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6 전격 등장! 괴도 뷰지 (3)
헤르메스가 올림포스에 합류했다.
...만, 헤르메스가 정식으로 올림포스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절차가 필요했다.
"나는 너를 전령과 도둑의 신으로 임명하마. 너의 손재주는 몹시 뛰어나고 대단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둑의 신이라고 하여 아무거나 훔쳐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가요?"
역시나.
K-올림포스 식 인성교육이 어려서부터 되지 않은 바람에, 헤르메스는 고대 티탄의 올리브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훔친 걸 더 좋게 만들면 모두에게 좋은 거 아닐까요? 저는 소 두 마리로 모든 올림포스 신들을 기쁘게 했고, 아폴론 언니에게도 리라를 선물로 줘서 기쁘게 했고, 젖소의 가죽을 비키니로 만들어 헤라 님도 기쁘게 해드렸잖아요. 그리고 제우스 님도 기쁘게 해드렸고요!"
"내가?"
"젖소 비키니 보고 되게 기뻐하신 거 아니었어요?"
"그건 그렇지."
내가 헤르메스가 만든 젖소 비키니를 보고 기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쁜 것과 별개로 절도는 절도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세 대나 도둑맞고 집에서 쫓겨나 본 나.
썸타던 여친이 진짜로 친한 고등학교 친구랑 두 명이서 여행을 갔더니, 거기서 만난 금발의 자칭 사회인에게 빼앗긴 나.
그리고 크로노스에게 레아의 처녀를 빼앗긴 나.
수많은 것을 빼앗겨 본 나로서는 절도는 용서할 수 없다.
헤르메스가 설령 도둑의 신이 되어 누구도 도둑의 신이 되지 못하게 하고자 한다면, 헤르메스가 생각하는 도둑질에 대해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너는 정의로운 도둑에 대해서 들어보았느냐?"
"도둑을 두고 정의를 논할 필요가 있을까요?"
"호오, 그래. 도둑은 무조건 악하다는 거냐?"
"아뇨? 도둑질을 두고 선악과 정의를 구분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헤르메스는 내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건을 도둑맞는 사람이 칠칠맞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뭐?"
"그렇잖아요. 정말로 소중한 것이었으면 잘 간수했어야죠."
"......."
정액강도라고 말한 걸로 봐선 내 딸이다.
하지만 나는 딸을 이렇게 키우지 않았다.
사고방식이 K-올림포스와는 다르다. 나는 내 딸 중 누구도 이런 티탄식 사고방식으로 키우지 않았다.
'내가 직접 아기 때부터 우쭈쭈 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예절을 주입식으로 기르지 않았다면, 많은 티탄 여신들은 전원이 원전 아프로디테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내 여인들과 딸들이 아무 남자와 하는 것을 보며 피를 토했겠지.
헤르메스의 사고방식은 이렇다.
-정말로 소중한 여자라면, 바람나지 않게 잘 간수했어야죠!
맞다.
내가 지금 그러기 위해 좆빠져라 매일매일 허리를 놀리고 있다. 혹시나 나 말고 다른 티탄이나 인간 남자와 떡을 칠까봐 제우스 시리즈를 보급하면서까지 내 여자들을 지키고 있다.
"헤르메스여. 너는 도둑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나쁘다고 누가 정의를 하는 거죠?"
"내가 정한다."
"그럼 왜 제우스 님께서는 저를 나쁜 것의 신으로 규정하신 거죠?"
이 보라.
올림포스에서 인성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아버지가 말하는데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지 않는가?
'꿀밤 마렵다.'
참아라, 내 안의 제우스.
자식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나쁜 부모가 되지 말아라.
'사내새끼였으면 쥐어팼을 건데, 딸이라서 참는다.'
헤르메스가 여자로 태어나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진작에 번개로 만든 사랑의 매로 다스렸을테니까.
"나는 도둑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헤르메스, 나 또한 신들의 왕이라는 권위를 크로노스로부터 빼앗았다. 그것을 너는 도둑질이라고 할 것이냐?"
"...아니오?"
'네'라고 말은 못하겠지.
그런 말을 했다가는 올림포스 최고신인 나 제우스에 대한 희롱이 될 것이며, 그건 곧 올림포스의 신으로써 스스로에 대해 찬양한 자신에 대한 모욕이다.
"나는 어머니 레아를 크로노스로부터 빼앗았다. 그것은 도둑질이라고 할 것이냐?"
"맞지 않아요?"
"맞다. 엄밀히 따지면 도둑질이지. 한 남자의 아내를 빼앗았으니까.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선한 도둑질, 정의로운 도둑질이다."
지금까지 그리스의 역사에서 가장 정의로운 도둑질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첫번째로 무조건 나의 업적을 꼽을 것이다.
"또한 프로메테우스는 올림포스의 화로에서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나누어줬지. 인간들은 불을 통해 문명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것은 신들이 보기에는 잘못된 행동이지만, 인간들의 관점에서는 위대한 도둑질이지."
"프로메테우스는 벌을 받고 있지 않아요?"
"그래. 매일 매일 독수리에게 간이 쪼여 먹히는 형벌이다."
라고 알려져있다. 실제로는 독수리 모습을 한 하피 여인에게 매일매일 좆이 빨리고 있다.
단지 그걸 실제로 말하면 너무 권위가 없으니, 겉으로는 원전에 가깝게 무시무시하게 알려 프로메테우스에게 엄한 형벌을 내린 것으로 퍼뜨렸다.
"그 어떤 인간이 자신에게 불을 선사해준 프로메테우스를 매도할 수 있겠느냐?"
"인간들은 그럴 것 같은데요?"
"그래. 인간들은 그럴 수 있지. 하지만 티탄인 너는 그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너는 남의 것이 탐난다고 마음대로 훔치는 인간과 같은 취급을 받고 싶으냐?"
"......그건 싫어요."
아, 먹혔다.
역시 티탄신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만큼, 헤르메스는 나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미안하고 고맙다, 인간들아.'
판도라의 상자로부터 시기와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 지금의 인간은 고대 인류와 달리 남의 것을 훔치는 게 일상이다.
마치 기숙사 공용 냉장고에 8개입 마시는 요구르트를 넣어놓으면 그 중 최소 3개는 다른 이의 장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현재의 인류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도둑질을 한다.
"인간의 도둑질과 제 도둑질은 달라요."
헤르메스는 상당한 불쾌감을 내보였다. 그도 그럴게, 여전히 티탄들은 인간들에 대하여 자신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티탄의 자존심을 긁는다? 못 참지.
"제 도둑질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도둑질이라고요."
"........"
내 생각이 짧았다.
챌린저에게 '님 다이아급'이라고 말하는 거랑 마찬가지였다. 헤르메스는 자기 자신의 도둑질 테크닉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인간들의 도둑질과 비교하는 것에 강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었다.
"너는 지금...."
"제우스 님도 인간들의 섹스 실력이랑 비교되면 기분 나쁘시잖아요."
"그건 그렇...."
말렸다.
이 녀석, 사실은 언변의 신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지 알게 하는 신이 아닐까?
이래서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이 필요한데, 너무나 아쉽다. 마치 나의 키보드워리어 기질을 그대로 타고난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둑질이 마냥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하아, 헤르메스야. 너는 무슨 신이더냐?"
"전령과 도둑의 신입니다."
"그래. 너는 그리스 누구보다도 뛰어난 전령으로서 나의 말을 전할 것이고, 도둑의 신으로서 의로운 도둑들을 수호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이다."
나는 헤르메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내가 강간의 신이라고 하면 아무나 다 강간하고 다니는 게 맞느냐?"
"네."
"네???"
"제우스 님이니까요?"
"이런...."
충격 그 자체.
나는 뒷목이 아파왔다. 자식들이 그렇게 많지만, 이렇게 속을 썩이는 녀석은 없었다.
"제우스 님이라면 강간의 신으로써 모든 여자들을 강간하고 다녀고 되지 않을까요?"
"설령 네 어미와 너조차도?"
"제우스 님께 강간당하는 건 여자로 태어나서 기쁨과 축복이 아닐까요?"
아아, 부모님.
당신은 저를 어떻게 키우신 겁니까?
이런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될 지, 정답을 알려주십시오.
"후우, 좋다.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만약 헤르메스가 이것까지 인정한다고 하면, 나는 헤르메스를 엄벌에 처할 것이다.
"너는 네가 사랑하는 존재를 다른 이에게 도둑맞아도 그 도둑을 위해 축복해줄 것이냐?"
"!!"
헤르메스가 입을 쩍 벌리며 놀랐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치자. 그와 애틋하게 손을 잡고, 그와 사랑을 속삭이며 꽃을 서로 교환하며 하하호호 웃는 거지. 그런데...."
미안하다, 헤르메스.
"어느날, 남자의 곁에 금발에 갈색 피부를 한 여자가 나타난 거지. 너보다 더 가슴이 크고, 너보다 더 세련되고, 너보다 더 예쁜 여자가."
하지만 이게 다 너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그 여자는 네가 사랑하는 남자를 꼬드겼다. 그리고 남자를 단숨에 휘어잡아 관계를 맺었지. 무슨 관계냐고? 성관계다. 그래, 여자의 이름을 엔티아레우스라고 하자."
"엔티아레우스...."
"그래. 그녀는 네 남자를 범했다. 너는 네 남자의 동정을 도둑맞은 거지. 어때? 도둑의 신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굴욕이겠지?"
"시, 싫어...!"
"그리고 네가 모르는 곳에서 네 남자를 점차 범하기 시작했지. 네가 일을 하는 와중에도 네 남자를 범하고, 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너를 범하고, 심지어는...."
"그, 그만...."
"남자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민 채 너와 인사를 하고, 엔티아레우스는 창문 아래에서 네 남자의 정액을 훔쳐가고 있던 거지."
"아, 안 돼요...!!"
헤르메스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지금부터다.
"그리고 드디어 너와 그가 처음 성관계를 맺는 날이 되었다. 너는 그와 진심으로 사랑을 나눴어. 하지만 그의 표정이 뭔가 이상해. 그리고 그는 이렇게, 혼잣말로 홀리듯이 말하는 거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그녀의 안에 들어갔던 것보다 짧아."
"히이익!"
"그래, 자지가 손가락 한 마디는 넘게 남아버린 거지. 자지를 모두 품어주지 못하는 너와 그녀를 비교하며, 점차 그만...."
풀썩.
헤르메스는 실신했다.
나는 헤르메스를 받쳐들고 그녀를 배정된 침실로 옮겼다.
도둑질은 안 된다.
특히 NTR은 안 된다.
뭐? 내가 다른 여자들을 빼앗는 건 어쩌냐고?
그건 내가 빼앗는, NTL이니까 괜찮다.
내가 빼앗기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어차피 인생은 내로남불이니까.
"헤라."
"네, 부르셨...애한테 뭘 한 거예요?"
"인성교육."
인, 성교육.
"이걸로 정액 강도, 괴도 뷰지는 죽었다."
도둑이 없는 세계.
NTR이 없는 세계.
(나만) NTR이 없는 세계.
오직 나만이 남의 여자와 여인의 순결을 빼앗을 수 있는 세계.
나 이외에는 누구도 다른 여자를 빼앗을 수 없는 세계.
빼앗는 다는 것은 곧 제우스 만이 가진 권리와 권위에 도전하는 것.
그리하여, 나는 그 어떤 여자들도 다른 남자에 의해 도둑맞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걸로 K-올림포스의 정의는 지켜졌다.
"그래서 헤르메스가 도둑인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예요?"
"쟤, 내 정액을 도둑질하겠다고 하더군."
"아테나랑 데메테르도 불러서 같이 교육해도 돼요?"
"물론."
헤르메스, 그녀는 정의로운 도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