 가깝게 보이지.. 흐흐.. 어,어때? 듣기만 해도 엄청나지? 내,내가 비밀리에 개발한 이 약으로... 나,난 유명해질수있을거야!! “

늘상 생기가 없어보이던 데이지 선배의 눈에 있을리가 만무했던 반짝임이 어느 새 깃들어있었다.

“ 그럼 지금 시험해봐야겠네요. “

“ 뭐, 뭐어....? 으윽! “

촤아악하고 연분홍색 액체가 데이지 선배의 얼굴에 직격했다.

내가 약병을 열고 그녀에게 뿌린것이니.

이제 곧 약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있게 될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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