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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5화 (5/287)

〈 5화 〉 1. 마검님이 보고 계셔 (4)

* * *

파직, 하고 번갯불이 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손바닥에 피로 그렸던 마법진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남자의 다리를 붙잡기 위해서 사용했던 마법이 부서지면서 돌아온 리바운드 때문이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아니, 과연 그것을 발소리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두두두두, 하고 들려오는 소리가 무겁다. 강을 매섭게 넘나드는 물소 떼의 질주가 연상된다.

나의 세 배에서 네 베는 족히 되는 속도.

앞으로 10초, 아니 9초 후에 따라잡힌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피로 젖은 손을 골목길의 벽으로 가져갔다. 자를 대고 선을 긋는 것처럼 피를 일직선으로 길게 칠해나간다.

'간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을 때, 피를 묻히는 것을 그만두고 마법의 행사에 들어갔다.

고무가 타들어가는 듯한 지독한 냄새와 함께 피로 젖은 골목길에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달리는 골목길은 좌우의 높은 벽이 좁은 간격으로 마주보고 있는 구조였다.

붉은 연기는 순식간에 좁은 골목길을 가득 채운 후, 유일하게 열려있는 위쪽을 향해 두둥실 떠오른다.

조금 전에 사용했던 마법의 응용이다. 불꽃의 마법식을 그린 후 섬세하게 변주해서 불꽃을 연기로 바꾸고, 넓은 범위에 빠르게 퍼트린다.

순식간에 내 몸이 연기 속에 삼겨지고,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거, 가져갑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연금술사가 안고 있던 검을 손에 쥔다.

낮은 심호흡 소리와 함께 조용히 힘을 갈무리한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뭐지?'

정장의 남자는 그을린 흔적 하나 없이 백신현의 뒤를 쫓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는 여러 개의 모퉁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갈림길이 없는 외길 구조였다. 추적은 간단했다.

어마어마한 각력을 가진 이 남자는 순식간에 백신현의 뒷모습을 포착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지독한 냄새와 발생한 연기가 그의 시야를 차단하면서 백신현을 놓치고 말았다.

넓은 범위로 퍼진 연기는 순식간에 그의 몸까지 삼켜버렸다.

도대체 뭐지? 그의 다리가 잠시 그 자리에서 멈춘 순간, 바로 옆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엄습해왔다.

완전히 사각에서 파고 들어온 일격이었다.

검이 옆구리에 꽂힌 바로 그 순간 그는 찌릿하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 칼날은 통증을 남겼을 뿐, 육체에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연기 속에서 나타난 백신현이 혀를 차며 중얼거린다.

"역시 안 통하나. 마력을 감지 않으면 공격이 들어가지 않아."

정장의 남자가 조금 늦게 검을 휘둘렀지만 그 자리에 이미 백신현은 없다. 연기 속으로 육체가 빠르게 사라진다.

마력을 통한 기척 감지에도 잡히지 않는다. 혹시 지금의 연기 때문인가? 그는 뒤늦게 붉은 연기의 성분 분석에 들어갔다.

마력을 다루는 사람에게 기습은 통하지 않는다. 박쥐가 초음파를 통해 아주 먼 곳의 장애물을 알아보고 피해가는 것처럼, 마력을 통한 기척 감지도 그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이 한 순간 마비되었다. 백신현의 기척을 느낄 수 없다.

이 연기가 원인일지도 모른다.

정장의 남자는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의 검을 중심으로 마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밀려 올라가듯 연기가 걷혀 나간다.

그 속에서 백신현의 모습이 드러났다. 놈의 위치는 남자의 후방이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등 뒤에서 이미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둔중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지만 결과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다. 통증은 느껴지지만 그것 뿐. 백신현은 정장의 천조각 하나 찢지 못했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빠르게 물러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장의 남자가 조금 빨랐다.

남자가 휘두른 칼의 끄트머리가 백신현이 거두고 있던 검에 아주 살짝 걸렸다.

쿵!! 그저 그뿐인 접촉에 백신현의 몸이 수류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공중에서 돌았다.

'압도적인……'

어깨 아래에서 찌릿찌릿 올라오는 고통을 참아 넘기며 백신현은 이를 악물었다. 충격을 최대한 분산시키면서 두 다리로 바닥에 착지한다.

정장의 남자는 쉬지 않고 다음 공격에 들어갔다. 그것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낸다.

백신현을 맞추지 못한 검은 그대로 지면에 꽂혔다. 쿵!! 날이 꽂힌 자리에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레이터가 발생핬다.

충격의 여파는 바닥뿐만 아니라 좌우의 벽까지 미쳤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균열이 달린다.

'압도적인…… 공방력 차이……'

마력을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백신현이 아무리 빠르게 검을 휘둘러도 정장의 천조각 하나 찢을 수 없다.

하지만 백신현은 그 남자의 검이 스치기만 해도 위험하다. 조금 전의 공격만 해도 그렇다. 미리 물러서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백신현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진 고깃덩이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군. 자네가 내 공격을 버텨내면서 시간을 벌고, 그 동안 저 여인이 마법을 준비하는 건가?"

정장의 남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검을 휘둘렀다.

초고속으로 휘두른 검이 공기를 가열시킨 것일까. 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의 말처럼 백신현의 등 뒤에는 왼쪽 어깨를 누른 채 조용히 입술을 움직이는 연금술사의 모습이 있다. 그녀의 주변에는 피로 그린 마법진이 보인다. 문외한이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광경이다.

하지만 마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숙련된 전사인 그는 문외한의 눈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부분까지 읽어내고 있었다.

피로 그려진 마법진을 토대로 자료와 성분을 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마법이 어떻게 발생할지를 추측한다.

'표적을 향해 일직선으로 사출되는 광선 타입. 위력은 나라고 해도 맞으면 상반신이 날아갈 정도. 발동까지 걸리는 시간은 61초.'

이 남자는 조금 전, 공방에 있던 연금술사를 습격했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연금술사를 실력으로 누르고 그녀의 몸에 상당한 부상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연금술사가 정장의 남자에게 뒤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 좁은 공방의 구조 자체가 연금술사에게 불리한 환경이었다.

만약 그녀에게 충분히 마력을 끌어낼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남자라고 해도 쉽게 감당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마법이 완성되기까지 못해도 60초. 마력을 쓰지도 못하고, 그 검에게 자격을 인정 받지도 못한 애송이가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 싸움은 호랑이와 토끼가 맞서 싸우는 것과 비슷한 구도였다.

아니, 힘의 차이만 비교하면 백신현과 이 남자의 차이는 그 이상이다.

마력을 능숙하게 다루는 일류 검사와 그렇지 않은 인간의 사이에는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고 싶은 골이 존재한다.

백신현의 움직임은 마력을 쓰지 않는 인간치고는 놀라운 수준이다. 육체는 극한까지 단련되어 있는 데다가 검술의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

그에게 보통 사람 정도의 마력이라도 주어져 있었다면 정장의 남자는 이 자리에서 망설이지 않고 도주를 선택했을 것이다.

순수한 검사로서의 역량으로 따졌을 때, 백신현은 오히려 이 남자보다도 윗줄에 있다.

하지만 그 역량도 힘과 속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백신현은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피하고,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최대한 충격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남자의 공격에 대응했다.

쿵!! 그때마다 백신현의 몸을 타고 흘러나간 충격이 그의 발치에서 터져 나왔다. 진각이라도 밟은 것처럼 발로 딛은 그 자리가 움푹 패여들어간다.

필사적으로 버텨내고는 있었지만 한 번 공격을 받아낼 때마다 백신현의 낯빛이 흐려지는 게 보인다. 미처 흘려내지 못한 충격이 팔과 다리에 수많은 피멍과 상처를 남긴다.

정장의 남자는 싸움의 끝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앞으로 15수.

그의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15수 후에 백신현은 전신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게 된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

순식간에 열네 개의 참격을 휘두른 후, 최후의 공격에 들어간다.

그는 백신현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내기 위해서 머리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무거운 참격을 휘둘렀다.

수많은 맹공을 버텨낸 백신현의 낯빛은 이미 새파래지다 못해 흙빛이었다. 굳이 마무리를 짓지 않아도 알아서 쓰러질 것 같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검을 휘두른 남자 자신도 놀랄 정도로 완벽한 방어였다. 지금 이 순간, 백신현은 처음으로 남자의 공격을 상처 없이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설마.'

바로 그때, 정장의 남자는 문득 깨달았다.

백신현의 기수식이 달라져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전투에서 처음 드러내는 자세.

물론 남자는 개의치 않고 공격했다.

이때, 남자의 칼끝에서 터져 나간 일격의 숫자는 자그마치 45개.

하지만 그 수많은 공격 중 단 하나도 유효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마치 물에 대고 검을 휘두르는 기분이다. 검 끝에 실려 있던 모든 운동 에너지가 흩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백신현의 몸에는 더 이상 새로운 상처가 나타나지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휘두른 공격조차 완벽하게 흘려보내버린다.

마치 폭풍 속을 나부끼는 깃털처럼.

'설마…… 그 짧은 사이에 내 검술을 해석해서 그에 대응하는 검식을 만들어냈다는 건가……!?'

그 이외에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없다.

저것은 그의 검술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방어 자세다.

조금이라도 검술의 해석이 부족했다면,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런 결과는 나울 수 없다.

철저하게 해석하고 이해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충격을 걷어낼 수 있다.

'말도 안 돼. 정말로 그렇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청년의 속도는 나의 2할도 채 되지 않아. 그런 움직임으로 나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없어. 나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

설마, 하고 남자는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처음으로 백신현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그것은 방어를 도외시하고 무모하게 파고든 행동이 아니다.

지금의 공방에서 백신현에게는 남자의 공격을 흘려보낸 후에도 상당한 여유가 남아 있었다.

공격을 성공시킨 후 늦지 않게 방어 자세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런 계산 속에서 저지른 행동이었다.

쿵!! 여전히 그 칼은 남자의 옷조차 찢지 못했다. 하지만 충격은 꽂힌다. 둔중하게 퍼지는 충격이 남자의 집중을 흔들었다.

"네놈……!!"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남자는 후퇴를 선택하고 물러섰다. 백신현의 검이 허공을 찢는다.

한 걸음에 5미터를 물러난 남자는 지면을 강하게 걷어차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남자가 소리친다.

"좋다. 검술 대결에서는 네놈이 앞서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더 이상 너와 검술로 대결하지 않겠다. 이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면 받아봐라!!"

그의 입술에서 작은 목소리로 주문이 쏟아져 나온 바로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무수히 많은 칼날이 나타났다. 하나 하나의 크기는 매우 작지만 그 숫자는 수백 개에 달한다.

약식으로 펼쳐진 만큼 위력은 대단치 않다. 마력을 높은 수준으로 다룰 수 있는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부상을 각오하고 버틸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백신현에게는 아주 효과적으로 통한다. 지친 그의 다리로 피할 수 있을 만한 숫자도 아니고, 마력으로 받아낼 수도 없다.

애초에 피하게 놔둘 생각도 없었다.

남자의 지시에 따라서 시꺼먼 칼날이 일제히 움직인다. 그 개수는 정확히 791개. 그리고 표적은 백신현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연금술사.

마법 구축에 전념하느라 최소한의 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그녀를 겨눈 채, 검은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쏟아지는 검은 소나기를 똑바로 노려보며 나는 생각했다.

'선생님의 마법이 완성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2초.'

앞으로 2초를 버티면 우리의 승리. 버티지 못하고 저 공격 중 하나라도 연금술사 선생님에게 꽂히면 저 자식의 승리.

현재, 연금술사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마법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의 그녀는 혈액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였다. 평소라면 몰라도 지금은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마법을 쓸 수 없다.

또한 그 마법 하나에만 모든 집중력을 쏟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술에 마력을 투자할 여유도 없다. 최소한의 방어 마법조차 쓸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니까 내가 받아내야 한다.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간다."

쏟아지는 공격의 종류를 파악하고, 지금의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뒤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정장의 남자는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대단한 놈이 아니다.

한 번, 한 번의 선택이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나는 공방 속에서 남자의 검술을 해석하고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검술을 만들어냈지만, 겨우 그 정도로 처치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일단 속도의 차이가 너무 컸다. 나의 속도는 저 남자의 20% 이하. 그런 속도로 남자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의 공격을 미리 읽어낸 후,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정확한 정답을 골라서 움직여야 했다.

한 번이라도 실수를 저지르거나, 잘못된 정답을 골랐다면 나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겠지.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이다.

미칠듯한 긴장감에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금방이라도 퍼져서 쓰러질 것 같은 다리에 힘을 주고, 나는 검집을 냅다 뽑아서 쏟아지는 단검을 향해 집어 던졌다.

기본적으로 내가 저지른 행위는 조금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의 내가 저 남자의 검술 속에서 단 하나의 헛점을 찾아서 흘려보냈던 것처럼.

단검에 검집을 맞춰서 궤적을 바꾸고, 방향이 틀어진 단검과 또 다른 단검을 서로 부딪치게 해서 간섭하게 만든다.

단검과 단검이 서로 간섭하면서 방향을 바꾸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퍼져 나간다.

이런 식으로 모든 단검의 방향을 비틀어서 공격이 닿지 않는 안전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진 않다.

이건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었다.

조금 전의 공방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빈틈을 찾아내고 해답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할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 보는 패턴의 기술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부족한 부분을 몸으로 떼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호간섭을 통해 상당수의 단검이 연금술사와 멀리 떨어진 방향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간섭을 겪으면서도 아직 남은, 수십 개의 단검이 이쪽으로 쏟아지고 있다.

검집을 집어 던진 직후, 연금술사의 곁으로 빠르게 물러난다. 그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검과 양팔을 사용해서 머리와 가슴을 포함한 최소한의 급소 부분만을 보호했다.

"……바보."

등 뒤에서 연금술사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공격은 그 직후 쏟아졌다.

커헉, 하고 소리를 낼 여유조차 없었다. 전신에 꽂힌 통증이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선 그 순간부터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가만히 버티기만 하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의식이 끊어졌다가 다시 접속된다.

단검이 쏟아진 시간은 실제로는 1초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그 짧은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두두두두두두─ 하고 기관총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장은 내 팔과 다리와 몸통에 마구잡이로 단검이 꽂히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어떤 고통에도 끝은 오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시선을 위로 들어올렸다.

공중에 떠 있던 남자는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얼굴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목격한 그 남자의 마지막 얼굴이었다.

"술식 전개 완료. ……수고했어, 신현이."

"아……, 네……."

내 몸이 뒤로 느릿하게 쓰러진다. 쓰러지던 몸이 지면에 떨어지지 않고 도중에 멈췄다. 연금술사가 그 조그만 상반신으로 내 등을 지탱하는 중이었다.

연금술사는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 손가락만을 곧게 편 상태로 남자를 겨누고 있었다.

마치 권총처럼.

그리고 그 직후 발휘된 마력은 내가 상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 발사 되었다.

남자는 피하지 못했다.

곧게 뻗어나간 한 줄기의 섬광이 그의 상반신을 뚫고 지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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