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렘만들기-59화 (59/76)

〈 59화 〉 위기상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혀를 굴릴 줄 알아야 한다. ( 1 )

* * *

내 두 손에 쥐어진 보온병 두개.

그중에 미약을 넣어둔 보온병은 하나였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구별하기 위해서 보온병 아래에 표시를 해놨었다.

그래서 보온병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보온병 아래에 표시같은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차가워보이는 은색만이 날 희미하게 반사시키고 있을 뿐.

작금의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해보자면…

좆됐다는거지.

혹여나 약을 탄 물이 에이미에게 간다면 계획은 어찌 되겠는가?

“ 빨리 물 달라니깐 뭘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냐? “

“ 라,라크! 빨리….! 무우울….! “

어느 보온병을 누구에게 나눠줘야할지 고민하던 내게 재촉하기만 하는 두사람.

안그래도 머리가 아파죽겠는데 옆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겠다고 생각한 나는 손에 쥔 보온병 두개를 그녀들에게 그대로 내밀었다.

어지간히도 목말랐는지 두 사람은 내밀기가 무섭게 병을 확 낚아채갔다.

고개를 하늘로 쳐들어서 목구멍을 활짝 열고 그대로 들이붓는 카르사와 입가로 물을 뚝뚝 흘려내면서 천천히 마시는 에이미.

“ 흐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

갈증을 해소한 카르사는 내게 보온병을 던졌다.

“ 으응..? 물이 좀 남았네요? “

그렇게나 벌컥 벌컥 마시던 카르사였기에 얼마 남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보온병에는 꽤 많은 양의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를 낼 정도로 남아있었다.

내 앞에 선 카르사가 진짜 카르사가 맞나...?

의심이 갈 정도로 의문스러운 행동이었다.

이리도 배려심 깊은 행동을 내 앞에서 보인 적이 없었으니까.

“ 너도 목마를 것 같아서 좀 남겨놨지. 왜 그렇게 보냐? 내가 그정도 배려도 없을까봐? “

이런, 마음속으로 생각했던게 얼굴로 그대로 드러났나보다.

카르사는 못마땅하다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 그,그런거 아니에요. “

“ 됐고 물이나 빨리 마셔. 되도록 빨리 나갔으면 하니까. “

아.. 이걸 마셔야 하나..?

어느 보온병에 약이 들어간 물인지 모르는 상황으로써는 안마시는게 정답이었지만...

어서 안마시고 뭐하냐는 카르사의 재촉하는 시선이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으니, 나는 어쩔수 없이 보온병을 들어올려서 물을 마셨다.

괜한 의심을 사는 것보단 그냥 내가 손해를 감수하는게 낫겠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었다.

꿀꺽­ 꿀꺽­

“ 푸하아... “

배어나온 땀들이 옷을 푹 적실 정도로 실습에 전념해서 그런지, 약이 들어있을지 모를 물이긴 했으나 시원하게도 느껴졌다.

목을 축이고 난 우리는 다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둥지의 출구와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지 몇분도 채 되지않아서 도착 할 수 있었다.

출구에 모여서 웅성거리는 에콜 아카데미의 학생들.

제러미 선생이 모든 학생들이 도착했는지 체크하고나서야, 우리는 귀가해도 된다는 허락의 말을 들을 수가 있었다.

이제 슬슬 약효가 돌기 시작했을 때가 됐는데...

데이지의 미약이 본격적으로 약효를 돌기까지는 대략 5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으니, 지금쯤에 반응을 내보일 것이다.

만약 카르사가 들었던 보온병에 약이 담겼더라면 내게도 반응이 일어날 터.

허나, 그런 기미는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건 역시.

“ 에,에이미? 너 갑자기 왜 그러냐....? “

“ 흐어어... 서,선배님...? 호,혹시 선배님 쌍둥이 자매예요? “

헤실헤실 웃어대면서 붉어진 얼굴로 카르사를 보는 에이미.

약이 들어간 물은 저 쪽이었나...

애써 계획했던 일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에 아쉬움과

“ 얘가 갑자기 뭔소리야. 라이오넬 가에 딸들은 두명 밖에 있는거 몰라? “

“ 어라? 그러면 왜... 선배님이 두명이져? “

몽롱해보이는 흐릿한 에이미의 분홍색 눈동자.

카르사는 그것을 보고 이변을 눈치챘고, 나는 그제야 알아차린듯 연기하며 에이미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균형감각에 손상을 입은 것처럼 위태롭게 비틀대는 에이미를 부축했다.

“ 에이미, 괜찮아요? 왜 이러는거죠? “

“ 몰라, 분명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얘가 이상해졌어. “

“ 흐냐아앗.... 빙글빙글 돈다아.... 하으으.... “

갑자기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힘을 주는 에이미.

뭘 하려는건가 싶었는데, 무엇인가 주루룩 흘러내리는게 눈에 들어왔다.

치마 아래로 곧게 뻗은 에이미의 두 다리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액체.

“ 아,앗....! “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내가 소리치려던 찰나에 손을 들어서 내 입을 틀어막는 카르사.

“ 조용히 해. 얘한테 망신살 주고 싶어서 그래? “

그 말에 주변을 스윽 둘러보자 제러미 선생의 귀가해도 좋다는 말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둥지 입구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리고 둥지 입구를 지키는 보안 요원들까지도.

이래서 내 입을 막은거구나.

고개를 끄덕여서 알겠다는 신호를 카르사에게 주고 나서야 그녀는 내 입에서 손을 뗐다.

“ 제가 업고 갈게요. 여기서 아카데미까지는 멀지 않으니까 거기서 뒷처리를 하면 될거같아요. “

“ 뭐? 너는 키도 작은데 내가 업으라고 그러겠냐? “

“ 등이 더러워지잖아요. 그냥 제게 맡기세요. “

“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

카르사가 더는 뭐라 못하도록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내가 에이미를 등에 업은 순간.

부우웅 하는 진동음이 카르사의 팔에서 들려왔다.

그에 인상을 팍 찌푸리는 카르사.

이내 그녀는 팔을 들어올려서 자신에게 온 메세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별안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냈다.

“ 라크, 미안한데 뒷처리는 너 혼자서 해야 할 거 같다. “

“ 네? “

“ 아무튼 급히 가봐야 할 일이 생겨서 그래. 에이미 잘 돌봐줘라. “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러면 에이미는 누가 씻기는데요?! “

“ 지나가는 여자애 하나 붙잡고 부탁해보던지! “

새액 하는 바람 소리를 낼 정도로 빠르게 달려나가는 카르사.

에이미를 업고 있는 상태라 힘겹게 한 손으로 받치고 남은 손을 카르사에게 뻗어보지만, 이미 그녀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애초에 보온병에 표시를 엉성하게 한 내 잘못이기에 자업자득이긴 했다만,

카르사가 눈앞에 있는 문제를 두고 도망쳤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몰려온다.

아니 오히려 잘된건가...?

생각하고보니 뒷처리를 마친 뒤에도 약에 취해서 헐떡일 에이미를 생각해본다면, 해독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카르사가 같이 있었더라면 의심을 살 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좋아, 일단 데이지의 공방으로 가야겠다.

에이미를 업기위해 마력을 모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 곳에서 빠져나갔다.

***

둥지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었나보다.

아카데미 부지내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해질녘의 오후였기 때문이었다.

원래 그렸던 그림은 이게 아니였는데 말이지...

실습으로 어느 정도 갈증을 느꼈을 카르사에게 약을 먹여서 호감도를 올린다.

그리고 그녀가 그리도 궁금해하는 내 성장의 비결을 미끼삼아서 낚는다는 계획.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가 내게 치고있는 철벽을 어느 정도 허물어 버릴 수 있을 터였다.

“ 개,개미가... 들어오는 것 같아! 흐으읏.... “

“ 가만있어! 왜 흔들어대는거야! 윽! “

돌연 등에 업혀있던 에이미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 몸부림을 쳤다.

그 탓에 에이미의 보드라운 가슴이 내 등에 문질러진다.

으윽... 안그래도 참기 힘든데..

에이미는 남들보다도 건강미 넘치는 육체를 가진 체육계 여성이었다.

단단한 근육과 말랑말랑한 지방이 적절하게 분포되어있는 살들.

그 덕에 단단하기도 하며 부드러운 에이미의 배와 허벅지살 그리고 부드러운 가슴까지도 닿아오는데도...

정작 그 육체의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내게 계속해서 엉겨 붙으려 한다.

“ 헤으윽.... 가,간지러워...! 흐응... “

가려운 특정 신체 부위를 문질러대는 에이미.

아마 미약에 취해서 전신의 감각이 예민해졌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에이미의 본능적인 행동에 나는 흥분으로 고양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약에 취해서 달궈진 여자 동급생의 살결은 매우 매혹적으로 다가왔고, 그녀의 오줌으로 축축하게 적셔졌던 허벅지살에서는, 남성을 절로 흥분시킬만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

그에 내 끝을 모르는 성욕 패시브 때문에 내 바지 앞섬이 좀 부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독이 먼저다.

지금 겨우 내 의지로 막아내고 있긴 하지만, 이를 상회하는 성욕이 언제 날 지배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얘기하기도 그렇지만 좆이 선다고 아무데나 박아서는 안되는 법이지.

그게 인간이겠어? 짐승이지.

나는 에이미를 업은 두손에 더욱 힘을 꽉 주고 걸어나갔다.

데이지가 있을 구교사로.

일단 그 곳에 가서 해독약을 에이미에게 놓자는 생각이었다.

여기서부터 구교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니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그 순간, 나는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는게 느껴졌다.

“ 커,커억...! “

급하게 내 손을 뻗어서 내 목을 다듬어나가니 단단한 팔이 만져졌다.

잔뜩 수축된 에이미의 두 팔.

그 팔들이 목줄처럼 날 조여오고 있던 것이다.

“ 수,숨이.... “

부족한 산소를 들이키려고 호흡을 해보지만 압박된 기도에 산소는 들어서지 않는다.

그것만으로 부족한지 교차하여 원을 그려내서 내 허리를 붙들어 매는 에이미의 두 발.

이전보다도 밀착한 자세로 에이미는 날 압박해나갔다.

아,앞이... 잘 보이지 않아.

점점 뿌옇게 변해가는 시야는 어두운 밤하늘처럼 검게 물들더니, 이내 내 의식은 거기서 끊기고 말았다.

***

“흐억...! “

돌아온 의식이 내게 제일 먼저 행하게 한 것은 호흡이었다.

기절하기 이전에 모자랐던 숨을 재공급 하듯이 말이다.

나는 점차 또렷해지는 의식으로 눈을 껌뻑여서 내가 있는 장소를 파악하려 했다.

“ 여,여기는...? “

어두컴컴한 방.

방 한쪽 위에 위치한 작은 틈새.

그 곳으로 달빛이 조금이나마 들어와서 방 안을 어슴푸레 밝히고 있었다.

먼지 쌓인 각종 건설 자재들이 방 한쪽에 놓여져 있는걸로 봐서는 어딘가의 건설현장인거 같기도 한데…

기억을 쥐어짜봐도 생각나는건 없었다..

그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이 들 뿐.

그리고 움직이려고 몸에 힘을 준 순간.

내가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일어났나보네. “

“ 누,누구야?! “

약간 거칠게도 느껴지면서도 카랑카랑한 여성의 목소리.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에서 벗어난 어두운 사각지대에서 나타난 이는…

“ 에..에이미..? 크헉..! “

­퍼억!

쿠당탕—!

의자째로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둔중한 충격이 내 몸을 때린다.

“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마렴. 꼬마야. “

“ 끄으윽.... “

발로 의자끝을 쳐낸 그녀는 확실히 나와 같은 F 클래스의 에이미가 맞았다.

허나 내가 익히 알고있던 모습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을 정도로 달랐다.

어깨까지 내려오던 흑발은 등까지 치렁치렁하게 자라있었고, 평소에는 바보같이 헤실헤실 웃던 얼굴이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차갑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건 머리 위에 있었다.

나한테 인사를 하는것처럼 쫑긋 쫑긋거리는 고양이귀와 연분홍색이었던 눈동자는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니.

그 얼굴만큼은 빼다박은듯 똑같았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에이미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왜 날 때린거지?

내 머리카락을 쥐어잡은 손가락, 그리고 팍하고 들어젖혀서 내 고개를 강제로 들어올리게 했다.

“ 으윽... 에이미 왜 이러는거야! “

“ 후우... 가증스럽게도 자꾸 그 이름을 부르는구나... 너지? “

일자로 좁혀진 대양과도 같은 푸른 눈동자로 쏘아내는 시선과 나는 마주했다.

그 순간에 나는 자연스레 깨달았다.

에이미의 몸은 확실했으나...

“ 내 여동생한테 약먹인게 너냐고 물었다. 이 하찮은 것아. “

지금 그 몸을 조종하는건 그녀가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