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45화 (45/235)

EP.45 개전, 티타노마키아 (1)

티탄 신족은 알몸으로도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손 짓 한 번으로 소의 뿔을 꺾을 수 있고, 발 구르기 한 번으로 동물의 척추뼈를 으스러뜨릴 수 있다.

신이란 지상의 동물에 비해 아득히 뛰어나고 월등한 존재다.

그런 존재가 무기를 들었다.

그런 존재가 갑옷을 입었다.

그런 존재'들'이 함께 진영을 구축하고 달려온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크로노스 한 명이 달려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크하하하!"

심지어 크로노스까지 포함된 티탄 신족의 진격이라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터.

"가자! 저들을 잡아 범하자!"

"와아아아!!"

크로노스를 따르는 티탄 신들은 대지 위의 허공을 디디듯 달렸다.

그들의 발을 늪처럼 빨아당기는 대지는 더이상 발을 묶지 못했고, 땅에서 피어오른 나무 덩굴은 하늘을 달리는 티탄 들을 붙잡지 못했다.

"모두 위치로!!"

가이아의 지시 하에 기가스 골렘들이 하나 둘 앞으로 나선다.

우라노스의 피로부터 태어난 골렘들은 티탄 신족보다 육중한 몸을 앞으로 내세우며 단단한 방벽을 세웠다.

"소용없다!"

하지만 그들의 근간은 우라노스다.

서걱!

세상에서 유일하게 우라노스를 벤 자가, 그 피를 머금은 낫으로 베어버리는데 가이아가 만든 골렘이라고 오죽할까!

"커흑...!"

"어머님!"

기가스가 하나 반으로 갈라져 죽은 순간, 가이아는 피를 토하듯 허리를 숙였다.

옆에서 가이아를 보좌하던 레아가 황급히 가이아를 부축했으나, 가이아는 너무나 많은 힘을 사용한 반동으로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레아! 순순히 넘어오면 지금은 용서해주마!"

크로노스는 스퀴테를 겨누며 엄포를 놓았다.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너 한 명으로 용서해주지! 하지만 만약 거부한다면, 가이아를 비롯한 이 땅의 모두를 타르타로스에 처박겠다!!"

패륜이다.

다른 이는 몰라도 가이아를 상대로는 저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크로노스를 막을 수 없었다.

"네, 네 놈...!"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설령 나의 가족이었던 존재라고 할 지라도!"

이미 크로노스는 그런 패륜을 저지를만큼 미쳐있었다.

두 눈에는 광기가 가득했고, 스퀴테의 날에는 이미 수많은 이들의 피가 잔뜩 흐르고 있었다.

"이미 아버지의 음경을 베었다! 어머니라고 지하 가장 깊숙한 나락에 가두지 못할까!!"

"이, 이...!"

"진정으로 나를 낳아준 어머니라면, 나를 위해 희생하시오!! 가이아!!"

"아악...!!"

사랑했던, 혹은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자식에게 배신을 당했다.

푸화아악.

가이아는 그만 피를 뿜어내고 말았다.

비록 한 때는 자식에게 패륜을 하라고 말했지만, 그 패륜의 업보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같아 속이 역류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바람에 모든 기가스들이 흙으로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보아라. 이것이 주신에게 덤빈 말로다."

크로노스는 두 팔을 벌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최후의 방어선인 기가스들이 무너진 이상, 크로노스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오직 레아 뿐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레아는 혼자서 크로노스는 커녕 그의 휘하에 있는 그 어떤 티탄도 막지 못한다!

"나는-"

"위대하신 크로노스시여!!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순간. 크로노스의 아래에 비쩍 마른 청년이 바닥에 엎드리며 절을 했다.

"프로메테우스?"

"그렇습니다! 이 프로메테우스, 감히 타르타로스에 갇힐 각오로 크로노스 님께 읍소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가이아와 레아를 향한 분노가 프로메테우스 1명을 향해 쏟아지니, 그는 막대한 분노에 금방이라도 살해당할 것 처럼 몸을 벌벌 떨었다.

"타르타로스에 갇힐 각오라? 하! 어디 들어나보자. 무슨 말을 하든 너는 나락에 갇히게 되겠지만."

"부디 어미를 나락으로 가두는 패륜은 멈춰주십시오!"

"그만. 개소리는 그만하면 됐다."

퍼-억.

"어미를 나락으로 가두는 패륜?"

크로노스는 프로메테우스를 걷어찼다.

"이미 자식을 먹어치운 나다! 어미라고 그런 짓을 못할 쏘냐!"

"아아악!"

크로노스는 프로메테우스를 향해 스퀴테를 휘둘렀다.

비쩍 마른 몸과 산발로 헝클어진 머리칼이 바닥에 흩날렸다.

"더이상 지껄이면 그 뒤는 없다! 네놈이 그 비루한 몸으로도 이 몸을 위해 일한 것을 생각하여 베푸는 내 마지막 온정이니라!"

크로노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머리칼을 잘라, 피부가 드러나게 만드는 것으로 형벌을 내렸다.

안그래도 연약해보이는 자가 머리까지 벗겨지니 탄식이 아니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모두, 그의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기겁했다.

"제발...멈춰주십시오...!"

머리가 벗겨져 빛에 반짝이는 프로메테우스는 두 팔을 벌리며 다시 크로노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의기에 크로노스를 따르는 티탄 모두가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저 의기를 왜 고작 자결하는데 쓴단 말인가?

티탄 신족이 비록 불멸이라고는 하지만, 불멸이기에 더욱 끔찍한 고통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

"한 번은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은 안 돼."

크로노스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는 스퀴테를 프로메테우스의 허리에 놓은 뒤, 고개를 들어 레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보아라, 레아. 네가 이렇게 만들었다."

"아, 아아...!"

"영원히 허리 아래 없이, 두 팔로 땅을 기며 살아갈 것이다!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라!!"

크로노스는 낫을 높이 치켜들었다.

모두가 눈을 감거나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오직 한 사람, 프로메테우스만이 담담히 크로노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운명이여! 거짓된 자를 끌어내릴 진실한 빛을!!"

그 순간.

쩌저적!!

하늘이 갈라지며, 금색의 찬란한 빛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아니, 그것은 벼락이었다.

파지지직!

스퀴테의 날이 걸린 자루를 정확히 겨냥하여, 낫이 바닥에 떨어져 장대만 남게한 그것은 금빛의 번개였다!

"크아아악!!"

장대를 타고 흘러들어온 금빛 벼락이 순식간에 크로노스를 덮쳤다.

'파지직'소리가 날 때마다 크로노스는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전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마치 불꽃처럼 크로노스의 몸에 달라붙어 계속 크로노스를 튀기고 있었다.

탓.

프로메테우스의 앞에, 금발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꿇은 무릎의 반대쪽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고 땅을 디디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남자는 몸을 일으켜세웠다.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며, 고개까지 오만하세 들어올린 모습은 태산과도 같았다.

"라무르-G-썬더."

콰광!!

마른 하늘에 갑자기 푸른 벼락이 내리쳤다.

금발 사내의 뒤로 번쩍이는 벼락은 결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파지지직.

어느새 남자의 손에 들린 금빛의 메이스로부터 전격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고, 티탄 신들은 깨닫고 말았다.

"어떻게 벼락을...!!"

벼락은 아무리 티탄 신이라고 해도 쉬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벼락은 하늘, '우라노스'의 것.

"설마...우라노스...님?"

"틀렸다."

청년은 오만하게 고개를 살짝 돌렸다.

"나는 제우스다."

"제우스...!!"

"이, 이 개자식이...!!"

파지직!

크로노스가 발을 구르자 그의 근처에 있던 전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피부가 붉게 달아올라있었고, 눈에 핏발이 가득 서있었다.

"오냐! 네놈이 드디어 죽고 싶어 내 앞에 나타났구나!"

"죽고 싶어서 나타났다? 아니지, 크로노스. 내가 나타난 이유를 말하자면...그래."

파지지직.

제우스가 하늘 높이 메이스를 들어올리자,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왕위를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

* * *

람쥐썬더-

사방에 전격이 휘몰아친다.

메이스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전격이 채찍처럼 뻗어나가 티탄 신들을 튀겨버린다.

'내가 우라노스 핏줄이 맞기는 한가봐.'

벼락을 이렇게 쉽게 다룰 수 있는 권능이 있었다니,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

누구는 무기의 힘에 심취하여있다가 천둥의 신이라는 걸 깨닫고 그냥 사용했지만, 나는 내 안에 있던 힘을 갈무리 할 도구가 먼저 필요했다.

그도 망치를 바탕으로 힘을 쓰는 법을 연구하다가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

나도 마찬가지.

아아아- 아-!

기억 속 리듬과 비트에 몸을 맡기고, 아스트라페에 깃드는 힘을 앞으로 뻗는다.

"PICA-CHUUUUUUU!!"

나는 망설임없이 아스트라페에 모인 전격을 방출했다.

내 몸에서부터 뻗어나간 전격은 갈래번개가 되어 퍼져나갔고, 가장 가까이에서 달려오던 티탄 신들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리스 최고다.'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술을 내질러도 그게 무슨 아주 대단한 기술처럼 들린다.

훗날 주신으로서 싸울 때는 나름 위엄을 갖춰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마음껏 내 방식대로 싸울 수 있다는 얘기!

"이 자식!!"

크로노스가 장대를 휘둘러 나를 때리려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빨리 메이스를 휘둘러 장대를 쳐날렸다.

"이 놈!"

장대가 날아가자 크로노스는 바로 내게 주먹을 날렸다.

나는 그의 주먹을 몸을 돌리는 것으로 피했고, 바로 크로노스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느려."

퍼억.

"나는 더 강해졌다. 지옥에서 말이지."

"네, 네 놈...!"

확신했다.

나는 이제 크로노스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키클롭스, 그리고 헤레스들과의 153명 처녀 섹스가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미안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지."

쏴아아.

전장은 어느새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발목까지 젖을 정도로 물은 대지를 적셨고, 나는 전격을 거두었다.

"혼자서는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

와아아아아ㅡㅡㅡㅡ!!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

전장 한쪽에서 보이는 언덕 너머, 구릉에서 한 무리의 '기사'들이 나타났다.

"저, 저건 대체...!"

"크, 명장면 오졌다."

비록 흰 말은 없지만 백마는 많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잡하지만 풀플레이트에 준할 정도로 중무장한 중갑의 기사들이 태양을 등진 채 나타났다.

펄럭!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는 푸른 머리칼의 여인이 트라이던트에 베일과도 같은 깃발을 건 채 당당히 서있었다.

"우리를 버린 자들이여! 복수를 위해 타르타로스에서 돌아왔다!!"

와아아아아!!

포세이돈이 이끄는 중갑보병, 헤레스들의 기세에 크로노스의 티탄들은 하나 둘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분명 타르타로스에 처박았을텐데...!! 타르타로스에서 결코 나오지 못할텐데...!!"

"누가 도와주더군. 너를 꼭 타르타로스에 처박으라고 말이야."

버려진 자들 중 크로노스에게 가장 격한 복수심을 가진 자가 한 명 더 있었으니.

"그가 전하길, 크로노스가 다시는 자식을 낳지 못하게 부랄을 벼락으로 지져버리라고 하더라!!"

"!!"

"경의를 담아, 그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라!!"

비기.

"[우라노스]!!"

전격을 머금은 내 발길질이 크로노스의 고간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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