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12화 (112/235)

EP.112 인간체험 (3) 이크! 좆간이 되었어요.

새로운 플레이에 대한 갈망.

감각의 연동 여부.

처녀인 여신이 인간에 빙의하여 섹스를 했을 때, 과연 처녀 여신은 인간의 몸으로 처녀 섹스의 쾌락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인간으로 가상섹스를 한 여신을 처녀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여신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가 하기를 바랐다. 내가 이번에는 다른 신들과 먼저 테스트를 하지 않고 헤라와 바로 했기에, 넵튠이나 하데스를 비롯한 나의 아내들도 많이 참가하기를 바랐다.

"헤으응...."

유노, 아니 헤라는 절정에 결국 가버렸다.

이미 유노가 깃든 플레이야스는 헤라의 것이 되어버렸고, 다른 여신들이 깃들 방법이 없었다.

"한 번 여신이 깃들면 그 플레이야스는 해당 여신의 것이 됩니다."

결국 금발벽안의 유노는 헤라가 사용하기로 했고, 헤파이스토스는 주기적으로 플레이야스의 몸이 될 여인들을 만드는데 박차를 가해야했다.

"혹시 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손을 들었다. 지금은 회의장에 없지만 화로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헤스티아마저도 손을 들었다.

수요는 폭발.

'이게 무슨 꿀버터칩도 아니고.'

아프로디테의 향초도 그랬지만, 나와의 섹스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생기면 유행처럼 번지는 게 일상이다.

기분은 좋지만, 당장 모든 이들을 만족시켜줄 방법은 없다.

"진정해라. 재고가 없다."

"쥬피터 님도 그렇고 유노 님도 그렇고, 제가 하루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낸 겁니다. 그렇게 하루 아침에 뚝딱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순번을 기다리고 정하거라. 그래, 헤파이스토스. 네가 직접 순번을 정해라."

"네? 아, 아버지!!"

수요는 넘쳐나나, 공급은 한정적이었다.

당연히 모두가 헤파이스토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저마다 자기 어필을 하는 중이었고, 헤파이스토스는 나를 원망하며 울상을 지었다.

호모 플레이야스.

티탄 신의 정신이 깃들기 위한 육체는 헤파이스토스가 그에 걸맞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야지 신의 정신을 그대로 넣을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쾌감은 전혀 느껴지지 못하고 강간의 불쾌함만 남을 것이다.

강간 이외의 플레이도 할 수 있지만, 애초에 과격하지 않은 비야성적인 플레이는 티탄 여신으로서 하면 그만이다.

플레이야스로 떡을 치는 건 무지성 섹스 뿐.

'섹스가 애무를 하면서 하는 느긋한 섹스만 있는 게 아니지.'

티탄 여신들을 상대로 하기 껄끄러운, 위대한 제우스의 몸으로 했다가는 티탄 여신들이 고통스럽고 괴로워할 '오르튀스 식' 섹스를 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 굳이 표현하자면....

-크로노스가 내가 된다!

물론 아기를 낳게 하고 잡아먹는 짓은 하지 않는다. 내가 '크로노스'라고 표현하는 건 그만큼 거칠고 야성적인 플레이를 하겠다는 말이다.

그걸 여신들이 바랄까 조금 걱정도했지만, 아무래도 내 걱정은 기우였던 모양이다.

'다들 제우스의 강간을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역시 제우스는 대단해!'

아무리 내가 K-섹스를 전파했다고는 하지만, 가이아와 우라노스로부터 이어진 유전자 속 티탄의 본성은 숨길 수 없나보다.

현대인이었던 내 감수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하나.

'티탄 여신은 강간을 좋아해.'

놀랍게도 티탄은 강간을 좋아했다.

남자 여자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그리스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런 건지, 아니면 강간과 비슷한 강압적인 플레이를 원하는 건지, 아니면 티탄이라는 족속들이 태어날 때부터 남자는 여자를 범하기 위해 태어난 건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티탄 여신들은 그걸 참고 있다.

나와의 K-섹스를 통해 티탄식 섹스만이 섹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인이 양식의 맛을 알았다고 해서 한식을 안 먹는 게 아니다. 때로는 구수한 된장찌개가 괜히 먹고 싶어지는 날도 있는 법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나는 플레이야스로 인간에 빙의한 여신들을 강간하기 위한 체급을 높여야한다.

이들을 위해 내 안에 있는 야성미를 뿜어낼 때.

바야흐로, 강간 수행이다.

"나는 잠시 플레이야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오마."

헤파이스토스를 향한 여신들의 구애를 내버려 둔 뒤, 나는 다시 내 플레이야스-쥬피터에게로 접속했다.

"으흐흐."

순식간에 의식은 지상의 숲에 있는 쥬피터에 빙의되었다.

하늘을 태양이 반짝이고, 내 몸 또한 구릿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아아, 따뜻해. 티탄일 때는 느껴보지 못하는 이 나약함. 그래, 이게 인간이지."

몸이 약하니 인간이라는 느낌이 팍 든다.

전생의 감각이 전신을 전부 채워 괜히 코끗이 찡긋거렸다.

"이몸이면 한 일곱 번 싸면 지치려나? 흐흐흐."

섹스하다가 도저히 지쳐서 못하겠다 싶은 탈력감도 쉽게 느낄 수 있을 터.

그렇다면 이제 내가 쥬피터로서 할 일은 하나.

"쥬피터는 자유의 몸이예요."

나는 위대한 제우스 신을 향해 두손을 모았다.

"쥬피터는 제우스 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자입니다."

그저 수많은 좆간 중 한 명일 뿐이다.

뭐? 제우스가 쥬피터를 조종해?

그것은 누군가의 음해공작이다.

왜냐.

제우스가 그 혐오하는 좆간 짓을 저지를 리가 없으니까!

'이 몸 아니면 또 언제 그런 짓을 저질러보겠어.'

리얼 GTA.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우리 올림포스 주신들의 유희용 인간, 호모 플레이야스로서 나는 인간 세계를 둘러보기로 했다.

과연 인간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유피테르라는 변장이 있지만, 유피테르와 쥬피터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피테르로 변장한 건 애들이 은연중에 눈치를 채더라고.'

유피테르는 제우스 신이라는 건 몰라도 '티탄 신'이라는 느낌은 준다고 했다. 따라서 내가 티탄임을 완전히 숨기려면 플레이야스인 쥬피터로 움직이는 게 은밀행동에 좋았다.

'유피테르는 스킨이고 쥬피터는 부캐지.'

게임 캐릭터로 치면 유피테르는 제우스라는 몸에 젊은 청년의 모습을 스킨으로 씌워둔 셈이다.

나도 나이를 제법 먹고 아이를 낳고 하다보니 얼굴에 연륜이라는 게 생겼고, 나이 든 신으로서 위엄을 보이기 위해 수염도 기르고 있는 중이다.

굳이 수염을 길러야 할까 싶기도 했지만, 수염도 적당히 기르면 간지가 난다는 걸 나는 이미 지구의 영화매체에서 다룬 수많은 영웅들을 통해 배웠다.

하지만 그건 제우스의 몸이고, 이 인간의 몸은 달다.

'예전 느낌이라서 좋네.'

머리에 헤어 스프레이를 뿌리고 세팅을 마친 뒤, 이빨 하나로 골목길로 끌고가 야외 뒷치기를 하며 원나잇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 때의 나는 섹스에 미쳐있었지."

어떻게 하면 여자랑 한 번 비벼볼 수 있을까 입에 기름칠하고 온갖 개수작을 부리느라 자존심도 때로는 내팽개쳤지만, 이제는 지나가는 여자 아무나 붙잡고 박아도 모두가 헤으응 거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건 재미가 없어.'

그 때의 짜릿한 감성이 필요하다.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모텔로 들어가는 순간의 짜릿함으로 승화될 때의 쾌감이 필요하다.

'티탄 여신들은 나와의 섹스를 영광으로 느껴서 안 돼.'

티탄은 인간과 다르다.

그들은 나와의 섹스에 항상 헌신적이고, 열정적이며, 언제든지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이번 플레이야스에서 유노를 강간하면서 깨달았다.

'티탄을 상대로 강간하는 건 강간이 아니야. 화간이지.'

정신이 티탄인 이상, 그들은 내가 아무리 개처럼 따먹어봐야 새로운 플레이에 좋아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지.'

인간 여자는 다르다.

판도라로부터 태어난 인간 여자들은 살을 섞는데 적극적이라든가, 나와의 섹스에 감사를 느끼고 영광스러워하지 않는다.

인간 여자들에게 섹스는 그냥 섹스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섹스는 최고일테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것은 뼈에 사무치는 증오가 서리게 된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우월한 남성에게 반하는, 강한 수컷에게 호감을 느끼고 서서히 다리를 벌리기 시작하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

왕국의 공주를 상대로 원나잇 질싸튀를 하더라도.

도도하기로 소문난 님프를 꼬셔서 강간을 하더라도.

신을 모욕하는 여자를 상대로 신벌이라는 이름으로 강간을 하더라도.

인간의 몸으로 지금까지 내가 따먹지 못한 티탄 여신을 상대로 어떻게든 사탕발림을 잘 해서 진짜로 질싸를 하더라도.

예쁜 여자를 상대로 술에 취하게 만들어 따먹더라도.

목구멍 깊숙이 자지를 때려박아 질식에 가깝게 하더라도.

여자가 기절할 정도로 거칠게 하더라도.

마약과도 같은 물건을 써서 처녀를 강제로 몸이 달아오르게 만들어 섹스를 하더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놓고 섹스만 하고 밤에 야반도주를 하더라도.

설령, 남의 여자를 빼앗아 내 좆맛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도!!

그건 전부 금발태닝 좆간 제우스가 한 일이지, 쥬피터가ㅡ

"아니지, 아니야. 정신차려라, 멍청아."

좆간 쥬피터가 한 일이지, 위대하고 훌륭한 올림포스의 지도자 제우스가 한 일이 아니다.

"츄릅."

아아, 인자하고 자비로운 주신 제우스의 시간도 이제 잠시간 안녕이다.

"섹스."

이제는 무지성 레이프 머신, 쥬피터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 섹쎅쓰."

그래.

"존나 섹스 마렵다."

나는 적당히 옷을 챙겨 입은 뒤, 인간들이 사는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하아."

금발의 여인은 한숨과 함께 신전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기도했다.

"헤라 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굽어살펴주시옵소서."

여인은 화로 너머, 근엄한 얼굴로 서있는 대리석상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인간들이 만들어 그 모양이 조잡할 뻔 했으나, 다행히 자신의 어머니를 조각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헤파이스토스가 인간들에게 조각을 깎는 법을 가르쳐주며 다듬어준 덕분에 대리석상은 티탄 여신의 아름다움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오, 거기 있느냐?"

"아버지!"

이오라고 불린 여인은 인자한 미소의 남자를 향해 몸을 돌리며 웃었다. 방금 전까지의 근심은 아무것도 아니라든 듯, 그녀는 방긋 미소지으며 아버지-아르고스의 국왕-이나코스를 맞이했다.

"무슨 근심이 있느냐?"

"아, 저는...."

"말해보거라. 나는 이 나라 아르고스의 왕이지만, 동시에 강의 신인 티탄이기도 하다. 말해보렴. 무엇이 문제니?"

"......뭔가 두렵습니다."

"무엇이?"

이오는 손을 가슴에 올리며 벌벌 떨었다.

"신탁대로 될까봐요."

"...그럴 리가 없잖니. 괜찮다. 내가 보장하마. 내가 최대한 힘을 써볼테니, 너는 안심하고 살 거라. 네가 내 딸인데, 어째서 이 땅을 떠나서 평생을 떠돌아야한단 말이더냐?"

이나코스는 이오를 안심시키며 신전의 안을 가리켰다.

"헤라 여신께 기도를 드리고 오마.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네, 아버님."

이오는 이나코스와 신하들을 향해 인사했고, 복잡해진 머리를 정돈하기 위해 잠시 숲으로 향했다.

저벅, 저벅.

자신에게 내려진 신탁이 과연 일어날 지 안 일언날 지.

불안감이 계속 그녀를 엄습했고....

"앗."

이오는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작은 폭포.

절벽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전신으로 받으며 몸을 씻고 있던 한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몸은 구릿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그의 아래에는....

"......."

이오는 자신의 팔보다도 두꺼운 것에 그만 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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