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22화 (22/235)

EP.22 나의 형제자매를 위하여 (2)

미인은 고생을 해도 미인이다.

나는 그 말을 레아를 통해서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괜히 가이아 딸이 아니야.'

풍만한 가슴과 그에 대비되는 잘록한 허리, 그리고 아이 여섯을 낳은 매끄러운 골반.

정말 '이상적인 마망'을 실체화해놓은듯한 모습에 나는 마음 속 더 K-유교인과 제우스 사이에서 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K : 따먹고 싶다.

Z : 참아, 병신아! 네 엄마야!

K : 우리 엄마는 김해 김씨야, 씨발!

Z : 내 엄마라고, 이 개새끼야!!

내 속에 있는 나와 제우스가 서로 모친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내 입장은 간단.

K : 아 그래서 레아는 안 따먹을 거냐고!

어머니고 나발이고 어차피 신들인데 관계 없는 거 아니냐.

이미 가이아도 개처럼 따먹었는데 레아라고 범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있느냐.

네가 정말로 아무나 다 범하고 다니던 강간신 제우스가 맞느냐.

나는 이름값을 하려고 할 뿐이다!

그에 제우스는 반박한다.

Z : 레아 어머님은 다르지!

크로노스에 의해 강간당하고 아이들까지 잡아먹혔는데 그 충격이 얼마나 크겠느냐!

가이아를 범한게 아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아말테아와 떡을 친 것이다!

네가 아는 제우스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공언한 건 너잖느냐.

K-제우스라면 최소한 유교적으로 판단을 내려라!

김치는 그리스식 신화를 따르려고 하고 그리스 최고 주신은 김치식 유교 마인드를 따르라고 한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상황이지만, 레아에 대한 판단은 일단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흑, 흐윽…."

이렇게 처량하게 우는 여인을 상대로 음심이 돋아나는 건 크로노스나 할 짓이다.

실제로 내 아랫도리, 팬티 속의 제우스도 레아를 만난 순간부터 발기는 하지 않았다.

"이제 좀 진정이 되십니까?"

"그래…. 진정이 되는 구나. 아아, 너는 이렇게 진중하고 차분한데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다니. 면목이 없구나."

레아는 눈물을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크로노스로부터 네 누이들을 구할 방법을 찾았다고?"

"...네?"

"어서 가르쳐다오. 그것이 그 방법이더냐?"

레아는 내게서 도자기를 빼앗았다.

"...윽."

그리고 뚜껑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강렬한 향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은...무엇이냐?"

"지혜의 님프로부터 받은 구토유발제입니다. 크로노스를 토하게 만들어 뱃속에 있는 제 가족들을 꺼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냐?"

"제 피와 살을 섞어서 만든 것입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걱정마십시오. 결코 문제는 없을 겁니다. 크로노스에게 먹이기만 한다면 가족들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프로메테우스…저 자도 저희를 돕기로 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내가 마음을 굳게 다잡아야겠지.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온 계획을 드디어 실행할 때가 되었구나."

레아는 도자기를 닫았다.

"네게는 못 볼 꼴을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아니오, 안 됩니다."

"...뭐라?"

"어머님께서 희생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크로노스에게 의심을 사지 않고 먹이는 건 다른 이가 하기로 했으니까요."

프로메테우스는 미래를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천만해보이는 짓을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도 안전한 선택을 내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승리하는 길을.

올림포스로의 동앗줄을 잡은 셈이다.

"그가 말하기를 어머니 레아께서 보내신 선물이라고 하면 기뻐하며 받을 것이라 하더군요."

"그건...그렇겠지."

"그러니 포장으로 꾸며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는 단 하나만 해주시면 됩니다."

나는 레아가 든 도자기를 가리켰다.

"그걸로 손수 크림파이를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크로노스를 토하게 만들 아주 훌륭한 무기가 되리라.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왜냐.

내일은 크로노스가 우라노스의 성기를 자른 날.

아주 특별한 기념일이니까.

* * *

"하하하, 프로메테우스! 네 말대로더구나!"

크로노스는 프로메테우스의 등을 두드리며 광소했다.

"시간이 지나면 레아가 다시 나를 위해 움직일 거라더니! 하하, 조금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예, 예…."

"그렇게 기죽어하지 말거라. 흐흐, 네 말대로 레아가 되지 않았더냐. 레아가 날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고? 크하하! 이건 레아가 내게 보내는 신호다!"

부엌에 단 한 번도 드나들지 않던 여인이 크로노스를 위한 음식을 만든다.

크로노스의 입장에서는 용서와 화해의 제스쳐라고 생각할 수 밖에.

그게 아니어도 크로노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흐흐, 제깟게 버텨봐야 수십 년이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이제는 안 되지. 크흐흐, 드디어 레아랑 한 침대에서 즐기겠구나…."

크로노스는 비릿하게 웃으며 포도주를 들어올렸다.

"모두들, 마음껏 즐겨라!"

크하하하!!

티탄 신들은 크로노스의 승리에 성대한 축하를 보냈다.

그는 레아와의 오랜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했다.

저벅, 저벅.

시종으로 일하는 님프 하나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파이 하나를 가져왔다.

하얗게 뒤덮인 크림으로 가득한 파이에 크로노스는 레아를 한 껏 비웃었다.

"흐하하! 이렇게 귀여운 항복이라니. 백기를 드는 것보다도 더 앙큼한 여자가 아닌가."

크로노스는 파이를 손으로 집어들었다.

크로노스의 큼지막한 손에도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넓은 파이였다.

"기분이다! 모두들 보아라. 내가 레아의 아이들을 어떻게 삼켰는지 똑똑히 보여주마!"

크로노스는 입을 쩍 벌리며 파이를 단숨에 씹어삼켰다.

비록 한 입은 아니고, 와그작와그작 소리를 내며 파이를 여러 차례에 걸쳐 입에 욱여넣었다.

그 횟수가 딱 맞게 6번이 되어, 옆에서 보던 이들은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크흐흐, 보았느냐. 연회는 너희끼리 즐겨라! 나는 아내랑 즐기러 가마!"

우효오오오옷!

티탄 신들이 음흉한 눈으로 크로노스의 승전을 기원했다.

이미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지만, 크로노스는 그들의 응원을 만끽하며 레아의 처소로 향했다.

"...끙."

그리고 중간 즈음.

갑작스러운 배앓이가 시작되었다.

딱히 배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건만, 뱃속에 무겁게 돌덩어리가 자리잡은 것만 같은 고통은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을 찾아왔다.

구르르르.

그런데 오늘따라 더 심하게 앓는다.

배앓이를 해도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혹시 레아의 크림파이 때문에 그런 걸까?

"오늘은 좀 심하게 더부룩한데…."

설마 레아가 독을?

그럴 리가 없다.

독 따위가 어떻게 크로노스의 몸을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

크로노스 이전, 우라노스를 죽이기 위해 정말 수많은 이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그를 대적했다.

하지만 결국 누구도 정답을 찾지 못했고, 오직 크로노스만이 그 정답을 찾았다.

강인한 육신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강인한 육신이 필요한 법.

힘에는 힘.

크로노스는 우라노스 못지 않은 힘을 가지게 되었고, 지상의 그 어떤 독도 자신을 범하지 못할 만큼 강자가 되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우욱."

마치 뭔가가 안에서 들끓는 감각이, 이게 '극독'이 아닐까 싶은 수준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끼이익.

레아의 동굴 앞, 덩굴줄기로 가려진 문이 활짝 열렸다.

안에서는 꽃단장을 한 레아가 다소곳한 자세로, 마치 처녀시절의 모습을 다시 보이는 듯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아, 아아…!"

크로노스는 황홀감에 전율이 일었다.

우라노스를 상대로 승리를 쟁취한 그 날.

자신이 우라노스를 상대로 승리하여 신좌를 쟁취한 근본적인 원인이 눈앞에 있었다.

"레아…! 아름답구나!"

"...그러게요."

젊은 시절의 모습을 여전히 담고 있는 레아는 크로노스의 위아래를 훑으며 그를 비웃었다.

"제 선물은 어땠나요?"

"크하하, 고작 이 정도로 나를 죽이려고 한 것이냐? 소용없다. 나는 이 정도로 죽지 않아!"

"그래요. 죽지는 않겠죠. 하지만…."

레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아래에서 덩굴이 올라와 크로노스의 두 발목을 휘감았다.

"흥! 고작 이 정도로 나를 억누르려고 하다니!"

당연히 줄기는 쉽게 뜯어졌다.

하지만 줄기 속에서 돋아난 새로운 꽃은 순식간에 주변에 어떤 '향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윽?!"

향기가 아니다.

이건 냄새다.

남자라면 누구든 알 수 있는 그런 역겨운 냄새다.

"너, 너…!"

"밤꽃이라고 알죠? 당신이 베었던 우라노스 님의 피가 묻은 꽃이 이런 냄새를 풍기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좆같은…!"

"좆같은 걸 먹었으면서 왜 눈치를 채지 못할까. 제가 냄새를 지우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했는데, 그 보람이 있네요."

"뭐…?"

"당신이 먹은 크림파이 안에 있던 커스터드 크림, 그거 실은 정액으로 만든 거예요."

움찔.

크로노스의 움직임이 굳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에 들린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액?"

"정액. 남자의 정액. 아기씨가 들어있는 물건. 축하해요, 입으로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질싸를 당했으니. 이러다 입으로 임신하는게 아닌지 몰라."

"너, 너, 너…!!"

크로노스는 분노하며 레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어디서 났어?! 누구의 정액이더냐! 대답해! 감히 내 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의 정액을 건드려?! 어떤 새끼랑 바람이 난 것이야!!"

"큭…! 다, 당신은 오만 여자랑 다 떡치고 다니면서, 나는, 아악!!"

크로노스는 레아를 패대기쳤다

"이 씨발년! 네가 오늘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감히 크로노스라는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워?! 웁, 우웁…!"

크로노스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손으로는 입을 막으려고 했으나, 아래에서 치솟아오르는 역겨움에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당신이 먹은 그 정액."

레아는 크로노스를 향해 환멸어린 시선을 보내며 쐐기를 박았다.

"제가 사랑하는 남자의 정액이에요."

"커헉!!"

크로노스는 각혈했다.

입에서 먼저 빠져나온 건 먹어치웠던 것도 아닌 막대한 피였고, 크로노스의 상체가 90도로 기울었다.

"우웨에에에엑!!"

크로노스는 순식간에 토삿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바닥으로 흩어지는 토삿물은 꾸덕하고 끈덕지게 크로노스의 입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에 더불어.

툭. 투둑, 투두둑!!

형형색색의 구슬들이 하나 둘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래에 있던 레아의 덩굴줄기들은 황급히 구슬 다섯 개를 낚아챘다.

"이, 이 년이 감히…! 우웁, 커헉!"

쿵!

크로노스의 입에서 둔탁하고 두꺼운 것이 떨어졌다.

붉은 피막에 감싸인 물건은 낡고 흰 포대기에 예쁘장한 돌덩이를 품고 있었다.

"이건...너, 너 설마-"

"우오오오오!!"

뒤에서 젊은 청년의 기합이 울려퍼졌다.

크로노스는 급히 멀리 떨어진 낫을 호출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우라노스해라, 이 강간마!!"

퍼억.

"쥬피터 킥!!"

금발 청년은 둔탁한 강철판을 덧댄 신발로 크로노스의 고간을 뒤에서 차올렸다.

"끄, 어억-"

크로노스는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고, 무릎을 꿇으며 돌덩이에 고개를 처박았다.

"도망쳐요, 레아!"

의식을 잃기 마지막 순간.

청년은 마치 레아를 공주님처럼 안고 도망쳤다.

주르륵.

큰 충격을 받은 크로노스의 자지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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