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10화 (110/235)

EP.110 인간체험 (1) 프로섹슬링

올림포스 주신으로써, 나는 신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인간들을 지배하기에 앞서, 인간들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질까 하오."

내 말에 여신들은 공감을 하기도 하고, 공감하지 못하기도 했다.

인간들과 가장 긴밀하게 붙어있는 이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반면, 자신의 분야가 인간들과는 자연과 연결이 있는 이들은 고개만 갸웃 거릴 뿐이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티탄이 반드시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하지만 인간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해야한다.

티탄이 신경질을 부려서 인간 하나 죽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인간으로 인해 티탄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면 그건 크나큰 문제다.

인간으로 인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나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우리 여신들에게 준비했다.

"헤파이스토스. 가져오너라."

끼이익.

헤파이스토스는 수레에 실린 뭔가를 회의장 한 가운에데 놓았다. 나는 미리 덮어둔 물건을 단숨에 치워버렸고, 안에는 잘생긴 두 명의 남녀 대리석상이 서있었다.

"이건…?"

"제우스 님 아닌가요?"

모두가 남자 석상을 가리키며 놀랐다. 나는 여신들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일부러 다른 얼굴에 다른 몸으로 만들었는데?'

그리스 남자들의 디폴트 사항인 '헬창'과도 같은 몸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머리 모양도, 외형도 모두 나와는 다른 형태의 미남이다.

"이게 어딜 봐서 제우스라는 거야?"

"자지요."

"풀발 상태가 제우스 님과 똑같은 데요?"

"......."

나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대리석상의 자지를 손으로 가리켰고, 헤파이스토스는 그저 웃기만 하며 손을 위아래로 살살 움직였다.

"어디서든 제우스와 언제든지 제우스를 참고했습니다, 아버지."

"......."

내 딸이 내 자지와 똑같이 생긴 딜도를 참고하여 내 자지 모양으로 석상을 만든 건에 대하여.

조금 어처구니가 없기는 하지만, 사소한 일은 넘어가야한다.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하니까.

"그대들이 보는 것처럼 이 인간은 나의 자지를 똑같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생식능력은 없지. 돌이니까."

"생식능력을 부여할 수 있지 않아요?"

"판도라를 만들었던 때 처럼."

"그래!"

나는 손뼉을 치며 시선을 모았다.

"판도라다! 우리가 판도라를 만들었을 때처럼, 나는 새롭게 인간을 창조해보려고 한다."

"앗, 그러면 지금의 인간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지. 지금 무난하게 인간들과 잘 지내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내가 말하는 인간은 우리의 '놀이용 인간'이다."

놀이용 인간.

뭔가 인간들을 상대로 노예로 만든다거나 콜로세움 같은 곳에 집어넣어서 우리가 가학적인 유희를 즐긴다는 건 아니다.

우리가 놀이를 위해 만든 인간이라는 의미.

말로하면 상당히 어감이 이상하지만, 한 번만 이해하면 누구든 앞으로 곧잘 써먹으리라.

지금의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고 한다면, 이들은 학명, '호모 플레이야스'라고 할 수 있다.

"보아라."

나는 헤라에게 손을 건넸다. 그녀는 컵에 들어있는 뿌연 액체 두 개를 들고와 대리석상 위에 부었다.

"그건…?"

"나의 정액과 헤라의 모유다."

그리스 주신의 정액과 최고 주신의 아내가 흘린 모유.

이것은 성수다.

이것은 성물이다.

이것은 세례다.

하얗고 뿌연 정액과 모유가 뒤섞여, 대리석상의 속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꿈틀, 꿈틀.

대리석상의 몸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몸이 점차 구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그 색이 점점 더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꿈틀, 꿈틀.

검게 물든 머리는 아주 짧았다. 곱슬거리는 형태가 땋아서 뒤로 넘겨도 될 정도였다.

"이건…?"

"'브로'."

"네?"

"위대한 그리스 최고의 강간 머신."

이른바, 흑형.

아직은 별 이상없이 가만히 생기만 느껴지지만, 생기만 느껴질 뿐 지성이나 인성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이걸 불어넣는 거지."

나는 아스트라페로부터 뽑아낸 전기와 내 머리카락을 함께 엮었다. 그리고 흑형의 정수리에 꽂아넣었다.

"음…."

나는 나의 의자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고, 의식을 다른 곳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훗."

"히이익?!"

여신들이 기겁을 하는 게 들려왔다. 내 시야에는 나와 옥좌에 앉아 눈을 감은 제우스를 번갈아보며 기겁을 하는 여신들이 보였다.

"일종의 화신 같은 것이다. 나의 의식을 잠시 여기에 싣는 거지. 흐흐."

"제, 제우스 님인가요…?"

"그래. 본체는 지금 자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 나는 의식을 이쪽으로 불어넣는 거지."

"그, 그럼 제우스 님은…?"

"평범한 인간 수준의 힘밖에 없다."

대리석상에 깃든 힘은 몹시 약하다.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도 느낄 수 있는 몸이라 관리도 잘 해야한다.

물론 죽음을 당했을 때 고통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건 아니지만, 마치 가위에 눌리다가 악몽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할 것이다.

고통을 느끼는 이유?

감각을 만든 이유라고 말하겠다.

감각을 느끼는 이유?

이 흑형이나 옆에 있는 '백마'나 둘다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호모 플레이야스.

"헤라, 지금부터 여기에 너를 넣어다오."

"앗…!"

드디어 모두가 이 행위의 의미를 깨달았다. 헤라는 자신을 닮은 석상에 입술을 맞췄고, 그 다음 나의 정액과 자신의 모유를 단번에 부었다.

사아아.

헤라의 모습을 닮은 미녀 석상의 몸에 점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백인 미녀의 모습으로, 찰랑거리는 금발에 푸른 눈동자는 다소 오만해보이기까지 했다.

"헤라, 연결."

"네."

헤라는 마찬가지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내가 한 것과 마찬가지로 눈을 감았고, 곧 그녀로부터 붉은 안개같은 것이 작게 흘러나와 헤라 인형의 입술에 스며들었다.

"......성공했어요."

헤라 인형의 목소리에서 헤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신들은 단숨에 두 개의 대리석에 깃든 우리를 보며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죠?"

"세상에. 티탄 신이 아닌 인간의 몸이라니."

"이거면…. 임신 걱정 없이 마음껏 섹스할 수 있겠네요!"

"!!!"

여신들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놀랐다.

헤라처럼 임신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매 년 임신하는 여신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신들은 책임이 더 늘어나지 않는 쾌락을 원한다.

아이를 한 명이나 두 명 낳고 난 뒤, 더이상 아이가 늘어나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와 섹스는 하고 싶어하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질싸는 받고 싶은데 임신은 싫다.

그렇다면 임신이 불가능한 동정 청년과 처녀의 몸을 만들어 분신 섹스를 하면 되는 거 아닐까?

"헤파이스토스, 이것의 사용시 주의 사항은?"

"고통이나 다른 감각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대신 그만큼 어떤 감각을 강하게 느끼게 될테죠."

"쾌감."

나는 단숨에 헤라의 분신을 잡아당겼다.

"그래. 일단 이 몸을 두고 나는 '쥬피터'라고 하지."

유피테르는 내가 신의 힘을 숨기고 다니는 가명이다.

하지만 지금의 몸은 완전한 인간의 형태로, 별개의 존재다.

"이봐, 이름이 뭐지?"

"읏, 나, 나는…."

헤라의 분신은 내가 자신을 뒤에서 잡은 것에 거칠게 저항했다. 검붉은 자지가 새하얀 엉덩이에 닿을 때마다 나는 더 쾌감이 짜릿하게 울렸고ㅡ

짜-악!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헤라의 분신은 내 뺨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모든 여신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나는 화끈거리는 볼에 절로 실감이 났다.

'잘하고 있다, 헤라. 저항은 그렇게 하는 거다.'

일부러 겉모습을 제우스처럼 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이 얼굴, 내 전생의 얼굴이니까.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이걸 꺼내보겠어.'

몸이 흑형에 가깝게 태닝이 된 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이것만의 느낌이 있다.

덥썩.

"이름이 뭐냐고 물었잖아."

"노, 놓으란 말이야…!"

헤라의 분신은 앙탈을 부리며 내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나, 나에게는 사랑하는 제우스 님이…!"

"나도 자지는 제우스인데."

"제우스 님을 모욕하지마!"

두근두근.

여신들이 흥미진진하게 바라본 것이 느껴진다.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헤라도 기절한 제우스-내 본체-를 바라보며 눈치를 보는 게 보인다.

"한 번만 더 물어보겠다. 이름이 뭐라고?"

"어, 으…. 유, 유노…."

"유노? 예쁜 이름이군. 따먹기 좋은 이름이야."

할짝.

나는 혀를 길게 내밀어 목을 쓸어올렸다. 제우스는 하지 않는 거칠고 야성적이고 야만적인 플레이에 여신들은 하나 둘 다리를 오므리기 시작했다.

"헤파이스토스. 지금이다."

"예. 전송!"

사아악!

나와 유노의 몸이 동시에 반짝였다.

눈을 감았다 뜨니, 그곳은 으슥한 작은 숲이었다.

내가 미리 헤파이스토스의 도움으로 수배해둔 곳으로, 유노는 이제 빠져나갈 수 없다.

콰득!

유노는 내 손목을 깨문다음,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벌린 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알몸의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야."

직접 체험하면 알 것이다.

바닥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에도 베이고 상처입는 인간이 왜 티탄을 무서워하는지.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알게 될 것이다.

뭐.

어찌됐든.

"츄릅."

지금은 유노를 따먹는데 집중해야한다.

덜렁덜렁, 덜렁덜렁.

"지금부터 30분. 내게서 도망치는데 성공한다면...어떻게 될 것 같나?"

아, 즐겁다.

"공수교대. 내게서 도망치는데 성공한다면, 그 여자는 지금의 나를 따먹을 수 있게 된다. 하하, 재미있지?"

모두가 기대감에 가득차있고, 모두가 신이나서 어쩔 줄 몰라한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손수 따먹혀 주겠다는 거다. 일단은 한 번도 써먹지 않은 동정 자지의 몸으로."

무료할 수도 있는 세상.

매일 매일이 반복되는 일상.

때때로 일상의 즐거움을 깨부수려면 새로운 놀이가 필요한 법.

"유노, 너는 잡히면 교배프레스 행이다!!"

"꺄, 아아악!!"

금발벽안의 미녀가 도망친다. 헤라를 닮은 듯한 '인간'이 숲을 달려간다.

"살려주세요! 제우스 님!!"

나 또한 인간이지만, 나는 남자다.

"어딜 도망가."

나는 올림포스 신들에게 있어 새로운 놀이를 하나 만들어냈다.

사실 놀이라고 해봐야 어렸을 적에 애들이랑 같이 놀던 그런 놀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이 그리스에서 새롭게 탈바꿈 될 때가 되었다.

"술래잡기."

술래가 그저 도망가는 여자들을 잡는 것일 뿐.

이 원형의 숲속 위, 밤하늘에서는 올림포스의 여신들이 보고있을 것이다.

이 놀이의 진정한 이름.

"섹바섹."

분명히 말하자면, 이건 어디까지나 합의된 '유희'일 뿐이다.

프로섹슬링과도 같은 일이다.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모두 합의된 유희일 뿐.

중요한 건 한 가지.

언제나, 술래는 나다.

"쥬지육림에서 알몸으로 도망치는 백마라니. 크르르.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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