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9 제우스의 자식들 (4) 아레스, 그리고
"하아."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짐승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일을 아직도 하고 있다.
모든 동물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파악했고, 오빠인 프로메테우스와 함께 매번 사흘 밤낮을 토론하며 동물들에게 필요한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고민하여 동물들이 꼭 필요한 것들을 주었다.
숫사자에게는 갈기를.
곰에게는 웅담을.
벌에게는 꼬리에 침을.
각 동물들이 각자 필요로 하거나 이 동물에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하나씩 쥐여줬고, 동물들은 모두 만족했다.
수 년 동안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은 동물들은 수천 종에 이르렀고, 에피메테우스는 자신이 달아준 것들을 달고 초원을 누비는 동물들을 바라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하아."
하지만 에피메테우스는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준다고 다 주고 나니까 '인간'에게 줄만한 것이 없었다.
사자처럼 빠른 다리를 줄까?
아니면 곰처럼 강한 힘을 줄까?
그도 아니면 고양이의 꼬리를 달아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은 뭔가 주기에 애매했다. 그래서 뒤로 미루고 미루다보니, 다른 동물들에게 주고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졸지에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줄 게 없어지고 말았고, 에피메테우스는 자신의 실책에 우울해졌다.
"힝…."
제우스는 누구보다도 가장 인간을 신경쓰는 티탄이다.
칼리스토의 건만 하더라도 그가 얼마나 인간을 애지중지하는 가 여실없이 보여줬고, 에피메테우스는 그런 인간에게 아무것도 줄 게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즉, 자신의 실수를 알면 제우스가 크게 경을 칠 것이다.
"섹스 안 해주시면 어떻게 하지…."
제우스의 벌은 상냥하다. 타르타로스에 처박아버린다거나, 죽지 않는 몸을 죽을 때까지 고문하거나 죽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제우스는 여신들에게 무엇보다도 끔찍한 형벌을 내린다.
잘못을 하면 섹스를 해주지 않는다.
제우스는 좆으로 올림포스의 권력을 공고히 했고, 여신들은 제우스의 좆맛을 잊지 못해 올림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오르튀스의 티탄 여신 중 가장 처음으로 제우스의 자지를 맛 본 여신으로서,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자지로부터 오는 심리적 구속이 어떤 건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기까지 고작 일주일.
오빠인 프로메테우스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나섰다. 에피메테우스는 그런 오빠가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중이었다.
아항….
"응?"
멀리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에피메테우스는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처음 보는 시설이 으슥한 곳에 있었다.
"여긴…안마방? 도대체 무슨."
에피메테우스는 안마방이라는 곳을 훑었다. 각각 요람처럼 큼지막한 의자는 30도 정도 뒤로 눕듯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의자가 있었고, 의자의 위에는 사람을 가려주는 암막이 펼쳐져 있었다.
아항, 하아앙…..
암막이 펼쳐진 곳에서만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여신들이 안에 들어가있음이 틀림없었다. 에피메테우스는 자신이 동물들과 드잡이질을 하는 사이 생긴 새로운 시설에 흥미가 생겼다.
위이잉.
에피메테우스는 의자에 몸을 눕혔다. 정확히 자신을 감싸는 푹신한 감각에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찌걱.
"...에?"
그리고 결박되는 사지와 전신에 기겁했다. 아래쪽이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더니, 드레스를 좌우로 벌리면서 익숙한 감각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이거 설마…."
위잉, 철컥.
에피메테우스의 위로 암막이 펼쳐졌다. 그리고 암막 안쪽에는 자신을 향해 정답게 내려다보는 제우스가 수놓아져있었다.
찌걱, 찌걱.
"아, 아아…!"
아래에서 느껴지는 익숙하면서도 뜨거운 감각. 이것은 분명 어디서든 제우스다. 그리고 눈앞에는 제우스의 모습이 있다.
"이래서 다들, 흐끅, 하아아…."
에피메테우스는 조용히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그녀는 전신이 정화되는 듯한 감각에 눈을 감았고, 연신 몸을 떨었다.
"이걸 만든 사람...도대체 누구….!"
헤파이스토스.
그녀는 여신들의 신이 되었다.
* * *
"성공적입니다. 다들 만족하고 있어요."
헤파이스토스의 안마의자 덕분에 많은 여신들은 이것 저것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목적 자체가 여신들의 위로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원래 내가 생각했던 안마의 기능도 포함되어 충분히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들 부럽네. 우리 집에도 안마의자 하나 놔둬야겠어."
"너는 황금 의자 있잖아."
"그건 안마 기능이 없잖아."
"어허. 왜 없다고 생각하실까?"
나는 헤라를 번쩍 들어 내 위에 앉혔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가슴과 배를 주물럭거리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헤라를 위한 전용 안마의자. 어때?"
"흥. 좆이나 세우지 말고 이야기하시지?"
"헤라만 보면 좆이 서는데 어떡해?"
"...그럼 넣으시든가."
찌걱. 나는 자연스레 헤라의 안에 자지를 집어넣었다. 헤라는 다른 여신들처럼 내 자지를 음미하며-물론 헤라는 찐자지지만-천천히 호흡했다.
"빨리 끝내. 좀있으면-"
"엄마! 아빠!"
"!!"
헤라가 보지를 꽉 조이며 놀랐다. 나는 급히 두손을 헤라의 배로 당기며, 헤라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아. 아레스니?"
"네!"
아레스.
헤라의 차녀는 헤라와 판박이였다. 정확히는 헤라가 태어난지 반년쯤 지났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왈가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솔직히 말해서 개차반-
'적발 트윈테일이면 말 다했지.'
아레스는 헤라와 다를바 없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단, 가슴 빼고. 상대적으로 아담한 가슴에 트윈테일까지 하고 있으니, 여러모로 전생에서 주변 친구들이 '츄라이 츄라이'하던 만화 캐릭터들이 생각나는 외형이었다.
"아빠, 저 정했어요!"
"뭘?"
"저는 전쟁의 여신이 될 거예요!"
헤라가 보지로 한숨을 내쉬는 게 느껴진다. 자지를 집어넣은 중이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헤파이스토스에 이어 남자의 영역으로 알려진 분야의 신이 되겠다고 하니 살짝 짜증이 일어난 듯 했다.
"네가 전쟁의 여신이라고?"
"네!"
"...그래, 하고싶은 대로 하렴."
의외.
헤라는 순순히 아레스가 전쟁의 여신이 되는 걸 허락했다.
"진짜지!? 엄마, 사랑해!!"
"...흥."
헤파이스토스와 달리, 아레스는 애교가 넘치는 아이였다. 마치 헤라가 옛날에 오빠랑 결혼할 거라고 하던 때가 떠올라 절로 흐뭇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명심해. 네 위에는 항상 아테나가 있다는 걸."
"......."
헤라는 아레스의 자존심을 긁었다. 아마 일부러 쓴소리를 하려고 작정한 듯 했다.
"네가 진정으로 전쟁의 여신이 되기 위해서는 언젠가 아테나를 넘어설 필요가 있어. 알겠지?"
"물론이야. 아테나 언니, 내가 반드시 이길 거야."
아레스는 아레스대로 아테나에게 자격지심과 호승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게 언제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모르는 일.
"아레스, 잠깐 이쪽으로 와볼래?"
"여보…!"
나는 아레스를 불렀고, 헤라는 화들짝 놀랐다. 아레스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다가왔고,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원하마."
"...응!"
아레스는 주먹을 불끈쥐며 소리쳤다.
"스틱스 강에 맹세코, 아테나 언니 이기기 전까지 남자랑 섹스 안 할 거야!"
"......."
헤라가 식겁하며 몸을 움츠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행여나 신음이라도 흘릴까봐 그녀의 하복부를 다독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은 기개다, 아레스."
"아빠 빼고!"
"그 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왜?"
아레스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물었다.
"섹스는 좋은 거 아니야? 엄마랑 아빠도 맨날 하는 거잖아. 나, 예전에 들었어! 아빠는 섹스를 하면 할수록 강해진다고!"
"너, 도대체 그걸 어디서…."
"가이아 님!"
가이아아아아아아아아!!
"가이아가 무슨 예언같은 걸 하지 않더니?"
"예언? 그런 거 안 했는데? 그냥 아빠 옛날 얘기를 해줬어!"
"그런가…."
"아빠가 레아 할머니랑 임신 섹스를 해서 엄마를 다시 낳게 해줬다는 이야기! 어, 그러면 엄마는 아빠 딸이 되는 건가? 응?"
"아, 아레스. 그 이야기는 복잡하니까 나중에 하자꾸나."
헤라가 먼저 아레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슬슬 가보렴. 전쟁의 여신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니?"
"응! 엄마, 사랑해요! 아빠도 사랑해!"
쪽, 쪽.
아레스는 헤라와 내 볼에 키스를 하고 부리나케 자리를 떠났다. 문도 제대로 닫지 않고 신명나게 달려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휴우."
"...애가 순진해서 다행이야."
아레스는 순진하다.
나쁘게 말하면 전쟁 분야 이외에 있어서는 많이 순진한 모습을 보인다. 차마 내 자식이라서 어떠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아레스는 순수하고 정말 순진한 아이다.
"쟤, 섹스가 뭔지는 알기나 할까."
"아테나에게 밀리는 이유를 알겠어. 애가 공부를 못 하니까 싸움에서 밀리는 거 아니야."
"그렇다고 공부 시킬 것도 아니잖아."
"...좋은 스승님 한 명 붙여서 가르치면 좋을 것 같은데."
섹스를 하다가도 졸지에 자식 이야기를 하다보면 섹스를 잊게 된다. 나는 헤라를 안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럼 아레스 들어와서 놀란동안 못했던 걸 마저 할까? 헤라, 잘 참았어."
"...오, 오빠."
헤라는 멈칫거리며 나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오빠 딸이잖아?"
"응?"
"레아 어머니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딸 맞잖아."
"...그렇긴 하지."
찌걱.
"그럼…."
헤라는 책상 모서리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아까보다 더 작게 속삭였다.
"나는...아빠랑 하는 거네?"
"헤라."
나는 헤라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물었다.
"티탄 적으로, 문제 있어?"
"...전혀없지. 아빠♡"
나는 헤라를 또 안았다.
* * *
헤라를 재운 다음 날.
나는 드디어 '그녀'와 마주하게 되었다.
"오는 건가."
휘이이잉-
바람이 분다.
올림포스 정상에서 만나기를 청한 그 아이는 거친 바람과 함께 정상으로 올라왔다.
쿵!
쿵!
쿵!
땅이 울린다.
멀리서도 실루엣이 보인다.
남색의 머리카락.
하얀 드레스는 미니스커트처럼 허벅지까지 내려오게 정돈했다.
정작 한쪽 가슴을 드러내고 있지만, 성적인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드러낸 가슴은 짐승의 털가죽으로 감싸고 있으니까.
"오랜만이오, 어버이."
"......."
나보다도 더 거대한 체구와 떡대.
"크하하! 왜 그러시오. 딸인데 뭘 그리 긴장하시나."
저 자가 바로 나의 '딸'.
처녀신이자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인사드리오."
이곳, K-올림포스.
17세 미소녀 아르테미스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