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69화 (69/235)

EP.69 전후 (1) 레아의 임신 특강

오르튀스 파괴로부터 약 일주일.

전쟁을 처음 제대로 치뤄본 나로서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지만, 많은 여신들과 소수의 남신들의 도움을 받아 전후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무너뜨린 오르튀스 산의 처리.

천 단위가 넘는 티탄 신들과 그 하수인들에 대한 처리.

순혈 티탄 신의 수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여신과, 여자 님프와 낳은 수많은 자식들도 티탄이라고 보면 그 수가 어마무시하다.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12명의 자식을 낳았고,

그 중 크로노스와 레아가 6명의 자식을 낳았다.

티탄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낳고, 낳고, 또 낳고.

아이 하나 낳아 예쁘게 기른다는 현대식 산아제한정책은 이곳에서는 당장 주신 자리 탄핵받아 마땅한 소리였다.

한 명이라도 더 낳아야지, 어딜 한 명만 낳아 기르겠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가?

낳은 한 명도 제 아비의 씨를 노리며 임신하는 세상인데, 당연히 티탄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티탄들 내부에서는 순혈 티탄과 님프의 피를 이은 혼혈 티탄을 두고 왈가왈부하지만, 오늘부로 티탄들은 모조리 이원화될 것이다.

올림포스의 티탄.

그리고 오르튀스의 티탄.

혼혈이네 마네를 따지기에 앞서, 승리한 티탄과 패배한 티탄으로 나뉘게 되었다.

"아악! 제우스 님! 부디 제게 자비를!! 당신의 발등에 입술을 맞추라면 맞추겠습니다! 당신의 좆을 빨라면 빨겠습니다!!"

"죄명을 물을 필요도 없군. 타르타로스."

"아아악!!"

그간 나는 수많은 티탄들의 굴복을 받아냈다.

구심점인 크로노스는 스스로 타르타로스로 걸어들어갔지만, 휘하 티탄들은 추악하게 발악하고 끝까지 저항했다.

"죽어라, 제우스! 우라노스처럼 만들어주지!"

"우라노스 썬더!"

파지지직.

"우라노스의 곁으로 보내라."

"충성."

지난 일주일 동안 옥좌에서 일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바빴다.

무엇 때문에?

"네 이름은 무엇이냐?"

"아, 아틀라스 라고 합니다."

"성별은?"

"여, 여자입니다."

"...분명 언니가 에피메테우스, 오빠가 프로메테우스렸다. 음. 올림포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느냐?"

"네, 네! 제우스 님의 좆을 빨라고 하면...빨겠습니다...."

"빨아라. 그리고 너는 올림포스의 티탄으로서 역할을 받을 것이다."

올림포스에 도움이 되는 이를 선별하고, 나머지 놈들을 전부 지옥에 처박는다.

그리고 지옥 중에서도 어느 지옥으로 보낼 지 선별한다.

악행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지옥의 회색지대에서 지옥의 '주민'으로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악행을 저지른 이는 당연히 '나락'으로 가게 된다.

지난 일주일.

나는 하루에 수백 명도 넘는 이들에 대해 한 명 한 명 판결을 내렸다.

내가 솔로몬도 아닌데, 내가 판사도 아닌데 나는 수많은 티탄들을 법정에 세워 판결을 내려야했다.

깨끗하고 맑은 올림포스를 위하여.

"너는 타르타로스 행에 처한다."

"......."

내 앞에 있는 남자 티탄은 아무 말 없이 연행되었다.

"감사합니다, 제우스 님...."

재판장의 옆에는 눈물을 흘리는 님프가 있었다.

"청하옵건대, 부디 제가 한 번만 저 자들의 뺨이라도 때릴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허락하마."

짜-악!

님프는 나의 허락하에 티탄들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가 겪은 고통이 과연 뺨 한 대로 상쇄될까 싶지만, 님프는 감히 티탄의 뺨을 후렸다는 것 만으로도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구속구를 채우고 끌고가라, 헤레스."

[명을 따릅니다, 위대하신 제우스.]

그리고 그의 옆, 티탄과 형제인 남자는 내 앞에 무릎으로 기어오며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제우스 님! 용서해주십시오! 이제부터 당신만을 섬기겠습니다!"

"네게는 10년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나를 섬기겠다고? 늦어도 너무 늦었구나."

"10년은 앞으로 있을 세월에 비해 찰나에 불과합니다!"

맞다.

티탄 신에게 있어 10년은 '고작'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전생부터 현생까지 살아온 인생이 반백년도 되지 않는 나로서는 10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동안 이들은 몇 차례 올림포스를 습격했던 자들이다.

이런 자들에 대해 나는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하는가?

"어리석은 자여, 얌전히 나락으로 떨어지도록 하라."

내 옆에 선 테미스는 천칭을 높이 들었다.

눈에는 안대를 씌워 앞이 보이지 않게 하고, 천칭의 중심을 정확히 들었다.

"위대하신 제우스 신의 이름으로 판결을 내리노니. 이 큰 구슬이 네놈의 양심과 선행이며, 이 작은 구슬이 네 업보이니라."

테미스는 한쪽 그릇에 양심과 선행의 구슬을 올렸다.

그리고 반대쪽에 업보의 구슬을 올렸다.

끼릭, 끼릭, 끼릭.

천칭이 좌우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천칭의 무게가 쏠리는 방향에 따라 티탄의 표정은 천당과 나락을 오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서서히.

"아, 아아...!!"

천칭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크기가 1/10도 되지 않는 작은 업보의 구슬은 명백히 기울었고, 테미스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신 제우스시여, 판결을."

"헤카톤케이레스들은 들으라. 이 자를 스틱스 강에 집어던져라. 손발을 꽁꽁 묶어 저항하지 못하게 하면 스틱스 강의 망자들이 알아서 나락까지 배달해주겠지."

스틱스 강의 망령들은 기본적으로 물귀신들이다.

그들은 살아있는 자들을 자신들과 같은 처지로 만들고자 하고, 이런 악의어린 파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씌워."

"읍, 으읍!!"

티탄의 입에 구속용 마스크가 채워졌다.

입에는 양 볼에 누구나 볼 수 있게 '나','락'이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졌다.

망령들은 처음에는 새로운 망자의 등장에 기뻐하겠지만, 나락이라는 글자를 보고 더 크게 기뻐하며 타르타로스까지 흘러가도록 파도타기를 할 것이다.

흔히들 나락까지 떠내려가는 형태가 되지만, 실은 스틱스 강의 물살은 모두 망령들이 손을 뻗어서 내려보는 것.

옮겨지는 과정에서 전신이 망령들에게 만져지는 것?

나는 모르는 일이다.

"으븝, 으읍!!"

아직도 놈은 저항하고 있다.

타르타로스, 나락이라는 곳이 얼마나 끔찍한 감옥인지 알고 있으니까 저러는 것일 터.

"저항하지 마라, 아둔한 자여. 너는 끔찍한 죄를 지은 죄인으로, 나락에서 끝없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할 것이다. 그래, 그 눈빛. 마치 내가 무슨 죄를 저지른지 모르는 것 같은 얼굴이로구나."

나는 그에게 엄지를 척 내렸다.

"타르타로스에서 네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한 번 생각해보아라."

절그럭, 절그럭.

헤카톤케이레스는 티탄의 구속구에 연결된 사슬을 잡고 끌고가기 시작했다.

[나락을 받아들여라, 미천한 것.]

짐승의 두개골처럼 생긴 투구 안에서 중후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헤카톤케이레스들은 대전 이후 자신의 갑옷을 조금 더 '나락'에 가깝게 만들었고, 명계의 지배자를 따르는 이들로 앞으로 명계의 일을 돕기로 했다.

"...잘했다, 하데스."

나는 천칭의 옆을 향해 손을 뻗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훗."

퀴네에의 힘으로 투명한 상태로 있던 하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천칭에 손가락을 살짝 올려두고 있었다.

업보의 구슬?

선행의 구슬?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정량화하여 나타낸단 말인가.

이것은 그냥 퍼포먼스다.

"테미스, 놈의 죄질은 분명히 '형제가 한 여자를 앞뒤로 범한 것'이 맞지?"

"그렇습니다, 제우스 님. 강간을 당한 님프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두 티탄 신에게 결혼식 직전에 강간당했습니다. 심지어...사용하지도 않는 뒤까지 뚫린 채."

"음, 나락 맞네. 나중에 애들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이런 거 보면서 화가 많이 났을텐데."

애들이라함은 질서, 정의, 평화를 관장하는 호라이들로, 나와 테미스의 첫번째 세 쌍둥이다.

오르튀스 전역 이후, 나는 크로노스 군문 아래에 있는 티탄들을 정리하기 위해 그들의 악행을 정리했다.

테미스가 호라이들의 도움을 받아 죄질을 요약하고, 그것을 본 내가 최종 판단을 내리고 있다.

"...아버지가 머리 쓰다듬어주는 칭찬만으로도 기뻐하는 아이들입니다. 직접 얼굴을 비춰주셔요."

"후후, 그래. 오늘 재판이 끝나면 잠깐 들리도록 하지."

"...흥."

옆에서 하데스가 불만을 드러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단숨에 그녀를 내 위로 당겼고, 하데스는 자연스럽게 내 위에 올라탔다.

"이제는 이런 걸로 질투하면 안 되지, 동생."

"흥. 몰라요."

"어허, 그렇게 화내면 뱃속의 아이에게 안 좋다?"

"......."

하데스는 잠잠해졌다.

그렇다.

하데스는 기어이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이제 너도 아이의 엄마가 될테니 조심해야지."

"...그치만 저는 명계로 내려가야하는 걸요."

하데스의 불만에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명계!

지하세계로 불리는 이곳은 나도 왕복하는데 네다섯시간이 걸리는 아주 먼 곳이다.

즉, 하데스는 기러기 엄마가 되었다.

올림포스에 적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명계에 있어야 할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나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든 것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남들은 다 올림포스에서 오라버니랑 섹스하고, 또 여기서 같이 아이를 키울텐데."

"...그러니까 산후 조리하고 난다음, 1년이라도 여기서 있으라고 했잖아."

물론 그 불만은 하데스 스스로 선택을 내린 결과에 따른 불평이었다.

"그건 싫어요. 약속은 약속인 걸."

하데스는 명계의 여왕이 되기로 했다.

현재 나락은 평범한 존재도 아닌 티탄들이 하나 둘 주민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혹시나 타르타로스에서 탈출하는 자가 있을까 관리해야하는 이가 반드시 필요했다.

내가 지상의 주신이 된다면, 하데스는 나의 위상에 걸맞는 지하세계의 주인이 되기를 바랐다.

"넵튠 언니도 먼저 떠났는데, 저도 언제까지 여기서 있을 수는 없죠."

똑같이 바다의 주인이 되기로 한 넵튠은 먼저 올림포스를 떠났다.

"테미스 언니. 오라버니를 잘 부탁해요."

"그래, 명계를 잘 부탁해."

쪽.

"...당장 떠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너 아직 가려면 5년은 남았다? 언니랑 동생들이 낳는, 네 조카들이랑도 인사하고 가야지."

"히힛."

하데스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럼 저, 레아 어머니께 다녀올게요. 테미스도 같이 갈래요?"

"아...그래. 곧 시작이지. 레아의...육아 특강."

그렇다.

아직 오르튀스 전역으로부터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 이외의 올림포스 주역들은 지금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임신 및 육아 전공의 교수님, 레아에게 강의를 듣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가?

현재.

헤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티탄 여신들은 출산 1타강사, 레아의 명강을 듣는 중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답은 간단하다.

크로노스로부터 승리한 날.

광란의 파티를 열었고, 나는 올림포스에 있던 모든 티탄 여신과 섹스를 했다.

임신, 섹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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