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6 즂간 네버 체인지 (2)
축제는 역겨웠다.
나는 차마 나 스스로 축제에 대해 조사할 기력을 잃어버렸고, 미네르바를 데리고 급히 프로메테폴리스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부하들을 보내 그곳의 실상을 낱낱히 파헤쳤다. 차마 나 스스로는 이걸 직접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그나마 내성을 가지고 있는 오르튀스 출신 티탄 여신들을 파견하여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굳이 올림포스 12신을 모두 모으지 않았다.
나의 아내, 나의 딸들에게 이 역겹기 짝이 없는 것들을 굳이 보여줄 이유가 없었다. 눈이 썩고 구역질을 하는 건 나 하나로 족하다.
가령….
"'프로메테우스X제우스'인가."
역시 인간은 모조리 죽여버려야 한다. 기껏 불 하나를 건네줬더니 이 모양 이 꼴이다.
고작 200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신분이 생기고 차별이 생기고 노예가 생길 뿐더러, 게이도 생겼다.
이번 상황을 보고 갑자기 그게 생각났다.
그리스의 어떤 철학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스 철학자들은 남자를 너무나 대단한 존재로 여겼다.
그래서 그리스 철학자들은 남자 애인을 두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금이 딱 그 짝이다.
자신들을 마치 나와 프로메테우스처럼 생각하며, 둘의 관계에 대하여 온갖 불순하고 불온한 것들을 만들어냈다.
"시발."
어지간해서는 욕을 하지 않으려고했다.
하지만 그들이 축제에서 내건 온갖 것들은 나를 구역질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어디서든 제우스…."
나의 업보기도 했다.
어느 티탄 여신이 흘린 건지, 아니면 동상으로 본딴 사이즈를 그대로 옮겨놓은 건지, 아니면 티탄 여신이 사용하던 걸 훔친 건지는 몰라도 내 자지는 절찬리에 토기가 되어 공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내가 여신들이 나와의 섹스에 감질맛이 나서 참을 수 없을 때 쓰라고 준 어디서든 제우스가 속옷 부분은 사라지고 좆대가리만 남아서 인간들에게 쓰였다.
어디에 쓰이는 지는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누군지 찾아낼까요?"
"아니. 많이 만들어낸 것이니 누구의 것을 찾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테나, 이 이외에도 어떤 것들이 있지?"
아테나는 미네르바로서 나와 함께 인간 마으르이 축제를 구경한 만큼, 내게 인간 마을에서 나온 온갖 물품들을 최대한 정제하여 내게 가져왔다.
"아테나.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역겹기 그지 없구나."
"그러게요.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것들인지. 고작 200년 만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현대에서 살다 온 나도 기겁을 할 정도로 인간들은 이상한 물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특히 포로 수감용 구속구는 진짜 충격 그 자체였다.
얼굴과 손목만 나무판의 구멍 사이로 내놓게 하고 뒤로 박는다니. 이 얼마나 충격적인 그림인가. 평범한 사람은 보자마자 역겹다고 비명을 지를 것이다.
하물며 그 아래에서 박히고 있는 자가 남자라면 더더욱.
"생각을 해봤다. 인간들을 전부 치워버리는 것이 정답일까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인간들이 있음으로써 우리 티탄 신들은 인간들에게 숭배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들의 칭송은 받고 싶지 않아."
"놈들은 전부 제우스 님의 뒤를 노리는 놈들이니까요."
아테나의 말대로다.
누가 감히 제우스를 면전에 대고 제우스의 후장 털어버리고 싶다고 말하겠는가.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놈들은 선이라는 것이 없었다.
"역시 인간은 대청소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걸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지?"
"넵튠에게 요청을 해서 대홍수를 일으킬까요?"
"하데스는 좋아하겠군. 지하에 사람이 늘어나게 되니."
그냥 쓸어버린다.
정답이다.
하지만 이대로 쓸어버리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멸종하게 된다.
"최소한 양심적인 자는 남겨둬야해. 대혼란 가운데에서도 인간의 양심을 지키는, 선한 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선한 부부라면 더더욱 좋겠네요."
"그래. 문제는 양심을 지키는 방법이...."
"혼란을 퍼뜨린다거나?"
아테나는 상당히 과격한 제안을 했다.
그리고 그 제안은 너무나도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인류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재앙이다.
"좋아. 혼돈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만들자. 그리고 그 인간을 지상에 보내는 거야."
지금까지 나는 현대 지식을 크로노스를 쓰러뜨리는데, 올림포스를 유지하는데, 그리고 인간들을 위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들을 죽이는데 사용할 것이다.
"하지 않은 자들만 남겨둘 것이야. 그러면 중간에 희생되는 자들도 있겠지. 하데스에게는 그런 자들을 나중에 따로 모아서 다음 인류로 환생시켜달라고 하면 되겠어."
"일차적으로 모두 죽이기는 하지만, 피해자들은 다시 지상으로 부활시켜준다는 거군요?"
"그래. 미안하지만 지상의 존재를 일일이 구제할 시간은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계획은 모두 완비되었다.
이제 나머지는 실행에 옮기면 끝.
프로젝트 판도라.
그 시작은 먼저 인류대청소에 있다.
"아폴론을 불러라."
* * *
"좋았어, 자기."
프로메테폴리스의 경비병, 호모에로스는 기절한 청년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홀로 벽에 다가가 창문 앞에 앉았다.
축제가 끝나고 벌써 몇 주가 흘렀지만, 여전히 프로메테폴리스의 사람들은 축제를 계속하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남자와 남자가 함께 맺어지는 것에 축복하며, 많은 이들이 서로 사랑을 나눴다.
"아아, 위대하신 제우스 신이시여."
호모에로스는 두 손을 모아 하늘 높이 기도했다. 아직 한 번도 티탄 신을 만난 적은 없지만, 올림포스에 가본 적은 없지만, 제우스도 분명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남자의 기쁨을.
"당신께서는 너무나도 자애로우셔서 여자들을 품어주십니다만, 진정한 재미와 사랑은 남자와 남자에게 있음을...."
호모에로스는 뒷말을 삼켰다.
신은 인간의 즐거움을 모른다.
신은 인간의 기쁨을 모른다.
그러니 신에게 기도를 올려 이 기쁨을 알려야한다. 언젠가 신이 남자의 기쁨을 아는 순간, 프로메테폴리스의 시민들은 신에게 받은 은혜를 되갚은 최초의 인류로 역사에 남으리라.
그래. 진정한 사랑을...!
"...응?"
호모에로스는 보았다. 아주 멀리, 도시의 밖에서 검은 거적데기를 두르고 들어오는 한 청년을 보았다. 찰랑거리는 금발에 부르튼 입술을 본 호모에로스는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청년에게로 달려갔다.
"프로메테폴리스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빵...."
"아, 이, 이런. 저기, 이거라도."
호모에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들고온 치즈와 물병을 건넸다. 남자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치즈를 게걸스럽게 먹었고, 호모에로스는 로브 사이로 비친 남자의 몸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감사, 감사합니다."
남자는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했다.
호모에로스는 천천히 남자에게 무릎을 꿇으며 본색을 드러냈다.
"자기."
"......?!"
"이름이 어떻게 돼?"
남자는 진심으로 소름끼치는 얼굴로 벌벌 떨었다. 하지만 호모에로스는 남자의 어깨를 손으로 누르며, 한 손으로는 치즈를 붙잡은 손목을 붙잡았다.
"많이 초췌해보인다. 우리 집에서 쉬어야겠어."
"아, 아아...."
"이름이 어떻게 되니?"
"나, 나는...."
남자는 눈을 감으며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읊었다.
"에이아이디에스."
끼릭, 끼릭.
"응?"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호모에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올림포스는 나날이 융성해졌고, 산을 개조하는 일도 이제는 거의 개조율 99%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헤파이스토스와 합작품으로 또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무리 티탄 신이라고 한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해보니까 가능성이 있어서 몹시 놀랐다.
올림포스에는 거대한 장막이 펼쳐져있다.
감히 지상의 그 어떤 존재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올림포스는 해자 뒤로 드높은 장벽을 쌓았다.
티탄 신들은 올림포스에 펼쳐진 장벽을 흉물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득했던 올림포스가 백악의 성벽을 지은 것 자체가 자연경관을 헤친다는 말과 동시에, 올림포스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성벽을 쌓냐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뒤에서 나오는 이야기일 뿐.
적어도 내가 헤파이스토스와 함께 만드는 '그것'을 보고는 그 누구도 함부로 그런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다. 오히려 본 사람들은 제방을 더 높이 쌓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보냈다.
세계 곳곳에 퍼진 님프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동시에 어떤 도시를 하루에 한 시간은 꼭 매일같이 관찰했다.
ANG!
고역이었다.
담배라도 있었으면 한 번 크게 빨아당기고 싶을 정도로 고역이었다.
어쩔 때는 그냥 계획이고 나발이고 당장 벼락을 꽂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리더라도 늦지 않다고 했고, 좆간을 인간으로 탈바꿈하려면 내가 반드시 참아야했다.
그래.
내가 여기서 인간들을 전부 몰살시켜버리면, 훗날 저 멀리 동방에서 태어날 내 가족들도 죽어버리는 셈이다.
'내가 진짜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참는다.'
선한 인간을 찾아내고, 이들이 우리 부모의 조상이 될 때까지. 나는 그들을 찾아내고 또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들을 찾기란 영 쉽지 않았다.
"...후."
인간들은 나날이 죽어가고 있었다.
프로메테폴리스는 인간 역사에서 가장 번성한 나라답지 않게 실시간으로 쇠락하고 있었고, 프로메테폴리스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왜 몰락하는지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인간들에게 병균을 퍼뜨렸다.
아폴론을 불러 오직 인간들에게만 통하는 병을 만들어냈다.
변이체의 발생도 걱정하기는 했으나, 의술의 신인 아폴론이 직접 만든 병균이기에 변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그짓'을 하면 병이 발생하도록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인간들은 왜 병이 생기는지 모른다.
병이 왜 남자들에게 계속 퍼져나가는지 모른다.
'모르면 죽어야지.'
인간들에게 퍼뜨린 병은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인조인간에 실려 프로메테폴리스에 들어갔다. 인간을 잘 본따 만든 인조인간은 성공적으로 인간 사회로 들어갔고, 본래의 목적을 다 했다.
에이아이디에스.
뭔가 그리스에서 흔한 이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명칭이다.
에이, 아이, 디, 에스.
A, I, D, S.
"에이즈."
원본과는 다르다.
이름만 차용해왔을 뿐, 실상 걸리는 요소는 하나 뿐이다.
"제우스에게 박고 싶다고 생각하는 놈들만 걸리는 무시무시한 병이지."
걸리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
"좆만 똥꼬에 안 집어넣으면 걸릴 일이 없지."
전염 루트는 단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의 감염률이 9할 이상을 넘어간다면....
"멸, 망."
'판도라'를 투입한다.
현재, 에이즈 발병률 30%.
나의 매력이 너무 넘치는 탓에, 인류는 절찬리 멸망으로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