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2 메티스의 죽음, 아테나의 탄생
메티스.
헤라가 나의 취향에 딱 맞는 미녀라면, 메티스는 내가 손에 넣고 싶은 미녀였다.
언젠가 오피스룩이라는 게 만들어지면, 그건 이 여자를 위한 옷이라고 확신했다.
스타킹도, 미니스커트도, 와이셔츠도, 안경도 모두 메티스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것이 되리라.
메티스는 내가 처음으로 아무런 부담없이, 완전한 타인으로서 거리낌없이 취한 여인이다.
엄밀히 따지면 사촌지간 아니냐고?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이 어떠한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걸 메티스에게 직접 몸으로 표현했다.
할짝, 할짝.
혀로 그녀의 안을 핥을 때마다 반응이 진하게 느껴진다.
엉덩이를 일부러 아래에서 살짝 들어올리니, 메티스는 몸을 비틀며 내게서 벗어나려고 저항했다.
"어허. 가만히 있어. 남자가 후빨해주는데 영광으로 알아야지."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그리스의 올리브 중 그 어떤 남자가 여자의 애널을 써킹해준단 말인가?
그것도 크로노스를 쓰러뜨리고 모든 신들의 대장이 된 주신이 직접 얼굴을 엉덩이에 박고 리밍을 해주는데.
"메티스, 부끄러워서 그래?"
"네…."
메티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손가락 사이로 나를 내려다보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진짜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울먹거렸다.
"흐끅, 제가 못나서, 흐읏, 제우스 님이 저를 위로하려고 이런 것 까지…!"
"맞는 말이긴 한데,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거다."
전생, 한국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
그리고 현생도 인간을 상대로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
여신은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뒤에 있는 이 구멍은 그저 남자가 자지를 박기 위한 또다른 구멍이지만, 동시에 다소 부정한 구멍이기도 하다.
뒤로는 임신이 되지 않는데 안에 싼다?
그리스의 섹스는 번식을 위한 섹스가 중요시 되기에,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섹스는 순수하게 성욕을 탐하기 위한 천박한 행위로 인식되어있다.
맞다.
이건 오직 서로 성욕을 해갈하기 위한 행위일 뿐이다.
엉덩이에 박고 싼다고 임신하는 것도 아니고, 티탄 여신에게 있어 애널은 아이를 낳기 위한 보지와 달리 섹스를 위한 뒷보지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당당히 메티스의 애널을 빨았다.
'여신의 애널은 뒷보지일 뿐.'
인간 따위와는 다르다.
간혹 뒷치기를 하다가 좆이 사그라들 정도로 역한 냄새가 올라오는 그런 더러운 인간과는 다르다.
티탄 여신을 상대로 뒷보지를 핥는다?
그건 내가 이 여자를 이렇게나 사랑하고 있다는 물리적 표현의 증거가 될 터.
"메티스."
나는 벌벌 떠는 메티스의 애널에서 고개를 들어, 보지에 한 번 입을 맞췄다.
"걱정하지 말고 낳아줘.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말은...비겁해…!"
메티스의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가, 흐윽, 거부할 수 없잖아…!"
"그럼 애초에 거부할 생각이었어? 혼자서 죽는 것도 안 돼. 만약 네가 아이를 낳고 사라진다면...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나는 메티스의 배에 얼굴을 묻었다.
아이가 깃들어있는 자궁에 대고 직접 말을 전했다.
"아들일지, 딸일지. 아직 확신은 할 수 없어. 하지만 너는 운명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만약 네가 운명의 아이라고 한다면...모두가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내가 운명을 바꾸어보마."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아니, 나는 바꿀 수 있어."
나는 메티스의 배에 키스마크를 남겼다.
"나는 제우스니까. 오빠 믿지?"
"...그러니까 오빠 아니라니까. ...하아. 됐어."
메티스는 내 머리를 헝클이듯 붙잡고 자신의 아래로 내렸다.
"......이제 나도 어떻게 되는 지 몰라. 오빠만...믿을 거야."
"당연하지."
남자로서.
나는 책임감을 가지고 메티스를 품었다.
메티스가 자신이 가진 불안감을 떨쳐낼 때까지, 나는 그녀를 안고 안고 또 안았다.
* * *
메티스의 일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메티스에게 '신탁'을 내린 당사자를 찾아갔다.
"오랜만이군요, 제우스. 위대한 올림포스의 지배자여."
가이아는 나를 맞이하며 존대했다.
이전에는 나를 하대했지만, 크로노스를 쓰러뜨린 것과 올림포스의 지배자가 된 것에 나를 존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이아. 오늘 방문은 메티스에게 내린 예언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조금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습니까?"
가이아는 눈짓으로 티테이블을 가리켰다.
노골적으로 나와 차를 한 잔 마시며 티타임을 가지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눈치없이 나가기로 했다.
"지금은 조금 바빠서요."
오르튀스 전역 이후, 나는 섹스할 시간 조차 줄여가며 일을 해야만 했다.
물론 '일'로서 섹스를 하기도 했지만, 내가 원하는 여인과 개인적으로 섹스를 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에오스,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지?"
"아…넵튠 님의 요청으로 협곡 쪽에 있는 정체불명의 괴물을 처치하기로 했어요. 하, 한 잔 정도는 마시고 가도 괜찮을…."
"그렇군."
나는 단숨에 내 앞에 놓인 차를 입에 털어넣었다.
입안이 델 정도로 뜨거웠지만, 티탄 신의 회복력이면 금방 낫는다.
"한 잔 잘 마셨습니다, 가이아 님."
"...정말 바쁜 모양이군요."
"예. 너무나 많은 놈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두다보니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졌습니다. 당분간은 바쁘게 뛰어다녀야겠죠."
허리도 바쁘게 움직이고.
나의 자식들이 태어나 올림포스의 일을 도와줄 시기가 되면, 그 때는 비로소 옥좌에 앉아 떵떵거리며 삶의 여유를 챙길 때가 될 것이다.
"메티스에게 내려진 예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가이아 님께서 메티스에게 한 예언, '메티스가 아들을 낳으면 올림포스의 주신 자리를 빼앗을 것이다'는 예언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제우스."
가이아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위대한 제우스의 힘과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지혜로운 여신의 아들입니다. 그대의 힘과 메티스의 지혜가 하나로 합쳐졌으니,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신이 되겠지요."
"만약 아들이 아니라 딸이 태어나면요?"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걱정되십니까, 제우스?"
가이아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크로노스처럼 해도 될 겁니다."
"지랄."
"...뭐라고요?"
아차.
나도 모르게 쌍욕이 튀어나왔다.
내 뒤에서는 가이아를 상대로 험한 말을 지껄인 것에 에오스가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기겁했다.
"지금 내 자식을 나보고 먹어치우라고 한 겁니까? 크로노스가 어머니 레아를 괴롭게 한 것처럼? 자신의 옥좌가 빼앗길까봐 두려워서?"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아닙니다, 가이아. 나는 설령 아들이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내 자식을 사랑으로 키울 겁니다. 메티스의 아들이고, 내 혈육이니까요. 아니, 아예 예언을 가르쳐주고 키우도록 하죠. 언젠가 너는 내 자리를 빼앗을, 아니 이어받을 정당한 후계자라고. 그리고 올림포스가 융성하여 황금기를 맞이하는 그 날, 주신의 자리를 넘겨주고 어디 작은 집에서 오붓하게 노후를 보내면 되겠군요."
"제우스, 당신은 도대체…?"
가이아는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휘청거렸다.
"어떻게...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놀란다.
당연할 것이다.
남편인 우라노스부터 자식인 크로노스, 그리고 가이아의 수많은 피조물들 전부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 혈육을 죽이고 자식을 죽이는 치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내 자식에게 양위한다고, 사실상 빼앗기는 걸 묵인하겠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메티스를 사랑하고, 메티스의 아이도 사랑하니까."
나는 담담히 내 마음을 밝혔다.
"그러니 가이아 여신이시여, 부디 도와주십시오. 당신께서는 메티스가 조언을 구하는 유일한 분 아닙니까. 만약 메티스가 당신께 자기가 죽느니 마니 이야기를 한다면...그저 그렇게 전해주십시오."
나는 가이아의 두 손을 잡으며 당부했다.
"그저 남편 제우스를 믿으라고. 설령 몰락이 확정된 미래라도, 나는 당신과 당신의 아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제우스...당신은….어째서…?"
가이아는 내 두 손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어째서...이렇게 늦게 태어난 거니…?"
".......그 또한, 운명이겠지요."
크로노스와 레아의 자식으로서 태어나는 것이 내 운명이라면.
"가이아 님."
가이아의 예언대로 나와 메티스의 아들이 나의 자리를 찬탈하는 존재라고 한다면.
"아들 이름 중 하나를 골라주십시오. 아서스가 좋겠습니까, 아니면 크레토스가 좋겠습니까?"
가이아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 * *
결국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달빛마차를 알아서 달리게 만든 에오스의 허벅지에 머리를 이고 누웠다.
"운명이라."
"제우스 님. 정말로 아들이 태어난다면...그에게 올림포스의 정상을 넘겨주실 건가요?"
"물론. 왜?"
"그야...제우스 님께서 그렇게 힘들게 얻으신 자리인 걸요."
"힘들게 쟁취한 자리이니까 내가 순순히 내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거지."
나는 에오스의 가슴을 아래에서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녀석은 나같은 고생하지 않게, 그냥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의 왕으로 군림하기를 바랄 뿐이야."
"정말...이러니까 다들 반하죠."
에오스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방긋 웃었다.
"섹스하실래요?"
"제안이냐? 네가 하고 싶어서 유혹하는 게 아니고?"
"후후후, 그럼 가만히 누워계셔요. 제가 알아서 위에서 허리를 흔들테니까. 부착형 제우스 님을 상대로 연습한 허리 놀림을…."
끼요오옷.
멀리서 독수리 한 마리가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올림포스로부터 날아온 녀석은 다급한 날갯짓으로 자신의 발목에 묶인 편지를 건넸다.
"저건...메티스의…?"
나는 급히 일어나 편지를 펼쳤다.
에오스는 고삐를 쥐고 올림포스로 말들을 달리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유피테르에게.]
메티스의 편지였다.
[상의도 없이 저질러서 미안해요. 당신이 자주 그랬잖아요, 허락보다 용서가 더 쉽다고. 용서해줘요, 제우스.]
"이, 이게…!"
나는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메티스는 뭔가 큰 일을 저지른 게 틀림없다.
메티스의 성향상, 이 편지는 이미 자신이 모든 행위를 마치고 난 뒤에야 내게 전하는 것일테니.
"메티스!!"
올림포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새벽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황급히 메티스의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응애, 응애.
안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웅성거리는 여신들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
그곳에는 여아가 있었다.
메티스를 똑 닮은 아기가 헤스티아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메티스는 너무나 고요한 얼굴로 누워있었다.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상태로, 그녀는 무표정한 채 누워있었다.
"메티스…?"
사라락.
내가 손을 뻗자마자, 메티스는 가루가 되어 바스라졌다.
마치 안에 있던 것이 모두 빠져나가고 남은 껍질이 굳어 가루가 된 것처럼, 그녀는 수의와도 같은 하얀 드레스만 남긴 채 바스라졌다.
"윽, 크윽…."
머리가 아프다.
갑자기 눈앞이 어지럽고, 가슴 안쪽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다.
"메티스…."
"...딸에게 모든 힘을 넘겨줬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헤스티아의 말에 나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메티스였던 것의 앞에 무릎을 꿇고, 나는 한참 메티스의 흔적에 손을 뻗었다.
"...떠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말해줄 걸."
나는 메티스의 입술이 있던 곳 위로 키스했다.
"사랑하오, 메티스."
나란 새끼, 병신새끼.
"아빠. 나 죽은 줄 알았을 때 그렇게 슬펐어?"
"조용히 해라, 아테나. 궁디팡팡 당하고 싶냐?"
"그치만 아빠 그 때 울었던 거, 아직도 기억나는 데? 사랑하오, 메티스...아얏! 갑자기 하는 게 어디있어…?!"
"시끄럽다. 너도 말 안하고 다시 태어났잖아. 야, 메티스. 허락 없이 안에 쌀게."
"그, 아, 안 돼…! 나, 나는 메티스가 아니라...아테나거든…!"
"안에 쌀게, 아테나."
"......♡"
편지를 끝까지 읽었다면, 그런 개쪽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메티스는 아들을 낳지 않기 위해, 아테나로 다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