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7 정실결전 (2)
헤스티아가 제안한 데이트.
그녀는 자신이 데이트를 제안했지만, 정작 데이트라는 게 뭔지 몰랐다.
당연히 내가 현생의 용어를 그대로 들고 온 경우라, 헤스티아는 내게 데이트에 관한 모든 것을 일임했다.
'괜찮을까?'
현대와 달리 이곳 올림포스는 데이트 코스가 한정적이다.
그래서 나의 기억을 되살려도 거의 70%는 쓸모가 없어지고 만다.
하지만 데이트를 기대하며 화로의 방에서 나오기까지 한 헤스티아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코스를 정하고, 장소를 정하고, 또 장소에 따른 준비물도 정했다.
"일단 식당에 잠시 들릴까."
"식당이요?"
"응,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걸 챙기게."
음료는 넥타르를 챙긴다고 해도, 모처럼 데이트를 나가는데 암브로시아를 챙길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니 모처럼 실력을 발휘하여 가볍게 요리를 할 차례다.
그래서 나는 헤스티아와 식당에 왔는데….
"흥, 흐흥, 흥~"
식당, 부엌에는 데메테르가 화덕을 이용하여 빵을 굽고 있었다.
대지의 기운을 짙게 이어받은 그녀는 농경의 신으로서 땅에 세례를 내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끝나기에, 이렇게 짬이 나는 시간에는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즐기고는 했다.
"어머, 오빠. 헤스티아까지? 어떤 일이죠?"
"어...그러니까 그게…."
"오빠랑 데이트가기로 했어요. 언니도 같이 가요."
"데이트?"
헤스티아는 데메테르를 동료로 영입했다!
나는 데메테르에게 데이트에 대해 설명했고, 데메테르는 앞치마를 풀어헤치며 바로 손을 털었다.
"가볼까요, 그 데이트란 거!"
"...원래 데이트는 1:1로 하는 건데."
"괜찮아요, 저는. 오히려 데메테르 언니랑 같이 있으니까 더 좋은 걸요."
"헤스티아…! 역시 당신은…!"
데메테르는 헤스티아를 안으며 기뻐했다.
우리 남매가 서로 다투는 일은 잘 없지만, 특히 헤스티아와 연결된 경우에는 더 잘 싸우지 않았다.
헤스티아가 본래 태어났다면 '큰누나'의 자리를 잡고 있었을 것이며, 그 성향이 어쩌면 지금의 헤스티아의 인자하고 자비로운 성격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다.
"아...그런데 오빠, 저는 괜찮아요. 헤스티아가 권유한 거니까, 저는 다음에 따로 할게요."
그리고 데메테르도 인자하다.
데이트라는 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기 자신이 끼면 난감해진다는 걸 알고 빠지려 하는 배려심이 돋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에 따로'라는 단서를 달기도 하는 약삭빠름을 보였다.
"괜찮다. 둘 다 같이 하도록 하지. 오히려 데메테르가 있어서 좋아. 마침 가려고 하는 곳이 네 축복이 있으면 더 좋은 곳일테니."
"네…?"
"가기 전에 일단 나를 도와다오. 오랜만에 지상의 음식을 먹어보지 않겠니? 내가 직접 만들어주마."
자고로 요리하는 남자가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법.
뭐? 부엌은 여자의 영역이 아니냐고?
원래 여자 꼬실 때는 부엌에서 요리도 좀 하고 밖에 나가면 고기도 좀 굽고 해야하는 법이다.
여자는 자기가 손 끝 하나 안 건드리고 가만히 앉아서 남자가 해주기를 바라는 성향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성향을 뛰어넘어, 내가 해주겠다는데도 스스로 나서서 뭔가를 해주려는 여자가 있다면….
"오빠, 저희도 도울게요. 얇게 자른 고기랑 샐러드…? 후후, 이건…."
"오랜만에 동굴 생활이 떠오르게 하는 구성이네요. 오빠 만들려는 거 그거죠? 저희한테 예전에 해주셨던 샌드위치라는 거."
"그래."
이렇게 솔선수범해서 돕는 여자가 있다면, 다른 놈이 채가기 전에 붙잡아야 하는 법.
나야 내 품에 넣은 채 어디 다른 자에게 시선 돌리지 않게 단단히 붙잡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줄 필요가 있다.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어장 안에 들어온 물고기라고 해서 먹이와 관심과 애정을 주지 않으면 물고기는 어장에서 도망치는 법이다.
사각, 사각.
"오빠, 이 고기 어때요? 하데스 언니가 오는 길에 잡은 사냥감이래요."
"좋지. 구우면 먹기 부담스러우니까 삶자."
"삶아요? 오빠는 굽는 거 좋아하잖아요. 이리 주세요, 금방 제가 구워드릴게요."
우리는 잠시 부엌에서 즐겁게 요리를 만들었다.
"윽...이건 안 넣으면 안 돼요?"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면 넣거라, 데메테르."
"뱃속의 아이도 이건 싫어할 것 같은데요."
"넣어. 혹시 알아? 나중에 이게 뭔가 색다른 거랑 섞여서 엄청 맛있는 음식으로 태어날 지."
간단한 요리지만 셋이서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과거 동굴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 됐어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냥 바구니에 넣으면 돼. 따라와."
둘이 요리를 하며 맛을 보는 사이, 이미 돗자리는 내가 챙겼다.
나는 둘을 데리고 산 정상의 올림포스 신전을 내려와 산 중턱, 티탄 여신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작은 샘에 방문했다.
이곳은 바로 과거 포세이돈이 넵튠이 되었던 그 샘이다.
다른 티탄 여신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성역과도 같은 곳이기에, 데메테르와 헤스티아는 상대적으로 올림포스 산의 원형이 그대로 보관된 샘에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예쁘다…."
"앉자."
나는 돗자리를 펼쳐 바구니를 가운데 내려놓았다.
그리고 둘에게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다.
"응? 왜 그래?"
"...오빠가 여러모로 취향이 독특한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걸 원할 줄은."
"미안해요, 언니. 설마 이런 걸 원하는 줄은 몰랐어요."
"아냐, 둘이니까 용기를 내자. 우리는 할 수 있어."
"네…. 후우, 설마 이런 식으로 하게 될 줄은…."
"너희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이야기를 나누는 둘이 다소 이상했다.
"내가 뭐 여기서 너희를 덮치기라도 할까봐."
"...아니예요?"
"어…. 혹시 저희 오해한 건 아니죠? 오빠가 저희 야외에서 알몸으로 벗기는 줄 알고 한 말인데…."
"그게 아니야."
안 벗길 생각은 아니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고 스틱스 강에 맹세하라고 하면 결코 못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주 목적이 아니다.
"나는 그냥 너희들과 같이 꽃을 보러 온 것 뿐이야. 이리 와봐."
나는 둘에게 내 옆 자리를 두드렸고, 둘은 미심쩍은 눈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와락.
나는 둘을 안고 바로 돗자리 위로 누웠다.
둘을 다치지 않게 등허리를 두 팔로 받치며 나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맑다."
"올림포스는 오빠 덕분에 언제나 맑으니까요."
"가끔 비가 오는 날도 있기는 하지만...그거야 뭐 그것 나름대로 보기 좋죠."
"그래. 가끔은 이렇게 신선한 공기 마시면서...이야기나 같이 나누자고. 지금까지 우리 엄청 바쁘게 달려왔잖아."
동굴에서 있었던 시간부터 크로노스를 축출하고 난 뒤도 우리는 쉴 틈이 없었다.
지옥불반도에서도 명목상으로는 주 5일 근무를 보장하는데, 나는 주 5일은 커녕 쉬는 날이 따로 없을 정도로 매일매일 일을 하며 살아왔다.
섹스라는 마음의 안식처가 없었다면, 아마 진작에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 때때로 이렇게 느긋하게 쉬는 것도 좋지."
"...그러게요."
데메테르는 내 팔에 머리를 이고 눈을 감았다.
헤스티아 또한 마찬가지로 반대편에서 내 어깨에 머리를 놓았다.
"동굴에서도 이렇게 느긋하게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너희 둘."
나는 둘의 배로 시선을 내렸다.
"슬슬 아이 낳을 때 안 됐어?"
"아, 이거요?"
둘은 출산이 임박한 것 치고는 배가 전혀 부풀어오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내가 둘을 상대로 임신시키지 않았나 생각이 될 정도였다.
"아테나가 가르쳐줬어요. 어차피 티탄 신에게는 다른 장기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배가 부풀어오르는 대신, 다른 장기가 한계까지 압축되도록 만들었어요."
"임산부지만 임신한 거 같지 않은 모습...히힛. 오빠는 어느 쪽이 좋아요?"
"나?"
그야 당연히….
"너희랑 아이들이 아프지 않은 쪽으로."
아름다움을 위해 아이와 산모의 몸에 악영향을 준다면 그건 마이너스다.
아테나가 가르쳐준 것이니 어련히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있다.
"예뻐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몸 조심해. 너희는 가만히 있어도 예쁘니까."
사실이다.
이 둘이 화장을 안하고 생얼로 현대에 떨어진다면, 아마 SNS 스타를 넘어서 연예계를 얼굴로 평정했을 것이다.
"...오빠는 가끔가다 보면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거리낌없이 한단 말이죠."
"그게 사실인 걸."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니까...저희가 더 이렇게 되잖아요."
스윽, 스윽.
헤스티아부터 먼저 내 다리 위로 자신의 다리 하나를 올렸다.
그리고 데메테르도 내게 가슴을 딱 붙이며 다리를 내 허벅지 위로 올렸다.
"원래 밖에서 하는 건 태양 아래에서 하기는 좀 그렇지만…."
"오빠가 있으니 알아서 피하겠죠. 후후."
야외에서 하는 건 헬리오스에게 걸릴 염려가 있다.
하지만 헬리오스도 딱히 나와 내 여동생들의 정사를 보고싶어하지 않을 터.
만약 그랬다가는 동생들인 셀레네와 에오스에게 크게 경을 칠 것이다.
"...좀 더 꽃 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어머, 그러면 여기 있는 꽃들을 구경하시면 되잖아요?"
"이 초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들을 취해보시겠어요?"
데메테르와 헤스티아가 함께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나는 좀 더 이곳에서 햇살을 즐기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제우스는 나를 재촉하며 당장이라도 움직이라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임산부들 상대로 격하게 못하는 거 알지?"
"격하게 안 해도 돼요."
"저희는 오빠랑 이렇게 있는 것 만으로도…행복하니까."
뭉클.
나는 둘의 가슴을 만지며 몸을 일으켜세웠다.
꽃밭.
두 여동생과 나는 3P로 즐겼다.
'이게 야스지.'
야외섹스.
* * *
그 시각.
헤스티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화로에는 한 여인이 조용히 화로 앞에 앉았다.
"...후."
오직 제우스가 지정한 이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이 화로의 방에 들어온 여인이 누구인가?
바로 헤라다.
헤라는 헤스티아가 앉는 자리에 앉아, 화로의 불을 능숙하게 다루며 불길 속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헤에."
그리고 그녀는 금방 찾아냈다.
꽃밭.
돗자리 하나를 깔아두고, 두 명의 여인을 동시에 안으며 셋이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이들을.
-오빠, 아앙.
-아앙.
데메테르, 헤스티아, 그리고 제우스.
셋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헤라는 손으로 턱을 괴었다.
"후후…."
헤라는 그저,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