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13.5. 그녀의 위험한 취향
* * *
연금술사의 가슴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에 붙어 있으면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조그만 체구를 생각하면 조금 큰 편일지도 모른다. 좌우에서 부드럽고 뜨거운 것이 내 관자놀이와 뺨을 뭉근하게 누른다.
아, 좋은 냄새.
향수조차 쓰지 않을 만큼 꾸미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무척 포근하고 부드러운 냄새가 난다.
희미한 향이 은은하게 다가와서 부담스럽지도 않다.
아무리 좋은 냄새라도 너무 세면 오히려 거부감이 느껴지는데, 연금술사의 냄새는 무척 절묘했다.
햇살에 따끈따끈하게 데운 이불을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연금술사는 체온이 높은 편이라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두근, 두근, 하고 들려오는 연금술사의 고동 소리에 마음이 안정되고 있었다.
"……바로 커졌네. 넌 정말로 가슴을 좋아하는구나."
연금술사는 내 왼쪽 허벅지에 걸터 앉아 있었다.
내 음경은 그쪽 아래로 쭉 뻗어 있었기 때문에, 아마 딱딱해진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피로는 어때?"
"……좀 괜찮아진 거 같네요. 신기하게도."
"그럼, 해도 문제 없겠네."
연금술사가 내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눈높이가 다시 낮아진다.
나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은 연금술사는 나와 시선을 맞춘 후 입술을 천천히 앞으로 가져갔다.
연금술사의 움직임은 상당히 격렬하고, 추접했다. 하아, 하고 숨 소리를 토해낼 때마다 욕망이 넘실거린다.
한동안은 나도 의뢰로 바빴고, 연금술사도 파비아를 돌보느라 거의 행위를 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참고 견뎌낸 만큼, 굶주린 짐승이 되어 있었다.
마치, 암고양이 같다.
"쪼옥……, 프하……. 하아, 하아, 하아……"
하지만 나라고 그녀의 행위에 그저 이끌리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녀가 굶주려 있었던 것처럼, 나 또한 한동안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서 상당히 답답한 상태였다.
결국 상호합의가 없으면 이런 자세는 나오지 않는다.
혀가 얽히고, 떼어지고, 다시 강하게 연결된다. 연금술사의 혀는 몹시 붉고,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조금 길어서 상당히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온다.
연금술사는 흘러내린 침이 턱을 타고 떨어질 때까지 입술을 단 한 순간도 떼어내지 않았다.
"하아……, 하아……"
흐리멍텅한 얼굴의 연금술사가 눈가에 밟힌다.
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살짝 들어서 다시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늘은, 조금 더 길게 하고 싶은 기분이다.
연금술사는 공격 하는 데에는 능해도 공격 당할 때는 약하다. 조금 전과 비교해서 명백하게 무뎌진 혀의 움직임을 피해서 그녀의 약점을 마구 자극했다.
그녀의 몸이 누가 잡아당긴 것처럼 조금씩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비부와 밀착한 내 허벅지에서 습기가 느껴진다.
정확히 말해서, 그녀의 비부와 밀착하고 있는 것은 평소에 허벅지 쪽으로 내려가 있는 내 음경이다. 내 음경은 현재 피가 몰려서 단단해진 상태로, 바지 아래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흥분하면 흥분할수록 음경은 커지고, 두꺼워진다. 연금술사 또한 음경과 비부가 밀착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한 존재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입술을 떼어낸다. 연결되어 있던 혀가 멀어진다. 그저 그뿐인 변화에 연금술사는 "아……" 하고 아쉬운 티를 냈다.
그 다음에는 머리를 움직여서 그녀의 귓볼을 살짝 물었다. 이때, 연금술사는 마치 숫처녀처럼 몸을 벌벌 떨었다.
나는 자세를 바꾸지 않은 상태로 연금술사에게 질문했다.
"파비아는 어디에 내버려두고 오신 거예요?"
"집에서…… 윽, 자고 있어……."
"아, 개과 수인은 대사가 빠르니까."
나는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려서 그녀의 봉긋 솟은 가슴을 원피스 위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연금술사는 상의에 속옷을 입지 않는다. 새하얀 가운의 앞섶을 걷어내면, 검은 원피스의 표면 위로 드러난 그녀의 유두를 찾을 수 있다.
원피스를 옆으로 치우지 않고 옷 위로 혀를 굴렸다. 얇은 원피스의 표면은 까끌까끌했다.
수인족은 인간과 짐승의 특징을 동시에 겸비한다.
장점은 물론, 그 단점까지도.
수인족은 태생적으로 인간에 비해서 높은 근밀도와 강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소비하는 에너지 또한 상당히 높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상당히 빠르다.
보통은 마력을 수행해서 그 점을 보완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파비아는 현재 나의 기술에 의해서 마력이 봉인된 상태.
순수한 신체 능력밖에 사용할 수 없음으로, 체력의 소모를 전혀 완화할 수 없다.
파비아는 그걸 식사와 수면으로 보충하고 있는 것 같다.
"……한동안……, 전혀 하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었어……"
연금술사가 양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쥐었다. 지금의 나는 연금술사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은 상태였다.
크지는 않아도, 이렇게 붙어 있으면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유두의 색은 색소가 옅은 분홍색이다.
"아…… 바지 아래에서도, 엄청나게 맥박 뛰고 있어……. 옷을 찢고 들어올 것 같아……"
연금술사는 내 머리를 감싸 안은 상태에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비부를 내 음경에 마찰시켰다. 그녀의 보짓살은 무척 두툼해서 여러 개의 천으로 가로막힌 지금도 들어가고 나온 부분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응……, 그 할배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겠지……. 애지중지 키웠던 손녀가…… 이런 흉악한 물건에 군침을 흘리고 있을 거라곤……"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모멸적이고, 어느 의미에선 염세적으로 느껴졌다.
오늘, 갑자기 이런 일이 하고 싶어진 건 역시 진 노인과의 만남 때문이었던 걸까.
나는 연금술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조금 더 열심히 움직이기로 마음 먹었다.
"히─"
자세가 변했다. 침대에 똑바로 누운 연금술사는 다리를 벌린 채, 속옷을 치운 비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음경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욕망이 가득하고, 맞물린 이가 살짝 드러낸 입술 사이에서는 달콤한 한숨이 터져 나온다.
삽입의 순간, 연금술사는 마치 달궈진 철판 위에 올라간 것처럼 허리를 비틀어대며 비명을 질렀다.
……윽.
오랜만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안쪽이 유독 세게 죄여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녀의 안쪽은 이미 내 것의 모양을 본뜬 것처럼 변형되어 있었지만, 그 상태에서 조금 수축되어 있다.
바이스처럼 음경이 조여드는 느낌이라, 나도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했다. 의식이 훅 날아갈 뻔 했다.
조금만 방심했어도, 그대로 사정할 뻔 했다. 지금까지 손으로 처리하지 않았기에, 나의 고환에는 이미 정액이 쌓일대로 쌓여있는 상태였다.
한 번 사정하면, 어마어마하게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윽, 딸꾹……"
횡경막이 압박된 탓에 연금술사의 호흡이 조금 이상했다. 딸꾹질도 나오는 거 같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사정해버릴 것 같았기에, 나는 조금 텀을 두고 심 호흡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금술사는 도저히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삽입한 것만으로도 그녀의 비부에 힘이 풀리더니, 투명한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연금술사는 어느 정도 숨을 고르려는지 그 상태에서 한참을 헐떡거렸다. 침대 시트를 꽉 쥐고 있던 손이 풀어지더니 내 손목을 더듬거리며 쥐었다.
오른손을 양손으로 쥐고, 그대로 스스로의 목이 있는 위치까지 가져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전혀 짐작조차 되지 않아서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연금술사는 그대로 나의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서 자신의 목을 쥐어보게 했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손을 여러 번에 걸쳐 쥐었다가 다시 펴게 만들었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뭔가를 시도하려다 스스로 그만둔 것 같은 모양새다.
나는 호기심이 동했지만 연금술사는 그런 내 마음을 한 발 먼저 읽은 것처럼 움직였다.
검지를 세워서 내 입술에 가져갔다.
"묻지…… 말아줘…… 딸꾹.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한 짓인 거 같아서 그만둔…… 윽, 거니까……"
"매너리즘 때문인가요?"
"……."
연금술사는 대답할 여력도 없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것치곤 상당히 잘 느낀다.
시험 삼아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손끝으로 문질거렸다. 연금술사는 또 다시 절정하고 말았다.
매너리즘이라고 해도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애초에, 뭘 어떤 식으로 해야 매너리즘을 해결할 수 있는 거지.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연금술사를 자극해줘야 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이쪽 지식에 영 어두워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잠시 고민한 뒤, 절정의 여운으로 호흡을 고르던 연금술사에게 질문했다.
"그럼, 말해봐요.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 두루뭉실해도 상관 없어요. 말만 해주면, 내가 어떻게 한 번 해 볼게요."
"그건……"
참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의 마음은 죄다 그렇다지만, 이 사람은 보통 여자와 비교해서 서너 배쯤은 더 까다로운 거 같다.
"……굳이 말하자면, 소유되고 싶은 느낌이 있어."
"소유……, 요?"
"응……. 하지만…… 아무래도 너 같은 어린 아이에겐 조금 이른가……."
연금술사는 내가 못 알아듣는 기색을 보이자 곧바로 고혹적으로 웃으며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음경이 삽입되어서 여유가 없는 상황인데도, 그렇게 나를 놀리고 싶었나보다.
"……."
찌걱.
"햐앙……?!"
나도 조금 심통이 났다. 가만히 멈춰 있던 허리를 돌리면서 연금술사의 입을 다물게 한 뒤, 그녀의 리퀘스트를 천천히 곱씹었다.
소유. 단어의 의미는 알지만 연금술사의 입에서 그런 표현이 나온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애초에 소유라는 건 사람에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물건에 쓰이는 말이지.
……뭐, 물건처럼 다뤄달라 그런 소리는 아닐 테고.
일단…… 없는 지식을 긁어모아서 한 번 해볼까.
"읏……!"
나는 연금술사의 목덜미를 살짝 물고 힘을 줘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일단 행위가 시작되면 연금술사는 전신이 성감대가 된 것처럼 어디를 만져도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목덜미에 진한 자국이 남았다. 연금술사도 그 존재감을 느끼고 있는지, 손을 들어서 목덜미에 남은 흔적을 손끝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붉은 자국은 살짝 부풀어 있어서, 손으로 만지면 다른 피부와 구분할 수 있다.
일단 이게 첫 번째.
말했다시피, 나는 경험이 많지 않다. 애초에 적극적으로 뭘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욕망 앞에서 나약한 인간인지 근래 들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스스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없는 지식을 긁어모아서 다음 행동에 들어간다.
양쪽 허벅지를 잡고 넘겨서, 연금술사를 아예 넘어트렸다. 그녀는 이제 내게 깔려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상태에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참아왔던 정액은 차라리 요거트에 가까운 농도로 그녀의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
연금술사는 기뻐해준 것 같았다.
음, 앞으로는 좀 더 공부하자.
* * *
"옷을 좀 새로 살까 생각 중이야."
행위를 끝마친 후, 함께 욕조에 들어간 연금술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행위의 시간 자체는 길지 않았지만 절정에 이른 횟수는 지금까지와 비교해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지금까지 참아왔던 만큼 더 거칠고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던 탓이다.
앞에 앉은 연금술사가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매너리즘이라서, 여러 가지로 다양한 걸 해보고 싶거든."
"……."
사시사철 내내 같은 옷만 입고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나 했더니.
물론 자기 돈으로 사는 것까지 내가 터치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한데.
"지금이라면, 네가 원하는 것도 들어줄 수 있어. 그, 왜, 치파오였나? 저번에 취향이라고 했었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연금술사 앞에서는 속일 수 없었다.
같은 욕조에 들어가 있는 탓에 내 음경도 당연히 그녀의 허벅지에 밀착해 있었다.
음경이 움찔하는 걸 연금술사도 느꼈을 거다.
"……여기는 솔직하네. 역시, 안 그런 척하면서도 많이 밝힌다니까."
"아, 됐고요. 진 노인 그 사람은 어쩔 거예요? 오늘은 루이스가 쫓아보냈지만, 돈 많은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거 아시잖아요."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연금술사와 진 노인이 혈연 관계에 있다는 건 나도 루이스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어차피 감시 외에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거야. 솔직히, 그다지 신경은 안 쓰여."
참, 애초에 과시하듯이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지.
연금술사에게 보통 사람 정도의 수치심을 기대한 내가 잘못했다.
"그리고 어차피, 네가 바로 옆집에 있잖아. 너무 심하다 싶으면 널 써서 쫓아보내면 문제 없어."
"뭐, 어차피 선생님 감시하는 겸에 저도 감시당할 거 같긴 한데요."
돈이 썩어 넘치는 사람이니까, 사람도 마구 고용해서 배치해두겠지.
연금술사야 그렇다 쳐도 나는 조금 껄끄러울 거 같다.
나는 아직 수치심이 남아 있으니까.
"어차피 해코지 같은 건 못할 거야. 기껏해야 나더러 본가에 돌아오라고 좀 쪼아대는 정도일 텐데, 그건 내가 알아서 거부하면 그만이고."
연금술사가 나를 슬쩍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고 마구 하면 돼. 방해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