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58화 (58/235)

EP.58 미시 웨이브 (4) 입소문 듣고 찾아온 두번째 손님

팔라스.

스틱스의 남편인 그는 불꽃 너머에 비치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이, 이게 무슨…!"

스틱스가 범해지고 있다.

스틱스가 강간을 당하고 있다.

제우스에 의해, 스틱스가 따먹히고 있다!

"으아악!!"

당장 달려가도 늦다.

이미 자신이 잠에서 깨어나 불꽃을 피웠을 때는 이미 스틱스의 안에 제우스의 자지가 들어간 뒤였다.

"이, 이, 씨발!!"

쾅!

팔라스는 마시던 넥타르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강간당하기 때문에?

아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은 이미 차게 식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강간한 것으로 짝이 되었지만, 이후 자신보다 자식을 더 아끼는 모습을 보며 팔라스는 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으면, 제우스 그 패륜아라도 잡아서 내게 가져오든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스틱스는 자식들을 데리고 올림포스로 떠났다.

그 결과가 눈앞의 광경이다.

"이, 이…!"

팔라스의 두 주먹이 벌벌 떨렸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분노가 영혼 깊숙한 곳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내를 빼앗긴 것?

아니다.

그보다 더 원초적인 분노가 있다.

-아아앙…!! 남편이, 팔라스가 닿지 않던 곳까지 닿아버렷…!!

제우스에게 범해지는 스틱스는 쾌락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년아! 따먹히고 있잖아! 저항하란 말이야!!"

-저항…! 너무 좋아앙…! 이러면 안 되는데, 흐끅, 제우스의 자지에 굴복해버렸…!!

"크아악!!"

팔라스는 불길을 향해 검을 마구 휘둘렀다.

차오르는 분노를 담아 씩씩거렸지만, 제우스의 자지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과 똑같이 뒷치기로 범하고 있을 뿐인데.

그 잘난 '애무' 따위는 없이 허리를 잡고 자지를 푹푹 쑤시고 있을 뿐인데.

-너무, 커…! 미안해요, 팔라스…! 당신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고 단단해…!!

"크면 다냐, 씨발!!"

팔라스는 분노했다.

자신이 제우스보다 못하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어버렸다.

제우스보다 작은 남자.

물론 제우스가 상당히 크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 거근에 아내를 빼앗긴 건 팔라스가 처음이었다.

공식적으로.

"젠장, 젠장…! 이래서는 나의 명예가…!"

팔라스의 분노는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는 것에서 솟아났다.

젊은 남자에게 자신의 아내를 빼앗긴다.

그것도 납치당한 것이 아니라, 섹스로 빼앗긴다.

차라리 아내가 감금되어 '내 남편이 나를 구하러 올 것이다!'라고 하면서 저항하는 것도 아니고, 자지가 박히자마자 꼼짝도 못하고 좋아라하며 쾌락을 울부짖고 있으니 이 얼마나 굴욕이란 말인가!

"내가 처음도 아닌데…!!"

"뭐라고 했나?"

"히익?!"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팔라스는 핏기가 가셨다.

"네놈, 방금 무슨 의미지?"

"크, 크로노스 님! 그게...그게…."

"말을 똑바로 해야할 것이다."

산발이 된 크로노스는 팔라스를 향해 스퀴테를 겨눴다.

당장이라도 낫으로 베어버릴 것만 같은 크로노스의 눈빛에 팔라스는 넙죽 고개를 조아렸다.

"에, 에피메테우스의 이야기입니다! 그, 에피메테우스와 사귀던 남자 놈이 울분에 가득차서 식음을 전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

서걱.

서걱?

"아아악!!"

팔라스는 자신의 오른팔이 바닥에 뚝 떨어진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입을 잘못 놀린 벌이다."

"끅, 끄윽, 끄으윽…!!"

티탄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하물며 죽지 않기에 고통은 평생동안 간직하게 된다.

약이나 의술의 힘으로 팔을 다시 붙일 수 있지만, 우라노스의 성기가 다시 붙지 않도록 만들어진 스퀴테에 몸이 잘렸다?

앞으로 영영 팔라스는 외팔이 신세가 되는 것이다.

"끅, 끄윽, 끄으윽…!"

크로노스는 떠났다.

팔라스는 바닥을 뒹굴며 눈물을 흘렸다.

"씨발, 씨바알…!!"

불꽃 너머.

자신의 아내, 스틱스 또한 흙바닥을 뒹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쾌락의 눈물을.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듯한, 열락의 눈물을.

그리고.

"......!!"

마치 자신의 뜻대로 되었다는 것마냥 기뻐하는, 승리의 눈물을.

* * *

잠시 뒤, 올림포스 신전.

"다시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스틱스. 그리고 이쪽은 제 자식들입니다."

"음."

스틱스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방금 전까지 야외에서 거근에 박히던 여자 답지 않게, 강의 여신 다운 면모를 보이며 뒤의 자식들을 소개했다.

"얘들아. 어서."

"......크라토스입니다."

"뭐?! 아, 크라토스. 음. 그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스틱스를 범한 나에 대한 표정이 가히 좋지 않아, 행여나라도 나를 향해 반역을 하려고 들까봐 솔직히 긴장되었다.

"얘들아, 표정을 풀거라. 이번 일은 전부 계획된 일이니."

"어, 어머니…?"

스틱스의 자식들은 굳어버렸다.

어머니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사실, 나 또한 들은 바가 없어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스틱스와 몸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진의를 알아챘다.

강간당하는 여자가 스스로 보지를 조이고 허리를 튕긴다?

'절대 그럴 리가 없지.'

미약이나 마약에 절여진 경우가 아니라면, 결코 그럴 일은 없다.

"제우스 님, 제가 스틱스의 자녀들에게 설명을 해도 좋겠습니까?"

"허락하마."

옥좌 옆, 내 옆에서 비서처럼 서있던 메티스가 스틱스와 그녀의 자식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하지만 이 방법이야말로 여러분들을 가장 안전하게 올림포스로 모실 수 있는 방법이자, 크로노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음…?"

갑자기 나선 메티스에 스틱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냥…."

"겸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틱스 님. 당신은 스스로 몸을 희생하여 자녀분들을 올림포스에 따르도록 하셨지요."

"...그, 그래. 그랬지. 아이들아, 분노를 풀어라. 나는 나 스스로 범해지기를 바랐으니."

스틱스는 눈치가 있는 여인이었다.

"제우스 님께서는 우리를 올림포스로 받아들이시며 큰 배려를 해주셨다. 행여나 당신께서 크로노스에게 패배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올림포스 아래에 들어오는 이들이 훗날 타르타로스에 갇히지 않도록 배려해주셨지."

"그게 무슨…?"

"앗, 설마…! 강제로 부하가 된 것처럼 보이게 한 거였군요!"

스틱스의 자식 중 유일한 여인, 스틱스의 처녀 시절을 보는 것 같은 풋풋한 여인이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인질로 잡힌 것처럼, 저희가 아버지를 배신한 것처럼 보이게 하지 않기 위해서…!"

"무슨 말이냐, 니케!"

니케?

NIKE?

"어머니는 쾌락에 굴복한 게 아니에요! 쾌락에 굴복한 척 하면서 올림포스에 투항한 거죠! 저희는 그런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올림포스를 따르는 거구요! 단지 그 방법이 강간이라는 강압적인 형태였을 뿐…! 설령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모든 것은 제우스 님이 떠안으시려는 배려…!!"

"아앗…!!"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형제들은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굽혔다.

"용서해주십시오, 제우스 님!!"

"감히 제우스 님의 배려를 이해하지 못한 이 아둔한 저희를 용서해주십시오!"

"크윽, 어머님이 저희를 위해 그런…!"

"......."

니케라고 했던가.

눈치가 상당히 좋은 여자다.

아니면 진짜로 저렇게 생각할 정도로 순수한 여자거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제우스?'

저들은 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그냥 따먹고 싶어서 따먹었을 뿐인데.'

건방지게 앞마당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음란한 몸뚱아리로 서있길래 강간했을 뿐이다.

본인이 강간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일단 내가 스틱스를 범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사실에 살이 붙어서 왜곡되기도 하는 법.

나는 대의를 위해 스틱스를 강간했다!

그렇다면 이런 좋은 방향의 오해를 굳이 해소할 필요는 없고,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다.

"...흥. 너희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최대한 건방지게, 나는 옆으로 자세를 틀었다.

"내가 범하고 싶어서 범한 것일뿐, 오해하지 말도록."

그래도 양심은 찔려서 사실대로 말하기는 했다.

이제부터 오해하면 지들 잘못이지.

"아아, 제우스 님…!"

"당신은 대체…!"

스틱스의 자식들은 고개를 숙였다.

"올림포스를 위하여!"

"제우스를 위하여!"

지금부터 오해하면 저 놈들 잘못이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풋. 에피메테우스, 나오세요."

"예, 메티스 님."

메티스가 부른 에피메테우스에 스틱스는 기겁을 했다.

스틱스 이전에 이미 자지에 굴복한 그녀는 족쇄도 없었고, 너무나 자유로운 차림으로 메티스의 옆에 섰다.

...자유롭다는 말은 노출 면적이 심하다는 말이 아니다.

포로나 죄인에게 입히는 옷이 아니라, 메티스처럼 다른 여신들이 입는 옷 그대로 입고 있다는 말이다.

"에, 에피메테우스…? 따로 구속은…."

"없습니다. 저는 제우스 님께 충성을 맹세했고, 그 상징을 받았으니까요."

에피메테우스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옅게 웃었다.

저거, 어디서든 제우스 이야기다.

"아아…과연. 그대도 충성의 대가를 받은 거구나. 음."

스틱스도 알아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녀에게도 어디서든 제우스를 주면 알아서 착용할 것이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제우스 님."

"음."

스틱스 모자는 에피메테우스의 인도 하에 자리를 떠났다.

조만간 스틱스 강으로 떠나겠지만, 그래도 올림포스에 왔을 때 기거할 수 있는 전용 방은 가지고 있어야 할 터.

"...휴. 다행이군."

"알아서 속아줘서?"

메티스는 바로 표정을 풀며 내 팔걸이에 엉덩이를 붙였다.

나는 자연스레 팔걸이에 올린 팔을 뒤집어, 그녀가 내 손바닥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후훗, 앙큼해."

"변태같다고 해도 되는데?"

"변태인데 뭘. 그래서 남의 여자 빼앗으니까 좋아요? 주신님?"

"스스로 범해달라고 오는데 안 범해주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지. 암. 이렇게 섹스해달라고 어필하는 것도 말이야."

나는 메티스의 엉덩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손의 위치를 살짝 조정해, 손가락을 비부에 닿도록 만들었다.

"침대로 갈래?"

"가고 싶으면 가도 좋아. 단, 내가 아니라…."

메티스는 내 머리를 잡고 아래로 내렸다.

"하던 거 마저 해야지. 안 그래?"

"고마워요, 메티스 언니."

"...아, 하데스."

베일을 풀어 투명화를 해제한 하데스는 나를 차갑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라버니, 저 잊은 거 아니죠?"

"물론. 그럴 리가. 오늘 하기로 했는데 당연하지."

"그럼 쓰다듬어주세요."

"그래, 그래."

나는 남은 손으로 하데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강아지처럼 내 쓰다듬을 즐기며, 얼굴을 내 사타구니에 묻었다.

"스틱스 강에서 묻은 물, 청소해드릴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어허."

꾸우욱.

"주신님은 그냥 옥좌에 무게 잡고 계시면 됩니다? 후훗."

"메티스, 너…?"

메티스는 엉덩이에 힘을 주며 내 팔을 눌렀다.

하데스 또한 나의 다른 팔을 자신의 머리 위에 올리며, 내가 함부로 손을 다른 곳에 옮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설마 이 여자, 일부러 내 팔을 보지로 깔고 앉은 건가?

"그대로 앉아있으세요. 지금부터는-"

"큰일났습니다, 제우스 님!! ...어우야."

갑자기 들이닥친 프로메테우스를 향해 두 여인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지만 포세이돈에게 응전해달라고 해주겠나?"

"그랬습니다! 슬슬 오붓하게 즐기실 것 같아서 일부러 포세이돈 님에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런데...포세이돈 님께서 밀리고 있습니다!"

"!!"

큰일이 맞다.

"그럴 리가 없어요. 어지간한 대신급이 아니면 그녀가 밀릴 리가 없어요. 제우스 님 다음 가는 강자라고요."

"습격자는...메티스 님께서도 잘 아는 분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말했다.

"...테미스 님입니다."

테미스.

그녀는 어머니 레아의 누이이며, 메테스의 이모다.

즉, 가이아의 딸-티타니데스 중 한 명.

대신급.

"이모님…처녀예요."

골드미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