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0 전후 (2) 제우스 교의 성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작은 공연장.
가운데에는 의자 하나가 놓여있고, 백금발의 한 여인이 의자에 앉아 작은 아이 인형을 안은 채, 자신을 둘러보는 여러 여인-아니 여신들에게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배워왔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부속품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당연하게도 틀린 말이었습니다. 헤라, 왜죠?"
"남자와 여자는 서로 사랑으로 맺어지는 대등한 관계이지, 누군가에게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어요."
헤라의 말에 일부 여신들이 동조했다.
하지만 다른 여신, 남자들에게 고생을 한 적이 없는 여신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질문있습니다. 저희는 제우스 님에게 종속된 이들이 아닌가요?"
"그건 제우스 님이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의 위에 제우스 님이 있듯, 제우스 님은 예외인 거죠. 그분은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이 땅에서 유일하게 여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남자입니다."
이 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모두 제우스 님께 구원을 받았습니다."
레아는 두 손을 모아 자신의 아기 인형을 어루만졌다.
"저는 제우스 님 덕분에 잃어버린 아이들을 되찾을 수 있었죠. 제우스 님이 여러분들에게 되찾아준 것이 무엇입니까? 제우스 님이 여러분들에게 가르쳐준 것은 무엇입니까? 제우스 님이 여러분들에게 알려준 것이 무엇입니까?"
"여인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여인은 사랑하는 이와 서로 사랑으로 몸을 섞을 때 진정한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같은 티탄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인식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남자들에게 당해왔던 것은 폭력적인 강간이었음을, 그리고 진짜 남녀 사이에 있어야 할 사랑이 넘치는 섹스를 가르쳐주셨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저를 되찾아주셨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나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제가 한 명의 여자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여신들은 하나 둘 제우스의 위대함에 대해 칭찬하기 시작했다.
"아아, 제우스 님...."
"전 남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분...!"
"제우스 님이랑 질척질척 섹스하고 싶다."
누군가가 본심을 드러냈다.
다들 그녀에게 눈치를 주며 헛기침을 했지만,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우스와 하고 싶다.
성욕에 불이 붙어버린 여신들을 말릴 수 있는 건 하나 뿐이었으나, 그마저도 '임신'을 해버림에 따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렌탈 제우스.
그것은 제우스를 향한 정절의 증거였으나, 제우스는 승전의 축제 이후 자신과 통정한 여신들에게서 렌탈 제우스를 모조리 제거했다.
-아이를 낳는데 괜히 잘못될 수 있다. 원하면 언제든지 가서 박아줄테니, 밤에 나의 침소를 찾아오라.
그리고 지금.
"제우스 님과 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겁니다. 저조차도 지금 당장 제우스 님에게 가서 안기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정정당당하게, 순서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아가 손뼉을 치자 헤카톤케이레스들이 여신들의 앞에 물건을 하나 놓았다.
"아이를 생각하면 렌탈 제우스를 계속 착용하는 것은 안 됩니다. 하지만 렌탈 제우스에서 끈 부분을 잘라낸, 이 '딜도 제우스'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죠."
"레아 님, 이것은 어떻게 사용하면 됩니까?"
"간단합니다. 에피메테우스, 시범을."
레아가 손뼉을 치자, 에피메테우스는 자신 몫의 딜도 제우스를 바닥에 슬며시 내려놓았다.
찌걱.
그리고 단숨에 쪼그려앉으며 딜도를 제 안에 집어넣었다.
"흐으응...."
마치 기승위를 하듯, 제우스에게 배운 그대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연한 자위였으나, 제우스의 물건과 똑같이 생긴 것을 아래에 놓고 허리를 돌리는 모습에 여신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이를 잘 낳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질이 단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제우스의 아이를 다섯 명이나 낳아봐서 아는데.... 제우스에게 개발되면 아이가 아주 수월하게 나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이 딜도 제우스를 이용하여, 앞으로 나올 아이가 아프지 않고 매끄럽게 나올 수 있게 해야할 것입니다."
모두가 굳은 얼굴로 딜도를 붙잡았다.
제우스를 위해.
그리고 제우스를 통해 낳을 자식을 위해.
"물론 바라지 않는다면 안 해도 좋습니다. 순번을 기다려서 진짜 제우스 님의 자지로 단련하겠다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오히려 제우스 님은 그걸 바라시겠지만...그래도 지금 순서상 최소 나흘에 1번밖에 못할테니까요."
딜도는 어디까지나 비상용이다.
자신의 차례를 참지 못할 때를 대비한 비상용품이다.
"알겠습니까, 모두. 제우스의 아이를 가지는 것은 축복이며, 우리 티탄에게 있어서 앞으로의 시대를 더욱 아름답게 이끌어나갈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섹스가, 출산이, 아이가 미래가 될 것입니다."
레아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위대한 섹스의 신, 제우스 님을 위하여."
* * *
그간 내가 임신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무색하듯, 나는 우리 군영에서 나를 진심으로 따르기 시작하는 여신들을 전부 임신시켰다.
넵튠, 하데스, 헤라, 데메테르, 헤스티아.
응?
헤스티아는 처녀신이 아니냐고?
그건 원전 불핀치의 그리스고, 내 K-그리스에서는 헤스티아도 임신했다.
다른 자매들도 모두 임신하는데 헤스티아만 임신을 하지 않으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사실 일부러 임신시킨 건 아니다.
그냥 승전보를 울리고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로 축제를 벌이던 도중 자연스럽게 흥이 올랐고, 올림포스 여신들은 제우스 챌린지를 벌였다.
-섹스를 하다가 제우스가 지쳐서 쓰러지는 여신이 오늘의 승리자가 되는 거야!
-꺄아아아아!!
술기운에 저지른 헤라의 말에 따라 나는 술에 취한 채 여신들과 섹스를 했다.
나의 남매 5명과 어머니 레아에 더불어 나의 아내 메티스와 테미스는 물론이거니와....
디오네, 에우리노메, 칼리오페, 므네모시네, 네메시스, 셀레네, 에오스 등 여러 여신들과 정을 나눴다.
심지어 나를 한 번 찍먹하고 떠났던 여신들도 승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나에게 한 번 더 다리를 벌렸고, 이전에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여신들도 내 승리가 확실시되자 내게 아양을 떨며 내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제우스 챌린지는 당연히 실패로 돌아갔다.
-승자, 제우스.
당연히 나는 승리했다.
섹스를 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크로노스가 가진 스퀴테의 힘까지 흡수한 나는 누구보다 강했다.
자지는 죽지 않았다.
몸이 하나로는 부족했지만, 평소에 박는 것보다 세 배 더 빠르게 움직이며 여신들을 범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모두의 안에 질싸를 했다.
하지만 질싸를 했다고 바로 임신이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전부다 임신했냐하면, 그 배경에는 내가 지금 놀아주고 있는 나의 딸들과 관련이 있다.
"꺄아아!"
모이라, 그러니까 운명을 관장하는 세 여신이 될 아이들은 내 비행기에 몹시 기뻐했다.
태어난 지 얼마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엄마 말도 잘 듣고 나쁜 놈들도 구분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었다.
"아빠, 같이 실풀기 놀이하자!"
"그래, 이번에는 무슨 실이니?"
"음...이 실이야! 짜잔!"
모이라의 첫째, 클로토는 내게 회색빛깔이 나는 실을 가져왔다.
실은 타원형 과도 같은 구체의 겉에 돌돌 말려있었고, 그 크기는 축구공처럼 생각보다 거대했다.
"이것만 풀면 다 끝나!"
"그, 그래."
나는 실의 끝을 붙잡았다.
"중간에 함부로 자르면 안 돼! 그럼 안에 있는 게 다쳐!"
"천천히 풀어야 해! 아빠는 잘 하니까!"
"우리가 공 잡아줄테니까, 계속 당기면 되는 거야!"
모이라이는 나를 응원했다.
첫째인 클로토가 공을 잡고 굴려주고, 둘째인 라케시스가 중간에서 실을 받쳐주고, 셋째인 아트로포스가 내가 풀어낸 실을 물레에 걸었다.
"얘들아."
이게 단순한 놀이라면 좋으련만....
"이 실, 왠지 모르게 스틱스 여신의 머리칼 같지 않니?"
"......."
모이라 세 자매-모이라이-는 침묵했다.
셋은 그저 나를 향해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실을 계속 풀었다.
"운명이야, 아빠."
"그러게 적당히 하지 그랬어."
"예쁜 여동생이 나올 거야. 와!"
운명의 세 여신은 내 운명을 점쳤다.
이미 세 명의 방에는 수많은 비단천이 수두룩했고, 색깔을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형색색이었다.
굳이 한 마디를 하자면, 공교롭게도 내가 크로노스로부터 승전을 거두고 임신시킨 여신들의 수와 '색깔의 수'가 똑같았다.
왜 색깔의 수라고 굳이 사족을 덧붙이냐면, 하나의 색깔에서 두 세개의 비단이 나온 경우도 있기 때문.
"정말, 미쳐버리겠군. 얘들아,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응...직접 말하는 건 안 되는데...."
"아빠는 특별하니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 아빠는 위대한 제우스니까. 뭐든지 물어봐!"
"너희 남동생은 어때?"
내 질문에 모이라이는 침묵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원형의 실뭉치에서 드레스 천과 같은 비단으로 엮은 실들을 가리켰다.
"이건 여성용이야, 아빠."
"포기하면 편해."
"아빠도 내심 바라고 있잖아. 아들보다는 딸을."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아빠는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단다."
나는 단호한 말로 모이라이들의 오해를 바로잡았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주신 제우스의 앞에 평등한 법이지."
평등은 보장한다.
"생김새, 타고난 힘, 혈통, 재산, 그 모든 것이 전부 제각각이지만...이 땅에 같은 종족으로 태어났다는 건 같잖니? 그러니까...."
단, 우위를 점할 거면 정정당당하게 침대에서 승부를 보라 이거지.
"...서로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결할 수 있는 무대에서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라는 거지. 내가 더 잘났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말이야."
물론 이 말은 모이라이 앞에서는 할 수 없다.
셋은 계속 스틱스 체모 색깔의 실을 풀어내며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 다 풀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스틱스 체모 색의 구체는 전부 풀렸다.
원형으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실뭉치는 마치 구속을 해제한 것처럼 전부 풀어졌다.
"풀면 끝이야!"
"축하해!"
"이건 여성용이 되겠네."
"하, 하하...."
모이라이는 최선을 다해 내게 운명을 알려줬다.
딸들이지만 운명의 세 여신인 만큼, 이들의 신탁은 빗나가는 경우가 없다.
펄럭, 펄럭.
독수리 한 마리가 멀리서 날아와 내 앞에 안착했다.
메티스가 기르는 독수리로, 언제 어디서든 내게 메티스의 말을 전하는 똑똑한 녀석이다.
"역시."
운명은 피할 수 없는 법.
-스틱스 여신이 어머니 레아를 찾아왔어요.
나는 또 한 명의 여신을 임신시켰다.
"잠깐 다녀오마, 딸들아."
"괜찮아, 아빠! 우리는 우리끼리 놀아도 돼."
"오늘 와줘서 고마워! 호라이 언니들한테도 전해줄게."
"우리한테는 아직 이게 자---안뜩 남아있으니까!"
"......."
아직.
모이라이의 뒤에는 수십, 아니 수백-어쩌면 수천에 이를지도 모르는 수많은 실뭉치가 가득 쌓여있었다.
아직은 아무 색도 없는 흰색이지만, 언젠가 꼭 색깔이 생겨날 것만 같은 그런 실뭉치들.
저것의 이름은 운명이라고 한다.
* * *
잠시 뒤.
나는 잿빛 머리칼의 여신, 스틱스와 마주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오, 스틱스?"
"임신했어요, 제우스."
"......내 아이지?"
"당연하죠. 내 남편은 당신이 타르타로스에 처박아버렸는 걸."
운명은 피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나의 아이를 임신한 이들은 올림포스 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