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6 신화의 종말 (4)
쿵, 쿵, 쿵.
수많은 병사들이 전신갑주로 무장을 하고 북으로 진격한다.
올림포스 산으로부터 빠져나온 병사들의 특징이 하나 있다면, 투구 아래에 분노와 한이 서려있다는 것.
올림포스의 병사들.
그들은 약 9할이 여성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남편에게 버림을 받거나 학대당하던 여인들이었고, 제우스라는 새로운 신의 존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우친 여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제우스에게 보답하기 위해 창을 들었다.
아무리 티탄이라고 한들, 오히려 티탄이기에 남녀의 차이는 명백했다.
대지모신 레아가 그렇게 힘들게 고생을 했어도 결국 크로노스를 이겨내지 못했던 것처럼, 남녀의 힘차이는 명명백백했다.
하지만 제우스의 힘으로 자신이 진정한 티탄임을 깨달은 여신들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창을 들고 일어났다.
오르튀스 산, 아래.
철컹.
선봉에 선 푸른 머리칼의 여인은 트라이아나를 빙글 휘두르며 모두의 앞에 섰다.
산호와도 같은 푸른 갑옷과 하나가 된 여인, 넵튠은 산에 진을 치고 있는 크로노스 휘하 티탄 남신들을 향해 트라이아나를 겨눴다.
"오늘부로 침대의 역사는 바뀔 것이다."
넵튠의 선언과 동시에, 넵튠의 옆으로 검은 베일을 두른 여인이 나타났다.
"티탄 여신은 더이상 남자들에게 후배위로 따먹히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하데스의 등장에 오르튀스의 티탄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올림포스의 쌍두마차, 넵튠과 하데스가 선봉에 서자 직감한 것이다.
자신들만으로는 저 괴물같은 자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위대한 주신, 제우스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올림포스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 남자로서 당할 최고의 굴욕을 당할 것이니."
"닥쳐라! 이 패륜아들!!"
오르튀스 진영에서 수염이 덮수룩한 남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렇군, 당신이 헬리오스인가?"
"그렇다! 나 헬리오스! 크로노스 님으로부터 태양을 지키라는 특명을 받은 자! 너희들을 쓰러뜨리고 위대한 크로노스 님이야말로 진정한 그리스의 주신임을 만천하에 보일 것이다! 아비를 범하려는 패륜아, 쓰레기 제우스-"
쿠웅!!
헬리오스는 순식간에 땅에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오르튀스 진영의 티탄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 헬리오스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강한 힘이었다.
헬리오스의 목에는 트라이아나의 창날이, 발목에는 하데스의 검이 놓여있었다.
헬리오스가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두 여인은 빠르게 헬리오스를 제압한 것이다.
"간단하네."
"약해요."
"어, 어떻게...?"
"10년 동안 저희는 강해졌고, 당신들은 약해진 거죠."
하데스가 헬리오스를 등지며 오르튀스 진영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넵튠이 헬리오스를 계속 압박하며 뒤로 손가락을 튕겼다.
"나오세요!"
"...드디어."
저벅, 저벅.
올림포스 진영에서 한 명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헬리오스는 중무장한 그녀를 보며 잠시 사색이 되었으나, 곧 활짝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페르세이스!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
"그래요. 당신은 나를 사랑하죠. 그리고 아직까지도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요."
페르세이스는 헬리오스의 앞에 선 채,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당신은 너무나 많은 님프를 범했어요. 그래요, 내가 셀 수도 없을만큼 바람을 피웠죠."
"그, 그건...! 어쩔 수 없었어! 태양마차를 몰고 갈 때마다 님프들이 알몸으로 목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페르세이스는 넵튠과 하데스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헬리오스의 명치를 걷어찼다.
"어억!"
"오르튀스의 남자들이여, 보아라! 너희들의 아내가 돌아왔다!"
부아아악!
페르세이스는 어디서 난 힘인지 헬리오스의 옷을 강제로 찢어버렸다.
배신한 아내에 의해 옷이 찢긴 헬리오스는 거칠게 저항하려고 했으나, 순식간에 아래에서 돋아난 줄기에 상체가 전부 구속되고 말았다.
"노, 놓아라! 나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다!!"
"그래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태양신이 따먹히는 걸 보여드리죠."
"뭐, 뭐?!"
"모두에게 보여주겠어요."
스으윽.
페르세이스는 헬리오스의 허리를 높이 치켜들게 만들었다.
덕분에 헬리오스는 엉덩이를 하늘로 높이 들어올린 자세가 되어버렸고, 페르세이스는 헬리오스의 사타구니 위로 다리를 벌리며 올라섰다.
"티탄 남신들에게 고한다!!"
페르세이스는 헬리오스의 자지를 붙잡아당겼다.
"강간은, 남자 신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찌걱.
페르세이스는 헬리오스의 자지를 자신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 모습이 마치 정상위로 여인을 범하는 남자의 모습과도 같아, 남자가 엉덩이를 위로 까고 박히는 듯한 모습이라 오르튀스의 신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과거 범했던 여자가 나를 범하러 온다.
그것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인데, 그냥 범하는 것도 아니고 저런 식으로 굴욕을 준다고?
"으, 으아아!!"
티탄 남신들은 일제히 앞으로 뛰쳐나왔다.
티탄 여신들 또한 넵튠과 하데스를 스치며 앞으로 뛰었다.
"크로노스를 위하여!!"
"제우스를 위하여!!"
두 진영이 격돌한 것을 시작으로, 그리스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투가 막이 열렸다.
* * *
"쩝. 페르세이스랑 한 번 할 걸 그랬나?"
분노의 역강간을 보고 있으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에 깔린 헬리오스는 얼굴이 시뻘겋게 물든 채, 아내인 페르세이스에게 범해지고 있다.
'아쉽기는 하네.'
취할 생각이 없었던 게 없던 건 아니다.
올림포스에 오는 대부분의 여신들과 나는 관계를 맺을 기회가 있었다.
그들 중 모두가 내게 강간당했다거나 강제로 희롱당했다거나 알려졌지만, 실제로 나와 살을 섞은 이들은 얼마 없다.
3할 정도라고 했던 것도 내가 아닌 '어디서든 제우스'를 맛보고 식겁을 한 이들이다.
50명의 여신이 내게 강간당했다면, 그중에 나와 진짜로 살을 섞은 여신은 아스테리아같이 한 번 호기심으로 섞거나 한 15명 정도 뿐이다.
에우리노메라거나, 디오네라거나, 네메시스 같은 이들과는 확실히 진득하고 질펀하고 찐득하게 놀기는 했어도, 아스테리아 처럼 한 번 나를 찍먹하고 간 여자들도 있었다.
내가 전부다 범하고 다닌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올림포스에는 나와 직접 살을 섞지 않은 여신들이 정말 많았다.
저기서 헬리오스를 강간하는 페르세이스를 비롯한 다른 여신들도 마찬가지.
저들은 올림포스라는 힘을 빌어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제우스의 이름을 이용했다.
실제로는 나와 한 적이 없지만, 남편을 절망으로 빠뜨리기 위해 나와 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그러면 내게 분노의 화살이 돌아오지 않느냐고?
감당해야지, 별 수 있나?
올림포스를 위해 나는 나에 대한 모욕을 감내할 것이다.
그리고 강간마신이라는 오명이 붙으면 붙을수록 내게 더 유리해진다.
앞으로 다른 누군가를 범하더라도 '저 놈은 원래 저랬다'는 이미지가 남을테니.
나 뿐만 아니라, 나를 따르는 올림포스의 모든 이들 조차도.
"아아, 오르튀스 전역에 강간 소리가 가득해."
찌걱, 찌걱, 찌걱.
아래에 깔린 수많은 남자들이 분노한 아내들에 의해 역강간 당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면면을 살피며, 나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금 느꼈다.
"부, 부인...!!"
"나는 당신의 부인이 아니에요."
므시모시네, 처녀였던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었던 것'을 향해 모멸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그의 얼굴을 발로 짓밟았다.
"당신은 나를 결혼시켜놓고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았죠. 저를 새장 안에 가두고, 마치 관상용 새처럼 만들었어요. 저는 당신의 인형이 아니랍니다. 그걸...제우스 님께서 가르쳐주셨죠."
'고맙다, 이름모를 변태 티탄!'
므시모시네의 경우처럼, 일부 남자 티탄들은 아름다운 여자 티탄과 결혼을 하여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는 변태같은 짓을 저질렀다.
정확히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업적용 결혼과 같은 느낌이 강했고, 므시모시네는 남자의 음습한 욕망으로 생겨난 희생양이었다.
덕분에 나는 므시모시네의 처녀를 취할 수 있었지만, 므시모시네는 스스로 어디서든 제우스를 착용하여 나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지만, 남자가 괘씸한 건 괘씸한 거다.
"보세요. 제우스 님을 향한 제 마음을. 후후후...."
므시모시네는 치마 앞섶을 들어올리며 정조대를 과시했다.
아래에 깔린 남자는 '읍읍' 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어머, 지금 발기하신 건가요? 한 번도 섹스한 적은 없지만 아내였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다는 것에...발기한 건 아니죠? 설마 그렇다면 진짜로 실망인데."
"읍, 읍읍!!"
뭔가 말하려고 하지만 므시모시네의 발이 남자가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당신은...그렇게 평생 저열하게 사세요. 저는 제우스 님의 사랑을 받으며, 다시 태어날 거니까!"
...이렇게, 므시모시네의 경우처럼 이전의 악연과 결별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정말로 이상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처녀든 아니든 모두 나와 한 번 섹스를 했다는 것.
내 자지를 맛본 여인들은 누구도 남자와 살을 섞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이 모두 전남편을 향해 강간으로 분노를 터뜨려도, 다른 이들은 제우스와 자신의 사랑을 과시하듯 전남편에게 충격을 줄 뿐 그 어떤 성행위도 하지 않았다.
'내 자지에 순결유지서약이라도 달려있는 건가?'
제우스에게 박히면 제우스 이외의 남자와는 하기 싫어지는 패시브라도 있는 모양이다.
장하다, 제우스.
내가 진짜로 섹스한 여자가 딴 남자랑 놀아나는 걸 보기 싫었는데, 나랑 하고 나면 딴 남자랑 하기 싫어진다니 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제우스 님, 야외의 티탄 신들을 정리했습니다."
"이제 산을 오르면서 하나하나 격퇴해내가면 돼요, 제우스 님."
넵튠과 하데스가 내게로 다가왔다.
우리를 막은 첫번째 무리는 반은 역강간당하고 반은 밧줄에 묶여 포로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맘 같아서는 전부 타르타로스에 처박고 싶지만, 지금 그걸 이야기했다가는 놈들이 폭동을 일으킬 터.
"너희들에게는 한 번의 기회를 주마. 나쁜 건 크로노스지 너희가 아니니까."
크로노스를 쓰러뜨리는 것부터 전제다.
나는 아스트라페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크로노스를 타르타로스에 처박고 난 뒤, 판단을 내리도록 하마."
콰과광!
거대한 폭음과 함께 올림포스 산 위에서 연기가 아래로 흘러오기 시작했다.
내 번개가 하늘로 날아가 크로노스가 있는 오르튀스 신전에 처박힌 것이다.
"가자."
나는 셋과 함께 오르튀스 신전으로 올랐다.
그리고.
"...왔느냐."
그곳에서 본 크로노스는 10년 전과 하등 다를 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군. 이게 나의 운명인가. ...와라, 제우스. 내 운명의 대적자여."
너무나도, 약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