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렘만들기-56화 (56/76)

〈 56화 〉 계획대로

* * *

“ 루샤 아트리에, 여기서 뭘하고 있었는지 내가 물었다만.“

“ 대장님..? 아, 저.. 그게.. “

상관이 말했는데도 우물쭈물 머뭇거리는 루샤의 태도에 마르실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역시.. 내가 예상했던대로군. 거주지를 집으로 옮긴다고 할때부터 이럴줄 알았지. ‘

루샤 아트리에는 에리스님의 편애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있었기에, 언젠가 기강을 해칠 만큼 느슨해질 것이리라 마르실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루샤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에 경호대장 마르실 베이커는 부하의 잘못을 꾸짖기위해서 입을 벌리려던 순간에.

“ 안녕하세요..? “

“ 으음..? “

돌연 루샤의 옆에 선 남성이 마르실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인사를 건네왔다.

붉은 머리에, 루샤와 비슷하게 생긴 얼굴.

그때문에 루샤와 남성의 관계가 피가 이어진 가족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들게 만들었다만, 정황상 증거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루샤의 얼굴하며, 둘 사이에서 살짝 가슴이 응어리지는듯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공기가 떠다니는걸로 봐서는 가족이 아닌 연인으로 보는게 합당했으니까.

‘ 기껏 해봐야 입이나 맞췄겠지. ’

그리고 무엇보다도 둘이 가족일 수가 없는게 수인과 인간사이에서는 절대 인간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르실은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았지만, 그에게서 수인이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 역시 인간이었군. 헌데 정말 신기하군.. 분명 가족이 아닌데도 저리 똑 닮았다니. ‘

사실 성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라크와 루샤를 가진게 아니었기때문에, 라크가 인간이었던 것이지만.

루샤의 어머니가 성녀라는 사실도 모르는 마르실로서는 알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마르실의 눈이 다시 한번 더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라크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 보라색으로 빛나는 매서운 눈에 담으려 들었다.

건장한 키의 남성들에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키를 가진 마르실에 비해, 매우 작은 체구.

루샤도 같은 나이대 여자들보다도 키가 작았는데 이 남자도 루샤와 맞먹을 정도로 키가 작았다.

‘ 얼굴도 곱상하게 생겼고 덩치도 작은 남자라... ‘

꼭 다람쥐같이 작은 동물같아 보이기도 했다.

정말이지, 맘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남자.

그도 그럴게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질 것 같은 남자이지 않은가?

육체 단련을 중요시하는 마르실이 판단내리기에는 실속이 없는 남자였다.

‘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길어졌군. ‘

잡념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었기에, 그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떠보임으로써 제정신을 차렸고.

루샤와 긴밀히 이야기를 나눠야 할 필요를 느낀지라, 부외자인 그를 쫓아 내기 위해 마르실은 말을 꺼냈다.

“ 자네는 아카데미의 재학생인가? 루샤와 얘기를 나눠야해서 그런데 자리를 좀 비켜줄 수 있겠나? “

마르실이 미간을 살짝 그러모아 찌푸렸기에 올라간 눈썹 끝이 위압감을 조성한다.

동시에 평소에 억제하고 있던 마력을 살짝 흘려보냈다.

지금껏 마르실의 외모에 혹해서 앞에 섰던 남자들을 내쫒게 만들었던 방법을 그녀는 다시금 이 자리에서 써먹었다.

본래 마력에서는 고유의 파장이 존재해서 사람마다 차이를 내보이는데, 이는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까지도 담아낸다.

그러니 마르실의 전혀 부드러워보이지 않는, 살벌하게 느껴지는 마력 파장을 느끼고는 겁을 먹은 남성들은 전부 꼬리를 말고 도망친 것이었다.

누구나 마력을 감지할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태어나기 마련이니까.

허나, 마르실의 예상과는 다르게 라크는 도망치지 않았다.

‘ 오..? 생긴거랑 완전 딴판인데... 이걸 버텨냈다고...? 흥미롭군. ‘

그 결과에 마르실은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라크를 응시했다.

언제나 뚜렷하게 빛을 내면서 만물을 노려보는 것 같던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라크를 바라본다.

누가 보더라도 상대방에게 흥미가 일은 시선에.

“ 자,잠깐...! 대장님!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저희가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해요. “

루샤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상관인 경호대장 마르실이 내비치는 태도에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낀 루샤는, 갑작스레 소리를 질러서 그녀를 막아낸 것이었다.

“ 알겠다, 루샤. 그 전에…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

“ 제 이름은... 라크, 라크라고 합니다. “

“ 그렇군, 기억해두겠네. 나는 루샤의 상관인 마르실 베이커라고 하네. 자네에게도 묻고싶은게 남아있으니 다음에 만나도록 하지. “

라크의 대답에 고개를 주억거린 마르실은 부하의 재촉어린 말에 서둘러서 자리를 떴다.

***

위험했다.

한순간이지만 날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으르렁 거리는 마력파장에 나는 깜짝 놀랐다.

루샤의 상관이라는 사람은 군인처럼 날선 각을 유지하는 힘이 잔뜩 들어간 자세답게 마력파장 또한 매우 날카로웠다.

원래라면 그 날카로운 마력파장에 찔려서 부리나케 도망쳤을게 분명했지만, 라크는 조금 따끔거리는 정도에 그쳤기에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냈다.

아마 포인트를 이용해서 올렸던 마력 스탯이 지금에서야 힘을 발휘한 것 이리라.

루샤의 상관, 마르실 베이커.

그리고 여지껏 그렇게까지 키가 큰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연갈색의 긴 머리는 뒤로 묶어내려서 활동하기 편하게 만들었으며,

늘씬하게 쭉 빠진 다리에 오밀조밀하게 잘잡힌 근육들은 아름다운 세공품같이도 보였고,

그녀의 얼굴은 저 먼 북쪽에 있는 얼음덩어리 섬에서 불어오는 살을 에는듯한 한기가 느껴지는 도도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거기다가 무뚝뚝해보이는 표정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섣불리 말을 꺼낼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르실에게 친해지기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불가능해보였다.

좀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

마르실의 말투는 딱딱했고 그녀가 했던 말들을 미루어 보아하니, 원칙주의자 같이 기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확실한건 그녀는 처녀임에 분명했다.

마르실이 처음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루샤와 나는 정리를 막 마친 뒤라서 호흡도 거칠었는데, 그것을 목격한 마르실의 얼굴에 홍조로 물들었기 때문이었다.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처녀의 반응.

철옹성처럼 철벽을 치는 도도한 여인이 성애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고 볼을 밝힌다?

추측할 것도 없이 처녀다.

삐비빅­! 삐비빅—!

문득 내 손목에 달린 휴대용 마력 수정구에서 거슬리는 알림음이 울려퍼진다.

그에 수정구를 확인하니 그 사이에 시간이 흘러서 강의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와있었다.

안그래도 강의를 자주 빼먹었던 나의 성적은 하락세를 겪고 있었기에, 나는 서둘러서 강의실로 향했다.

오늘이 바로 그 마물과 전투를 해보는 실습 시간이었으니, 예정했던대로 카르사의 공략에 나서면 될것이다.

내 가방 속에서 찰랑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준비는 다 해놨으니 때가 올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

일전에 영상을 가지고 날 협박했던 데이지 블렌더.

통학 열차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3학년이었기에, 나보다 선배였다.

그리고 다시 만난 선배는 자신 대신에 내가 실험을 진행하길 원하여서 내게 협박을 했다.

미약실험.

그녀가 개발해낸 미약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잘느끼는 것과 동시에 성적흥분을 일으키는 효능을 지닌 미약.

데이지 선배는 이어서 말했다.

제대로 임상실험을 거친 뒤에 사용해야 확실했기 때문에, 알고 지내는 수인에게 사용해보라고.

그녀는 결과값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눈 앞에 있던 데이지 선배에게 미약을 먹였다.

직접 내 눈으로 그 효능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고 해서 그랬지만.

가운 아래로 슬쩍 보이는 큰 가슴에 혹하기도 했으니까.

데이지 블렌더, 그녀도 4대 명가의 영애였으니 언젠가 내가 정복해야할 대상의 여자였다.

그냥 공략의 첫 단추를 끼워넣기 쉽게 발판이나 마련해볼 생각으로 그리 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너무 좋았다.

게다가 데이지 선배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내 페로몬 스킬이 잘 먹혀들었던 것도 한 몫했다.

그리고 그녀는 생전 처음느끼는 과도한 성적쾌락에 본래 토끼 수인들이 지닌다는 발정이라는 특성을 완전히 개화해버리고 말았다.

“ 5분 남았어요. 데이지 선배. “

“ 헥,헤엑... 자,잠깐만...! “

“ 날 화장실로 끌고 들어왔으면서 이거밖에 못하시는거예요? “

“ 흐으읏... 기,기다려... “

애무조차 하지도 않았는데 데이지 선배의 달콤한 향내가 우리가 앉아있는 칸에 찌들어 있었다.

“ 설마 냄새만 맡고 가버리신건가요? “

“ 하읏... 아.. 그,그게... “

데이지 선배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미루어보아하니, 냄새만 맡고 절정에 다다른 것이 틀림없었다.

몽롱해진 눈동자와 뜨겁게 내쉬는 숨결.

안달날 정도로 발정이 난 선배의 모습에 나는 그녀의 상태창을 다시 한번 확인 해보았다.

====

[ 데이지 블렌더 ]

...

[ 특성 : 각인된 발정 ]

[ 라크에게 종속됨 ]

====

그녀가 본래 가지고 있을 발정은 내가 가지고 있던 페로몬 스킬에 영향을 받아서 변화한듯 싶었다.

각인된 발정.

그건 특정 대상에게서만 발정이 나는 특이한 특성이었다.

오로지 성적쾌락을 각인시켜놨던 나에게서만.

하지만 문제점이 존재했다.

데이지 블렌더,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발정이 나서 문제였다.

지금 상황만 보더라도 그랬다.

강의가 끝난 뒤, 쉬는 시간이어서 나는 잠깐 밖을 거닐다가 데이지 선배와 마주쳤다.

흠칫하고 어깻죽지를 한 차례 떤 데이지 선배는 불현듯 내 손을 붙잡더니 이렇게 화장실로 끌고 온것이고.

“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렇게 끌고 와서 선배만 좋아지고 있잖아요. “

“ 아,앗... 미,미안... 그,그치만 나도 내 몸을 내,내맘대로 제어 못하겠는걸... “

확실히 바짓가랑이에 그저 고개를 가까이 했다는 것만으로도 절정에 달하는건 비정상이었다.

“ 그러면... 제가 제안하는 한가지를 들어주세요. 그렇게 하면 남은 5분동안 선배가 원하는대로 해드릴게요. “

“ 지,진짜..? 아,알겠어...! 뭔데? 말만 해. 내가 다 들어줄게. “

빛무리가 일렁이는듯한 반짝거리는 데이지 선배의 눈동자.

허나 곧바로 내가 이어서 한 말에 선배의 안색의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 냄새 맡게 해주세요. “

“ 내,냄새?! 그,그건 죽어도 안돼! 안된다고!! “

“ 저번에 실컷 맡게 해줬으면서 왜 또 빼고 그러세요. 이리 가까이 와봐요. “

“ 꺄악­! 떠,떨어져엇..! 소,소리 지를거야!! “

“ 여기 구교사인거 아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거죠? “

“ 흐으응... 아,안돼..! “

데이지 선배의 의미없는 저항을 무시한 채로,

그 뒤로 나는 데이지 선배의 복숭아 향을 잔뜩 들이마셨다.

***

“ 후우... 안늦었어... “

간신히 늦지 않았다.

실습 장소에 겨우 도착한 나는 땀을 흘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 아니, 늦었어. “

내 귓가로 들려오는 고고하게 느껴지는 목소리.

그에 고개를 돌려보니 약간의 불만이 서린 얼굴의 카르사가 그 자리에 있었다.

“ 예? 늦었다고요? 강의 시간은 오후 2시인데요...? “

내 대답에 카르사는 코웃음을 치더니 내게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 지금이 오후 2시니깐 늦었네. 예정 시간보다 10분전에 도착해야하는게 정상이거든. “

“ 아니 그게 뭔... “

‘ 교수들도 10분전에 오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대체 뭔 소리를 하는거야 이 여자는. ‘

순간 내 불만스러움이 얼굴로 그대로 드러났는지 카르사의 미묘한 눈길이 내게 쏟아지려 했기에, 나는 다시 얼굴을 무표정을 가장했다.

하마터면 또 트집잡힐뻔 했네.

내게 부탁을 한 이후로는 카르사의 기세가 누그러들긴 했다지만, 그녀의 불같은 성정은 여전했으니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했다.

“ 아, 맞다. 그 준비라는건 다 됐냐? “

“ 예, 전부 다 됐으니 더는 안기다리셔도 됩니다. “

수일 전에 있었던 능력측정 시간.

그때 나는 모아놨던 포인트를 투자하여 마력 스탯에 분배했었다.

그리고 그 단시간에 유의미한 결과를 내보인 내 모습을 본 카르사는 내게 캐물었다.

에페이아 선생과 무슨 관계냐고.

사실대로 얘기 할 수 없는 노릇인지라, 나는 먼 혈연 관계라고 둘러댔다.

그 대답에 카르사는 한동안 고심하는듯 하더니, 돌연 내게 물었다.

단숨에 강해진 비결, 그것을 자신에게도 알려줄 수 있느냐며.

나는 이 기회를 통해서 카르사를 공략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녀에게 마나 마사지라는 수련법을 통해서 강해졌다고 말하자,그녀는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다소의 준비물이 필요하다고 그녀에게 얘기해서 시간을 지금까지 지연시켜 왔었다.

“ 좋아. 그럼 오늘 강의는 이 실습으로 끝이니깐 금방 볼 수 있겠네. 그런데..... “

“ ? “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그 자리에서 툭 꺼내는 카르사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끝을 흐리면서 코끝을 움찔거리며 킁킁대고 있었다.

“ 야, 어디서 냄새 나지않냐? 아니, 냄새가 아니라... 복숭아 향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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