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05화 (105/235)

EP.105 전격 등장! 괴도 뷰지 (2)

헤르메스를 올림포스에 구속한 뒤.

나는 나의 감시역으로 붙은 아테나와 함께 아틀라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틀라스는 담담히 내게 물었지만, 표정은 올 것이 왔다는 듯 했다. 아틀라스 근처에 있는 플레이아데스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아틀라스는 나의 방문을 눈치채고 딸들을 숨긴 것 같았다.

"플레이아데스를 모두 불러와라."

"그, 그게. 지금은 조금 곤란합니다."

"곤란하다? 어째서? 주변에 플레이아데스가 상대해야 할 괴물이라도 있나? 그도 아니면 뭔가 죄를 짓기라도 했나? 왜지?"

쿵!

"죽여주십시오!"

아틀라스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급발진에 나는 아틀라스가 냅다 지구본을 내던지는 게 아닌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왜?"

"제우스 님께서 주신 과분한 은혜를 저희가 감히...."

"이보세요, 아틀라스."

아테나가 창을 들고 나섰다.

"헤르메스라는 이름을 아십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헤르메스의 어머니 또한 알고 있겠군요."

"압니다. 그래서 저를 죽여주십시오."

"아니, 그러니까 왜?"

"저희는...위대한 제우스 신께 감히 제우스 님께서 주신 은총을 숨겼습니다."

아, 이제야 알 것 같다.

이들은 지금 나의 자식을 가졌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에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도 내가 올림포스에서 나의 자식들을 어떻게 기르고 있는지 알 것이다. 플레이아데스가 내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면, 나는 분명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사실을 숨겼다.

자식 중 한 명, 헤르메스가 기어이 사고를 치고 나서야 나는 나의 사생아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

"아틀라스, 잘 들어라. 너희들의 죄는 하나다. 너희들은 나의 자식들을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자식으로 키우려고 했다. 아버지에게 한 번 안겨보지 못한 아이들로 키우려고 했다."

"송구합니다."

"어서 나와라. 지금 나오면 용서해주마."

"......얘들아. 나오렴."

아틀라스의 말에 그녀의 등 뒤에서 하나 둘 플레이아데스들이 나왔다. 그들은 모두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여인과 손을 맞잡고 있었고, 여인들은 나를 두려워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해피버스데이!"

나는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플레이아데스는 깜짝 놀랐지만, 나는 그들을 향해 인자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땅에 태어난 걸 축하한다, 나의 아이들아. 하마터면 아버지가 자식의 탄생도 모를 뻔 했구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너희들을 안아봐도 되겠니?"

"아...."

나의 딸들이 하나 둘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들의 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소 조잡한, 동물의 가죽으로 엮은 비키니 아머를 입은 아이들은 하나 둘 내게로 다가와 조심스레 안겼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흑, 흐윽...! 저는, 라케다이몬이라고 합니다...흐끅. 감사합니다, 제우스 님...!"

"그래. 라케다이몬. 하지만 틀렸다. 너는 나를 아빠라고 불러야 해."

"아, 아아...!!"

장내는 눈물바다가 되었다. 나는 내가 모르던 아이들을 하나 하나 안으며 몸으로 기억했다.

"플레이아데스여. 너희는 너희의 자식이 태어난 것을 숨긴 죄로, 평생을 아틀라스를 도와 함께 이 땅을 지킬 것을 명한다. 알겠느냐?"

"아...!"

원래 플레이아데스는 아틀라스와 함께 지구본을 지켜야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벌'을 내렸으니, 그들의 의무는 더욱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너희가 열심히 일하면 너희의 자식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살 것이다. 발키리로 살고자 하면 그리 살 것이고, 또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그리 될 것이다."

"감사, 감사합니다...."

자식들에게 벌을 줄 생각은 없다.

자식들을 숨긴 것이 많이 괘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벌 주거나 할 수는 없는 법.

따지고 보면 내 자지가 너무 절륜한 탓이다. 설마 처녀 일곱 명을 동시에 임신시킬....

"아, 아니구나."

다섯 명이었다. 아이들이 일곱명은 커녕 거의 열 명이나 되어 혹시나 싶었는데, 아이를 낳지 못한 여인도 있었다.

"너는 분명 메로페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제우스 님...."

"기억난다. 그래. 그 때 네가 분명...."

"제, 제우스 님...! 조카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 제발...."

"......."

처녀는 내가 먹었는데, 질싸는 안 했다. 모두가 그 날 처녀를 앞으로만 바쳤을 때, 메로페는 앞뒤로 처녀를 바쳤다.

정액은 그녀의 뒤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아이는 다른 플레이아데스가 임신했을 때 정말 용맹하게 싸웠습니다. 제우스 님, 부디 선처를...."

"내가 왜? 아니,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선처를 해달라는 거냐?"

"그야 위대하신 제우스 님의 아이를 임신하지 못한...."

"씁."

내가 가벼이 경고를 날리자 아틀라스는 침묵했다.

"나는 우라노스도 크로노스도 아니다. 나는 제우스다."

"......!"

아틀라스는 이제야 자신의 걱정이 완연한 기우임을 깨달은 듯 했다. 나는 다른 플레이아데스와 달리 홀로 주변에 아이가 없는 이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유일하게 비키니 아머가 없었다.

아마 헤르메스에게 '도둑맞은' 것일 터.

"너구나, 마이아."

"...네."

"헤르메스의 어머니가 너야."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려서부터 위대하신 제우스 님의 일화에 흠모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마이아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아이가 제가 목욕하는 사이, 제우스 님께서 주신 무구를 챙겨 사라졌습니다."

"그래. 그리고 아폴론의 소를 훔치고 신들에게 공물을 바쳤지."

그야말로, 그거다.

-미안하다 친아빠 얼굴 보려고 어그로 끌었다. 우리 아빠 잘생김 수준 실화냐?!

아틀라스와 마이아는 사색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제우스 님!"

"너희가 죄송할 이유는 없다. 손버릇이 나쁜 아이는 이제부터 가르치면 돼."

도둑의 신이라고는 하지만, 다시는 도둑질을 못하게 엄히 다스릴 것이다.

"나의 올림포스에서 훔칠 수 있는 건 사람의 마음 뿐이다."

* * *

막상 그렇게 말은 했지만, 헤르메스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해 나와 아테나는 제법 골치가 아팠다.

"아기 때부터 훈육을 했어야 하는데."

"아폴론의 소를 훔쳐 달아난 아이에요. 이미 어른이죠."

"골치아프군. 어른인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할텐데."

이미 헤르메스는 '성공'해버렸다.

아폴론이 기르던 소를 훔치고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이 그걸 활용해버렸으니, 이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한다.

아폴론을 1년 동안 모시게 할까, 아니면 집행유예를 걸까.

소를 제물로 바친 것이 아버지를 모르는 아이가 아버지에게 자신을 어필하려고 하기 위함이었다는 부분에서는 인도적으로 정상참작이 가능하지만, 신의 것을 신이 훔쳤다는 것 자체가 지금은 문제가 된다.

"일단 생각을 좀 해봐야겠...응?"

올림포스 안이 떠들썩하다. 나는 예상 이상으로 소란스러운 올림포스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근심이 쌓였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보이는 것은....

"헤라?"

"제, 제우스?!"

헤라는 갑작스럽게 손으로 자신의 옷을 가렸다. 새삼스럽게 안에 뭘 입었나 싶어 단숨에 다가가 그녀의 안을 살펴보니-

"와우."

제우스, 발깃.

"으, 으으.... 침대에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헤라는 젖소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분명 아폴론이 키우던 젖소의 가죽이 비키니가 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걸 누가 만들었는가?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헤르메스, 그 아이가 만든 거에요."

헤라는 예상보다 유하게 헤르메스를 대했다.

"공물로 바친 소 두 마리를 이용해서 올림포스 대신들을 위한 선물을 만들었어요. 대부분 이런 속옷인데...."

"헤르메스 녀석, 꼴알못이군."

나는 헤라의 드레스를 당겨 앞부분을 벗긴 뒤, 한쪽 가슴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젖소 비키니는 이렇게 면적이 넓은 것보다는 꼭지만 가리는 마이크로가 진리이거늘."

"뭐, 뭐라고요?"

"거기에.... 하아, 아니다. 일단 들어가자."

갑자기 플레이아데스가 괘씸해진다.

이런 손재주를 가진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했다면, 진정한 꼴림의 미학을 깨달았을텐데!

띠링.

갑자기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줄을 뜯는 것으로 보아, 현악기의 소리 같았다.

음악 소리에 방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올림포스의 탁자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현악기를 뜯는 아폴론이 있었다.

디링, 디링, 디링.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집중하며 현을 뜯고 있었다. 뭔가 기타 줄을 튜닝하는 것 같아서 나는 반대편의 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검지만 입술에 붙였다.

"...좋네. 좋은 악기야."

아폴론은 여전히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손재주는 좋네. 이런 재능을 가진 녀석에게 뭐라고 하면 아버지께서 싫어하시겠지. 좋아. 소 두 마리의 가치는 충분해."

"그럼 용서해주시는 건가요, 언니?"

"용서? 용서는 내가 하는 게 아니야. 아버지께서...꺄아악?!"

나는 어깨에 손을 올렸을 뿐인데 아폴론은 비명을 질렀다.

"아ㅂ...제우스 님?!"

"헤르메스. 이 젖소 비키니는 네가 만든 것이냐?"

"네!"

헤르메스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었다.

"어때요, 아버지? 예쁘죠? 막, 거기가 설 것 같으신가요?"

"...무르구나. 아직 너는 준비가 안 되어있다. 헤파이스토스!"

나느 헤르메스와 마찬가지로 손재주가 뛰어난 나의 딸, 헤파이스토스를 불렀다.

"지금부터 이걸 만들어서 가져와다오."

"이건...? 오, 와아.... 제우스 님, 진심이시군요."

"그래. 난 언제나 이런 일에 진심이지."

내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헤파이스토스는 자리를 떠났다.

"헤르메스. 네 어머니, 마이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

"플레이아데스는 앞으로 영원히 아틀라스의 곁에 머물 것이다. 단,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 너는 올림포스를 위해 무엇이 되고 싶으냐?"

"저는...."

헤르메스는 당당히 고개를 들며 외쳤다.

"올림포스 12대신이 되어 제우스 님을 보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올림포스는 12신의 자리가 다 찼다."

"네. 그래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우스 님, 당신의 곁에서 전령이라도 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발 하나는 엄청 빠르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포부를 확인했다.

"좋다. 네게 전령 역할을 맡기마. 너는 전령의 신이 될 것이다."

"저기...죄송한데요, 도둑의 신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도둑?"

"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훔치고 싶거든요. 저기, 제우스 님께만 말씀드리고 싶은데...."

나는 헤르메스를 향해 상체를 숙였다. 헤르메스는 내 귀에 낮게 속삭이며 자신의 진정한 목적을 밝혔다.

"저는 정액도둑이에요. 가장 위대한 자의 정액을 훔치러 왔어요."

내 딸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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