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08화 (108/235)

EP.108 티탄과 인간의 시대 (2) 나만의 작은 도시

아테나 보지는 뒤가 보지래.

넵튠과 아테나의 보지 겨루기는 무승부로 돌아갔다. 둘을 엎드리게 하여 뒷치기로 먹어봤지만, 결국 내 결론은 무승부 이상으로 낼 수 없었다.

한쪽은 앞보지로 싸우고 한쪽은 뒷보지로 싸웠으니 공정하지 못하다든가 특정 누군가를 편애해서 무승부로 봐줬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둘은 막상막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넵튠과 아테나를 얼마나 많이 먹어봤겠는가! 아테나의 전생 시절을 생각해도 둘은 비슷비슷했다.

보지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구나! 그래서 나는 올림포스 신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마침 좋은 기회다.

인간들의 집단을 두고 다툼을 벌임에 있어서, 올림포스 신들에게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못을 박아야 해.'

하나의 도시를 두고 여러 신들이 패권다툼을 벌일 때,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다툼은 우선 대화로 해결해야한다는 것.

내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지성을 맡기는 것.

"각자 의견을 내 보시오."

나는 올림포스 주신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결정은 내가 하지만, 그를 위한 선택은 이들의 몫이었다.

"바다를 다스리는 해안국가니까 포세이돈에게 맡기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런 논리라면 앞으로 모든 해안국가는 포세이돈이 지배하게 되겠는 걸. 바다에 인접해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야."

"아테나가 자신의 영향력을 많이 행사했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로 보입니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훨씬 문명이 발달되어있어요."

"하지만 그게 아테나가 다스려야할 이유가 되지 않아. 만약 다스리려고 했으면 진작에 아테나가 '이 도시는 나의 도시이니라'하고 못을 박았어야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신들은 딱히 포세이돈(넵튠)이나 아테나의 편을 든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싸워서 해결하면 안 돼요? 침대말고, 무력으로!"

"적당히 힘을 가감할 수도 없는 걸? 그랬다가는 어디 산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다고."

"사냥으로 결정하면 되는 거 아니오? 누가 더 큰 사냥감을 잡는지 승부합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정정당당히 승부!"

"바다의 사냥감은 포세이돈이 유리하고 육지의 사냥감은 아테나가 유리할 걸? 하늘의 녀석은 동시에 잡을테고."

"아니, 사냥으로도 안 되고, 무력으로도 안 되고, 보지로도 안 되면 도대체 뭘로 승부할 수 있죠?"

"공정한 경쟁을 찾아보도록 하죠. 둘 다 비슷한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방법을. 뭔가 하나 둘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나오지 않을까요?"

"제가 결론을 내드리죠."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당당히 손을 들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자신감 있는 얼굴로 시선을 모았다.

"답은 사랑이에요."

"구체적인 방법은?"

"보지 겨루기가 안 된다면, 아직 다른 걸로 제우스 님을 만족시켜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이 땅의 모든 것은 제우스 님의 것. 제우스 님을 보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만족시켜드리는 거예요."

"다른 방법이 뭔데?"

"입으로 하기? 가슴으로 젖치기? 기승위로 올라타기?"

"다 해봤는데 전부 무승부래요."

"뭐...라고...."

"음. 무승부 맞다."

모두의 시선이 순간 내게로 꽂혔다. 나는 넥타르로 입을 축인 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은 아테나의 승리고, 가슴은 넵튠의 승리였다. 올라타는 건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었지. 그럼 어떻게, 허벅지에 겨드랑이에 발에 다른 곳도 시험하고 와야하나?"

"네!"

"그러죠!"

"그럴 시간이 어디있어요? 그러면 회의가 또 미뤄지잖아요."

허벅지딸과 겨드랑이딸을 시험해보려고 하는 여신 둘과 나머지 여신들이 대립각을 세웠다. 후자의 압도적인 수에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만 끄덕였다.

'나중에 해달라고 할 기세네.'

허벅지는 이미 몇 번 해봤으니, 아마 겨드랑이와 발을 사용해보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나중에 한 번 연습해본 뒤에 아프로디테를 통해 배포 한 번 해봐야겠다.

그러면 모든 여신들이 특별한 부위가 성감대로 개발되겠지. 이른바 '원격 개발 제우스 시스템'이다.

다랑-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리라 소리가 울렸다. 신전에서 누가 악기를 다루나 싶었지만, 아폴론이 시선을 모으는 소리였다.

"저는 2대 태양신으로써 그 도시를 지켜봐왔습니다. 만약 포세이돈 님과 아테나 님께서 도시의 지배권을 주장하지 않으셨다면, 제가 그 도시를 가지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좋은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니? 너도 참전하겠다고?"

"너는 이 땅에서 제일 큰 도시를 네 신전으로 삼았잖아. 그런데도 욕심을 내겠다는 거야?"

아폴론에게는 '델포이'라는 도시가 있다.

남들은 다들 나만의 작은 도시로 시작했을 때, 아폴론은 인간들에게 의술을 전파하면서부터 이미 자신을 숭배하는 자들을 모아 신전을 만들고 의료행위를 하면서 자신의 신전을 만들게 했다.

-아폴론 님께 가면 병을 치료할 수 있대!

-오오, 여기가 바로...!

-아폴론! 아폴론! 아폴론! 나는 앞으로 여기서 아폴론 님을 숭배하며 살 거야!

아픈 자들이 찾아오는 곳이니, 자연히 사람들이 모이며 그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델포이는 문제가 되는 도시보다 더 큰 도시였고, 아폴론이 이 도시를 탐내는 건 명백히 선을 넘는 행위였다.

"그럴 리가요. 저는 그렇게 염치가 없는 신이 아닙니다. 단지 인간들을 계속 지켜봐온 결과, 제가 느낀 바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인간들은 건방지게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신만 숭배할 겁니다."

아폴론의 말에 티탄 신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지하여 모든 티탄을 알지 못합니다. 하늘에서 자신들을 지켜주는 위대한 제우스 님, 그리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일부 신들만 기억할 뿐이죠."

"하고 싶은 말이 뭐니? 그러니까 건방진 인간들을 모조리 쓸어버려야 한다?"

"아니요. 인간들은 이기적인 존재라, 자기 이득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면 진심어린 숭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아폴론의 말은 정답이었다.

신들은 인간들의 성품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지만, 아폴론의 말만큼 인간들을 잘 표현하는 말이 없었다.

인간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자만 기억한다.

인간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자를 기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득이 되는 자를 가까이하고 손해를 입히는 자를 멀리한다.

자연히 이득이 되는 자를 더 신경쓰고, 더 챙기고, 더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아폴론은 인간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영역을 맡고 있는 신이기에, 인간의 '좆간스러움'을 누구보다도 빨리 깨우치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신이 '내가 지금부터 이 도시의 신이노라'하고 선언해도 인간들은 두려움에 떨 것입니다. 무서워하기는 하겠지만, 그걸 두고 진정으로 신을 믿고 따르지는 않겠지요. 그러니 감히 제안하는 바입니다. 도시를 지배하는 신이 인간들에게 선물을 주는 건 어떤가요?"

"선물?"

"이미 티탄 신이 그들을 보듬어주는 것만으로도 인간들이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래요. 다른 인간들과 달리, 올림포스의 신이 앞으로 이 도시를 내 도시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인간들은 감사해야한다구요."

"......."

인간은 다른 짐승과는 다른 존재라고 K-인성 교육을 하기는 했지만, 티탄 신들은 여전히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딱히 좋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티탄 신들은 좆간 시절의 인간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인간들을 비록 판도라를 이용해 좆간으로 만들기야 했지만, 그 이전의 좆비비던 인간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나도 때때로 혹시나 '저 새키 호모 아닌가?'싶은 장면들을 목격하고는 한다. 인간들의 DNA에는 유서깊은 좆목 본능이 있는가 하여 때때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일단 자신이 선물을 받는 것에 기뻐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예쁜 쓰레기가 되든 일단 선물을 받으면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법.

"제우스 님께서는 모든 동물들에게 각각 한 가지 선물을 주면서 짐승들에게 칭송을 받으셨습니다. 저곳에 있는 인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이 믿고 따를 신에 대한 신앙심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러나야 하는 법. 주민들이 진정으로 신께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준다면, 그들은 스스로 신전을 세우고 신을 칭송할 것입니다."

역시 내 딸이다.

예언대로 제우스 다음가는 권력을 가질 능력자라는 말은 헛된 예언이 아니었다.

'이 정도 중재력을 가지고 있으면 인정이지.'

딸의 위치에서 넵튠과 아테나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그리고 패배하더라도 깔끔하게 수긍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가?

"그러니까 이렇게 하도록 하죠. 포세이돈 님, 아테나 님, 두 분께서 인간들을 위한 선물을 드리는 겁니다. 아프로디테 님의 도움을 받아서."

"......응?"

"두 분께서 제우스 님과의 섹스를 향초로 만들어, 인간들에게 퍼뜨리는 겁니다! 바야흐로-"

깡.

나는 아폴론의 머리를 때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거라."

"아...죄송합니다. 농담-"

"나의 자지는 인간 여자들이 함부로 맛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올림포스의 티탄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농담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런 농담은 하는 거 아니다."

"네. 죄송합니다. 크흠. 선물을 주자는 건 맞습니다. 대신 방금 말씀드린 그런 게 아니라, 여러분의 도시를 더욱 융성하게 해줄 그런 선물이요."

"좋아. 그걸로 하지. 불만 있어?"

"없습니다. 좋아요."

아폴론으니 제안에 두 여신은 대결에 응했다.

* * *

잠시 뒤.

나는 하늘 높은 곳에 올라, 두 명이 지배권을 두고 대치 중인 도시를 살폈다. 그리고 왜 둘이 저곳을 차지하겠다고 혈안이 되어있는 지 알 것 같았다.

"제일 좋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땅과 바다의 모습 중 저 도시의 위치가 정말 최고였다.

지정학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곳.

날씨도 적당히 온화하여 인간이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나는 공정한 심판으로써 둘 중 누구의 편을....

"어!"

큰일났다.

"저기 그리스 수도인데?"

.......

나는 미래의 지구에게 스포일러를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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