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6 정실결전 (1)
호외.
제우스는 정실을 지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신들에게 자신을 꼬셔보라고 선언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이 올림포스 각지로 전해지자, 여러 여신들은 제우스의 말을 곰곰이 곱씹고 분석하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제우스는 왜 자신을 꼬셔보라고 한 것인가?
올림포스의 안주인, 정실부인으로서 가진 역할이 무엇이길래 제우스를 혹하게 만드는 것이 정실의 조건이라고 한 것인가.
아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냐면 정실 부인의 자격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떤 한 여인을 생각해봤을 때 가장 쉽게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수많은 여인들 중에서도 굳이 님프로 태어난 티탄, 메티스를 정실 부인으로 받아들였다.
메티스의 소실로부터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제우스는 아테나를 중용하며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했다.
혹시 제우스는 아직도 메티스를 잊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올림포스의 주인으로서 정실 부인의 자리는 언제까지 비워둘 수는 없는 법.
그러니까 여신들에게 자신을 꼬셔보라고 말한 게 아닐까?
여신들은 제우스의 말뜻을 파악하고, 몇 가지 결론을 내렸다.
나를 꼬셔봐라.
그것은 즉, 내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메티스에 대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다른 여자에게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제우스의 SOS 신호였던 셈이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다들 그렇다고 하던데요, 오빠."
헤스티아는 나와 함께 화로의 불을 다스리며, 여신들의 동향에 대해 간단히 알렸다.
"오빠가 의미심장하게 말해서 다들 오해한 거 아닐까요?"
"별달리 의미심장하게 말하지 않았는데."
"오빠는 그냥 말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 만으로도 무게감이 있으니까요. 오빠의 속마음을 알면 다들 놀랄 걸요? 윽, 이게 올림포스의 최고신? 이러면서."
"...헤스티아, 너는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
나는 헤스티아에게 손을 뻗어 볼을 양손으로 꾹 눌렀다.
"내 정체를 알아챈 이상 살려둘 수 없다."
"어머, 드디어 형제들도 숙청하는 잔인한 주신이 되기로 하신 건가요? 아니면 좋아 죽게 만들려고 하시는 건가요?"
"당연히 후자지."
나는 헤스티아를 번쩍 들어올렸다.
남색의 머리칼에 로브를 입고 있어 그다지 드러나지 않지만, 헤스티아도 분명한 거유다.
"일하는 중에는 안 돼요."
헤스티아는 내 이마를 검지로 누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중에 순번 돌아오면 그 때 침대에서 뵈어요. 지금 하는 건 규칙 위반이니까."
"안 되는데. 나 지금 섰는데?"
"그럼 빼드리면서 이야기를 해요."
헤스티아는 섹스 대신 대딸을 해주겠다며 나를 앉혔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의자에 앉았고, 헤스티아의 이어진 행동에 기겁을 했다.
스륵.
헤스티아는 맨발로 내 자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발가락과 발바닥을 이용해 자지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헤스티아, 너…?"
"손은 화로를 만져야하니까요. 입은 말을 해야하고. 가슴으로 하면 화로가 흔들릴 위험이 있지만…이렇게 발로 하는 건 문제 없잖아요?"
찡긋.
헤스티아는 윙크를 하며 화로 안에 타오르는 불을 쇠꼬챙이로 눌러 불을 더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이곳에 있으면 화로를 통해 곳곳에서 펼쳐지는 일을 뭐든지 알 수 있죠. 제우스 님이 이 화로를 저한테 맡긴 이유도 제가 함부로 밖에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죠."
헤스티아는 누구보다도 입이 무겁다.
그래서 나는 헤스티아에게 화로, 그러니까 '불 그 자체'를 관리하도록 역할을 부여했다.
티탄 신은 불꽃을 통해 무언가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불꽃은 각지에 피워진 불꽃과 동기화가 되어 있어, 외적의 침입을 올림포스에서 금방 알 수 있는 봉화와도 같은 물건이다.
그리고 다른 곳을 볼 수 있는 불꽃은 비단 그리스 외곽 뿐만이 아니다.
바로 이곳, 올림포스 내부에서도 올림포스의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훤히 엿들을 수 있다.
"정실 문제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하자면...다들 그런 생각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더라고요. 제우스 님이 잘생겨서. 제우스 님이 나를 구원해주셔서. 제우스 님이 올림포스의 지배자라서. 제우스 님의 섹스가 좋아서. 그런 모든 이유를 다 아울러서 정실 부인이 되겠다고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섹스."
찌걱.
"맞아요. 섹스죠."
헤스티아는 발가락으로 내 귀두를 붙잡고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정실 부인이 되면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섹스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사실이기도 하고."
"그건 그렇지."
메티스가 사라지기 전.
정해진 날짜에 섹스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내가 내 자의로 여자를 안은 횟수 중 지분을 따져보면 메티스의 지분이 상당하다.
하루에 10번의 섹스를 한다면, 그 중 한 번은 무조건 메티스와 하는 경우가 많았다.
메티스가 원해서 할 때도 있었고, 내가 원해서 할 때도 있었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빠르게 질싸만 한 다음 내 정액을 뱃속에 넣고 회의장에 들어간 때도 있었다.
딱히 정실 부인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메티스가 매력적인 여자라서 내가 섹스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즉, 정실 부인은 제우스에게 인증받은 매력적인 여인으로 제우스와 시도 때도 없이 하는 섹스가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라서 딱히 정정할 필요가 없는 오해다.
"그래서 다들 정실 부인이 되고 싶어해요. 축하해요, 오빠. 권력도 무엇도 아닌, 오직 순수하게 오빠의 사랑을 더 많이 얻고 싶어서 정실이 되고 싶어하는 여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거요."
"너는 어때?"
"...흥."
헤스티아는 그저 조용히 웃기만 했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 발가락을 좌우로 크게 벌려, 내 자지의 좆대를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여신들이 최종 우승 후보로 점치는 사람들이 세 명 있어요. 누군지 아세요?"
"누구?"
"헤라, 데메테르, 그리고 헤스티아."
"다 내 여동생들 아니냐?"
본인 포함.
헤스티아는 쿡쿡 웃으며 시선은 화로에, 발로는 내 자지를 애무하며 말을 이었다.
"맞아요. 사실 더 큰 위협이 되는 분이 두 명 있지만, 둘은 올림포스의 안주인이라기보다는 바깥의 지배자들이죠."
"그건 맞지."
넵튠과 하데스.
각각 바다와 지하 세계의 지배자로, 이들이 올림포스의 안주인이 된다는 건 상당히 어색하다.
올림포스의 안주인은 항상 올림포스에 있어야 한다.
넵튠이나 하데스는 올림포스보다 자신이 다스리는 영지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더 많기에, 안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여건이 안 된다.
그래서 헤라와 데메테르, 그리고 헤스티아가 순위권으로 올라온 모양이다.
"티탄 신은 피가 가장 가까이 이어져있을수록 더 강하고 우수한 아이가 나오게 되죠. 반반으로 섞인 피가 다시 함께 모여 섞일 때, 강한 티탄이 태어나는 법이죠. 후후."
"그래서 내 여동생들이 우승후보다?"
"네. 객관적으로 봐도...저희가 다른 여신들에 비해 밀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헤스티아의 눈초리가 진지해졌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오빠. 헤라나 데메테르 언니라면, 우리 자매 중 한 사람이라면 저는 인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만약 오빠가 마음 속에서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찌걱.
"제가, 오빠를 꼬시겠어요."
헤스티아는 두 발로 내 자지를 좌우로 꾸욱 눌렀다.
"제 입장은 그래요. 최소한 우리 자매들 중에서 정실이 나와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라도 나서서 오빠의 마음을 돌리겠다."
"...잘 알았다, 헤스티아."
헤스티아의 당찬 포부는 잘 파악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녀의 도움을 받아 다른 여신들의 동향을 파악할 차례.
"헤스티아, 너는 이번 일로 행여나 급발진을 하는 여신이 있나 잘 살펴다오."
"급발진이요?"
"그래. 갑자기 말이 놀라서 달려나가는 것처럼, 이번 정실 선정에 있어서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상대를 음해하는 자들…악성 보지들을 걸러낼 절호의 기회다."
"풋."
헤스티아는 다소 진심으로 웃은 듯 했다.
"악성 보지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알겠어요. 오빠의 호의를 가지고 이용하려는 여자를 솎아내려는 거죠?"
"그래. 정확히 알고 있구나."
나는 헤스티아에게 보험을 들고자 했다.
"정정당당하게 보지로 승부를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여자가 있다면 아주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겠지. 예를 들어서 독으로 사람을 아프게 한다거나, 머리카락을 몰래 잘라버린다거나, 얼굴에 상처를 입힌다거나, 그래…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행을 저지른다거나."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느껴도 모자랄 임산부 시기에 레아의 임신 특강 교육을 귀담아듣지 않고 흑심을 품는다?
올림포스에서 축출해야한다.
나는 여자들이 많은 곳에서 우두머리인 내가 구심점을 잘 잡지 않으면 집단이 어떻게 되는 지 잘 알고 있다.
티탄도 여자다.
"후후, 오빠도 참. 그런 걱정은 마세요. 지금 오빠의 아이를 품은 여신들, 오빠의 생각 이상으로 더 순하고 착한 여신들이니까."
"응?"
"독살이나 그런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아요. 그랬다가는 오빠에게 밉보여서 쫓겨날 거라는 걸 아니까. 그런 행동을 머릿속으로 생각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거나 하는 바보는 없을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정정당당하게 여자의 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래. 마침 슬슬 일도 마무리되어가고 있겠다, 앞으로 하루에 한 명씩, 애들 임신하기 전에 데이트를 해야겠군. 둘이서 오붓하게 연인으로서 시간을 가져봐야겠어."
"오붓하게...연인?"
"그래. 같이 손을 잡고 산책도 하고, 도시락을 싸서 꽃이 피는 숲을 거닐며 꽃놀이도 가고. ...왜 그래?"
헤스티아는 눈을 끔뻑거리며 놀랐다.
얼마나 놀랐냐하면, 방금 막 사정 직전까지 차올랐던 내 자지를 어루만지던 발조차 멈출 정도였다.
"내가 한 말이 이상하니?"
"...아뇨, 오빠는 정말 예상하지 못한 말씀을 하시네요."
메티스와는 자주 둘이서 데이트를 하고는 그랬는데, 아무래도 이 세계에는 연인끼리 꽁냥거린다는 것 자체가 없는 듯 했다.
하긴,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덮치고 다리 벌리게 만드는 세상인데 데이트 따위가 있을쏘냐.
'매번 섹스만 하는 것도 물려.'
때로는 옛날 느낌도 살리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오빠."
"응?'
"그 데이트라는 거 하시면서...결국 섹스하려고 하는 거 아녜요?"
"......."
어떻게 알았지.
"음...정실 자리는 솔직히 욕심 없는데, 데이트라는 걸 하고 섹스하는 건...조금 특별할 지도? 오빠, 데이트 해요, 데이트."
나는 그만 헤스티아의 의욕에 불을 붙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