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렘만들기-64화 (64/76)

〈 64화 〉 정복은 견고히 해야 하는 법

* * *

블루 로터스 (Blue lotus)

일전에 에리스가 내게 말했던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범죄집단의 이름.

그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오래된 역사를 가진 악당들이라고.

권력가의 자제들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서 권력을 계승했을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서류가 블루 로터스에 관한 내용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

그리고 내 존재가 이들에게 노출됐다는 건...

분명 블루 로터스와 아카데미의 누군가와 연결고리가 있다는거겠지.

아니라면 그 누군가가 블루 로터스의 조직원일 터.

하지만 그동안 내가 직접적으로 능력을 남들에게 보인적이 없었기 때문에, 의문은 점점 더 난해해져만 가는 느낌이 들었다.

남들에게 노출되는 장소에서 함부로 사용한 적도 없었고, 그 횟수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는건... 역시 카르사 라이오넬인걸까?

단시간에 내 능력을 급성장하게 만든데에는 모종의 비결이 있다는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영애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단정지어서는 안되는 법이지.

그렇게 곰곰이 범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으려니, 돌연 내 책상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에 고개를 들어보니,

“ 안녕! 라크. “

부의 감정이라고는 일말을 담지않은, 모종의 방법으로 표백된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각되는 천진난만하게 느껴지는 눈 한쌍.

그 눈을 반짝이며 내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에이미였다.

아니.. 어쩌면 레이미일지도? 하는 의혹에 나는 그녀의 칠흑색 머리위를 보았지만, 수인의 특징인 고양이 귀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에 보았던 레이미는 고양이 수인으로서 가지고 있을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머리위를 훑어본 것이다.

“ …어, 그래. 에이미, 안녕. “

내가 인사를 건네자,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착각이었나...?

그 무서우리만치 위협적인 찢어진 일자 눈도 없고, 뿜어내던 살기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에이미는 고개를 두리번거려서 강의실에 남아있는 학생들을 둘러보더니 내 귓가에 손을 대고 속삭였다.

“ 라크, 잠깐 나가서 얘기하지 않을래? “

“ 응? “

비밀스럽게 나와 단둘이서 얘기라도 하고 싶은건지, 나가서 얘기하자는 에이미.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에이미의 뒤를 따라나섰다.

***

강의실을 나서면서 루샤가 어디 갈때마다 보고하라고 신신당부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마력통신구에 손을 올렸다가 나는 다시 내려놓았다.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아카데미 부지에 속하는 곳이니 괜찮겠지.

앞장선 에이미를 따라걷다보니 어느 새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해있었다.

“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해야 할 이야기라는게 뭐야? 에이미? “

“ 미안, 남들한테 언니에 대한 이야기는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고 할아버지가 그러셨거든. “

“ 할아버지? “

“ 응, 우리 집안이 좀 특이한 곳이거든. 그래서 말인데…. “

집안이 특이하다고?

그 말에 의문이 생긴 내가 물어보려던 때에, 에이미는 앞서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어제 있었던 일 말이야.. 정말 미안해! 내가 대신해서 사과할게! “

어젯밤의 일.

레이미가 날 가둬놓고 캐묻다 못해 죽이려들었던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리라.

“ 혹시... 어젯밤의 일, 전부 기억나? “

고개를 도리질치는 에이미.

“ 조금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거든. 꿈을 꾸는 것 같이. 그러니까 한 사람이 나와있으면 다른 한 사람은 자는거나 마찬가지야. “

“ 그래? “

다행이다. 그 말에 내가 안도감을 느끼려는 찰나에 에이미가 이어서 답했다.

“ 근데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들었어. 솔직히 말해서 난 못믿겠어. 죄다 터무니없는 말들이잖아. “

“ 터,터무니없다고? “

“ 으응… 레이미 언니가 너보고 흉악범 교도소에 집어처넣어야 할 강간범이랬어. “

뭐? 강간범?!

레이미 이 년이…

해도 될말이 있듯이 해서는 안되는 말도 있다.

전해들은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레이미의 하늘높은 콧대에,

나는 그녀에게 진짜 강간이 뭔지 보여줘야겠다는 앙심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에이미의 호감도는 꽤 올려놓은 상태였지.

내 능력을 이용해서 조금만 구슬린다면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눈앞에서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때묻지 않은 에이미의 순진하게 보이는 눈동자를 바라봤다.

어젯밤 레이미였을 적에 보였던 연분홍색과는 다른 샛노란 색.

“ 그러고보니 묻고 싶은게 생각났는데 말이야.. 너희 자매는 바뀔때마다 몸도 바뀌는거야? “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미.

“ 그리고 라크, 이 얘기는 어디가서 하지 말아줬으면 해. “

“ 뭐가? 네 안에 언니의 인격이 있다는 사실을? “

“ 응.. 가문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뿐이거든. 네가 이 사실을 어디에 얘기하는 순간부터는 나도 언니를 막아내기는 힘들다고 보면 돼. “

“ 가문이라고…? 에이미, 너 어디 귀족 집안의 영애였어…? “

“ 핫…?! “

손을 들어서 뒤늦게서야 실수했다는듯 입을 막아보려는 에이미.

그 어떤 말보다도 진실을 뜻하는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더 묻고 싶지만..

레이미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서 어제와 같은 살인적인 주먹을 날릴까봐 두려웠기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에이미는 속마음을 졸이고 있는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고 해야할까?

내가 커버를 쳐줘야 할 때구나.

“ 응…? 에이미, 방금 뭐라고 했었어? 아, 미안 요즘 귀가 잘안들려서… 병원이라도 가야할지 고민이라니깐. “

“ 아… “

내가 그리 대답하자 멍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에이미.

그러다가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불안한 기색을 싹 지우고 대신 환한 미소로 채워보였다.

굳이 상태창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나는 이걸로 에이미의 호감도가 조금이나마 올라갔다고 확신 할 수 있었다.

***

부글부글.

플라스크에 담긴 정체불명의 붉은 색 액체.

그 액체는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붉은 색만 해도 불길하게도 느껴졌지만,

이따금씩 기포가 액체위로 솟아올라 터지면서 나는 톡톡거리는 소리까지 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건 그토록 바라던 결과였다.

오히려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해야하지!

“ 흐히… 흐히히…! 됐다! 됐어!! “

음산하게 웃는 목소리의 주인은 그동안 인내하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인지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보통 건물이라면 시끄럽다고 화내며 들이닥치는 사람이 있었겠지만…

이 곳에서는 전혀 그럴 걱정따위는 하지 않아도 됐다.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라고는 데이지 블렌더밖에 없었으니까.

구교사.

그 곳의 한 구역을 차지한 것은 데이지의 연구실이었다.

그리고 그 연구실의 중심에서 한 여성이 분홍색 액체가 들어있는 플라스크를 눈앞에 들어올리며 웃고 있었다.

뒤로 길게 양쪽으로 묶어서 내린 연보라색 머리카락은 원래부터 상태가 좋지않아 번개맞은듯 제멋대로 뻗어있었고,

날밤을 새어가며 연구에 매진했다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옅은 다크서클이,

데이지의 우울해보이는 사백안 밑에 자리잡고 있었다.

“ 드디어 성과를 보이는구나! 내 아가!! “

드르륵­!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던 이 곳에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방인.

“ 아! 라,라크! 마침 자,잘왔어. 있잖아… 드디어 내,내가 해냈다? 흐히히… “

“ …네,네...? 뭘 해내셨다는.. 우악?! “

카르사에게 쓸 미약을 자신의 실수로 헛되게 낭비했기때문에 재차 데이지의 연구실을 찾은 라크.

라크는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돌연 횡설수설하는 데이지가 그의 코앞으로 이상한 액체가 담긴 병을 불쑥 내밀었으니, 당황할만도 했다.

데이지가 그런 라크의 상태를 뒤늦게서야 눈치채고 덧붙여서 말했다.

“ 그,그야 니가 원하던 미약말이야! “

“ 미약이요? 전에 쓰던건 전부 동나서 새로 만드신건가요? “

“ 그,그건 실험용이었어. 이,이게 진정한 완성품이지! “

“ 완성품이요? 그럼 이전에 만들었던 거랑 뭐가 다른건데요? “

“ 마,많은게 다르지! 조합 비율이랑 농도, 점성부터가 다르고, 거기다가 바이콘의 뿔가루까지도 들어간거라 아예 새로운 약이라고 보면 될 정도라고. 전번에 썼던게 가짜라고 말한다면 이번건 진짜야! 아무리 고상한 여자라도 이 약 한방이면 바로 타락할걸? 그 콧대높은 마리엘 샤토마저도 말이지! “

일전에 먼저 만들었던 시험작을 가짜라고 깎아내릴만큼 자신있어하는 데이지.

에콜 아카데미의 학생회장 마리엘 샤토까지 들먹일 수준.

늘 하인을 옆에 두고 다니는 그 고고한 금발의 영애.

그 여자도 단번에 타락할 정도라니....

대단하기도 했지만, 되려 무서울 지경이다.

멍하니 그걸 그 병에 담긴 것을 응시하며 깊게 생각하는 라크.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 즈음에 불현듯 그의 귓가로 데이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저기... 라,라크! 그런데... 이 미약 누구한테 쓰려고 그러는지.... 알 수 있을까...? 아, 아하하... 아니다, 그냥 못들은걸로 해줘... “

목을 긁으면서 중얼대며 바닥을 보는 데이지.

그녀는 괜스레 부끄러워서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였는데.

“ 알려줘요? “

“ 어? “

아,알려준다고?

데이지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차 고개를 올려보였다.

순간.

치이익­!

“ 흐아악—!! “

비명을 내지르는 데이지.

급한대로 눈을 감았지만 입안은 물론이고 코까지도 약물이 침투하여 순식간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흐,흐윽... 읏...! 라,라크?! 이게 무,무스은.... 으읏...! 읏! “

라크는 손도 대지 않았으나, 데이지는 책상 모서리를 손으로 붙잡은 채로 허리를 움찔움찔 떨어대며 방바닥으로 조수를 뿜어냈다.

절로 구부러지는 상반신.

자세가 무너지지 않기위해서 책상을 붙잡은 손에 꼬옥 힘이 들어간다.

툭,툭,투툭.

“ 흐에... 으...으으... “

절정이후의 몰려오는 쾌락의 여운속에 잠겨있는 데이지.

책상에 상반신을 올려놓은채 헐떡이고 있는 데이지를 바라보던 라크는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 데이지, 이 미약은 너한테만 쓸거야. 마음이 바뀌었거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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