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6화 (16/235)

EP.16 지혜의 님프, 메티스 (2)

제우스의 몸은 인간 수준이다.

정확히는 체구가 평범한 인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근육질 육체를 생각하면 남들보다 조금 큰게 맞긴 하지만, 그건 보디빌더나 소위 헬창에 가까운 형태를 말한다.

기가스나 다른 티탄들처럼 몸이 3m, 4m를 넘어가는 정도까지 크지는 않다!

'근데 나보다 좆이 작잖아?'

그럼 됐다.

저 거대한 몸집에도 좆이 나보다 작다니.

"크어어어!"

기가스는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내게 휘둘렀다.

정확히 바닥을 내려찍어 나무가 우지끈 박살이 났다.

"괜찮습니까?"

"...나는 괜찮은데요."

나는 자연스레 메티스를 향해 달려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몸을 날렸다.

"저 기가스의 공격이 닿을까봐."

"...과한 보호입니다."

과잉보호 맞다.

메티스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파편이 그렇게 많이 튀지도 않았을 거고, 메티스 본인도 마법을 이용해 파편을 피했을 것이다.

그럼 내가 왜 굳이 메티스를 몸 던져 구했냐?

'이럴 때 아니면 합법 스킨십을 언제 하겠어?'

만지는 촉감이 장난아니더라.

비록 민감한 부위는 만지지 못했지만, 나는 그녀를 순간적으로 그녀를 주물럭거리며 몸을 탐닉할 수 있었다.

"멀리 피해계시길. 제가 금방 저 개새끼를 처리하겠습니다."

"...당신, 왠지 나랑 저 자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른데요."

"그야 저 놈은 감히 당신을 상대로 험한 말을 했으니까요."

메티스를 범하겠다고만 안했으면 침 한 번 바닥에 뱉고 떠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내 앞에서 내가 점찍어둔 여자를 범하겠다고 한다?

'뒤져야지.'

그런 놈을 상대로 예의를 갖출 필요도 없다.

"...힘내요. 혹시나 싶으면 멀리서 도울게요."

"마음만으로도 든든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자고로 수컷이라는 놈은 암컷에게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로 가득차있으며, 나는 모든 수컷들의 정점에 설 자다.

제우스가 기가스 하나를 잡는데 님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크로노스를 제거하기 위한 도움이라면 모를까, 나보다 좆도 작은 놈을 잡는데 도움은 필요 없다.

'진지하게.'

빨리 처리한다.

고민은 과연 저 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쿵!

놈은 통나무를 하늘 높이 내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통나무는 나를 향해 곧장 떨어지기 시작했다.

"느려."

나는 앞으로 달렸다.

통나무가 내 머리 뒤를 스치며 바닥에 박혔고, 나는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카아아악!"

놈은 나를 향해 포효를 내지르며 두 손을 뻗었다.

공중에 붕 떠버린 나를 놈은 두 손으로 잡으려는 속셈같았지만, 굳이 다시 한 번 더 말하자면….

"느리다니까."

서걱.

나는 나를 잡으려는 두 손을 빠르게 검으로 베었다.

내가 스쳐지나가는 사이로 붉은 피분수가 솟구치기 시작했고, 안그래도 못생긴 기가스의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져 완전히 빻은 형태가 되어버렸다.

"캬아악!"

"약해."

칼질 두 번에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친다.

팔을 휘저으며 내 공격을 막으려고 하지만, 허둥대는 뒷걸음질 너머 틈이 보였다.

'아말테아의 가르침에 따르면...지금!'

나는 다시금 검을 움켜쥔 뒤, 앞으로 곧장 뛰어갔다.

몸을 낮추고, 검을 어깨 너머로 올리며, 자세를 한계까지 낮췄다.

"이, 쥐방울 만한 놈이!!"

"뭐래, 씹쌔끼가."

"뭐, 뭐라?! 이 개…!"

욕에는 욕으로 받아친다.

몸에 올리브가 흐르는 놈을 상대로 영혼에 더케이-김치의 뻘건 국물이 흐르는 나를 욕설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엄한 여자 건드릴 생각하지말고 평생 반성하면서 살아라!"

감히 좆을 좆같이 놀리려고 한 죄.

"흐아앗!"

서걱.

나는 어깨너머로 넘긴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단 일 격.

기가스는 나의 검에 대처하지 못했다.

나의 속도에 대처하지 못했다.

"커, 어어억…."

기가스는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까뒤집었다.

인간도 그렇지만, 생물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큰 고통을 받으면 선 채로 기절하는 법이더라.

기가스는 지금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충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톡.

툭도 아니다.

쿵도 아니다.

검에 잘려나간 물건은 정말 톡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 앞을 가린 천가죽도 같이 잘라, 물건의 위로 천가죽이 슬며시 덮여 형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타인을 강간하려는 이 더러운 괴물. 앞으로 영영 다른 이를 범하지 못하게 내가 싹을 제거했다."

제우스.

더 페니슬레이어.

크로노스의 피를 이어받은 내게는 상대의 남근을 자르고 부수고 토막내는데 재능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일부러 좆을 잘랐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우라노스'했다.

단지 이 정도로 깔끔하게 잘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뿐.

"죽이진 않으마."

나는 검을 역수로 쥐고 기가스의 명치에 집어던졌다.

푸욱!

검은 기가스의 명치에 꽂혔고, 나는 몸을 돌려 느긋하게 놈을 등지고 걸었다.

저벅, 저벅.

'절대 뒤돌아보지마.'

순식간에 죽이고 죽었나? 죽었나? 하면서 뒤돌아보는 건 너무나도 멋없는 짓이다.

칼질 몇 번에 기가스를 응징한 만큼, 지금은 묵묵히 걷는게 포인트다.

그래야, 간지가 나니까.

검?

챙길 수 없다.

어떻게 남의 좆을 자르고 그 피가 묻은 검을 내가 다시 챙긴단 말인가.

'제우스가 벼락을 던지던 이유가 있었네.'

역시 제우스.

자신의 손을 더럽힐 수 없으니, 번개를 창처럼 만들어 쏜 것이리라.

'나도 그래야지.'

좆을 자르고 그 피가 살짝 튄 것 같아 기분이 좆같다.

'기가스 저 놈, 생각해보니 우라노스 좆에서 나온 놈이라며?'

나는 우라노스의 성기 일화에 대해 간단히 알고 있다.

왜냐?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우라노스의 자지가 변해서 태어났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

조개 껍질 사이에서 탐스러운 유방을 드러내며, 한 손과 머리카락으로는 음부를 가리는 그 자태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에 반해 메티스의 말에 따르면, 이 기가스는 우라노스의 자지가 잘릴 때 그 피를 바탕으로 가이아가 만든 생물이라고 한다.

따지고보면 가이아의 자식이 아닐까싶지만, 나의 분노에 가이아도 인정해주리라.

그래도 죽이지는 않았으니까.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메티스는 난처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저거 어떻게 할 거죠?"

"그냥 저대로 내버려 둘 겁니다."

놈은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손바닥은 긴 자상이 각각 그어져있고, 아래에서는 피가 콸콸 흘러나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끄억, 꺼억, 으어억…."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업보다.

"메티스 님께 그런 험한 말을 한 것,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아, 그러세요. ...그런데, 조금 미안해요."

딱.

메티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괴로워하던 기가스는 순식간에 형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응?"

"축하해요. 당신은 시련을 통과했어요."

"...시련이요? 이게, 시련?"

"네. 물론이죠. 저건 제가 만들어낸 가짜에 불과하답니다. 물론 진짜 기가스에 준할 정도로 강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실망하는 표정을 짓지 않아도 돼요."

메티스는 내게 다가와 귓가에 아주 작게 속삭였다.

"당신은 힘을 증명했어요, 제우스."

"!!"

"후후, 마침 집으로 돌아가면 딱 맞게 끓었겠네요. 자, 가요. 당신을 위한 마법의 물건을 준비했으니까."

"저기...메티스 님?"

나는 사라지는 기가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환영같은 거라고 한다면...그 놈의 말은 도대체 누가 한 겁니까? 그, 메티스 님을 범한다고 하던 건…."

"...메티스."

메티스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님은 빼요."

"......."

이 여자, 대놓고 말을 돌렸다.

* * *

잠시 뒤.

"기가스를 쓰러뜨릴 정도라면 믿고 맡길만 하죠. 아말테아의 뿔을 부러뜨렸다는 건 사실인 것 같군요. 그럼 이제 믿고 맡길 수 있게 되었어요."

나는 메티스에게 저녁을 대접받으며, 그녀가 나를 시험한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더 소개할게요. 저는 메티스. 바다의 님프이자, 바다와 강의 어머니 여신 테티스의 딸이며, 땅과 생명의 어머니 가이아 님에게 부탁을 받는 존재랍니다."

"...가이아 님으로부터 부탁을?"

"그래요. 무슨 부탁이냐하면...크로노스의 뱃속에 갇힌 레아의 자식들을 구할 방법을 찾아달라는 부탁이었죠."

"......"

메티스, 생각보다 엄청난 거물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크로노스를 축출할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포세이돈과 하데스.

각각 바다와 저승의 신인 만큼, 그들의 전투력은 지금의 나와 준하거나 비슷할 것이다.

'아기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아닐테니 나만큼 강하겠지.'

나보다 먼저 태어나기는 했지만, 크로노스의 뱃속에서 자라 나보다 늦게 태어나 동생이 된 신들.

'원래 여포 상대로도 유관장 셋이서 레이드 뛰었다고.'

그들의 힘이 없으면 나 혼자서는 아직 무리다.

"그러니까 당신 혼자서는 힘들다고요."

라고, 메티스는 판단을 내렸다.

"크로노스는 기가스와는 전혀 다른 존재랍니다. 제가 허상으로 구현해낼 수 없을 정도로 강하죠. 지금 당신의…수 배 이상으로."

"그래서 방법은 있습니까?"

"네. 크로노스의 배에서 생명을 전부 빼내는 거예요."

메티스의 답은 간단했다.

"뱃속에서 키우고 있는 자식들을 강제로 토하게 만드는 거예요. 구토유발제를 먹여서."

"그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당신이 도와줘야겠어요. 남자들이 꿀꺽 삼키면 바로 토하게 만드는, 구토유발제의 재료가 필요하거든요."

"...남자가 토를 한다고요?"

"네."

메티스는 비커처럼 생긴 물건을 들어올렸다.

"당신의 정액을 원료로 삼은 구토유발제를 먹일 거예요."

패륜이다.

부정할 수 없는 패륜이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내가 구토가 나올 것 같기도 했다.

남자가 남자의 정액을 먹는다?

'우욱 씹.'

게이가 아니고서야 강제로 당하면 토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 걸 빼서 크로노스에게 먹인다는 것 조차도 구역질이 치밀어오른다.

"저기...꼭 정액이어야합니까?"

"네. 크로노스의 피를 이어받은 당신의 정액을 매게로 해서 크로노스의 몸에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그 영향력이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는데…."

"아, 알겠습니다. 원리는 됐습니다."

"...흥. 또 질문 있어요?"

지금이 기회다.

"...제가 혼자서 뺍니까?"

나는 비어있는 비커를 가리켰고, 메티스는 나를 향해 한심한 얼굴로 나를 비웃었다.

"왜요? 빼줬으면 해요?"

"네."

당근빳다죠.

"......진짜?"

"진짜로."

"......아, 아으."

메티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손가락을 하나만 들어올렸다.

"...하루만 생각의 시간을."

나이스.

오늘부터 하루동안 금딸이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