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53화 (53/235)

EP.53 개전, 티타노마키아 (9) 리얼레이프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싸우고 싶지 않다.

싸움은 그저 피와 고통, 그리고 분노만 남길 뿐이다.

누군가와 싸운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슬픈 일이다.

하지만 싸워야 한다.

싸우기는 싫지만, 때로는 반드시 주먹 쥐고 상대를 향해 뻗으며 정면에서 싸워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바로 지금처럼.

"람쥐썬더!!"

하늘을 향해 아스트라페를 뻗는다.

방금 전까지는 투창을 이용해 하늘에 한 땀 한 땀 벼락을 쏘아냈다면, 지금부터는 뇌우로 적을 한 바탕 적셔버릴 차례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내 승리의 제물이 되어줘야겠다."

하데스가 어둠 속에서 움직이며 적들을 하나하나 제압하고, 데메테르가 땅의 식물을 이용해 티탄의 발을 묶고, 넵튠이 하늘에서 빗물을 뿌려 번개가 티탄을 더 잘 지지도록 돕는다.

콰르릉.

하늘에서 무수히 내리는 번개 샤워.

'어딜 넘보려고.'

크로노스가 없는 산에서는 제우스가 왕이다.

애초에 승산 따위는 없는 싸움이었고, 이미 나는 충분히 강해졌다.

그래서 싸우기 싫다.

이런 폭력밖에 없는 전투 따위, 시시하고 지루한 작업일 뿐이다.

'남정네들 대머리 만들고 지지고 볶을 바에는 그냥 침대에서 뒹구는 게 훨씬 낫지.'

저런 땀내나는 티탄보다 여자와 더 즐기는 쪽이 내게 이득이다.

애초에 크로노스로부터 승리하고자 하는 목표도 내 여자들과, 내 아내(들)과 그 어떤 위협 없이 느긋하게 꽁냥대고 사랑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슬슬 끝내도록 하지. 이 무의미한 싸움을."

람쥐썬더, 출력 최대로.

"아스트라페, 74만 볼트."

뷰르르릇.

아스트라페의 끝에서 벼락이 하늘로 솟구쳤고, 곧 올림포스 산을 올라오려던 놈들의 머리 위에 정확히 꽂혔다.

파지지직!

"크아아악!!"

사방에 비명이 울려퍼진다.

전격이 정수리에 꽂힌 피뢰침 때문에 피할 새도 없이 전신이 전격에 지져졌다.

애초에 피뢰침이라는 건 번개를 대신 맞아주는 물건이다.

그걸 뽑지도 못하고 정수리에 박혔으니, 심지어 정수리에 번개가 떨어지기 전에 뽑지도 못했으니 번개에 지져지는 건 당연지사.

"이겼네요."

메티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가서 승자의 권위를 챙겨오세요, 여보."

"권위? 그냥 모두의 앞에서 아스트라페를 들면 된다 이거지?"

"아니요. 티탄 신족은 이 정도로 죽지 않아요. 저들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버리기 위해서는 고문도 협박도 안 통해요. 마음 속 깊이 패배감을 들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어떻게?"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프로메테우스가 이미 진언을 했어요."

소곤소곤.

메티스는 내게 프로메테우스와 상의한 '승리선언'의 방법을 알려줬다.

그 내용은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메티스 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건 이해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그런 말을 했다고?"

"예. 당사자도 주신이 될 분의 힘을 직접 느껴봐야 정신을 차릴 거라고 했어요."

"끙.... 티탄 신의 인성은 정말이지 때로는 이해하기 힘들단 말이야."

전 인간이었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말을 뜬금없이 내뱉는다.

나 스스로도 생각하기 힘든, 인간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라고 하는경우가 많다.

하지만 괜찮다.

'그게 그리스의 상식이라면.'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하는 법이고, 이곳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 아니겠는가.

"따먹으라고 했으면 따먹어야지."

승전을 위해.

그리고 티탄 신들이 다시는 감히 올림포스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위대한 주신 제우스의 우월함을, 수컷으로서 가진 강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

"간다."

저벅, 저벅.

나는 비탈길을 내려갔다.

이미 전장은 150명의 헤레스에 의해 정리되어있었다.

티탄 신들은 모두 목만 밖으로 내어놓은 채 땅에 묻혔다.

헤레스들과 데메테르의 합작품으로, 내 앞에는 약 천 명에 이르는 대머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피부가 숯검정이 아니었다면, 하늘에 있는 크로노스를 향한 광원 시위라도 하는 줄 알 것이다.

태양신 헬리오스조차 태양을 몰고 지나가다가 반사광에 눈이 실명될 것이다.

"크윽...!"

그리고 여기.

대머리밭의 정중앙에 무릎을 꿇고 앉은 여인이 있다.

프로메테우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은 치욕스러운 얼굴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콰광.

여인의 옆에 박힌 창에 전격이 떨어졌다.

아직 뇌우는 전장 곳곳에 벼락을 뿌렸고, 티탄 신들이 놓친 창은 그들이 진짜로 벼락을 피할 수 있는 피뢰침이 되었다.

"네가 에피메테우스렸다."

에피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의 여동생으로, 그녀는 이 전쟁에서 선봉을 맡았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주변에 펼쳐진 창과 목을 겨누는 장검에 벌벌떨고 있었다.

"감히 내게 덤빈 죄를 알렸다?"

"......."

에피메테우스는 침묵했다.

그래서 나는 내 뒤에 따라온 메티스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어디까지 가능?

전부.

메티스가 입모양으로 말한 것에 나는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전부.

즉, 하고 싶은대로.

"건방지군."

나는 에피메테우스의 머리를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구속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방에서 겨누는 헤레스들의 무기에 에피메테우스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힘의 격차를 알아보지 못하고 덤빈 죄. 마음같아서는 너도 똑같이 머리를 태워버리고 싶지만, 여자의 머리칼을 생명이라고 했지. 그러니...이렇게 하마."

와락!

"으읍?!"

나는 에피메테우스를 단숨에 뒤에서 백허그하듯 붙잡았다.

나름 대장이라고 입은 붉은 망토를 벗기고, 뒤에서 에피메테우스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데메테르."

"네, 금방 만들어드릴게요."

위이잉.

"이걸 원하신 거죠?"

"...그래. 정확하다."

내 뒤에는 내가 앉기에 딱 좋은 그루터기가 생겼다.

나는 거기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에피메테우스를 내 위에 앉혔다.

"우웁...!"

에피메테우스는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크고 우람한 것을.

"서, 설마...!"

"각오한 바가 아니었나? 나는 제우스다."

제우스가 강간을 하는데 뭐 문제라도?

"적군의 총대장인 네게 부하들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하지. 간단한 거래다. 나는 여기 이렇게 앉아있을테니, 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만족시켜라. 그래...1번 싸게 할 때마다 100명씩 풀어주지."

"뭣...?!"

무려 100명.

기껏 붙잡은 티탄 신족을 10번 싸게 하면 풀어주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얼핏 들으면 내가 호구처럼 보이지만, 이는 이미 메티스와 논의하여 사전에 합의된 결과다.

'포로로 잡아봤자 식충이 밖에 더 돼?'

천 명을 잡아봐야 먹여살릴 입이 천 개 늘어나기만 할 뿐이다.

여자 천 명이라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지만, 남자 천 명은 쫓아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그냥 쫓아낼 수 없으니, 저들의 전의와 남자로서 가진 자긍심을 박살내고자 하는 것이다.

"간단한 이치다. 네가 나와 섹스를 하는 것으로, 너는 네 부하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티탄 신은 죽지 않아!"

"하지만 타르타로스에서 영겁의 죽음은 느낄 수 있지."

움찔.

에피메테우스는 사색이 되었다.

바닥에 박힌 티탄들도 마찬가지로 사색이 되었다.

타르타로스.

보통의 방법으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 끝의 나락.

그곳에 갇힌다는 말은 죽지도 못한 채, 티탄의 불로불사가 저주로 작용되어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 고통을 받는다는 말과 같다.

"어떻게 할테냐. 네가 만약 정절을 지키겠다고 하면 너는 풀어주마. 하지만 천 명의 티탄은 타르타로스에 처박히게 되겠지."

"그, 그런 협박을...!"

"크로노스가 했던 것과 다르지 않아. 크로노스 또한 우라노스에게서 승리한 뒤에 모두를 타르타로스에 가뒀지. 그래, 너희가 따르는 크로노스는 다짜고짜 타르타로스에 가뒀지만...."

할짝.

나는 에피메테우스의 목을 뒤에서 핥으며, 다른 티탄들에게 과시하듯 에피메테우스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지금부터 티탄들의 생사여탈권은 네게 있다. 흐흐."

"...한 번에 100명. 분명히...100명이예요...!"

"그래."

나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당당히 선언했다.

"스틱스 강에 맹세하마."

진실된 마음으로.

"네가 나를 10번 싸게 만들면, 모두를 풀어주도록 하마."

"으, 으으...."

나는 두 손을 놓았고, 에피메테우스는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드레스의 뒷부분을 스스로 찢어 살짝 벌렸다.

"여, 여기로...."

과연.

차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알몸으로 범해지는 건 사양일 터.

알몸으로 다니는 게 딱히 이상한 건 아니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알몸으로 '범해진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부끄럽지 않게 만들 필요가 있다.

"네가 넣어라."

"......예?"

"못 알아들었나? 나는 여기 앉아있을테니, 네가 직접 넣으란 말이다."

"아, 아...."

에피메테우스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설령, 그녀가 처녀라고 하더라도.

나를 향해 검을 겨눈 대가는 치뤄야하니까.

그리고.

"흐읏...."

찌걱.

에피메테우스는 스스로 내 위에 몸을 겹쳤다.

그리고 나는 담담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봤다.

두근, 두근.

땅속에서 울리는 격한 심장소리.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남자의 명령에 의해 처녀가 스스로 몸을 겹치는 행위를 보며 티탄들은 침을 꿀꺽 삼키더라.

'보아라, 아둔한 올리브 놈들.'

냅다 강제로 자지를 쑤셔박는 것만이 강간이 아님을, 똑똑히 보여주마.

냅다 다리를 벌리게 만들고 기계처럼 푹푹 쑤시기만 한다?

너희들이 지금까지 해온 강간은 거짓된 강간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강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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