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렘만들기-57화 (57/76)

〈 57화 〉 실습

* * *

“ 킁킁…! 야, 어디서 무슨 냄새가 나지않냐..?“

“ 내,냄새요..? “

“ 그래, 되게 달달한 향이 어디서 자꾸 나는거 같은데… “

카르사는 콧등을 움찔거리며 그 향의 근원을 찾으려 애썼다.

쫑긋거리는 사자 귀와 리듬감있게 흔들리는 꼬리.

신체 일부분인 그것들이 카르사가 인간보다 뛰어난 후각을 가진 수인이었다는 사실을 내게 상기시켜준다.

점점 나와 거리를 좁히는 카르사.

흡사 뛰어난 후각으로 마약을 찾아내는 마약탐지견 같아보였다.

“ 이건 분명 어디선가 맡았던 향인데… 너 어디서 과일이라도 먹고 왔냐? “

바짝 다가와서 내게서 나는 향에 흥미가 동했는지, 웬 과일 이야기를 꺼내는 카르사.

나름대로의 추론으로 도출해낸 결과가 내가 과일을 먹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카르사의 눈썹이 살짝 구부러진다.

끝이 살짝 올라가고 미간은 모여든게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아마 선머슴같이 시원스레한 성격을 지닌 그녀로서는 이런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궁금증은 질색이겠지.

그래서 뭐라고 얘기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하던 때에.

“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

카랑카랑하여 명랑한 분위기를 띠는 여성의 목소리.

카르사와 얘기하고 있던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나서 그 말을 내뱉은 이는, 검은 머리의 쾌활한 인상을 가진 여성이었다.

에이미, 거리낌없이 누구와도 곧잘 친해지는 사교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말썽꾸러기같은 면을 지니기도 한 F 클래스의 우수생.

분명 F 클래스의 기준을 상회하는 상당한 실력을 갖췄으나, 그녀는 F클래스였다.

그리고 에이미는 이번 실습에서 나와 같은 조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에 카르사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 괜찮아, 이미 한명이 늦어서 상관없게 됐거든. “

아직도 내가 지각했다고 밀어붙일 셈인가?

내심 어이가 없어서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서 그 잘난 카르사의 얼굴을 볼려던 찰나에.

­짜악!

박수를 쳐서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제러미 교사였다.

아카데미 부지 한켠에 마련된 공동에 박수 소리가 울려퍼지자, 웅성거리던 학생들이 일제히 그를 주목한다.

“ 주목하거라! 급히 너희들에게 전달해야 할 사항이 있으니 말이다. “

제러미 선생이 그 자리에 모인 학생들이 침묵한채로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강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만한 문제가 생겨서 아카데미 부지 내에서는 진행 할 수 없게 됐다. 그런고로, 이번 실습은 외부에서 하도록 하겠다. 차례대로 줄지어서 날 따라오거라! “

제러미 선생에 웅성거리는 학생들.

당황스러운건 신입생들뿐만이 아닌건지, 상급생들조차도 같이 입을 열어서 서로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기드온도 당황스러운건 마찬가지여서 옆에 있는 상급생 카르사에게 물었다.

“ 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요? 실습을 외부에서 진행한다니... “

“ 있었지. 근데 처음이긴 해. 외부로 나가서 진행하는 실습은 신입생에게 시키지 않았거든. 어느 정도 배워먹은 2학년때부터나 하는건데.. “

“ 저희 밖에 나가는거예요? 어디 가요? 꼭 소풍가는거 같네요!! “

대부분의 학생들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서려있건만, 에이미는 늘상 그렇듯 쾌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러게요. 혹시 외부 실습은 어디서 진행되는건지 아세요? 카르사 선배님. “

“ 둥지. “

“ 뭐라고요..? “

둥지라고?

그 단어는 몬스터들의 소굴을 뜻하는 명칭인데.

그 말인즉 지금 사지로 아카데미 신입생들을 몰고 간다는거야?

“ 앗, 말실수했네. 둥지는 맞는데 니가 생각하는 그런 둥지는 아니니깐 걱정하지마. “

“ 그런 둥지가 아니라니 무슨 말이에요. 그게... “

“ 됐고, 가보면 알 수 있으니까 잘 따라오기나 해. “

카르사는 말하는데 진절머리가 났다는듯 내 말을 끊더니, 학생들이 일렬로 선 줄에 합류했다.

그에 나는 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카르사의 뒤를 따라 신나게 걸어가는 에이미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고 순응하여 뒤따라 걸어갔다.

***

­휘우우웅!

­퍼억!

“ 아욱..! “

강렬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꽤 고통스러운 일격이 내 몸에 박혀든다.

한순간 내 몸에 파고 들었던 물체가 튕겨져나와 흙바닥에 안착한다.

내게 고통을 느끼게 한게 퍽이나 맘에 들었는지, 두 집게를 하늘높이 쳐들어서 호전성을 드러내는 파이 게.

“ 이게..! “

순간 욱한 감정에 휘두른 발길이 둥글게 부푼 파이게의 등껍질에 닿았지만,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발을 흘려냈다.

고작 이따위 마물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몰려드는 수치심에 화가 나려던 찰나에.

“ 야이 멍청한 새끼야! 무식하게 힘만 쓴다고 될거같아?! 마력을 담아! 마력을!! “

버럭하고 소리를 내지르며 내게 호통을 치는 카르사.

한동안 그 지랄맞은 성격이 누그러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순전히 내 착각이었던게 틀림없었다.

저 짜증난 얼굴을 보라.

한껏 찌푸린 미간과.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날 응시하는 금색의 눈동자.

그리고 밤하늘의 떠오른 새하얀 달빛처럼 반짝이는 은색의 머리카락.

이 지저분한 ‘ 둥지 ‘ 속에서도 카르사의 외모는 찬란하게도 빛을 잃지 않고 빛내고 있었다.

아무리 아름답기로 소문난 보석조차도 먼지가 끼고 더러워지면 그 빛을 잃기 마련이지만,

카르사는 예외인듯 했다.

“ 뭘 꼬라봐! 이 새끼야! 꼬와? 감히 적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팔어?! 앞에 봐 이 새끼야!! “

칼날처럼 날카로운 말들이 부드러워보이는 연분홍색 입술을 타고 흘러나온다.

주둥이만 다문다면 경국지색의 여인이지만, 내뱉는 말은 아주 막말뿐이란 말이지.

나는 카르사의 말대로 내 앞에서 깔딱대는 파이게를 주시했다.

파이게.

등껍질이 곡선을 그리는 두툼한 파이처럼 생긴 외형을 가진 게를 말한다.

알려져 있기로는 홉아이처럼 매우 약한 마물이었기 때문에 F 등급을 받았지만, 덩치는 4살난 아이만하게 커다래서 쉽게 얕볼 수는 없는 마물이었다.

내가 깊게 집중하여 파이게를 노려보고 있을 즈음에 카르사가 말했다.

“ 좋아, 집중한거같으니 내가 전투의 기초지식을 알려줄게. 먼저 마력을 한 곳에 모은다고 생각해봐. 그게 다리든 주먹이든 어느쪽이든 상관 없어. 그리고 그걸 마물새끼들한테 뻗어내면 돼. “

마력, 실낱같이 적었던 내 마력은 스탯강화로 한단계 진화하여,

다른 학생들 못지않게 많은 마력을 가지게 되었다.

내 몸뚱어리가 놀이터인양 이 곳, 저 곳을 누비고 다니는 마력의 기운들.

카르사가 말한대로 그 세찬 기운들을 한자리에 모은다는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처럼 보였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 망설임이 마음속에서 피어나려한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서 그것을 깨끗하게 잘라냈다.

해보지도 않고 내빼는 것보다 일단 질러보는게 낫겠지.

태산같아 보이는 장애물이더라도 시도를 해봐야 아는 것이다.

데이지 선배같은 경우에는 운이 작용해서 손쉽게 내 손아귀에 들어오게 됐다만.

다른 명가의 영애들은?

카르사 라이오넬만 하더라도 쉬이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실력자였고, 정계의 전설이나 다름없는 샤토 가문의 영애는 에콜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이었다.

패배한 개새끼마냥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것부터 우선시 해야할건 도전이었다.

“ 후우… “

견고하게 방어자세를 굳힌 파이 게 앞에 선 나는 한껏 들이마셨던 숨을 내쉬었다.

카르사가 말하기를 ‘ 마력을 처음 다룬다면 가장 좋은 무기는 주먹이다! ‘ 무기에 마력을 불어넣는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주먹보다도 노력은 몇배나 더 필요하다고 그랬다.

안그래도 마력 운용능력에 젬병인 내게는 주먹이 딱이라는 소리겠지.

그러나 막상 시도를 해보자니, 마력운용능력에 소질이 없어서 못배워먹은 탓에,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

­띠링!

[ 마력을 밀어붙인다고 생각해보세요! ]

여신님의 메세지, 내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

아마 내 고민을 들어주시고 그에 맞는 말을 보내주신거겠지.

나는 그 말대로 따르기로 했다.

­쿠웅, 쿠웅!

심장 가장자리에서 두근거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나는 온 정신을 다해서 마력의 기운들을 팔로, 꽉 쥔 주먹으로 몰아낸다고 생각하며 밀어붙였다.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녀석들은 힘을 잃어갔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전신에 흩어진 마력을 주먹으로 밀어넣었다.

그 결과.

희미하게나마 빛이 나는 내 오른쪽 주먹.

“ 성공이다. “

해냈다는 결과에 뒤이어 찾아오는 성취감.

그에 푹 젖어서 옅게 미소를 지으려던 찰나에, 후두부에 고통이 느껴졌다.

“ 악! “ 하고 내가 소리를 내지르니 그나마 주먹에 응축되어있던 마나가 단번에 흩어진다.

예상치 못했던 고통이 내 집중을 흐트려 놓으니, 주먹에 모였던 마나도 사라진 것이다.

잘 가시지 않는 고통에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작은 고무공 하나가 내 발치로 데구르르 굴러온다.

이건..?

뒤로 고개를 돌려보니 평평한 돌에 앉아서 지루함을 해결하는듯 고무공을 던졌다가 받아내는 카르사가 보였다.

필시 그녀가 날 방해한 것이리라.

그 생각에 욱해서 나는 말을 내뱉었다.

“ 뭐하는 짓이에요! 기껏 성공했는데!! “

“ 뭐..? 성공? 뭔 개소리를 하는거냐. “

기가 찬다는듯 코웃음을 치면서 날 응시하는 카르사.

“ 마력을 모으는데 성공했었는데 선배가 장난을 치니까 흩어져버렸다고요! “

“ 다시 해봐. “

막무가내인 그녀의 행패.

천성 타고난 카르사의 성격이었기에.

나는 항의 대신에 한숨을 내쉬고, 팔을 들어올려서 주먹을 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 가량이 지났을 즈음에, 나는 다시금 주먹에 희미하게 마력을 응축시켜보였다.

“ 허억… 허억… 됐죠? “

마력을 응축시킨다는건 육체를 고되게 만드는 일이여서, 나는 지친 육체를 달래기위해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에 카르사는 얼굴을 내 주먹에 가까이하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흠하고 침음을 흘리면서.

입을 열어서 나지막이 내게 말했다.

“ 되긴 뭐가 돼. 완전 틀렸잖아. “

“ 예…? “

분명 주먹에서 희미하게 마력을 품은 것이 느껴지는데도.

카르사는 고개를 끄덕이기는 커녕 도리어 고개를 저어보였다.

“ 고작 이 한움큼도 안되는 마력으로 파이 게랑 싸워보려고? 너 진짜 파이 게가 우스운줄 아나본데. 저래보여도 저 녀석들 방어는 무척이나 두텁거든? “

카르사는 내 앞에서 제 몸을 보호하려 웅크리고 있는 파이 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그러니 마력을 담은 무기로 패야한다는걸 알려주는게 요번 실습의 목적이고, 괜히 제러미 선생이 우릴 여기로 데려온게 아니라는 말이야. 너 아까 저기 누워있는 에이미가 하는거 못봤어? “

에이미는 1학년생 F클래스 우수생답게 카르사가 제시하는 실습의 내용을 단 한번에 끝내고는, 느긋하게 여가시간을 즐기듯 평평한 돌에 누워서 침까지 흘려가며 팔자좋게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분명 에이미가 시도했을때는…

그녀는 애용무기인 검을 들고 파이 게 앞에 서있었다.

마력을 검을 쥔손으로 그러모았고, 그대로 검격을 날려서 파이를 두조각으로 갈라버렸었지.

특이한게 있었다면 에이미의 검에서 새하얀 빛이 흘러나왔다는것이다.

그 빛은 필시 마력흔일터.

하지만 마력흔을 그렇게 밝게 빛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마력을 응축시켜야 할텐데.

앞서 내가 해보기로는 마력을 한 곳으로 응축시키는 과정에서는 어쩔수 없이 손실이 일어났다.

원래 흘려보냈던 마력의 3분의 1도 안되는 극소량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에이미에 비한다면 턱없이 모자란 마력량을 가진 내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거다.

“ 전 에이미처럼 못해요. 전부 마력이 그렇게 넘치는건 아니거든요. “

“ 야, 내가 언제 따라하라고 말했어? 봤냐고만 물었지. “

“ 그럼...? “

“ 이번에는 내가 직접 봐줄테니까 다시 한번 마력을 모아봐. “

직접 봐주겠다고 말하기까지 하는 카르사, 그에 나는 거절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처음부터.

마력을 주먹에 응축시키기 위해서 온정신을 집중시킨다.

그러던 중에, 불현듯 등에 묘한 감각이 전해져왔다.

손, 카르사의 따뜻한 체온을 지닌 두 손이 내 등에 얹혀 있었던 것이다.

그에 약간 동요했지만 이내 진정하고 마나를 주먹에 응축하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아까처럼 하던대로 마력을 팔에 밀어붙이려는 순간.

“ 그만, 이제 알거 같으니까 그만해. “

“ 이제 막 시작인데요...? “

“ 뭐가 문제인지 알겠으니까 그만하라고. 계속 고집부릴래? “

이어지는 카르사의 말에 나는 앞으로 뻗어내고 있던 두팔을 내려서 주무르며 되물었다.

“ 그래서 뭐가 문제인거 같아요? “

“ ....니가 문제지. “

“ 뭐라고요? “

“ 아니 너 왜 마력을 밀어붙이려고만 하는거냐? “

“ 그야 당연히 마력을 모으려면 그리 해야하는게 아닌가요...? “

“ 뭐어...?????!!!!! 어떤 새끼가 그딴식으로 마력을 모아 이새끼야!!!!!!!!!!! “

우레같이 크게 울려퍼지는 카르사의 목소리.

동굴같이 생긴 ‘ 둥지 ‘ 였기에 그 소리는 더욱 증폭되어서 울려퍼졌다.

아마 둥지 내부에 흩어져있는 다른 신입생들도 카르사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 뭐,뭐야?! 무슨일이야?!! “

누워서 단잠을 자던 에이미마저 일어날 지경.

그렇게 크게 카르사가 소리를 질렀건만 나는 누구인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여신님이 가르쳐주신거니깐.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