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 레아 임신, 낳아라 다섯쌍둥이 (1)
제우스를 잠시 멀리 보낸 뒤.
레아는 가이아와 단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리를 하신 겁니까!"
레아는 격앙했다.
"제가 제 아이와 통정을 하라니요!"
"말 그대로다. 오직 그 방법만이 네 아이들을 다시 살릴 수 있어."
"그게 무슨…!"
"크로노스의 저주가 씌워져있다."
"!!"
레아는 경악했다.
자신이 품고 있는 소중한 다섯 아이들에게 크로노스가 저주를 씌워뒀다니, 이게 무슨 가당찮은 소리인가?
"아이들을 집어삼킬 때는 어린 아이라고 했지? 그런데 지금은 자두 정도 되는 구슬 크기 아니더냐. 아이들이 어째서 이렇게 작아진 걸까? 답은 간단하다. 크로노스의 저주가 깃들어있는게야. 너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지금 크로노스의 기운을 나는 느낄 수 있단다."
"그렇다면 그 저주를 풀면 되지 않습니까!"
"그 저주를 푸는 방법이 다시 네가 임신하는 것이다. 크로노스 본인도 제 자식을 죽이는 짓은 타르타로스가 두려워서 하지 못했겠지. 그건 우라노스도 뛰쳐나와서 손자 손녀의 복수를 하겠다고 날뛰어도 티탄들이 호응할 일이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자식을 죽이는 건 티탄 신족 사회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제자식이 자신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찬탈하여 더 높은 자리로 올라선다고 해도, 자식을 죽이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래서 크로노스는 너무나도 지독한 저주를 자식들에게 걸어둔 것이다.
"레아 네가 다시 이 구슬을 자궁에 품고, 크로노스의 씨를 받아야만이 다섯 아이들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크로노스가 자식들을 먹어치우고 뱃속에 보관하고 있던 건 언젠가 크로노스가 신좌에 질려 후대에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를 대비함이 아니었을까.
평생동안 해먹고, 더이상 하기가 귀찮아지면 뱃속의 자식 중 아무나 꺼내서 레아를 다시 임신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이미 재미는 다 봤고, 세계는 감히 크로노스라는 이름 넉 자 앞에 누구도 넘볼 생각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더이상 크로노스가 지배와 군림의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된 순간, 그는 자식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으리라.
레아를 다시 임신시키는 것으로.
"하지만...그건…크로노스와 다시 해야한다는…."
"저 아이에게도 크로노스의 피가 흐르고 있지 않느냐."
"!!"
"저 아이라면 가능하다. 크로노스도 설마 자신의 피를 이은 아이, 그것도 남자아이가 살아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거야. 그러니 가능성이 있다. 크로노스의 피를 이은 제우스의 정액이라면, 네 다섯 아이들을 깨울 수 있는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야."
덥썩.
가이아는 레아의 손을 맞잡았다.
"만약 네가 정 그렇다면, 내가 대신 낳으마."
"어머니!!"
"너의 절반은 나다. 네가 다시 아이를 낳기 두렵다면, 내가 대신 낳을 수 있다."
가이아의 극단적인 제안에 레아는 혼란에 빠졌다.
정말 방법은 그것 뿐일까?
자신의 뱃속에 다섯 아이들을 다시 집어넣고, 제우스가 안에 정액을 사정한다?
그건 자신이 제우스와 섹스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운명이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나도 그렇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딸아. 나쁜 건 크로노스다. 그 자가 저지른 악행이 참으로 악랄하기에, 너와 네 자식들이 고통을 받는 것이야."
"...제우스는요?"
레아는 억장이 무너지는 얼굴로 물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한답니까?"
"...그것이 형제자매를 살리는 길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따르겠다고 하더구나. 단, 조건을 걸었다."
"조건, 이요…?"
"레아, 네가 거부한다면 결코 하지 않겠다고 그랬어."
"......."
제우스는 레아의, 여인에게 모든 선택을 맡겼다.
"제가 거부를 하면…."
"내가 낳아야지. 제우스 혼자서는 크로노스를 이길 수 없으니."
"......."
레아는 침묵했다.
과연 이대로 가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 되고 마음이 씁쓸했지만, 선택의 여지는 이제 하나 뿐이었다.
"...제 자식들이 제 동생들이 될 수는 없지요. 알겠습니다. 제우스를...안으로."
레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결국 크로노스의 강간으로부터 벗어나 아이를 지켜내는데 성공했지만, 다시 크로노스의 자식으로부터 아이를 낳게 되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흑, 흐윽…!"
저벅, 저벅.
밖에서 금발 청년, 제우스가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레아를 향해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며, 침대에 멍하니 앉은 레아의 옆에 앉았다.
"...어머니, 라고 마지막으로 부르겠습니다. 레아."
제우스는 레아의 손을 맞잡았다.
"저는 태어나는 순간, 누군가의 손길을 느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슬퍼하시던 그 떨림이 제 몸에 전해졌습니다.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던 어린아이에게 도대체 누가 그리 슬피 울어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드디어 만났습니다."
"너는…."
"저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리고...용서해주십시오."
스륵.
제우스는 레아의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
"당신은 결코 자식과 할 생각을 한 여인이 아니게 될 겁니다. 크로노스의 피가 흐르는 더러운 놈의 음습한 욕망에 엮이게 된 비련의 여인일 뿐입니다."
"그게...무슨…?"
"세간에는, 제가 당신을 강간한 것으로 알리겠습니다."
"뭣…."
레아는 전신이 굳었다.
아들이지만,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지만, 눈앞의 청년은 아무리 살펴봐도 '강간'이라는 것과 거리가 너무나도 먼 청년이었다.
그런데 그런 청년이 어미를 범하는 패륜을 범하고, 그걸 사방에 널리 알리겠다는 식으로 속인다니?
"그러면...네가 나쁜 놈이 되잖니."
"예. 천인공노할 쓰레기가 되겠죠. 하지만 레아, 저 한 명이 오물을 뒤집어쓰는 것으로 다섯 생명이 다시 원래 누려야 할 삶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너…!"
"저는 이미 의지를, 마음을 굳혔습니다. 크로노스의 피가 흐르는 호로 새끼니...개연성은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와락.
"어찌 그런 슬픈 말을 하느냐…!"
레아는 제우스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니…! 그 누구도 네게 이런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어!"
"저 스스로 선택한 길입니다. 이것은 저의 사명이며, 제 운명이며, 제 숙명입니다."
"그런 운명은…!"
"레아. 잊지마세요."
제우스는 레아의 두손을 다시금 꼭 잡았다.
"처음 저를 봤을 때, 제가 당신의 아들이라고 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너무나도 기뻤단다. 내가 비록 젖을 물려주고 키워주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번듯하게 자란 것에 대견하고 뿌듯하고 미안했단다."
"그래요. 그겁니다, 레아."
그리고 손등을 토닥이며 슬며시 웃었다.
"헤스티아."
"윽…!"
단 한 마디였을 뿐인데, 레아의 심장은 비수가 찔린 것처럼 아팠다.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가이아 님께 들었습니다. 전부...여기에 있잖아요."
제우스는 레아가 머리맡에 놓아둔 구슬들을 가리켰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그저 눈을 감고 계시면 됩니다. 눈을 떴을 때는...당신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다시 한 번 더 당신을 향해 작고 앙증맞은 손을 뻗을 것입니다. 만약 제게 젖을 물려주지 못한 것에 미안하다면, 제 형누이들...아니 이제는 제 동생들이 될 이들에게 젖을 물려주세요."
"너는…아니다. 아니야."
레아는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제우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네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구나. 하지만...이기적인 나를 용서해다오. 나는…내 아이들이...보고싶단다…!"
"물론입니다, 레아. 오늘 이 동굴에서 있는 일은 평생,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이곳에 있는 이들만이 알게 될 것이며."
제우스는 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신은 제우스라는 쓰레기에게 범해진 것으로 알려질 겁니다."
레아는 눈을 감아버렸다.
* * *
바깥.
"정말...괜찮겠습니까?"
아말테아는 밖으로 나선 가이아에게 근심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왜? 무슨 큰 일이 날 것 같으냐? 하긴, 님프의 입장으로 보면 이건 패륜 그 자체겠구나."
"......."
아말테아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리 티탄 신족의 일이기는 하지만, 혈육과 혈육이 다시 피가 섞이는 건 근심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일.
"걱정말거라. 티탄 신족은 너희들의 말에 따르면...'근친'을 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종족이니. 나도 그렇잖니?"
"...네?"
"어머, 몰랐구나? 나의 남편, 우라노스는 내가 스스로 낳은 자식이란다."
"......."
우라노스. 가이아의 남편.
"신들의 일을 님프와 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거란다."
가이아는 너무나도 당연한 얼굴로 말했다.
* * *
"저기...."
레아는 당황했다.
"왜?"
"무엇을 하는 거...야?"
레아는 제우스가 시킨 대로, 말투를 교정했다.
"무엇을 하냐니, 그야 당연히 해야할 걸 하는 거 아닙니까."
레아는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제우스의 목소리에 너무나도 어색했다.
"일단 섹스를 할 건데, 그래도 어느정도 젖어야죠."
찌걱.
"...흐읏?!"
제우스의 손가락이 단숨에 레아의 보지 속으로 들어왔다.
"참으세요, 레아.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느끼면 됩니다."
"너, 너는...!"
"민감하네요. 나랑 해서 그런가?"
제우스는 짖궂게 웃으며 레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안에서 휘저으며, 레아의 몸이 자연스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아, 아아, 아아...!"
"전남편은 이런 거 해줬어요?"
"!!"
점점 자신이 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다가,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이렇게 같이 마주보고 한 적 없죠?"
"...응."
크로노스와의 섹스는 오직 단 두 개 뿐.
레아가 반듯하게 눕혀진 상태에서 강간당하거나.
레아가 개처럼 엎드린 상태에서 강간당하거나.
"흠...레아는 어떤 걸 좋아하려나...."
제우스는 레아와 시선을 마주하며, 전신을 훑었다.
보지에 갈고리처럼 건 손가락으로 하반신을 당기며, 겨드랑이 사이로 넣은 팔로 레아의 어깨를 자신에게 당겼다.
"키스하면서, 애무받아본 적 있어?"
"......그."
아이는 여섯 번이나 낳아봤지만, 레아는 제우스의 질문에 차마 답하기 부끄러웠다.
"......키스도, 애무도 처음...."
"...하."
제우스는 레아의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눈 감아요. 내가...다 알아서 범할테니까."
"읏...."
츄릅.
너무나도 달콤한 혀의 감촉.
그녀가 한 평생, 한 남자만을 받아들이며 느낄 수 없었던 상냥하고 달콤함에 레아는생각하기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