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54화 (54/287)

〈 54화 〉 8. 나와 검주의 어사일럼(Asylum) (3)

* * *

"뭐야, 네가 어째서……"

풀어 헤친 라임색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그 얼굴, 그 머리카락, 그리고 이 마력. 사람을 잘못 봤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내게 손목을 구속 당한 채 쓰러진 이 소녀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단숨에 이해하지 못하고 버벅거렸던 이유는 소녀의 눈매만이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 지나치게 달랐기 때문이다.

어딘가 힘이 없고, 겁에 질린 인상이었던 샤를로트의 눈매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소녀는 원수라도 보듯이 살벌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팔뚝에 품은 힘도 무시무시했다. 내가 알던 샤를로트의 완력이 아니다. 조금만 힘을 빼도 구속이 풀어질 것 같다.

조금 전의 그 찌르기도 그렇고, 이건 도대체 뭐야……? 내 기억에 있는 샤를로트와 비교했을 때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전투 능력이다. 1급 모험가에 버금가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샤를로트가 힘을 써서 구속을 빠져 나가려고 할 때마다 절묘하게 힘을 분산시켜서 움직임을 봉쇄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확실하게 구속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제압술도 이 상태의 샤를로트를 상대로 효과를 보긴 어렵다. 관절기에 걸려서 잠시 제압된 것 뿐, 무력화하고는 거리가 먼 상태이다. 느껴지는 투기도 살벌하다.

이 상태의 적을 상대로 심령 제압을 거는 건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큭……!!"

그때였다. 갑자기 샤를로트의 몸을 휘어감고 있던 '검은 투기'가 두 배 가까이 부풀어오른다 싶더니, 뒤에서 잡고 있던 내 팔을 힘으로 뿌리치려고 했다.

완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 전과 비교해서 훨씬 증폭된 근력은 이미 나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이……!!"

쯧, 하고 혀를 찬다. 어린애 상대로 거칠게 나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놓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력을 쓰지 않은 인간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일반인 수준의 마력으로 어지간한 중견 모험가 이상의 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력이 너무 부족한 탓에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추가로 힘을 더하면 그만이다.

가볍게 숨을 토해낸 후 천변무궁류의 제이검에 돌입했다. 녹색의 마력이 붉은색으로 변질되면서 내 전신을 붉은 오오라가 휘어감았다.

천변무궁류의 제이검, 혜성?의 발동을 알리는 신호였다.

힘의 차이가 뒤집어졌다. 나는 오히려 조금 전과 비교해서 훨씬 더 수월하게 샤를로트의 손목을 잡아두고 있었다. 부족한 힘을 기술로 보완하는 게 아니라, 순수한 힘 그 자체로 눌러버렸다.

오히려 나는 실수로 샤를로트를 다치게 하지 않을지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혜성과 나의 육체는 궁합이 좋은 편이다. 이것은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강화 마법 중 최고의 강화 배율을 가진 기술이었으니까.

이 상태의 나는 순수한 힘과 속도만으로도 특급 모험가에 버금가는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리스크는 크다. 혜성은 고밀도의 마력을 몸에 압축시키는 그 원리상 육체에 방대한 고통을 동반하고, 쓰고 난 후에는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는 데다가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불과 60초에 지나지 않으니까.

"가만히……, 있어!!"

"윽……! 아……!!"

즉, 60초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이젠 수단을 가릴 여유가 없었다.

나는 왼손으로 샤를로트를 바닥에 잡아 놓은 상태에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 거꾸로 꽂았다. 빈손이 된 오른손을 바위처럼 움켜쥔 후 가느다란 턱을 스치듯이 위에서 아래로 내질렀다.

"으……"

주먹이 아주 살짝 턱을 스치고 지나간 바로 그때, 샤를로트의 초점히 흐려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녀석을 상처 입히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턱은 뇌와 직결되어 있는 급소. 굳이 힘을 줘서 후려치지 않아도 공격하는 방법에 따라서 기절을 유도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주먹을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턱에 스치는 방법도 그 중 하나다. 몸에 눈에 띄는 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도, 뇌를 빠르게 진동시켜서 상대방의 의식을 깊은 어둠 속으로 인도한다.

효과는…… 있었던 건가? 축 늘어진 샤를로트의 맥을 확인한다. 크게 문제는 없음. 감긴 눈꺼풀을 벌려서 동공의 상태도 체크한다. 완전한 기절 상태에 빠진 것을 확인했다.

"샤를로트?"

이러한 기술은 내게 있어서도 첫 사용이었기 때문에, 효과를 완벽하게 장담할 순 없었다.

이론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기술을 쓸 만한 전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지금까지 겪어왔던 수많은 싸움 속에서 나는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 서 있었다. 이기지 않으면 죽는 전투 속에서 사람을 기절시키는 기술 따위를 쓸 여유는 없었다.

연습 없이 곧바로 들어간 실전 속에서 무사히 효과를 본 기술을 확인하며 나는 조용히 안도했다.

샤를로트의 실신을 확인한 뒤 곧바로 혜성을 해제했다. 그 직후 닥쳐오는 맹렬한 탈력감에 나는 잠시 동안 신음하고 있었지만, 이것도 혜성이 지속 시간이 끝난 후 강제로 해제했을 때와 비교하면 반동이 약한 편이다.

종합적인 전투 능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선 천변무궁류의 모든 기술 중에서 가장 쓸만한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기술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강한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르는 법.

"스……, 하……"

10초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호흡을 다스리면서 탈력된 신체를 조금씩 평소의 상태로 회복시켜 나간다.

"위험했어. 만약 자세를 굳힌 상태가 아니라 정면으로 대치한 상황에서 조금 전과 같은 투기를 발산했다면, 내가 졌을지도 몰라."

진짜 실력을 보기 전에 혜성으로 눌러버리긴 했지만, 그때 순간적으로 느껴졌던 투기는 일반적인 1급 모험가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경지에 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올리비아보다는 강하고, 루이스보다는 부족한 정도였다.

아슬아슬하게 특급의 영역에 걸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샤를로트가 시작부터 모든 기량을 내지 못하고 잠시 허우적거렸던 것이 내게 있어서 큰 기회로 돌아왔다.

호흡과 함께 고통이 약해져간다.

그리고 백신아가 내게 말을 걸어온 건 바로 그때쯤에 벌어진 일이었다.

『……검주. 느끼셨나요?』

'대충은……'

『샤를로트 아가씨의 마력이 이상합니다. 이전의 마력과 비교해서 조금 더 검고, 질척질척한 부분이 감지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스페트로 가주의 마력과 동일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네.』

백신아가 긍정했다. 나 또한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샤를로트의 마력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본래의 샤를로트의 마력에 섞이는 형태로 또 다른 마력이 혼합되어 있었다.

다만 코어에 여러 가지 속성의 마력을 혼합해서 품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것은 샤를로트의 마력에 추가로 다른 마력이 더해진 게 아니라 샤를로트가 본래 가지고 있던 마력이 변질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조금 전의 샤를로트가 휘두른 창술을 떠올린다.

창을 단 한 번도 손에 쥐어본 적이 없다며 부끄러워하던 샤를로트의 손끝에서 펼쳐진, 내가 알고 있는 창술.

그것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스페트로 가주의 손에서 펼쳐졌던 흑주대천신공??大???, 바로 그것이었다.

"샤를로트, 도대체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나는 샤를로트를 내려다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얼른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축 늘어진 샤를로트를 등에 들쳐 업은 후, 저 멀리 떨어진 내 가방을 찾아서 어깨에 걸었다.

이 도시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나는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샛길에 대해서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길로 나가지 않고, 자취방이 있는 건물의 뒤로 돌아가듯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리를 멈췄다.

좁은 골목길의 반대편에 누군가가 서 있다.

"……."

정확히 말하면 몸을 거의 벽에 기대다시피 해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척 봐도 상당히 심각한 부상이다.

팔과 다리, 가슴과 몸통 할 것 없이 전신의 거의 모든 부위가 날카로운 것에 베이고 꿰뚫린 흔적으로 점철되었다.

바로 그때, 구름이 가리고 있던 달빛이 골목길을 비추었다. 그리고 나는 그 위치에서 내가 잘 아는 여자의 얼굴을 발견했다.

"올리비아."

"……백신현."

올리비아는 내 얼굴을 알아보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녀의 한쪽 눈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한쪽밖에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이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올리비아는 내 등에 업혀 있는 샤를로트를 발견하고 표정을 누그려트렸다.

"그런가……. 역시……, 아가씨는 너를 찾아간 건가……."

마치 나와 샤를로트가 부딪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말투. 하지만 나는 올리비아의 진의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 직후, 올리비아의 몸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무너졌음으로.

* * *

"……음, 제대로 마력이 섞여 있는 게 느껴져. 신현이가 잘 했나보네."

연금술사는 루이스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그녀의 배에 귀를 바짝 붙이고 있었다.

여러 모로 오해의 소지가 큰 자세이지만 이런 자세에도 이유는 있다. 백신현과는 다르게 루이스의 코어는 이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그 코어 속에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다.

루이스와 백신현의 마력 차이는 거의 스무 배에 가까운 수준이고, 그마저도 루이스의 코어에 삽입된 마력은 한줌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말하자면 투명한 호수에 몇 방울의 색소를 풀어놓은 것과 비슷하다.

뚫어져라 쳐다보면 어떻게 볼 수는 있는데, 언뜻 보면 드러나지 않는 정도.

그렇기 때문에 루이스의 마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평범한 수단으로는 안 된다. 체면을 잠시 접어두고, 코어의 마력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이런 자세는 좀 부끄러운데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들이 어린애 같기는."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연금술사가 천천히 머리를 떼어냈다. 위치 상으로 보면 연금술사가 귀를 대고 있었던 부위는 루이스의 가슴 아래쪽, 풍만한 가슴이 접히는 위치였다.

감촉이 부드러웠다. 연금술사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정수리 부분을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근데, 있잖아요. 선생님."

"응."

"선생님은 그다지 신경 안 쓰세요? 제가 신현이하고 그…… 뭐, 아무튼, 그렇게 하게 됐는데요……"

두손을 서로 움켜쥐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시선은 연금술사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벽을 쳐다보고 있다.

어울리지 않게 우물쭈물하는 루이스의 모습이 조금 신선하게 여겨졌다. 검을 쥐지 않았던 일반인 시절에도 성격 하나는 끝내주게 드센 아이였기 때문에, 연금술사도 루이스의 이런 면의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별로 신경 안 써. 너희들이 그렇게 했다고 해서 내가 뭐 질투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하고 신현이가 몇 살 차인데."

"……저라면 좀 열 받았을 거 같아서요. 아니, 누구라도 열 받을 거 같아서……"

"그런가."

연금술사는 짧게 대답하고 기지개를 쭉 켠다. 그때였다. 문앞에서 쿵쿵쿵, 하고 계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현이가 온 건가? 그렇게만 생각했던 연금술사와는 다르게, 루이스는 들려오는 발소리의 무게감으로부터 그것이 백신현 한 사람만의 발소리는 아닌 거 같다고 추측했다.

그리고 문이 벌컥 열리면서 백신현이 들어왔다. 소리로 예상했던대로 조금 전에 나갔을 때와 비교해서 가져온 짐이 상당히 많았다.

등에는 루이스보다 키가 큰 여자가 업혀 있었고, 오른팔에는 루이스가 잘 아는 소녀가 축 늘어진 채 들려 있었다.

그 꼴을 바라보던 연금술사가 툭, 내뱉었다.

"신현이 쟤는 돌아올 때마다 뭘 하나씩 가져오네."

* * *

"자, 마셔요.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거에요."

"아……, 감사합니다."

차를 두 잔 우려낸 연금술사가 둘 중 하나를 올리비아에게 내밀었다. 나머지 하나는 나한테 왔다. 나도 혜성의 리바운드 때문에 몸이 좀 아릿아릿한 건 사실이다. 양손으로 받아든다.

샤를로트와 비교하면 오히려 올리비아의 부상 정도가 더 심각했지만, 이쪽이 먼저 눈을 떴다. 육체적인 데미지 이외의 추가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 같다.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추가적인 치료 술식까지 시술 받은 올리비아의 얼굴은 상당히 파리한 상태였다.

"몸 상태는 어때? 정신은 좀 들어?"

"……쓰군."

연금술사가 건네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올리비아가 표정을 팍 찌푸렸다. 하지만 성의를 외면할 줄 모르는 성격인데다가 몸의 고통이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그녀는 꾹꾹 눌러 참으면서도 차를 목구멍 안쪽으로 넘겨 나갔다.

올리비아가 무거운 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숙였다.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감사를 표하고 싶다. 네가 아가씨를 제압해준 덕에 시간을 조금 벌 수 있었어."

"인사치레는 됐고, 본론부터."

"아, 음, 네. 알겠습니다."

벽에 등을 기댄 루이스가 팔짱을 끼고 올리비아를 쏘아봤다. 올리비아가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일단……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래, 백신현, 지금 시간을 알 수 있을까?"

"밤 열두 시야. 그러니까 넌 거의 세 시간 동안 기절해 있었던 셈이지."

"……그렇군. 그럼 그 일은 지금부터 다섯 시간 전의 일이란 말인가."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린다. 스스로 생각을 잠시 정리하고 싶은 모양이다.

"다섯 시간 전?"

"그래, 다섯 시간 전…… 제 2위의 특급 모험가와 제 3위의 모험가가 우리 스페트로 가문의 별장으로 찾아왔었다. 명목은 '오늘 벌어진 사건에 대한 조사'였지."

제 2위와 제 3위.

그 얼굴을 차례차례 떠올린다.

단순한 전투 능력이라면 1위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전해지는 그 남자와, 현존하는 전투계 마법사 중에서 최강의 일각으로 꼽히는 그 여자.

"……지나치게 서두르는 거 아닐까. 스페트로 가주의 전력도 자세히 모르는 상황에서 둘이서만 쳐들어가다니."

특히 제 3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연금술사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아, 그래, 그 여자는 연금술사 선생님의 동기라고 했었지.

"아니, 그렇진 않아요. 어차피 특급 모험가 정도쯤 되면 사소한 준비 과정은 거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괜히 쓸데없이 준비 한답시고 컨디션을 회복하는 틈을 주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준비만 끝마친 후 빠르게 찾아가는 게 맞죠."

루이스가 특급 모험가의 시각으로 연금술사의 말에 반박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명목은 어디까지나 '조사'이지만 혹시 모를 전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야 하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대화만 하고 끝난 거야?"

나는 올리비아를 재촉했다.

"……나도 자세한 대화 내용은 모른다. 다만 전투가 벌어진 건 확실해. 아가씨의 추측에 의하면 가주님 쪽에선 선공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더군."

"그건 예상 밖인데."

아직 백신아와의 전투가 끝난 지 열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그 역시 큰 데미지를 입었을 터,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제 2위와 3위에게 싸움을 걸었다고? 제정신인가?

그게 아니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는 건가?

"결과는 본 거냐?"

"……보지 못했다."

올리비아가 무겁게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아가씨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에겐 최악의 결과가 벌어진 거 같다고 하더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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